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나의 첫 다큐는 무엇이면 좋을까. 보통은 뭔가 희망적인 것을 찾기 마련입니다. 여의치 않으면 ‘황금돼지의 해’니까 돼지와 연결되는 것은 없을까, 고민에 빠집니다. 빤한 고민에 답이 잘 찾아지지 않았지요.
머리를 쥐어뜯다 지난해 포토다큐를 결산한 마지막 다큐 글의 맨 마지막 단락이 불쑥 끼어듭니다.
“한해의 포토다큐를 돌아보며 아쉬움도 남습니다. 놓치고 외면했던 삶들이 스쳐갑니다. 어두운 귀는 상처받은 이들의 절박한 목소리를 제대로 듣지 못했고, 둔한 손은 그 삶의 순간들에 셔터를 누르지 못했습니다. 2019년 새해에는 우리 사회에서 아파하고 상처받는 ‘작은 사람들’에게 더 깊이 공감하며 다가가겠습니다. 그 삶에 가만히 카메라를 들겠습니다.”(2018년12월29일자)
‘아파하고 상처받는 사람들...’에 맞는 무엇이어야 한다는 생각에 이릅니다. 이 글을 쓸 당시에 굴뚝농성 중인 파인텍과 복직을 위한 길고 긴 싸움을 벌이고 있는 콜트콜텍 노동자들을 떠올렸던 것을 기억했습니다. 이번 다큐가 앞선 글의 다짐에 대한 답이면 더없이 좋겠다, 생각했습니다.
+파인텍 농성장 앞 굴뚝농성 노동자들을 수놓은 작품. 연대하는 시민들과 함께 만들었다.
+파인텍 노동자들이 426일간의 굴뚝 농성을 마치고 내려오는 동안 신유아씨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신유아’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문화연대 활동가로 ‘거리의 노동자’ 곁에서 늘 분주한 분이지요. 그의 활동을 따라가면서 새해 ‘거리의 현안’을 보여주는 건 어떨까, 다큐는 또 그만큼 진전했습니다. 지면에 흔히 쓰는 사진과는 좀 달랐으면 했습니다.
문화기획자인 신씨의 수많은 활동 중에 예술인, 시민들과 함께 만든 작품(업)에 꽂혔습니다. 부분으로 담기에는 큰 이야기를 하는가 싶어 머뭇거렸습니다. 어쨌든 벌이지 말고 좁게 가는 것이 옳다 판단했지요. 아니면 감당할 수 없었겠지요. 집회와 농성 자체가 아니라 그곳에 있는 ‘작품’과 이를 통한 ‘연대’로 ‘길 위의 현안’을 보여줄 수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다큐 시작이 빨랐던 만큼 고민의 시간도 길었고 그래서 더 버거웠습니다. 아쉬움이 남지만 지난 연말 다짐에 대한 첫 번째 답이라 위안하고 있습니다.
글에 쓸까말까 재다가, 유치하다는 자체 검열로 버린 문장이 있습니다. “신유아씨는 돼지띠다.” 황금돼지띠와 새해 다큐를 이으려는 강박이 끝까지 작용했던 것이지요.
[포토다큐] 길 위의 뜨거운 외침, 우리의 목소리는 예술이다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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