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0 4

뻗치며 산다!!

'뻗치기'라는 기자들이 쓰는 은어가 있습니다. 군대에서의 얼차려를 연상케하는 단어인데요. 단어의 뉘앙스가 그러하듯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기약이 없지만 '일어나지 않을까'하는 어떤 상황이나, 뉴스의 중심에 있는 인물을 마냥 기다리는 조금은 무식하고 단순한 취재방법이지요. 지겹습니다. 하지만 왠만큼 간이 크지 않으면 자리를 떠서 다른 무엇을 할 수도 없습니다. 꼭 자리를 비운 잠깐동안 상황이 발생해 버릴 것 같은 불안감 때문이지요. 그제 태광그룹 회장의 어머니 집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됐다는 뉴스를 보고 바로 장충동으로 향했습니다. 기자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고 있었지요. 그저 '압수수색 영장발부'라는 사실에 '설마 이 늦은 밤에 하겠나'하는 의심을 가지면서도 모여든 것이지요. 집 앞에 도착하자..

사진이야기 2010.10.22

붉은악마, 역사를 가르치다

지난 1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한국과 일본의 축구국가대표 평가전이 열렸습니다. 선수들이 입장하는 동안 붉은 악마들이 앉은 골대 뒤에서 대형 플래카드가 파도처럼 밀려올라 갔지요. 서둘러 올라가는 게 사인이 안맞았나 싶었지요 보통 애국가가 울려퍼지는 동안, 대형 태극기가 올라가는 것이 익숙한 모습인데요. 두 군데서 밀려 올라간 플래카드. 하나는 안중근 의사, 다른 하나는 이순신 장군이 그려져 있었습니다. 이날 한일전은 양국 동시 생중계가 예정되었지요. 한국축구가 일본축구보다 한 수 위임을 상징하는 퍼포먼스이자, 역사를 왜곡하고 과거에 대한 반성없는 일본에 대한 붉은 악마의 경고였습니다. 이순신 장군과 안중근 의사의 기를 받아 경기는 시작됐고... 허우적된 끝에 0:0 무승부를 기록했지요. 그나저나, 일본 ..

사진이야기 2010.10.18

조화들의 힘겨루기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의 빈소가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됐습니다. 빈소에는 각 계에서 보내오는 조화가 줄을 이었습니다. 오는 순서대로 차례차례 조화를 놓으면 얼마나 수월하겠습니까 하지만, 그게 보통일이 아니더군요 먼저 와서 영정 가까이에 자리했지만, 조금 센 사람이 보내온 조화에 이내 밀리고 맙니다. 힘과 서열의 우위에 따라 차지하는 자리가 영정 가까이에서 좌우에서 멀어져 가지만, 그 우위가 애매할 경우에는 혼란이 초래되기도 합니다. 박희태 국회의장과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가 보내온 조화가 황 전 비서의 영정 오른쪽에 일찌감치 자리했습니다.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의 조화가 도착하자, 먼저 두 조화의 사이에 둘 수도 없었는지 자리를 차지하지 못하다가 반대쪽편 상석에 자리했습니다. 조화가 늘어날때마다 점점 입..

사진이야기 2010.10.18

축제의 그늘

지난 3일 서울 태평로에는 인파로 북적였습니다. 하이서울페스티벌이 진행되는 한편, F1 그랑프리의 성공적인 개최를 기원하는 축제가 열렸습니다. 세종로 사거리에서 대한문에 이르는 태평로는 차량이 통제됐고, 길게 이어지는 펜스 주위에는 F1 머신의 도심질주라는 이색 행사를 보기위해 시민들이 둘러섰습니다. 시민들의 관심 속에 경기용 자동차는 굉음을 내며 태평로를 오갔습니다. 쉽게 보기 힘든 차량의 질주에 관심있는 시민들은 환호하고 있었지요. 그 태평로를 가로지르는 지하도에는 노숙자 몇이 쌀쌀한 바람을 피해 종이박스로 몸을 감싸고 있었습니다. 잠이 들었나 싶어 슬쩍 들여다 봤더니, 얼굴을 가리고 있던 팔을 급히 움직이더니 잠을 설치는 듯 보였습니다. 축제의 뒤에는 이를 즐길 여유조차 없는 이들도 있다는 것을 새..

사진이야기 2010.1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