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디가가의 내한공연(지난 4월27일)이 4시간 쯤 남은 시간,
공연장인 잠실 주기경장 앞에는 가가의 공연을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는 '몬스터 핏(스탠딩석)'에 자리할 선택된 팬들이 가득 모여 있었습니다.
긴 행렬의 맨 앞으로 가서 이 '리틀 몬스터(가가의 팬을 지칭)'들을 쓰윽 훓어 보았습니다.
독특한 코스프레를 한 이들이 여기저기 눈에 띄었습니다.
전날 와서 줄을 섰음이 분명한 앞자리의 몇이 힐끗힐끗 쳐다봐서 눈이 맞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눈싸움, 기싸움에서 번번이 밀리고 말았지요.
다소 과한 분장과 일부 간소한 옷차림을 대놓고 사진에 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가끔씩 접하는 코스프레지만 이날은 문화적 충격이 살짝 있었던 것이지요.
이 낯섦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완전히 새 되신' 아래 이 분의 복장이 젤 맘에 들었습니다.
'도대체 어디서 구했을까?' 표정까지 연출해 포즈를 취해 줘서 감탄했습니다.
'대부분이 코스프레를 하고 있는 이곳에서 맨얼굴에 청바지 차림의 내가 비정상적인 존재구나'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그들의 신나는 놀이판에 나타난 저는 뭔가를 얻으려 카메라를 만지작 거리는 수상하고 낯선 이방인이었던 게지요. '이상하다. 낯설다. 불편하다. 비정상이다'라는 것의 개념이 흔들리고 의미가 없어지는 순간을 경험했습니다.
한편, 공연장 앞 주차장에서는 기독교 청년들이 동성애와 음란문화를 조장한다며 레이디가가의 공연을 반대하는 기도회를 열었습니다.
울부짖으며 기도하고 노래를 불렀습니다.
저 공연장에 들어선 수 만의 관객이 모두 비기독교인이지는 않았겠지요.
어쨌든 마찰이 없어서 다행이었습니다.
사진을 찍는 동안 공연장을 찾은 몇 명의 후배들이 '굳이' 아는 척을 해 왔습니다.
"(대단히 밝은 표정으로) 취재가 아니라 공연을 보러 왔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말이지요.
놀리지는 않았지만 약 오르는 상황입니다. ^^
결국 공연도 레이디가가도 못 봤습니다.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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