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카메라가 들어왔습니다. 이 밥벌이 도구가 도착하자, 사무실에 있던 부원들은 박스를 뜯어 카메라와 부속 장비를 꺼내 살펴보고 정리하느라 부산했지요. 앞서 쓰던 카메라는 반납돼 한쪽으로 치워지고 있었습니다. 새 장비에 자리를 내주는 것이지요.
저는 마감을 핑계로 그 부산함의 대열에 끼지 않았습니다. 또 다음날부터 사흘간 외부교육이 있어 박스를 뜯고 정리할 시간이 없었지요. 잘 됐다 싶었습니다. 원래 새 물건을 좀 묵혔다 쓰는 버릇이 있어, 최종 반납 독촉 때까지 시간을 끌었습니다.
니콘D4. 제 손에 들려 지난 5년의 시간을 새긴 카메라입니다. 제 40대 전반을 온전히 함께 했지요. 취미 아닌 밥벌이를 책임졌다는 사실에 좀 짠해 집니다. 일일이 열거할 수 없는 많은 뉴스현장에서 저의 눈이 되고, 시선을 드러내 주었습니다. 특히 지난 5년 동안 제가 경험한 가장 큰 사건인 세월호 참사의 아픔과 탄핵 촛불의 감동을 바로 이 카메라로 기록했습니다.
이제 곧 떠나보내야 합니다. 어디로 흘러가 누구의 눈이 되어 어떤 시간을 새겨갈지 궁금합니다. 막상 반납을 하려니 좀 섭섭해지는군요. 기계도 정이 들게 마련이지요.
새로 들어온 카메라는 캐논1DX mark2와 5D mark4입니다. 아직 낯설고 어색합니다. 들어오고 며칠이 지나서야 박스를 뜯었습니다. 앞으로 같이 하는 동안 무엇을 기록하고 어떤 사건과 시간들이 그 안에 쌓여갈까 기대되고 설렙니다.
새 카메라에 어깨끈을 끼운 김에 반납을 앞둔 카메라와 나란히 놓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문득, 잠깐 자리를 비켜서 이 신구(新舊) 장비들에게 대화의 시간을 주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네 대의 카메라가 주인 없는 공간에서 애니메이션 영화의 장난감처럼 깨어나 “사실 쟤가 없어서 하는 말인데...”하며 저의 ‘뒷담화’를 늘어놓을 것도 같습니다. 노련한 카메라가 그동안 경험한 현장 이야기를 신참 카메라에게 영웅담처럼 들려주기도 하겠지요.
보낼 카메라는 다시 못 올 지난 5년의 세월을 담아 떠나는 것 같습니다. 저만치 후다닥 내빼버린 비정한 시간을 안타깝게 합니다.
이제 이별하고 또 새로 맞이할 준비가 되었습니다.
“고생했다. 잘 가라.”
“반갑다. 잘 해보자.”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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