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야기

달따라 나서다

나이스가이V 2005. 2. 25. 16:58

23일이 정월대보름 이었죠.
'대보름'이라니, 달이 가장 크게 보이는 날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은 모양입니다.

당일 밤. 대보름이니 달사진을 한 번 써보는게 어떠하냐는
윗 분의 말씀이 있었습니다.

경험적으로 대보름날, 달 사진을 본 기억이 없었죠.
영상으로 보여주는건 가능하지만 한 장으로 보여줘야할 사진으론
적합하지 않은거죠.
보통 달집태우기나 쥐불놀이 등 대보름 전통행사 사진으로
대신하는 정도입니다.

보름달이 떴다고 달만 달랑 크게 찍으면 신문에 쓰지 못합니다. 아시죠? ^^
'도심에 뜬 보름달' 정도의 느낌이 나야되죠.
창밖을 내다보니 달은 이미 중천에 떴고,
서울에서 가장 높고 상징적인 서울타워를 걸고 찍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달을 따라 나섰습니다.
달과 남산타워를 가장 가까이 붙일수 있는 앵글을 찾아
서울시내를 헤매고 다녔습니다.
남산순환도로도 오르락 내리락하며...

한 앵글에 겨우 넣었다 싶으면 콩만한 달의 모양새가
보름달을 연상하기엔 약했지요.
안되겠다싶어 여의도로 갔습니다.
이번엔 63빌딩을 걸어볼 생각이었습니다.
겨우 각을 잡아 달을 좀 크게 찍었지만,
달의 노출과 건물안 조명의 노출은 엄청난 차이가 났죠.
달의 토끼문양이 나오게 찍으면 건물은 새까맣게 나와 흔적이 없고
건물 불빛을 조금 살리면 달은 노출 오버가 되는 거죠.

두시간 이상을 달을 따라 다녔지요.
안되는 사진이지만 카메라를 잡는 순간에는
어떻게든 찍어야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실패는 했지만... ^^
어쨌거나, 이런기회에 달을 한참 쳐다보게 되는구나 하는 생각에
의미를 부여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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