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정씨(가명)는 홀로 사는 50대 남성입니다. 그는 가난하고 아픕니다. 이틀을 함께 보냈습니다. 다친 다리에 통증을 느끼면 12개의 알약을 털어 넣었습니다. ‘식후 30분’이라 써 있는데 식사는 먹는 둥 마는 둥 했지요. 애초에 ‘50대 고독사가 많다’는 뉴스에서 시작한 다큐였습니다. 고독사를 찍을 수 없어, ‘고독사 위험군’에 속하는 대상으로 섭외를 했습니다.
혼자 밥 먹는 모습을 찍고 싶었습니다. “평소 어떻게 드시냐?” 물었더니, “뭐 대충 고추장에 비벼서 먹는다”고 했습니다. 밑반찬도 없이 말이지요. 취재를 마무리할 무렵, 그가 쌀을 불려 밥을 지었습니다. ‘마지막 사진 컷이 되겠구나.’ 그는 반쯤 남은 카레 가루를 들어보더니 야채를 사왔습니다. 10500원을 썼습니다. 그에겐 가볍지 않은 지출이었습니다. 과거 중국집 주방장의 솜씨로 뚝딱 카레를 완성했습니다.
사실, 평소대로 반찬 없이 고추장에 비빈 밥을 먹는 모습이 혼자 사는 병들고 가난한 남성의 모습을 가장 잘 드러내는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제 마음을 모르는 그는 “오늘은 제대로 먹는 날”이라고 했지요. 좀 더 극적인 걸 바라는 건 사진기자의 경험에서 비롯한 버릇입니다. 아쉬웠지만, 홀로 먹는 카레덮밥도 ‘차선은 되겠구나’ 했지요.
밥을 두 그릇을 퍼서 카레를 떠서 부었습니다. 그리고 세탁기 위에 밥상을 차렸습니다. 혼자 먹는 밥이 핵심인 사진인데, 두 그릇이 놓였으니 잠시 난감해졌습니다. 한 그릇을 잠깐 치우고 찍을까, 하다가 말았습니다.
두 그릇의 밥. 세탁기 앞에 선 채로 후다닥 먹는 저녁이지만 어쩌면 그가 가장 바라는 식사일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군가 마주보고 얘기하며 먹는 밥. 며칠 지나고 보니, 한 그릇보다 두 그릇이 놓인 사진이 더 깊은 쓸쓸함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다큐사진 캡션에는 “한 그릇은 기자를 위한 것이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사진에 개입하지 않았음으로 개입하게 된 그런 사진이 되었습니다. 그날 카레는 이틀 동안 말벗이 된 한 사진기자를 위한 ‘특식’이었던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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