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되면 사진기자들은 특히 바쁩니다.
이런저런 망년회 때문만은 아닙니다.
소위 송년호, 신년호 기획사진을 준비하기 때문입니다.
한해를 돌아보며 정리하는 의미를 담은 사진은 12월31일자에 소화되고,
한해를 시작하는 주로 '희망'적인 메시지를 담은 사진은 1월1일자에 게재되죠.
주로 신문 1면에 크게 쓰기 때문에 여간 신경이 쓰이는게 아닙니다.
신문사 사진기자들 사이엔 묘한 신경전도 일어납니다.
각 사가 준비하는 작업이 1급 비밀에 붙여지는 건 당연하지요.
독특하고 색다른 접근을 모색하지만 결국 많은 사진들이 해나, 자동차궤적 등
의 뻔한(?)소재에 집착하게 되더군요. 이번 송년, 신년도 얼마나 많은 사들이
해가 들어있는 사진을 선보일지 눈에 선합니다. 관심갖고 한번 지켜보세요.
재밌으실 겁니다.
여러명의 기자들이 각자가 낸 아이디어로 여기저기 출장을 다니면서
사진을 찍어옵니다. 해가 들어가야할 사진이라면 날씨가 따라줘야하기에
1주일 이상을 버티고 있기도 합니다. 해가 떠오르는 5분 정도 시간을 위해
해가 잘 떠줄까, 멋지게 떠줄까...이런 생각들로 밤잠을 설칩니다.
이른 새벽 떨면서 해를 기다리는 마음, 그 초조한 마음을 이해하실 수 있는지요? ^^
대여섯명의 기자들이 각각 준비한 사진들은 중에 낙점을 받는
사진은 1면용 신년, 송년 한장씩 두 장 정도.
고생하며 찍지만 빛을 보는거보다 사장되는게 많죠.
작년에 제가 찍어 빛보지 못한 사진입니다.(아래)
작년에 대구지하철화재가 가장 큰 뉴스였죠.
지하철 위로 해의 궤적을 넣는 다중촬영을 시도한거죠.
*다중촬영은 한 필름위에 여러번 이미지를 넣는 촬영기법입니다.
두 대의 카메라로 찍었으니 하루 종일 찍어도 2컷.
그나마 첫날은 카메라 조작 미숙으로 실패.
둘째날 2컷 중 한 컷이 겨우 성공했지요.
새벽 4시경 운행을 준비하는 대구지하철의 상을 먼저 찍었습니다.
화재참사가 난 '중앙로역' 방향이라는 표시가 들어와 조금 섬뜩했죠.
그리고 무작정 해뜰때까지 기다렸습니다. 트라이포드에 받쳐놓은 카메라를 두고
자리를 뜰수가 없죠. 혹시 지나가는 개나, 고양이가 건드릴 수 도 있으니까요.
화장실도 있는힘을 다해 달려갔다 와야 했지요. 해가 산위로
보이기 시작하는 8시경 부터 오후 5시까지 약 20분 간격으로 찍었지요.
그러니까 한 장의 사진을 완성하기 위해 약 13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고생스럽지만 완성된 사진에 대한 기대감에 버틸수 있습니다.
게재됐다면 더 좋았을텐데요. 아깝지만 처음 시도한
해의 궤적 다중촬영은 사진의 또다른 묘미를 남기더군요.
좋은 사진이라기보다 심혈을 기울여 장시간 찍은 사진이라
애착이 많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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