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가는 나무 한 그루를 위해 주민들이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회견 장소로 향하며 속에서 슬그머니 이런 말이 올라왔습니다.
‘그깟 나무 한 그루가 뭐길래, 이게 얘기가 돼?’
‘은행나무 독살 주범 환기미술관 규탄 기자회견.’ 서울 부암동 주민들이 미술관 담벼락 앞 200년 수령의 은행나무 앞에 모였습니다. 회견은 미술관 측이 이 나무에 제초제를 뿌려 죽이려 한 것에 대한 공개 사과와 책임 있는 복원을 요구하는 자리였습니다.
주민들이 마이크를 잡았습니다. 골목을 지키는 나무가 주는 위로가 커보였습니다. 개인의 추억과 사연이 이어졌고, 나무를 죽이려 한 미술관 측을 규탄했습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예술가의 업적을 기리고 소개하는 미술관의 행태라는 것에 더 화가 나는 것 같았습니다.

발언자들은 목이 메는 듯 발언을 멈추고 감정을 추스르는가 하면, 떨리는 목소리로 발언하다 이내 눈물을 훔치기도 했습니다. 은행나무의 상태를 진단한 우종영 나무의사는 “나무는 독극물(제초제) 주입이 오래돼 죽어가고 있으며 아래쪽이 부분적으로 살아 뿌리가 마르지 않게 하는 등 여러 조치를 서둘러야 할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회견 후에 주민들은 서로 손을 맞잡고 은행나무 주위에 원을 만들어 생명 회복을 기원하는 춤을 췄습니다. 그리고 나무 기둥에 손을 모아 얹고는 외쳤습니다.
“미안합니다.” “함께 할게요.”
낯선 경험이었습니다. 한 그루 나무에 이만큼의 마음을 줄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뭇 생명과 도시에서 함께 살아간다는 것을 고민하게 하는 현장이었습니다. 식물권이라는 단어가 제법 구체적으로 제 안에 들어온 날이었습니다.
기억을 더듬어 한 주민의 인상적인 발언을 적어둡니다.
“이 은행나무에는 주민 각자의 스토리가 있습니다. 나무는 주민과 그런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나무를 죽이는 건 그 마음을 죽이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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