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제10차 이산가족상봉 사진풀단으로 금강산에 갔습니다.
*풀=몇개 신문사들이 돌아가며 대표취재한 기사를 공유해서 쓰는 취재형식.
북에 처음 간다는 설레임이 컸습니다. 육로를 통해 들어갔죠.
남방한계선을 넘어 휴전선을 지났습니다. 말이 '선'이지 어떤 경계나 선명하게 그어진 선은 보이지 않습니다. 단지 비슷한 초소들이 있는데 북측 병사들이 서있길래 북인줄 아는
그런 정도였습니다.
이상하게도 북측땅이라 생각하니 조금은 다른 자연의 풍광들이 펼쳐지는것 같았습니다.
금강산의 끝자락이라는 곳은 이국적인 모습을 띄었습니다. 지나며 보는 풍광을 사진에
담고자하는 마음 간절했습니다.사진기자라 약간의 의무감같은 것도 있었죠. 가이드 몰래 카메라를 들었다가 들켜서 민망했습니다. 촬영금지 구역이랍니다. 2,3백미터 간격으로 북측 군인들이 차를 뚫어져라 주시하고 있었습니다. 오며가며 보는 아름다운 풍광, 행여나 이산가족 일정에 차질을 줄까 카메라를 아예들지 못했습니다. 눈으로만 찍었죠. ㅎㅎ
이산상봉장은 김정숙 휴양소.(아래사진)
이산상봉이 시작되고 가족들의 만남을 지켜보며 몇가지 안타까움이 있더군요.
분단54년만에 만나는 가족의 기쁨, 회한... 그 극적인 장면을 사진에 담겠다는 마음, 당연하지 않습니까? 하지만 난데없이 벌컥 화를 내는 북측 가족들, 북측 안내원들의 은근하고도 집요한 방해 등으로 취재가 여의치가 않았습니다.
취재하는 내내 북측기자 완장을 찬 사람들(실제기자는 몇 명 안됨)이 남축기자를 감시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특히 저처럼 처음 북에 온 기자는 리스트 작성을 위한 자료가 필요한지 연신 취재하는 저를 사진찍는 사람이 있더군요. 눈치채고 쳐다보면 모르는척 다른 쪽으로 카메라를 돌리곤 했죠. 말도 안되는 트집을 잡기도 하구요. 주눅들지는 않았지만 혹시 나때문에 상봉이 중단된다면...하는 생각에 많이 참아야했고, 그러려니 해야 했습니다. 영~찝찝한 기분....
그러나 그런 열악상황속에서도 미소를 짓게하는 일이생기더군요.
기자만찬이라하여 북측에서 남북기자들을 위해 마련한 저녁자리였습니다.
큰 행사때마다 원정온다는 서빙하는 북녀들.(그들의 정확한 호칭은 모르겠네요.)
상당한 교육을 받은 재원이라는 데요.
테이블당 1명씩 담당해 맥주 등 음료수도 따라주고 음식도 나르며 비교적 부드러운 분위기를 이끌어주더군요. 적어도 그 공간안에서는 감시당하지 않는 편안함을 느꼈지요.
우리테이블 담당은 '리향'이라는 북녀. 겨우 이름만 확인했죠. 궁금한건 많았는데
물어보고 물어봐서 겨우 이름만 알게된지라, 더이상 묻는것 자체가 시간 낭비이자 실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념사진을 서로 돌아가며 연신 찍었습니다. 남는게 사진이거든요.(아시잖아요)
'리향'(거기서 본 북녀의 대표적 이미지라 생각하면 됩니다.)의 첫인상은 굉장히 수수했습니다. 수줍어했구요. 얘기만 하면 얼굴이 발그레발그레 ^^* 작은 체구에 손은 조그맣고, 말도 작게 필요한 말만했죠. 얼굴엔 연신 미소를 머금었구요. 몇 장의 기념사진을 남겼습니다.
오기 전날 김정숙휴양소 마지막 식사때 그녀를 다시 만났습니다. 다정하게 사진한장 찍고 싶었죠. "사진 한장 찍어요"하고 말하자, "조국이 통일되면 그때 찍지요"라며 발그레...수줍게...그렇게 대답하더군요.(아래사진)
기대한 것에 비해 유쾌한 취재는 아니었지만 지금 떠올려도 미소를 머금을 수 있는 '북녀'들이 있었기에 기억에 오래 남을 취재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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