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후 다섯 번째 봄이 왔습니다. 이전의 봄과는 얼마나 달라졌습니까. “이제 4월은 더 이상 옛날의 4월이 아니”라는 시를 떠올립니다.
다시 4월, 다시 세월호를 얘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잊지 않겠다”는 약속은 지난 세월을 핑계로 희미해지기도 했지요. ‘참사의 기억과 참사 후 각자의 자리에서 품었던 나름의 다짐을 다시 환기할 수 있을까.’ 그렇게 사진다큐를 준비했습니다.
지난해 4월에도 세월호 관련 기획을 했었지요. 단원고 생존학생 장애진씨가 주인공이었고요. 그의 바뀐 꿈에 대해 얘기했습니다. 애진씨가 활동하는 생존학생 모임 ‘메모리아’를 짧게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다큐에는 ‘메모리아’의 활동을 좀 더 구체적으로 다루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만 섭외를 못했습니다. 그들은 여전히 아팠고, 두려워했습니다. 카메라 앞에 서는 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해 보였습니다.
다큐의 방향을 돌렸습니다. 애진씨의 가족 이야기면 어떨까. 각자의 자리에서 세월호의 기억과 진상규명을 위해 싸우고 있는 가족입니다.
재작년 4월, ‘세월호 엄마들’의 극단인 ‘노란리본’을 다큐에 다뤘습니다. 단원고 희생학생과 생존학생 엄마로 구성된 극단이지요. 극단에서 유일한 생존학생의 엄마가 애진씨 엄마 김순덕씨였습니다. 매년 4월의 다큐는 그렇게 연결됐던 겁니다. 엄마는 현재 극단의 세 번째 연극 <장기자랑>으로 관객을 만나고 있습니다.
아빠 역시 세월호과 함께해 왔습니다. 애진씨가 두려움을 딛고 공개적인 활동에 나선 데에는 아빠의 영향이 컸습니다. 아빠는 참사 그 해에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해 뛰어들었습니다. 현재 4.16 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사무처 팀장을 맡아 정신없는 나날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취재하며 사진이 좀 못해도 무리하지 않고 무례하지 않는 취재를 하자고 다짐했습니다. 먼저, 세 주인공 각각의 사진 한 컷씩을 머릿속에 그렸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컷은 가족사진이었으면 했습니다. 지난 5년은 변변한 가족사진 한 장 찍을 수 없었던 세월이었습니다. 기사에도 쓸 요량이었지만 무엇보다 가족 기념사진 한 장 찍어주고 싶었습니다.
“가족사진은 좀 아닌 것 같습니다.” 아빠는 가족사진 촬영을 정중하게 거절했습니다. 온전한 가족사진을 찍을 수 없는 희생자 가족들, 미수습자 가족들의 상처를 먼저 헤아렸습니다. 이 사진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미리 감각하지 못한 게 부끄러웠습니다. 이 가족에게 지난 5년이 어떤 세월이었는지를 짐작할 수 있었지요. 거기엔 ‘더 큰 고통을 안고 살아가는 이들’에 대한 미안함과 조심스러움이 스몄습니다.
문득, 아픔과 고통의 크기란 어떤 것이며, 또 어떻게 비교하고 잴 수 있는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덜한 고통, 덜한 아픔이란 것이 있을 수 있을까.’
[포토다큐] 세월호 생존자 장애진씨 가족의 다섯 번째 봄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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