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야기 468

매년 똑같은 사진

석탄일을 앞둔 조계사의 연등을 찍었습니다. 3년 달아서 나간거였더군요. 제작년 이맘때 조계사 옆 출판사 옥상에서 사진찍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작년 이맘때 그 출판사 문이잠겨 결국 올라가지 못했던 기억도 또렷합니다. 다시 오늘 조계사에 서서 시간이 이렇게도 빠른구나 했지요. 매년 돌아오는 기념일이고 나 아닌 누구라도 와서 찍을 수 밖에 없는 일이지만, 머리를 굴리고 발품을 팔며 이리저리 재보던 2년전 제모습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지요. 그래봐야 쓰는 사진은 뻔하다는 생각이 발품보다 먼저 저를 지배하는 겁니다. 어느순간 지난해 썼던 사진과 그다지 다르지 않은 사진을 찍고 있더군요. 내년 그 후년에도 크게 다르지 않겠지요. 사진을 보는 독자를 속이고 있다는 생각에 미안한 마음입니다. 용서를...

사진이야기 2005.04.23

윤중로의 윤중^^

예년보다는 늦었지만 남쪽부터 피기 시작한 벚꽃이 서울 여의도 윤중로에도 만개했습니다. 이틀뒤(14일) 절정이랍니다. 점심식사중 부장 말씀, "윤중로 벚꽃(취재)은 윤중이가 나가라" 매년 찍어서 보도하는 윤중로 벚꽃이지만 공교롭게도 입사후 오늘 처음하는 윤중로 벚꽃취재였지요. 지난 5년동안 "윤중로엔 윤중이가 가라"는 말을 듣지 못했던게 오히려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런 캡션이면 독자들이 신문보다가 입가에 살짝 미소를 떠올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걸 노린 기획이라고 보셔도 좋습니다. ^^ 참고로 오늘자 신문에 작가 조정래 선생의 인터뷰는 조장래 기자가 했지요.

사진이야기 2005.04.12

봄 마중!!

휴일인 27일 굉장히 따뜻했죠. 이런날 거의 100% 날씨 관련 스케치를 나갑니다. 보통 사건사고 같은 경우엔 지정된 현장이 있어 그런가보다하고 나가지만, 스케치류의 취재는 지정된 현장이 없어 일을 받는 순간부터 '어디가서 뭘 찍어야 하나' 고민에 휩싸입니다. 서울대공원, 에버랜드 같은 곳은 단골로 가는 곳이죠. 상대적으로 확률이 높거든요. 인파는 당연하고 공원 곳곳에 봄기운을 돋울수 있는 꽃들이 즐비하기 때문이죠. 머릿속에 가장 먼저 쉽게 떠오르기에 "두 곳 중에 한 곳을 가겠다"고 데스크에 말했더니, 최근 날이 풀리면서 한번씩 갔던 곳이라 두 곳 말고 다른 곳을 가랍니다. 난감해 졌습니다. 더이상 뻔한 곳은 떠오르지 않았지요. 사고의 한계를 느끼는 순간입니다. 남들 다 쉬는 휴일이라 그런지 머리는 더..

사진이야기 2005.03.28

독도는 우리~땅!!

일본 시마네현 의회가 '다케시마의 날' 조례안을 통과 시키면서 한일간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일본의 망발에 대한민국은 대대적으로 일어났지요. '2002 한일 월드컵' 이후 오랜만에 보는 하나된 외침입니다. 그 대상이 공동개최국이었던 일본이라는게 아이러니네요. / 우철훈기자 사사건건 맞붙던 여야국회의원들이 함께 일본의 군국주의 망령부활 규탄하며 구호를 외칩니다. /남호진기자 일본의 막가는 행태에 보수 진보가 따로일 수 없죠.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는 수많은 시민사회단체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인 시민들이 일본을 꾸짖습니다. 독도 특별수업이 진행된 한 초등학교에서는 독도문제에 대한 아이들의 진지한 토론이 벌어집니다. 이 수업은 한국교총, 전교조, 한교조 등 교원단체가 함께 진행한 공동수업이었죠. /권..

사진이야기 2005.03.18

지율스님 오랜만에...

지율스님을 오랜만에 봤습니다. 아니, 지면이나 영상으로 봤을뿐 실제로 본 건 처음이었지요. 천성산 경부고속철 공사를 반대하며 100일 단식을 하던 때, 스님이 있던 정토회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을때도 그림자조차 볼 수 없었던 분이었으니까요. 연일 지율 지율 지율.... 하다보니 처음 봤음에도 처음 본 분 같지 않았다는게 정확한 표현이겠네요. 천성산 공사구간의 환경영향공동조사에 즈음해 '천성산을 위한 시민, 종교단체 연석회의' 기자회견에 참석하셨더군요. 기력이 덜 회복된듯 힘없는 목소리였지요. 환경과 대형국책사업 사이에서 많은 논쟁이 있지만 공동조사가 이뤄지고 합리적인 결과과 도출되리라 믿고 싶구요. 이날, 뉴스의 중심에 있는 지율스님의 모습을 죄송스럽지만 좀 살폈습니다. ^^ 프레스센터 환경재단 회의실에서..

사진이야기 2005.03.11

'독수리 송별회'에서...

6일 독수리 환송행사가 경기 파주에서 열렸습니다. 천연기념물로 우리나라 철원, 파주 등지에서 겨울을 나는 이 독수리들은 밀렵군들이 놓은 약을 먹고 죽은 기러기나, 오리 등의 사체를 먹고 2차 감염이 됐다네요. 수주간의 치료를 받은 뒤 고향인 몽골, 중국 등지로 보내는 행사였죠. 인간의 욕심이 병들게 했지만 또 그 인간들의 치료를 받아서 고향으로 가게 되는데요. 그냥 '독수리 송별회'가 아니더군요. '남북통일기원'이란 거창한 타이틀도 함께 붙어 있었지요. 어차피 북을 거쳐 날아가는 거 '남북통일'이라는 의미를 얹어 놓았지요. 약먹은 독수리 덕에 여러사람이 생색내는 거죠. ^^ 행사취지와 의미를 깎아내리는건 절대 아닙니당!! 우리에 갇힌 독수리를 카메라에 담고 있는 가족들의 모습도 있구요. 조류보호협회 관계..

사진이야기 2005.03.09

눈따라 나서다

날씨에 민감한 사진기자들에게 눈오는 날은 보통사람들이 느끼는 정서와는 거리가 있습니다. 지난 2일 신문가지러 나갔다가 아파트 주차장을 하얗게 덮은 눈을 보며 반사적으로 "아이 씨~ ~" ^^* 눈이 제법오고 있었죠. 일찍 출근하는 날이라 서둘러 나왔습니다. '조근자'에게 눈 스케치에 대한 상당한 책임감이 따르는 구조거든요. 지하철에서 내려 회사로 뛰는 동안 눈발은 더 굵어지고 있었습니다. '오케바리, 제발 30분 동안만 그치지 마라' 주문을 외웠습니다. 사진기자 하는 동안 점점 싫어져가는 눈이지만 함박눈이 내리니, '그림 되겠다' 싶은 사진기자의 본능으로 돌아가는거죠. 어디가서 무엇을 배경으로 어떻게 눈을 찍을 것인가? 이 눈의 의미는 '폭설...교통정체' '봄시샘하는...낭만' 등 몇 가지 의미들을 들..

사진이야기 2005.03.04

달따라 나서다

23일이 정월대보름 이었죠. '대보름'이라니, 달이 가장 크게 보이는 날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은 모양입니다. 당일 밤. 대보름이니 달사진을 한 번 써보는게 어떠하냐는 윗 분의 말씀이 있었습니다. 경험적으로 대보름날, 달 사진을 본 기억이 없었죠. 영상으로 보여주는건 가능하지만 한 장으로 보여줘야할 사진으론 적합하지 않은거죠. 보통 달집태우기나 쥐불놀이 등 대보름 전통행사 사진으로 대신하는 정도입니다. 보름달이 떴다고 달만 달랑 크게 찍으면 신문에 쓰지 못합니다. 아시죠? ^^ '도심에 뜬 보름달' 정도의 느낌이 나야되죠. 창밖을 내다보니 달은 이미 중천에 떴고, 서울에서 가장 높고 상징적인 서울타워를 걸고 찍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달을 따라 나섰습니다. 달과 남산타워를 가장 가까이 붙일수 있는 ..

사진이야기 2005.02.25

'리마리오'의 '장~난꾸러기~~'

사과 먼저 드려야 겠군요. 경향신문 1면 사진캡션이 엉뚱하게 나갔습니다. 일단 사진과 캡션이 처리되는 과정을 얘기해야 겠네요. 사진을 고르고 거기에 맞는 설명은 사진기자가 직접 붙힙니다. 당연한 거죠. 하지만 사진이 넘어가면서 문장이 다듬어지거나, 편집상의 이유로 길게 쓴 캡션이 줄어들기도 하지요. 어제 제가 넘긴 캡션이 초판엔 거의 그대로 나왔더군요. 신문을 확인하고 퇴근했죠. 새벽에 집으로 배달된 신문을 집어드는 순간 잠이 확 달아났습니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라고 초판에 실었던 내용이 '인기 개그맨 '리마리오'의 연기를 흉내내고 있다'라고... 아시는 분은 다 아시겠지만, 사진속 동작은 이종규의 '장~난 꾸러기' 동작이죠. 망신스러웠습니다. 전날 초판이 나가고 동작의 의미를 궁금해 한 윗분..

사진이야기 2005.02.15

지율스님 단식풀던 날

지율스님이 단식중인 정토회에서 종일 뻗치기 하던 후배와 저녁이 다 돼서 교대했습니다. 이미 총리가 지율을 만나지 못하고 돌아간 터라, 다른 어떤 고위인사가 와도 총리사진만큼의 상징적인 의미는 갖지 못하는 상황이었죠. 만에 하나, 지율의 건강이 극도로 악화됐을 경우를 대비해 마냥 지키는거죠. 그러던 중 총리실의 한 비서관이 '지율을 살리자'는 정부의 의지를 담은 중재안을 전달하기 위해 정토회로 들어섰습니다. 비서관의 표정도 앞장선 생명평화운동의 대부, 도법스님의 표정도 굳어있죠. 조금뒤 비서관이 웃음을 띤채 기자의 질문에 대답없이 걸어나갔습니다. 무슨얘기가 오간지 모르는 상황에서 이 웃음에 의미를 부여할 순 없었죠. 나와서 정부중재안을 재조율한 뒤 다시들어간 비서관을 수많은 기자들이 추위에 떨며 기다렸죠...

사진이야기 2005.0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