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건 전 총리의 대선 불출마 선언 기자회견이
서울 연지동 여전도회관 14층에서 예정됐었지요.
보통 각사에서 2명씩 나와 건물 로비와 14층 승강기 앞을 나눠 지켰지요.
혼자 간 저는 과감히 로비를 버리고 14층을 선택했습니다.
14층에 내리니 기자들의 시선이 일제히 저를 향했습니다. 뻘쭘하데요.
혹시 고 전 총리가 타고 있을지 모르기에 엘리베이터이가 14층에 멈추기만 하면
긴장된 카메라의 일사분란한 시선이 내리는 사람들을 계속 뻘쭘하게 만들고 있었지요.
고 전 총리를 기다리는 기자들과 역시 고 전 총리를 기다리며
기자회견을 막으려는 지지자들이 엉겨 넓지않은 승강기 앞 공간은 발디딜 틈이 없었지요.
겨우 사다리를 받쳐놓고 끼어 들었습니다.
한 10분 뒤 쯤, 고 전 총리가 도착했다는 얘기가 들려오고
기자들과 지지자들 사이에 승강이가 벌어졌습니다. 미처 정리가 되기전에
승강기가 열리자 기자들이 몰렸습니다. 경호원들과 지지자들과 기자들이 엉겼지요.
그 사이로 얼핏 고 전총리가 보였습니다.
하지만 저마다 높이 치켜든 카메라에 제 카메라를 들이밀 구석이 없었지요.
움직이며 밀어봐도 힘으로 버티는 여러 선수들을 제치고 낄 수가 없더군요.
사다리를 밟고 카메라를 더 높이 들었습니다. 보고 찍는 것은 포기, '난사(연사)'를
시작했습니다. 방법이 없었지요. 제발 한컷이라도 걸려라는 심정으로.
짧지않은 시간이었지만 이루 말할수 없는 '답답함'으로 속은 다 탔습니다.
그 아수라장 상황이 종료되고 한컷한컷 모니터를 통해 확인했습니다.
'답답함'의 거센 물결이 다시한번 밀려오는데...
차라리 로비에 있을 걸 하는 뒤늦은 후회를 했습니다.
'자리잡기'와 잡은 자리를 지키는 혹은, 밀어내는 '몸싸움'이 사진기자의
주요 덕목이라는 걸 새삼 느끼는 현장이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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