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다큐

취재 마무리는 기념사진

나이스가이V 2021. 4. 6. 15:50

노년에 한글을 배워 시를 쓰고 시집도 냈다는 칠곡 할매들은 이 코로나 시기를 어떻게 보내고 있을까. ‘할매들의 한글공부 이야기를 담은 다큐영화 <칠곡 가시나들> 기사를 읽다 문득 궁금했습니다.

 

경북 칠곡군을 찾았습니다. 지난해 말 코로나 3차 유행 이후로 할매들의 배움터는 다시 문을 닫았습니다. 학교 가서 공부하는 즐거움을 감염병에 잃은 어르신들은 하루하루가 참 지엽다(지겹다)”고 했습니다.

 

자꾸 이자뿐다(잊어버린다)”는 할매들은 을 잃지 않으려고 일상을 삐뚤빼뚤 글로 옮겨도 보고, 침침한 눈을 비벼가며 두세 쪽이라도 책을 읽었습니다.

 

배우고 난깨 인제 풀 한 포기도 예사로 안 보이더라고예.” 북삼읍 숭오2리에서 만난 봉재순 할머니의 말입니다. 배움이란 게 이런 것이구나, 하고 배웠습니다. 할머니는 공부하고 시 쓴 얘기를 펼쳐놓는 내내 봄꽃보다 환했습니다.

 

할매들은 멀리서 온 기자를 반겨주었습니다. 코로나 확진자가 많이 나오는 서울에서 왔는데도 말이지요. 가난했지만 열심히 살아온 지난 삶의 이야기를 들려줄 때 그 안에 지혜와 통찰이 있다고 느꼈습니다. 할머니 개개인의 서사가 글이나 시로 남을 수 있게 돼 참 다행이다 생각했습니다.

 

숭오리 마을 입구 담벼락에는 봉 할머니의 시가 새겨져 있었습니다. 앵글 속에 시를 넣고 담장에 기댄 할머니의 사진을 찍어드렸습니다. 사진을 인화해 다큐기사가 게재된 신문 몇 부와 함께 부쳤습니다.

 

사진이 맘에 드신다면 집 안 어딘가 잘 보이는 곳에 두시겠지요. 이 기념사진에는 취재를 기분 좋게 추억해 주십사 하는 마음도 담았습니다.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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