앵글 밖 사진

나는 왜 무지개양말 사진을 찍었을까

나이스 야자 2026. 5. 18. 14:25

휴대폰으로 기자회견을 찍고 있는 한 활동가의 양말에 시선을 갔습니다. 무지개 색깔로 구성된 줄무늬 양말이었습니다. 치마 밑단까지 끌어 올린 양말은 쨍한 햇볕에 도드라졌습니다. 색과 무늬가 먼저 눈에 들어왔었지만, 셔터를 누르게 한 건 무지개의 의미가 아니었을까 합니다.

성소수자평등의날 선포 기자회견. 2026.5.12. 청와대 앞

이날 기자회견의 성지청와대 분수대 앞에서는 성소수자인권단체연합 무지개행동이 517 성소수자평등의날 선포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정부에 차별금지법 제정과 혼인평등 실현 등을 요구했지요. 단체의 이름에도 쓴 것처럼 무지개는 다양성을 의미하는 성소수자의 상징입니다. 1978년 샌프란시스코 퀴어퍼레이드에서 남색을 뺀 여섯 가지 색을 사용한 것이 유래가 됐다고 하지요.

 

2011년 게이 인권단체 친구사이를 다큐 취재하면서 ‘6색 무지개깃발이 걸린 곳은 게이 혹은 퀴어 친화적인 공간이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무지개 깃발이 내걸린 종로3가의 유명한 게이바(BAR)에 처음엔 나름 용기(?)를 내서 들어갔던 기억입니다. “이 공간에서는 내가 성소수자였다라는 문장을 어느 글에 남기기도 했습니다.

무지개조명 터널. 2026.5.16.

무지개가 성소수자의 인권과 혐오와 차별을 반대한다는 의미가 녹아있다는 걸 안 이상 무지개는 어릴 적 동경과 경외의 대상이 더 이상 아니게 됐습니다. 비 갠 뒤 하늘에 뜬 무지개를 보거나 무지개의 색으로 장식되거나 무지개 이미지를 새겨넣은 물건들을 보면 1차적으로 그 의미가 먼저 떠오릅니다. 성소수자들을 만나고 보고 듣고 다름을 인정하면서 가능해진 일입니다.

 

엄청난 수의 구독자들을 가진 성소수자 유튜버들이 등장하고, 매년 도심에서 대형 퍼레이드가 성황리에 펼쳐지지만, 이들은 학교에서, 직장에서, 일상에서 여전히 차별과 혐오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무지개의 의미를 많은 사람들이 새기고 공감한다면 그만큼의 인권은 신장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양말사진을 한 장 찍어놓고, 나는 왜 이 장면을 찍었을까생각하며 끼적였습니다. /ㅇ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