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펴고 서 있기 힘듭니다.-한국일보 류효진선배와 >
헬기 타 보셨나요?
물론 군 생활 하면서 낙하산 점프를 밥 먹듯 한 분들도 계시겠지만
사회생활하면서 헬기 탈 기회가 있는 사람은 조종사가 직업이 아닌 이상
별로 없겠죠. 사진기자를 하다보니 가끔 헬기를 탈수 있는 기회가 옵니다.
군 헬기나 산림청 헬기를 종종 타게 됩니다. 두 가지 경우 헬기를 타게 되는 데요.
차로 이동했을 때 충분한 취재와 마감이 어려운 먼 곳. 이런 곳은 이동수단으로 헬기가 지원되는 경우가 가끔 있습니다. 물론, 날씨가 꾸질하면 그마저도 힘들죠. 또 한 경우는 자연재해(큰 규모의 산불, 물 난리 등 상공에서 규모있게 보여줘야 의미가 전달되는 현장)같은 국가적 피해현장의 실태 등을 촬영하기 위해 지원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어제는 산림청 헬기를 탔습니다. 대관령 휴양림에서 열린 행사 취재를 위해 제공된 헬기입니다. 한강고수부지 광나루 지구에 헬기장이 있습니다.(몰랐죠?) 둔탁하게 생긴 것이 기대처럼 멋있는 모양은 아니었습니다. 헬기까지 걸어가는데 그 엄청난 바람과 귀를 찢는 듯한 소음은 상상 이상입니다. 육중하게 돌아가는 프로펠러에 머리가 닿지는 않을까 하는 말도 안되는 걱정에 몸을 잔뜩 움츠리고 헬기에 올랐습니다. 나눠주는 귀마개를 끼고, 간단한 서류를 작성하는데. 서류 마지막 부분엔 ‘사고발생시 연락처’ 기입란이 있더군요. 등골이 싸늘해 지더군요. 무심코 제 이름을 썼다가 지우고 다시 부장 이름과 회사 전화번호를 적어 넣었습니다. 착잡해지데요.
과연 이게 뜰까? 괜한 생각을 해봅니다. 반경 수 십 미터의 풀들을 눕히고 먼지를 일으키며 헬기가 솟아오르기 시작합니다. 경험 많은 선배들의 “괜히 찝찝하다”라는 말을 이해할 것 같았습니다.
구름위로 가는 항공기와는 다르게 서울 상공을 오른 헬기는 밑이 훤히 보이는 높이로 납니다. 언제 또 타나 싶어 유리창을 통해 카메라 셔터를 연신 눌러댑니다. 덜덜거리는 기체가 처음엔 쫄게 만들지만 조금만 적응되면 그 떨림이 아기를 재우는 어머니의 토닥임처럼 편안해 집니다. 그래서인지 동승한 경험 많은 타사 선배들은 편안하게 잠을 자더군요. 서울 광나루를 출발한 헬기 위에서 구리, 양평 정도 익숙한 지역이 보이더니 계속 비슷한 논과 낮은 산, 그 사이사이에 있는 마을을 지났습니다. 높은 산이 계속되는 걸 보니 통밥으로 강원도구나 정도 생각이 들었고, 조금 지나니 경포호와 강릉 앞바다가 보였습니다. 이륙하고 딱 한 시간이 걸리더군요.
한국 땅 참 좁다는 생각이 들면서, ‘이 헬기 제대로 내릴까’하는 괜한 걱정을 또 잠깐 했습니다.
<한강 광나루 지구 인근 서울 상공. 한강과 올림픽도로가 보입니다.>
<양평이죠?>
<논 뒤로 경포호가, 경포호 뒤에 강릉 앞바다가 보이네요.>
<돌아오는 길에 내려다 본 어느산 꼭대기에 불이 나고 있습니다.
헬기에서 본청으로 산불발생 신고해 재빨리 조치를 취했습니다.
큰 불 뉴스가 없는 걸 봐서 초기에 진화 되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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