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취재했던 ‘노들장애인야학’의 교사와 통화를 했습니다. 야학에서 발간하는 계간 소식지봄호에 제가 보낸 글이 잘 실렸나, 언제 나오나, 문득 궁금해서였습니다. 안부도 물을 겸 해서 말이지요. 얘기 끝에 무심코 던졌습니다. “장애인의 날 앞두고 관련 다큐를 하려는데 뭐 없을까요?” 답을 바라고 한 말은 결코 아니었습니다. “결혼을 준비하는 커플이 있는데...” “아, 그래요?”라며 차분히 되물었지만, 속으로는 ‘바로 이거다’며 만세삼창을 외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예비부부 상우씨와 영은씨를 만났습니다. 둘은 장애인시설에서 ‘서로’ 짝사랑을 했습니다. 시설 내에서 연애는 허락되지 않아 만나지도, 표현할 수도 없었습니다. 둘은 우연하게 같은 날 ‘탈시설’을 했습니다. 우연 아닌 필연이지요. 같은 공간에서 자립을 준비하다 상우씨가 문자고백을 하면서 커플의 연애는 시작됐습니다. 이후 수급비를 아껴서 돈을 모았고 서울 창동에 작은 전셋집도 마련했습니다.
집으로 찾아가 하루를 같이 보냈습니다. 시설의 생활과 탈시설 이야기, 사랑과 연애, 장애인권활동과 결혼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제가 질문을 하면 예비부부는 휴대폰에 문자를 입력하고 이를 음성으로 전환해 답을 했습니다. 둘 사이에 경제권을 두고 애교스런 다툼이 있었습니다. 그땐 말을 못했지만, 단어 몇 개로도 이해시킬 수 있는 대답을 완벽한 문장을 써서 꼼꼼하게 답하는 영은씨가 경제권을 갖는 게 맞겠다 싶었습니다.
취재를 시작하며 제안을 하나 했습니다. 야외 웨딩촬영을 원한다면 제가 찍어드리겠다고 말이지요. 제안 전에 좀 망설였습니다. 다큐에 꼭 필요해 보이는 사진일 수는 있는데, 사진기자가 직접 개입해 찍은 사진이라는 것이 걸렸습니다. 그럼에도 한 번 하는 결혼인데 싶었습니다. 커플도 은근히 설레는 눈치였습니다. 사진도 사진이지만 야외촬영의 추억이 남길 바랐습니다. 뒤에 이 예비부부를 취재한 타사 기자가 증언했습니다. “‘결혼 준비하며 가장 힘들었던 게 무엇이었냐?”는 물음에 “야외촬영이요”라 대답을 했다는군요. 확실한 추억이 되었네요.
장애인의 날인 4월20일, 예비부부의 이야기가 다큐지면에 소개됐습니다. 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 5월6일, 영은씨와 상우씨는 서울여성플라자에서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저는 '하객 60%+사진사 40%' 쯤의 마음가짐으로 예식에 참석해 사진을 찍었습니다. ‘사진다큐 A/S’였던 셈이지요. 커플은 가족, 동료들의 축복 속에 부부의 연을 맺었습니다. 그리고 제주도로 신혼여행을 떠났습니다.
[포토다큐] 중증장애 남과 여, 그들의 '보통의 사랑'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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