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야기

"나무를 죽이는 건 그 마음을 죽이는 일입니다"

나이스 야자 2026. 5. 27. 16:07

죽어가는 나무 한 그루를 위해 주민들이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회견 장소로 향하며 속에서 슬그머니 이런 말이 올라왔습니다.

 

그깟 나무 한 그루가 뭐길래, 이게 얘기가 돼?’

 

은행나무 독살 주범 환기미술관 규탄 기자회견.’ 서울 부암동 주민들이 미술관 담벼락 앞 200년 수령의 은행나무 앞에 모였습니다. 회견은 미술관 측이 이 나무에 제초제를 뿌려 죽이려 한 것에 대한 공개 사과와 책임 있는 복원을 요구하는 자리였습니다.

 

주민들이 마이크를 잡았습니다. 골목을 지키는 나무가 주는 위로가 커보였습니다. 개인의 추억과 사연이 이어졌고, 나무를 죽이려 한 미술관 측을 규탄했습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예술가의 업적을 기리고 소개하는 미술관의 행태라는 것에 더 화가 나는 것 같았습니다.

은행나무 독살 규탄 기자회견. 2026.5.26. 서울 부암동

발언자들은 목이 메는 듯 발언을 멈추고 감정을 추스르는가 하면, 떨리는 목소리로 발언하다 이내 눈물을 훔치기도 했습니다. 은행나무의 상태를 진단한 우종영 나무의사는 나무는 독극물(제초제) 주입이 오래돼 죽어가고 있으며 아래쪽이 부분적으로 살아 뿌리가 마르지 않게 하는 등 여러 조치를 서둘러야 할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주민들이 은행나무 독살 규탄 기자회견 중 생명 회복 기원하는 춤을 추고 있다. 2026.5.26. 서울 부암동

회견 후에 주민들은 서로 손을 맞잡고 은행나무 주위에 원을 만들어 생명 회복을 기원하는 춤을 췄습니다. 그리고 나무 기둥에 손을 모아 얹고는 외쳤습니다.

 

미안합니다.” “함께 할게요.”

 

낯선 경험이었습니다. 한 그루 나무에 이만큼의 마음을 줄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뭇 생명과 도시에서 함께 살아간다는 것을 고민하게 하는 현장이었습니다. 식물권이라는 단어가 제법 구체적으로 제 안에 들어온 날이었습니다.

 

기억을 더듬어 한 주민의 인상적인 발언을 적어둡니다.

 

이 은행나무에는 주민 각자의 스토리가 있습니다. 나무는 주민과 그런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나무를 죽이는 건 그 마음을 죽이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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