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야기 468

하늘이 도와주기도 하는...

그제가 입춘이었죠. 입춘을 하루 앞두고 스케치를 나가야 했습니다. 이날 올겨울 가장 추운날씨를 기록하고 있던 터라 '봄을 시샘하는 추위'에 포커스를 맞췄습니다. '무엇을 어떻게 찍을 것인가'에 대한 것에서 고민에 빠져듭니다. 봄+추위.... 이 두 이미지가 같은 앵글 속에 담겨야 한다는데 까지 생각이 확장 됩니다. 봄과 추위라...머리를 쥐어뜯은 끝에 '입춘대길' 등 입춘서 써주기 행사에 착안했습니다. 입춘이라는 글과 글쓰는 이의 추운모습(입김, 장갑, 귀마개...)을 매치시키면 되지 않을까 막연히 생각했죠. 한국민속촌에서 다행히 행사가 있더군요. 갔지요. ^^ 머릿속에 그린것은 보통 현장에서는 전혀 다른 상황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경우 '그림이 안된다'는 표현을 쓰죠. 지나치게 연연하다보면..

사진이야기 2006.02.06

인파사진 찍을때마다...

설을 앞두고 재래시장의 상징인 남대문 시장 스케치를 하는 것은 정형화된 사진 혹은 영상 아이템입니다. 십 수년 고참 선배부터 막내까지 시장 어느건물 옥상에서 보면 시장의 전경을 찍을 수 있다는 나름 노하우가 전수될 정도입니다. 몇 년 전만해도 타사에 남대문시장 사진이 먼저 나가면 '반성'^^하고 새벽마다 근무자들이 시장을 누비곤 했습니다. 지금 그정도는 아니지만 명절 즈음 한번은 쓰는 아이템인건 확실합니다. 흔히 시장을 향할땐 명절을 앞뒀으니, '북적이는 인파'를 생각합니다. 하지만 대형할인점들이 동네 곳곳에 파고든 이후, 이곳 상인들은 "사람이 없다, 장사안된다, 이렇게 힘든적 없다"는 말을 몇 년 전부터 되풀이하고 있죠. 그러다보니 '북적이는 인파'에 포커스를 맞추기도 힘들지요. 심지어 우연히 같은 ..

사진이야기 2006.01.17

두 전 장관의 만남

김근태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 나란히 당으로 복귀를 했습니다. 연초부터 각종 여론조사를 통해 대권에 도전할 유력인사들의 지지율이 발표될때 빠지지 않는 두 분이죠. 대권까지 여세를 몰아갈 당권에 대한 도전도 이 두 분에 시선을 뗄 수 없는 이유죠. 열린우리당 전국 여성위원회 신년 인사회에 나란히 모습을 나타낸 두 분. 언론의 포커스는 당연 두 사람에게 향했습니다. 들어서자마자 참석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눕니다. 수많은 취재진의 출현에 그 의미를 정확히 알고 있는 당 관계자가 취재진을 위해 포즈를 요구했습니다. 악수를 나눈 채 한참 동안 사진기자들의 플래시 세례를 받았습니다. 기자들에 대한 배려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 정동영 전 장관이 먼저 자리에 앉았습니다. 그 옆 빈자리..

사진이야기 2006.01.12

옛 생각...

이젠 떠올리려해도 몇몇 단편적 기억뿐인 시절. 그시절 친구들의 이름도 얼굴도 다 잊혀졌지만 막연한 그때를 흐뭇하게 그릴수 있는 행사가 코엑스에서 열렸습니다. 짝꿍의 물건이 넘어오지 못하도록 열심히 금을 그어 움푹파진 책상이며 손바닥만한 걸상... 온갖 불량스런 식품들이 유혹하던 학교앞 문방구. 겨울내 손이 터서 피가 나도 열심히 쥐었던 종이딱지. 참 다양한 게임법이 있었는데...열다섯 글자모으기...뭐 이런거였지 싶습니다. 100원에 열발씩 팔던 구슬도 있더군요. 옛날을 그리는 행사가 열리고 그때먹던 불량식품이 다시 인기를 끄는걸 보면 그때보다 훨씬 풍요로워 진 삶속에서 마음은 그만한 크기만큼 가난해지나 봅니다. 옛 생각에 함 빠져 보심이...

사진이야기 2006.01.05

그가 웃으면 특종!

박주영 단독인터뷰. 다음 일정으로 촉박한 인터뷰 시간. 좀처럼 제스처와 웃음이 없는 그라 인터뷰 끝나고 잠깐 따로 사진을 찍기로 했습니다. 그와중에 체육부 선배의 인터뷰는 시간을 넘기고 박주영의 매니저는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습니다. 기껏해야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시간은 1~2분. 미리 봐둔 별이 걸린 크리스마스 트리 옆으로 안내하며, "팬입니다" 라며 씩~ 웃었더니 수줍은듯"감사합니다"하고 말하더군요. 실제 박선수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짧은 시간에 표정을 잡아내야 하기에 조금은 계산된 멘트이기도 했습니다. 한국축구의 보배같은 존재, '스타'이기에 별 옆에 세웠는데 발상이 유치한듯 하지만 사진속에서 그걸 독자들이 읽어내셨으리라 믿고 있지요.^^ "자~ 조금 오른쪽으로, 한 발짝만 앞으로 오세요" 자리를 조정..

사진이야기 2005.12.13

황우석교수의 점심!

황우석 서울대 석좌교수가 12일 새벽 퇴원해 서울대 수의대 연구실로 출근했습니다. 전날 야근한 선배와 아침에 황교수 연구실 앞에서 임무교대를 했죠. 몇 명의 기자들은 황교수가 연구실로 들어오는 장면을 카메라에 담았지만 그 상황을 못 본 대다수의 기자들이 허겁지겁 몰려와 좁은 복도는 기자들로 붐볐지요. 12일 중으로 황교수가 다시 병원에 입원 할 거라는 얘기가 돌자, 언제 열릴지도 모르는 연구실 문만 주시하고 있었습니다. 뒤에 방송 카메라 때문에 쭈그린 자세로 몇 시간이고 버텨야 했습니다. 해보신분 아시겠지만 정말 힘든 자세입니다. ^^* 황교수의 얼굴을 카메라에 담는게 최선이지만 기자들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합니다. 소위 말하는 '면피용' 사진이라도 찍어놔야 차선, 차차선으로나마 쓸수 있기 때문이죠. 기다..

사진이야기 2005.12.13

한승주교수 고별강연에서

12월 8일 고려대학교 인촌기념관 대강당에서 주미대사와 외교통상부 장관을 지낸 한승주(65)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의 고별 강연이 있었습니다. '외교란 무엇인가?'에 대한 강의였지요. 고별강연하는 한교수의 그림자가 학자로서 한때 외교수장으로서의 긴 세월, 역경을 대변하는 듯 합니다. 대강당을 매운 학생들을 위해 강의의 소주제에 맞는 내용의 사진들을 파워포인트을 이용해 일일이 보여주었습니다. 고별강의를 위해 경험을 바탕으로 압축해 직접 준비한 30페이지 분량의 책자를 차근차근 읽어 내려갑니다. 한일관계 등 외교현안에 대한 자신의 생각도 곁들였습니다. "앞으로의 외교는 여러분 학생들에게 달려있습니다"라는 고별강연 마지막 말에는 북받침을 참으려 했지만 어쩔 수 없는 울음이 스며 있었지요. 제자들은 스승에게 ..

사진이야기 2005.12.12

신문사진의 비밀(?)

신문에 쓰이는 사진을 보면 '널널'하게 공간이 있는 사진을 좀처럼 보기 힘들지요. '공간'이 주는 의미나 메시지가 없다면 대체로 '빡빡'하게 찍습니다. 사진속 불필요한 공간은 아예 찍는 과정에서 제거되는 경우가 많지요. '제한된 지면' '아까운 지면'이라는 말로 초년병 시절 선배들로부터 그렇게 교육을 받았지요. 지금은 그런 공간을 보는 마음의 여유가 조금은 생겼지만 교육받던 시절에 '병'적으로 공간을 앵글에서 밀어내려고 고민, 스트레스 많았지요. 오늘 게재된 성균관대 외국인의 한국전통혼례체험 행사 사진과 원본사진을 공개합니다. 먼저, 게재된 사진입니다. 빡빡하죠? 머리위, 등뒤, 손아래 공간을 거의 두지 않습니다. 주제에 시선을 빼앗는 모든 공간들이 제거 되었지요. 위 사진의 원본은요. 게제된 사진은 위..

사진이야기 2005.11.30

환경미화원 채용시험 28:1

서울 구로구 환경미화원 신규채용 실기시험이 안양천 둔치에서 치러졌습니다. 20kg 모래자루를 차량에 얼른 싣고, 다른 20kg 모래자루를 들고 100m를 달리는 시험입니다. 채용시험에는 5명 모집에 144명이 응시해 28대 1의 경쟁률을 보였구요. 지원자 중 대졸자가 37명이었고 대학원생도 있었다는군요. 응시자 중 2,30대가 82%를 차지했다고 합니다. 응시자들이 실기시험에 앞서 운동장 돌며 몸풀기를 하고 있습니다. 20kg 모래자루를 차량에 던져 싣고 있네요. 모래자루 들고 100m 스타트! 많은 응시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선배 미화원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여유있어 보이는 여성 응시자 '파이팅'~~ 또 다른 여성 응시자는 무게가 버거운듯 반환점을 돌아오다 모래자루를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사진이야기 2005.11.24

노숙자...그들만의 섬

서울 용산역 뒤 조그만 공원. 오전 11시가 넘어 노숙자들이 몰려들기 시작합니다. 무료급식을 타기 위해서 입니다. 인근 상인에게 위치를 물어물어 한참을 헤맨뒤에야 그 곳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한 유료 주차장 안으로 들어가 구석쪽으로 돌아서니 연두색 철조망으로 둘러싸인 곳에 눕거나 앉거나 한 노숙자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얼마전까지만해도 지하차도 근처 길가에서 배식이 이뤄졌었죠. '쾌적한 공원으로 이전'이라고 안내문은 말하지만 공원이라 우기기 좀 힘든 곳이었구요.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으로 옮겼다는 느낌이 더 들더군요. 카메라 없이 한번 지나가 보았습니다. 노숙자들 외엔 통행하는 사람이 한 둘 있을까 말까한 곳이었죠. 용산역 뒤에 '그들만의 섬'으로 떠있었습니다. 11시 30분쯤 되니 2백명은 족히 넘..

사진이야기 2005.1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