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콘D4 2

이별의식

새 카메라가 들어왔습니다. 이 밥벌이 도구가 도착하자, 사무실에 있던 부원들은 박스를 뜯어 카메라와 부속 장비를 꺼내 살펴보고 정리하느라 부산했지요. 앞서 쓰던 카메라는 반납돼 한쪽으로 치워지고 있었습니다. 새 장비에 자리를 내주는 것이지요. 저는 마감을 핑계로 그 부산함의 대열에 끼지 않았습니다. 또 다음날부터 사흘간 외부교육이 있어 박스를 뜯고 정리할 시간이 없었지요. 잘 됐다 싶었습니다. 원래 새 물건을 좀 묵혔다 쓰는 버릇이 있어, 최종 반납 독촉 때까지 시간을 끌었습니다. 니콘D4. 제 손에 들려 지난 5년의 시간을 새긴 카메라입니다. 제 40대 전반을 온전히 함께 했지요. 취미 아닌 밥벌이를 책임졌다는 사실에 좀 짠해 집니다. 일일이 열거할 수 없는 많은 뉴스현장에서 저의 눈이 되고, 시선을 ..

사진이야기 2017.11.26

내 카메라의 대화

사진을 가르쳐 달라는 친구의 부탁을 주제넘게 받아들였습니다. 무엇부터 시작해야하나 고민했습니다. ‘사진을 잘 찍는 방법’을 얘기해볼까 하다가 ‘그 방법을 알면 너부터 잘 찍어라’는 제 안의 질타에 즉시 접었구요. ^^ 그리하여 첫 시간에는 주어진 빛에 적정한 노출을 얻는 방법에 대해 얘기하기로 했습니다. 감도와 조리개, 셔터를 잘 설명해야 했지요. 제게는 너무 익숙한 것이지만 이걸 초보자인 친구에게 쉽게 풀어 설명하는 것은 다른 영역의 일이더군요. 먼지 쌓인 채 방치된 사진서적도 들춰 보았습니다. ‘감도(ISO)’가 ‘감광속도’의 줄임이라는 것을 민망하지만 처음 알았습니다. 그리고 의심했습니다. 내 수족처럼 다룬다 생각했던 카메라를 나는 제대로 알고 쓰는가, 누군가에 쉽게 설명할 수 없는 것을 안다고 할..

사진이야기 2013.0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