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9 4

국회 출입증을 반납하며

얼마전 국회 출입증을 반납했습니다. 지난 2년 가까이 국회 출입을 했습니다. 등록된 경향신문 출입 사진기자는 모두 3명. 그중 2진으로 출입했습니다. 앞서 3진으로 두 차례 출입했을 때와는 여러모로 좀 달랐던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3진 때보다 출입 횟수가 많아져 뉴스 흐름 파악에도 유리했고 앞서 출입 때보다 책임감도 더했겠지요. 국회의 일상과 그 안의 패턴을 읽는 시야도 넓어졌습니다. 매번 비슷한 대상과 상황을 사진에 담으면서 이 사진이 무엇을 새롭게 드러내는지, 마감했던 사진이 무엇을 바꿀 수 있는지, 기계처럼 찍어대고 생산한 사진이 쉽게 여겨지고 한없이 가벼워져 버린 게 아닌지, 그저 잠깐의 목적을 위한 일회용품으로 소비되는 것은 아닌지, 정치를 조금 더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방향으로 표현할 일은 요..

국회풍경 2016.09.26

그는 프로가 아니었다

그는 프로가 아니었습니다. 그가 프로였다면 현직 경찰관인 국회의장 경호원의 멱살을 잡지 않았을 겁니다. 그가 프로였다면 멱살잡이 사진과 비난이 인터넷에 일파만파 번지고 있는 바로 그 시간에 경호원을 찾아가 사과했어야 했습니다. 그가 프로였다면 여론의 눈치를 보며 나흘이라는 시간을 흘려보내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그가 프로였다면 경찰 고발을 몇 시간 앞두고 “사과했다”며 속 보이는 증거사진을 공개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가 프로였다면 ‘사과의 증거사진’을 찍을 일이 없도록 ‘멱살잡이의 증거사진’을 찍히지 말았어야 합니다. 그가 '진정한 프로'였다면 ‘사과했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하는 동안 '그 시선’을 들키지 말아야 했습니다. 사과의 진정성을 의심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철저하고 완벽하게 감췄어야 했습니다. ..

국회풍경 2016.09.06

카메라가 낯설어 지던 날

러시아 월드컵 한국과 중국의 최종예선처럼 관심을 끄는 경기는 기자실 자리 잡기 경쟁부터 치열합니다. 경기 시작 전 대여섯 시간 일찍 가는 게 기본이지요. 시작 두 시간 전에는 자리 추첨을 합니다. 번호순대로 선호하는 자리를 고르고 명함을 붙입니다. 좋은 자리가 반드시 좋은 사진을 보장해주는 건 아니지만 그런 자리를 차지하면 마음이 조금 가벼워집니다. 자리 추첨의 운으로 취재사진 결과물의 운을 점쳐 보기도 하는 것이지요. 국내에서 하는 A매치 시간은 보통 오후 8시. 신문 마감시간과 물려 있어 마음은 바쁩니다. A매치 취재는 오랜만이었지요. 경험이 없는 것도 아닌데 시종 허둥댔습니다. 몸이 생각을 따라가지 못했습니다. 접이식 의자 하나의 폭 안에서 두 대의 카메라와 무릎 위에 펼쳐 놓은 노트북을 다뤄야 했..

사진이야기 2016.09.05

'할배·할매에게 클럽을 허하라'

나이 들며 서러운 이유가 여럿이겠지만 ‘놀 거리가 없어진다’는 것이 그 중 하나이지 싶습니다. ‘나잇값’을 한다는 것이 솟는 욕구를 누르거나 쾌락의 자제로 풀이되는 것도 같습니다. 어르신들이 즐거움을 찾아서 누릴 공간과 문화가 드문 것은 나잇값을 강요하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지난 28일 홍대 앞의 한 클럽에서는 50대 후반에서 70대에 이르는 어르신들이 클럽 DJ가 틀어주는 ‘젊은이들’ 취향의 음악과 싸이키 조명 아래 춤을 췄습니다. 박수가 춤의 전부인 저는 어르신들의 다양한 팔동작과 스탭, 거기서 발산되는 에너지에 놀랐습니다. 한때 좀 ‘노셨던’ 모습이 그 위로 겹쳐 보였습니다. 한 노인은 “오늘 난 20대”라고 외치기도 했지요. 지칠 줄 모르고 몸을 흔드는 어르신들의 얼굴 주름에 ..

사진이야기 2016.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