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야기

이산가족상봉

나이스가이V 2013. 8. 20. 08:30

지난 2004년 금강산에서 열린 제10차 이산가족상봉을 풀단의 일원으로 취재 했습니다. 바로 전 제9차 상봉당시 금강산 자락에 큰 글씨로 새겨진 천출명장 김정일 장군에 대한 우리 정부인사의 농담조 발언으로 상봉이 중단되는 일이 벌어졌었지요. 그 발언을 문제 삼아 일정을 중단시켰던 북측 인사는 '인생역전'에 성공했다더군요. 금강산으로 취재를 가기 전 통일부에서 받은 교육에서는 온통 하지 말라는 것 투성이었지요. 저의 말과 행동이 상봉행사를 중단시킬 수 있다는 생각에 살짝 쫄기도 했었지요. 앞선 상봉에서의 해프닝 때문인지 북측 인사들의 감시와 은근한 취재방해, 트집 잡기가 심했고 그래서 기분이 더럽던 기억이 남아있습니다.

 

한동안 중단됐던 이산가족상봉 재개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습니다. 지난 16일 이산가족상봉 신청 접수처인 대한적십자사에는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들이 가끔 찾아왔습니다. 이미 신청등록은 돼 있는 상태지만 어떻게 되나 궁금해 오신 듯 했습니다. “제발 이번에는 꼭 만나게 해 주세요접수처 직원에게 보내는 김 할아버지의 간절한 눈빛에 마음 한켠이 아려왔습니다. 할아버지는 올해 85세입니다

 

 

휠체어를 타고 접수처로 들어선 장 할아버지는 간간이 웃음을 지었습니다. 설렘이겠지요87세인 할아버지는 이번 대상자 선정에 많은 나이가 유리하지 않을까, 생각하셨던 모양입니다. 접수처 직원은 90대 노인들도 수 천 명이 된다고 했습니다. 할아버지는 허탈한 웃음을 여직원은 머쓱하고 미안한 웃음을 지었습니다. 휠체어를 타고 적십자사를 나서는 할아버지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북에 남은 형제를 그리워하며 견뎌온 긴 세월처럼 할아버지의 뒷모습은 많은 얘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9년 전 유쾌하지 못한 취재 기억 사이에서 유일하게 이름을 기억하는 있는 북측 인사가 있습니다. 물론 여성입니다. ^^ 그녀의 이름은 리향’. 남북기자단 만찬장에서 서빙을 했던 친구지요. 꾸밈없고 수줍어하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다시 취재를 가게 되면 그녀를 만날 수 있을까요.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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