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야기

연기를 마시며 시작하는 을유년!!

나이스가이V 2005. 1. 4. 19:18

늘 그렇듯 새해 첫출근의 힘찬 발걸음, 표정 등을 찍기위해
신도림역으로 향했습니다.

인파들을 찍고 있는데
지나는 한 직장인이 "온수역에 불나서 이렇게 사람들이 몰린다"
고 하더군요.

대구지하철 화재이후 지하철 혹은 역사에 작은 연기만 나도
깜짝깜짝 놀라 출동하던 지난 2년을 돌아볼때
가봐야 별거아닌, 상황종료된, 가봐야 찍을거 없는 헤프닝쯤으로
미뤄 짐작해 버렸지요.

옆에서 같이 스케치를 하던 문화일보기자가 "부재중 전화가 6통이 왔네."
라는 말과 함께 역밖으로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어 이거 작은일이 아닌가 본데.'
"같이 갑시다" ^^

그렇게 얼떨결에 묻어가 도착한 온수역 앞은
소방차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습니다.

역사로 내려가, 매캐한 냄새를 맡자마자
2년전 대구지하철 화재현장의 기억이 생생하게 살아나더군요.
마스크는 물론 손수건도 없이 점퍼로 코와 입을 가리고
들어갔습니다. 얼마 못가 다시 돌아나왔습니다. 
 
어디에 서있을지 모를 열차까지 가기엔 
아무 준비가 없었기 때문이죠.
숨을 고르고 기다리니 연기가 많이 빠져,
휴지에 물을 묻힌뒤 코와 입을 막고 들어갔습니다.(별 효과는 없더군요 ^^)

불에탄 전동차를 보니
다시한번 대구지하철 참사현장 유가족의 울부짖음이 환청처럼 들려오더라구요.
잔불진화가 한창이었습니다.

말그대로 '홀라당' 타버렸습니다.
그제서야 대구와 같은 대참사를 빚을 뻔 했던
아찔한 사건이었다는 걸 느낄수 있었죠.
인명피해가 없어 정말 다행중 다행이지요.

새해를 '복'대신 '연기'를 먹으며 시작했지요.

회사로 들어오니,
"올 한해 일많이 하겠다"는 선배들의 말씀이 있었죠. ^^

돼지고기와 소주로 
몸속에 걸려있는 먼지와 연기를 긁어 낸후 퇴근을 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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