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3 8

우는 남자

수영선수 박태환, 가수 태진아, 이완구 총리. 직업도 나이도 다른 이 세 사람을 하나로 엮는 이미지는 무엇일까요? 맞습니다. 눈물입니다. 최근 세 남자 모두 기자회견이나 취재진 앞에서 눈물을 보였습니다. 비슷한 기간 눈물을 보인 여성의 이미지는 딱히 떠오르지 않아 그런지 ‘우는 남자들’의 모습은 더 도드라져 보입니다. 왜 울까요. 잘못에 대한 후회와 반성, 대대적인 보도와 의혹제기 등에 대한 억울함, 미래에 대한 두려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눈물샘을 자극했겠지요. 여기에 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수단의 눈물이라는 의심도 보태집니다. 대중 앞에서 보인 눈물이 위기의 정면 돌파에 도움이 된다는 계산이 들어가 있는 듯합니다. 대게 인지도 있는 인물의 눈물 사진은 웹과 지면을 도배합니다. 글로 추측되고 증폭되는 ..

사진이야기 2015.03.31

속도는 병이다

서울을 벗어날 때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집니다. 그것이 출장이어도 그렇습니다. 잠시 떠남의 설렘과 탁한 공기를 뒤로하는 상쾌함보다 오히려 도시의 숨가쁜 속도를 잠시 벗어나는 것이 그 이유인 것 같습니다. 산수유가 만발했다하여 전남 구례를 다녀왔습니다. ‘꽃을 보고 즐긴다는 것’은 확실히 ‘느림’의 영역이지요. 그런 느긋한 마음으로 산수유 사진을 찍고자 했습니다. 6년 만이자, 네 번째로 산수유마을을 찾은 것이지요. 마감에 임박해 헉헉댔던 지난 세 번의 취재보다 훨씬 여유로웠습니다. 연차인지, 나이인지 여하튼 세월이 제 안에 무언가 다른 무늬를 새겨놓은 때문이라 생각했습니다. 내 안의 여유를 발견하자 ‘이 느낌 유지하자’고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주말 마을 초입에는 산수유 축제 채비로 분주했습니다. 차량들이 ..

사진이야기 2015.03.26

오뎅 정치학

4.29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여야는 본격적인 선거체제에 돌입했습니다. 지난 19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선거지역 4곳 중 한 곳인 성남 중원구를 찾았습니다. 성남산업단지관리공단에서 현장최고위원회의를 가진 김 대표는 이 지역에 출마한 후보자와 재래시장을 돌았습니다. 서민 유권자의 마음을 얻기 위해 재래시장만한 곳도 없습니다. 웬만한 연예인보다 방송화면에 자주 등장하는 정치인은 어디를 가나 관심을 끌지요. 시장입구부터 상인 등과 인사를 나누며 시장을 가로질렀습니다. 사진기자들은 그림될만한 곳에 미리 자리를 잡고 대표를 기다립니다. 보통 시장의 먹거리가 있는 곳이지요. 정치인과 상인이 인사를 나눌 때 시장음식은 공간 배경이 됩니다. 더 나아가 대표가 음식을 집어먹거나 상인이 대표에게 먹여주는 모습..

국회풍경 2015.03.21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어제 TV에 우윤근 의원만 나오데요” “뭐, 옳은 말 했나보지요” 이병호 국정원장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 전체회의장에서 새누리당의 이철우 의원이 던진 말에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여유롭게 받았습니다. 웃자고 한 말이었지만 말 속엔 뼈가 있습니다. 전날 종일 인사청문회가 열렸는데 TV뉴스에는 우 의원 질의 중심으로 보도됐다는 것이지요. 정보위 여야 위원들은 그런 얘기 등을 하며 회의 시작을 기다렸습니다. 이날 기자들을 위해 회의 시작 전 사진이나 영상을 찍을 수 있도록 스케치 취재를 허락했습니다. 평소 정보위는 국가기밀 등이 얘기되는 회의라 취재진에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물론 국정원장 인사청문회는 예외입니다만. 회의가 시작되기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는 기자들을 ..

국회풍경 2015.03.17

웃어라 박주영!

7년 만에 K리그에 복귀한 박주영이 FC서울 입단식을 가졌습니다. 취재진이 일찌감치 진을 쳤습니다. 누군가 툭 뱉습니다. “내내 고개 숙이고 있는 거 아냐?” 알려져 있는 것처럼 미디어와의 불편한 관계를 함축하는 말로 들렸습니다. 박주영이 회견장에 들어섰습니다. 장기주 FC서울 사장이 등번호 ‘91’의 유니폼 상의를 건넸고 박주영이 취재진 앞에서 입었습니다. 최용수 감독이 꽃다발을 전달했습니다. 사장, 감독, 선수가 손을 모으고 포즈를 취했습니다. 박주영은 구단 관계자의 진행에 따라 일사천리로 행사가 이뤄지는 동안 단 한번 웃음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입단식에서 꼭 웃어야 된다는 법은 어디에도 없지만, 사진기자들은 바랍니다. 취재진 앞에서는 통 웃지 않는 박주영이라 더더욱 화끈하게 웃는 모습 한번 보고 싶..

사진이야기 2015.03.13

왜 물 먹는 사진을 찍는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열렸습니다. 이날 두 명의 장관 후보자는 현역 국회의원입니다. 평소 친분 있고 낯익은 의원들이 줄지어 앉아있어도 긴장된 표정을 감출 수 없습니다. 아는 사람이 더 무서운 법이지요. 청문회장을 가득 메운 취재진도 의정활동하며 여기저기서 만난 기자들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보였을 테지요. 고위 공직자의 자격 요건인 듯 후보자들은 위장전입, 다운계약서 등의 의혹으로 도덕성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요즘 그 정도로 낙마하진 않는 분위기 때문인지 사과도 당당했습니다. 한편 내년 4월 총선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다면 장관직 수행 기간은 불과 10개월 남짓이지요. 이날 야당 의원 중심으로 후보자들에게 총선 불출마 의사를 물었고, 두 장관 후보는 즉답을 피했습니다. 집요한 질문과 불출마 요구에 ..

국회풍경 2015.03.10

'미 대사 피습' 조간신문 1면

국회로 출근하는 길에 마크 리퍼트 미 대사의 피습 속보가 휴대폰에 떴습니다. 평소 속보에 민감하지만 쏟아지는 속보 속에 가치 없는 속보, 낚는 속보도 많아 ‘미 대사의 피습’이라는 말에도 ‘의심’이 고개를 듭니다. 직업병이지요. 그 피습의 정도와 내용의 진위까지 의심하게 됩니다. 뉴스가 클수록 오히려 의심은 더 커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의심의 순간은 잠깐이고 다시 직업적 현실로 돌아옵니다. 미 대사 조찬 강연에 우리 부서에서는 취재를 갔을까. 갔다면 이 상황을 찍었을까. 국회 기자실에 들어서니 뉴스채널들이 경쟁적으로 속보를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현장에 있었던 채널은 영상을, 그렇지 못한 채널은 사진 한 장 띄워놓고 한·미 관계와 파장, 용의자 신상과 배후 등의 얘기들을 늘어놓고 있었지요. 늘 출연하는 고..

사진이야기 2015.03.08

'891, 71, 0'

국회를 한 주 동안 매일 나오게 됐습니다. 이날(3월2일)은 김영란법 등 쟁점 법안 처리를 위한 막판협상 등으로 챙겨야 할 일정이 많았습니다. 국회로 출근해 기자실에 카메라를 내려놓자마자 구내식당에서 아침밥을 먹었습니다. 1000mg 비타민도 한 알 삼켰습니다. 몸이 벌써 반응하는 바쁜 날을 예감했습니다. 밥과 비타민은 몸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였지요. 국회 하루의 시작은 여야 아침회의입니다. 09:00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 김무성 대표 등이 들어올 때의 분위기와 김 대표 등의 모두발언을 카메라에 담습니다. 09:15 뛰듯이 이동해 이번에는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회의를 찍습니다. 보통 당대표의 발언은 지나가 버린 뒤지요. 매번 새누리 먼저냐, 새정치 먼저냐를 망설이게 마련입니다. 기자실에 돌아와 여야 아..

사진이야기 2015.0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