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야기

'삭발'...안할수도 있었는데...

나이스가이V 2004. 9. 2. 19:36
경기대 총학생회 학생들이 재단비리 등에 반발 재단이사회 사무실을 점거하고 44일째
농성을 하고 있습니다. 교육부가 어제 일부 사립대의 비리투성이 감사결과를 발표한 것과 관련, 학생회의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학생들이 보내온 보도자료의 마지막 부분에
'참고로...삭발투쟁이 진행될 예정...' 이 눈에 들어왔죠.

'삭발'은 강력한 항의이며, 사진기자들에겐 단순히 구호를 외치는 사진보단
더 좋은 사진소재입니다.

통상적인 사건경과보고, 성명서 발표, 질의응답을 했죠.
성명서 발표중 구호를 외칠때 사진을 몇 컷 찍어뒀습니다.
왠지 그냥 끝날것 같은 분위기 였지요.

'안하면 말지 뭐!'라고 생각하던 차에,
학생들이 할지말지를 망설이는 듯 하더라구요.

충전중인 바리깡을 이미 본지라,
"기왕 준비하신거 하시죠. 머리깎으실때도 된거 같은데..."

그래서 '삭발투쟁'은 시작되었습니다.
경험적으로 삭발이 그리 오랜시간이 걸리지 않거든요.
뒤에서 학생들이 구호를 외치고 여러곡의 노래도 부르며 격려를 하는데,
의식이 좀처럼 끝나지가 않았습니다.

결국 삭발이 중단되었습니다.
머리를 깎은 부총학생회장은,
"바리깡이 머리를 깎는데 아니라 쥐어 뜯는다"며 너스레를 떨더군요.
아팠던 거지요.

깎다가 실패한 듬성듬성 패인 머리는 이발소에서 정리를 했을겁니다.
저만 없었으면 '삭발' 안할수도 있었을 텐데...

초판 신문에 안 실렸으면 굉장히 미안할뻔 했습니다. ^^

 
보통 삭발 사진은 빡빡밀어 하얀 상태로 구호를
외치는게 전형입니다만, 오늘은 사정상.

점거농성장 사진 몇장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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