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야기 470

유리멘탈

사진은 ‘기다림의 미학’이라고들 합니다만, 그 기다림이 미(美)의 가치를 보장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기다림 자체도 그리 우아한 일이 못 되지요. 그래서 기자들은 막연한 기다림을 ‘뻗치기’라 다소 가볍게 부르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지난 17일 새누리당 김희옥 혁신비대위원장이 당무를 거부하고 칩거에 들어갔습니다. 유승민 의원 등 탈당파의 일괄복당 결정 과정에 불쾌감을 드러낸 것이지요. 아침부터 김 위원장의 논현동 자택 앞에서 뻗치기에 들어갔습니다. 출입구부터 경비가 철저한 아파트 앞에서 그의 얼굴을 볼 수 있을까 싶었습니다. 찍을 수 있는 많은 일들을 두고 찍지 못할 수도 있는 일에 매달리는 것은 그것이 주요 뉴스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경쟁사의 기자들이 기다린다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

사진이야기 2016.06.20

에펠탑을 찾아라

블로그 만들어 놓고 일주일에 하나 업데이트하기도 버겁습니다. 머리가 맑은 날이어서 집중한 취재가 뒷얘기를 가져야하고, 이것이 ‘블로그 쓰면 좋겠다’라는 생각으로 스치고, 이후 ‘뭘 쓸까?’ 생각할 때 다시 떠올리게 되면 블로그 하나가 써집니다. 여러 가지 조건과 박자가 맞아줘야 겨우 하나 건지는 것이지요. 긴 시간 블로그를 방치하다보면 조바심이 생깁니다. 꼭 술 때문은 아니지만 대체로 머리가 맑지 못하여 새로운 것은 떠올리지 못하고 대신 자꾸 지난 사진을 꺼내게 됩니다. 앞서 올린 ‘중2의 여행사진’에 이어 또 파리여행사진을 올리려 합니다. 제가 국회 출입기자이니 국회의원들 사진을 내보이며 ‘썰’을 푸는 것이 도리이나, 방문자를 유인하기에는 ‘파리 사진’이 훨씬 영양가가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난 수..

사진이야기 2016.06.13

중2의 여행사진

지난 2월에 다녀온 파리여행의 사진 폴더를 열어보았습니다. 똑딱이 카메라로 1000장쯤 찍었더군요. 그중에 딸래미 사진이 시선을 붙들었습니다. 딸래미는 지금 ‘중2’입니다. 아내가 돈 모아 파리에 꼭 가야겠다고 했을 때 애써 외면했습니다. 잊을만하면 파리를 들먹이던 아내가 딸아이와 추억을 만들 마지막 기회라며 반쯤 협박을 했습니다. 이미 엄마아빠랑 어디 같이 다니기 싫어하는 나이고 앞으로 이런 기회가 더 없다는 의미였지요. ‘아빠와 함께하는 파리여행’... 제목부터 근사하다 생각했습니다. 마음을 고쳐먹고 통장 잔고를 탈탈 털어 파리로 향했습니다. ‘남는 건 역시 사진’ 비싼 돈 들였으니 아이의 추억이라도 부지런히 기록해주자며 카메라를 꼭 쥐었습니다. 사진 속엔 늘 없는 아빠, 그 아빠의 시선이 담긴 사진..

사진이야기 2016.06.03

그 손 내가 잡을 뻔

정계를 떠나 전남 강진에서 칩거하던 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고문이 뜨고 있습니다.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의 러브콜을 동시에 받고 있지요. 손 전 고문은 7일 경기도 남양주 다산유적지에서 열린 ‘정약용 선생 180주기 묘제’에 참석해 ‘다산 정약용에게 배우는 오늘의 지혜’라는 주제의 특강을 했습니다. 때가 때이니 만큼 기자들이 몰렸습니다. 더민주당의 선거 지원 요청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좀 더 생각해 보겠다”고 답했다지요. 몸이 단 양당에 비해 느긋한 손 전 고문. 정치인의 말과 행동에 있어 ‘실학적 자세’가 아닐까 싶습니다. 정치인이든 연예인이든 매체의 시야에서 사라지면 잊히기 마련이지만 시야에 늘 머물러 있는 이들의 정치놀음에 신물이 나다보니 칩거하고 있는 손 전 고문의 몸값을 바짝 ..

사진이야기 2016.04.08

삔 나간 사진

메모리 카드에서 사진을 지우려다 초점이 안 맞은 사진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흔히 카드에는 선택돼 골라내어진 사진보다 몇 배 많은 사진이 주목도 받지 못한 채 남게 마련이지요. 그 중에 초점이 나간 사진이 곳곳에 있습니다. 사진을 지우기 전에 한 번 빠르게 훑어보다 이런 사진들이 눈에 든 것이지요. 지난달 28일 함박눈이 내리던 날 스케치 사진입니다. 흐릿한 사진을 가만 들여다보니 수채화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좀 억지를 부리자면 인상파 화가 끌로드 모네의 그림을 연상케 합니다. 느낌이 있어도 경험적으로 이런 사진이 지면에 실릴 리 없고 그래서 버림을 받는 것이지요. 무엇보다 의도를 갖고 찍은 사진이 아니기 때문에 가치를 부여하기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버려지려다 지금 이 블로그를 위해 선택이 되었으니..

사진이야기 2016.03.09

'생 라자르 역에서'

파리를 다녀왔습니다. ‘언제 또 오겠나’ 싶은 곳에서 강행군하며 과한 일정을 소화했습니다. 그림을 좋아하는 아내를 말없이 가만히 따라다녔기 때문입니다. 부부가 같이 가는 여행의 기본 마음가짐이라고 하더군요. 그날은 파리 북부 ‘어느 곳’에 있는 벼룩시장부터 일정을 시작했습니다. 따라갔으니 지명이 기억에 남을 리 없지요. 벼룩시장에 벼룩 한 마리 사지 못하고 몽마르뜨로 향했습니다. 언덕을 올라 성당과 인근의 피카소가 살던 집, 고흐가 살던 집 등을 확인(기념사진)하고 미술관이 된 모로의 집까지 둘러봤습니다. 대부분의 일정을 걸어 다녔으니 해가 기울 무렵 몸에 힘도 기울었습니다. ‘생 라자르역’. 그때 기차역 이름 하나가 떠올랐습니다. 지도를 보니 그리 멀지 않았습니다. 여행 와서 제 의지로 찾아간 첫 장소..

사진이야기 2016.02.29

삼청동에서 만나는 행운

연예인을 가끔 찍습니다. 인터뷰 장소를 확인할 때면 “또 여기군”하는 곳이 있지요. ‘삼청동 한 카페’라는 사진설명으로 나가는 곳입니다. 사실 이곳은 8명의 판서가 살았다는 유래의 ‘팔판동’인데 그 일대를 통칭 ‘삼청동’이라 씁니다. 배우 강하늘을 찍었습니다. 밝고 에너지가 넘치는 깍듯한 친구였습니다. 드라마 ‘미생’의 장백기 정도로 알고 갔었지요. 영화 ‘동주’의 주연을 맡아 진행된 인터뷰였지요. 구조가 익숙한 카페입니다. 몇 안 되지만 제가 최근에 찍은 배우 인터뷰 사진 중 세 번에 두 번은 이곳에서 찍었습니다. 시간이 부족하다는 핑계로 다양하게 또 개성있게 찍지 못해 늘 아쉽지만, 이곳에서 저에게 부여하는 ‘미션’이 있습니다. 잘 몰랐는데 은연중에 '이 미션'을 수행하고 있었던 것을 강하늘을 찍으면..

사진이야기 2016.02.12

내 것으로 오는 풍광

사진으로 밥을 버는 자에게 사진 찍기가 휴식일 리 없습니다. 멋진 풍광을 앞에 두고 이것을 어떻게 담을 것인가를 고민해야하는 것은 고통입니다. 강원도 양양으로 1박2일 트래블(여행)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서울 시내와 국회를 오가며 반복하던 일상에서 잠깐 벗어나는 것이 나쁘진 않습니다. 제게 주어진 미션, 즉 여행면의 메인사진은 ‘낙산사 홍련암’이었습니다.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낙산사의 여러 모습을 담았을 겁니다. 참고삼아 낙산사와 홍련암의 이미지를 검색해 보려다가 말았습니다. 잘 찍어 놓은 사진을 보면 그 사진에 연연하게 될 것 같았지요. 무엇보다 발품 팔아 ‘딱 이 포인트’를 찾는 즐거움을 앗아가 버립니다. 겨울바다의 칼바람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시린 발로 그 ‘포인트’를 찾아 섰습니다. 의상대(정자)..

사진이야기 2016.02.03

새해에는...

2016년 들어와 오늘(4일) 첫 출근한 사진기자들은 아마도 ‘새해 첫 출근’ 사진을 어떻게 찍을까 고민했을 겁니다. 저 역시 출근길 지하철에서 제가 맡을 것이 거의 확실한 첫 출근 스케치를 생각습니다. 머릿속에는 이미 익숙한 사진이미지가 자리 잡고 있지만 ‘다른 거, 뭐 새로운 거 없나’ 싶은 거지요. 새해 새 각오로 시작하는 건 기자라고 다를 리 있겠습니까. 여러 다짐 중에는 새로운 사진에 대한 갈증도 포함됩니다. 그러다보니 새해 첫 출근길 사진을 생각하자마자 떠오르는 매번 보던 사진에 대한 거부의 몸부림이 살짝 일었던 것이지요. 그러나 결국 다른 것을 떠올리지 못하고, 매년 그랬던 것처럼 세종로네거리로 향했습니다. 저와 비슷한 생각을 했을 사진기자 동료들이 횡단보도에 모여 새해 인사를 나눴습니다. ..

사진이야기 2016.01.04

2015 내가 만난 사람들

2015년이 지나갑니다. 올해도 제 카메라는 수많은 사람을 담았습니다. 어떤 식으로든 저와의 인연이었던 이들이라 믿습니다. 그럼에도 시간이 지나면 잊힐 테지요. 지난 2014년에 이어 몇몇 사람들은 이 블로그에 남겨놓아야 할 것 같습니다. 훗날 저의 2015년 기자 생활을 떠올리는 의미있는 자료가 되겠지요. 월별로 모아 놓았던 사진을 빠르게 훑어보다 눈길이 머문 사진을 두서없이 골라냈고 거기서 몇 장 추렸습니다. 사건 속 인물도 있고 제 추억에 기댄 인물도 있습니다. 순전히 제 카메라에 담겼던 ‘2015 내 멋대로, 내가 만난 인물 정리'입니다. *삭발하는 엄마 세월호 참사 1주기를 앞두고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단원고 희생자의 어머니들이 삭발을 했습니다. 카메라 뒤에서 저도 눈물을 떨궜었지요. 세월호 이후..

사진이야기 2015.1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