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며 서러운 이유가 여럿이겠지만 ‘놀 거리가 없어진다’는 것이 그 중 하나이지 싶습니다. ‘나잇값’을 한다는 것이 솟는 욕구를 누르거나 쾌락의 자제로 풀이되는 것도 같습니다. 어르신들이 즐거움을 찾아서 누릴 공간과 문화가 드문 것은 나잇값을 강요하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지난 28일 홍대 앞의 한 클럽에서는 50대 후반에서 70대에 이르는 어르신들이 클럽 DJ가 틀어주는 ‘젊은이들’ 취향의 음악과 싸이키 조명 아래 춤을 췄습니다. 박수가 춤의 전부인 저는 어르신들의 다양한 팔동작과 스탭, 거기서 발산되는 에너지에 놀랐습니다. 한때 좀 ‘노셨던’ 모습이 그 위로 겹쳐 보였습니다. 한 노인은 “오늘 난 20대”라고 외치기도 했지요. 지칠 줄 모르고 몸을 흔드는 어르신들의 얼굴 주름에 즐거움이 가득 걸렸습니다.
이 특별한 행사는 ‘우리 동네 나이 없는 날’ 프로그램으로 열렸습니다. 홍대 앞 문화에서 소외된 서교동 지역 어르신들이 참여해 ‘나이로 인해 차별받는 문화의 장벽을 허물자’며 젊은이들의 문화공간인 클럽을 체험한 것이지요.
어르신들의 이채로운 모습에 흐뭇해하며 찍은 사진을 골라내다 문득 씁쓸해졌습니다. 지역 축제의 일환이지만 ‘나이 없는 날’이라는 특정한 날에만 노인에 대한 문화 장벽을 얘기하기 때문입니다. 늘 그렇듯 단발성 행사에 머물러 버리고 말지요. 마치 장애인의 날(4월20일)을 제외한 날에 장애인에 대한 얘기가 좀처럼 없는 것 처럼요.
100세 시대라는데 ‘할배·할매’들이 누릴 문화공간을 다양하게 만들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특히 안팎으로 희생하며 험한 시대를 건너온 어르신들이 배제되지 않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문득, 거리에서 클럽 전단지를 열심히 나눠주던 삐끼가 손 내민 저를 무시한 날이 저 먼 기억으로 떠올랐습니다.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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