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야기 468

한컷이면 다된다

카메라가 참 친근해진 세상입니다. 불과 얼마전만 해도 카메라를 다뤄본 이와 그렇지 않은이의 차이는 세로 앵글을 구사할 줄 아느냐 모르느냐에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세로가 어울리는 상황에도 왠만해선 카메라를 세로로 세우지 않는 분들이 많았죠. 물론 작가의도에 의한 경우도 있지만... 사진기자들은 현장에서 왠만하면 가로사진과 세로 사진을 골고루 찍습니다. 가로만 냅다 찍어오면 세로편집이 잡혀있는 경우가 있구요. 또, 세로사진이 좋아서 세로사진만 내놓으면 가로사진을 찾는 경우가 있지요. 물론 가로든 세로든 잘 찍은 한컷이 쓰이길 원하지만 좋은 가로사진이 있음에도 좀 어설픈 세로사진이 실릴때도 있지요. 안타깝지만 시간과 지면의 한계이기도 합니다. 천호동 이화강동여성아카데미에서 결혼해서 한국에 정착한 외국인 여..

사진이야기 2006.09.07

'바다'앞에 비겁해지다

이 나라가 온통 '바다'에 빠졌습니다. 뉴스의 첫머리는 며칠째 '바다이야기'입니다. 지겨우시죠? 일하는 저희들도 지겹습니다. 기사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사진기자들은 연일 그 바다이야기라는 오락실을 찾아다니고 있습니다. 언론사에서 비교적 가까워 몇차례 노출된 시내 한 오락실은 지겨운 기자들을 위해 '어깨'들을 배치해 놓았습니다. 사진이라도 찍을라치면 어느새 다가와 욕반말반투로 위협합니다. 언론사명이 크게 적힌 차만 지나가도 벌떡일어나지요. 이런 상황에서 대차게 사진을 찍을 기자들이 몇이나 될까요?(있기는 있을겁니다^^) 말로 설득할 대상이 아니기에 피하는게 상책입니다. 카메라 셔터 스피드를 올려 흔들리는 상황에서도 정지된 컷을 찍을 수 있도록 합니다. 달리는 차안에서 몰래 찍는거죠. 설사 차안에서 찍는 모습..

사진이야기 2006.08.25

제대로 더워지는데..

장마가 물러가고 연일 30도를 웃도는 무더위가 시작됐습니다. 수영장, 폭포, 분수대 등 시원한 곳을 찾아 더위를 쫓는 표정들을 본격적으로 찍는 시즌입니다. 이미 첫 더위에, 급한 신문사들이 수영장, 폭포, 분수대 사진들을 다투듯 썼습니다. 새로운 곳, 새로운 소재를 찾는 노력은 계속 되지만 쉽게 찾아지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지요. 행여 어느 신문에서 알려지지 않은 쌈빡한 곳의 그럴듯한 사진이 나올라 치면, 이듬해쯤이면 그 장소를 기억해 놓은 수많은 사진기자들에 의해 점령되어 더이상 참신한 곳은 아니지요. 여하튼, 무더위가 계속되고, 소재는 빈곤하고, 같은 장소에 가서도 다른 사진을 찍으려 노력을 하게됩니다. 사진기자의 운명이겠지만 더운날 다들 간단한 복장으로 더위를 떨쳐내는 곳에서 가장 더워 ..

사진이야기 2006.08.01

수해현장 사진기자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거의 해마다 터지는 집중호우에 의한 물난리. 장마와 태풍예보가 나올 즈음이면 사진기자들은 물난리를 대비합니다. 이맘때면 반바지와 쌘들과 여분의 셔츠는 사물함에 상비돼 있지요. 저 개인적으로는(사실, 다들 그럴것이라 생각하지만.. ^^)수해취재를 피할 수만 있다면 피하는게 상책이라는 생각입니다. 온 나라와 언론의 신경이 집중되는 부담감과 며칠간이고 계속되는 강행군에 피로감을 심하게 느껴야 하는 취재이기 때문이죠. 물론 수재민들의 아픔에 비해서는 새발의 피에 혈소판 정도 되겠습니까마는. 또, 가족과 재산을 잃은 수재민들을 향해 카메라를 경쟁적으로 들이밀어야 한다는 게 조금 송구스러운 일이라는 생각도 들기 때문이죠. 제 연차에 피해갈 수 없으리라 짐작은 했지만, 근무와 '아다리'가 딱맞아..

사진이야기 2006.07.25

사랑스런 라오스 아이들

라오스라는 곳을 다녀왔습니다. 남부발전이라는 기업의 봉사활동 취재차 갔었지요. 참고로 라오스는 인도차이나반도 중앙 내륙에 위치한 한반도 정도 크기의 나라입니다. 건기, 우기 두 계절이 있는 소승불교의 나라입니다. 수도인 비엔티안 던눈마을의 초등학교를 수리해주는 봉사활동이었지요. 기자라고 빈둥대면 욕먹는건 당연지사. 저도 열심히 땀을 흘렸습니다. 그 땀이 얼마나 달콤했는지 좋은 사진을 찍었을때의 기쁨보다 더한 무언가가 있더군요. 이걸 체질이라고 하나요? ^^* 미끄럼틀 하나없는 학교는 방학중인 이 지역 아이들의 놀이터였습니다. 일하는 동안 아이들이 하나둘 기웃거리기 시작했고 이내 수 많은 아이들이 몰려들었습니다. 이방인 아저씨들의 출현은 신기하고 재밌는 일이었던 것이지요. 아이들은 너무 순수하고 맑았습니다..

사진이야기 2006.07.10

월드컵보다 중요한것은..

온통 월드컵입니다.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도 싫어하는 사람도 룰조차 모르는 사람까지도 월드컵에 들떠있지않으면 안되는, 적어도 들떠있는 척이라도 해야하는 그런 분위기입니다. 저희신문도 그렇지만 월드컵 특집지면이 전진배치됐고 방송뉴스는 땡치자마자 월드컵 얘기로만 30분이상이 채워집니다. 온나라가 월드컵일수 밖에 없네요. 태극전사들의 플레이에 세상살이 시름 잠시 잊을수도 있겠지요. 저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허나, 월드컵이후 다시 "대~한민국"이 '대한민국'의 일상으로 돌아오는 날. 그 후유증이 좀 걱정이네요. 태극전사들의 선전을 당연히 기원해야겠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일상속의 '나'의 선전과 건전하고 공평해야할 우리사회의 선전도 같이 기원해봤으면 좋겠네요. 한 언론사 건물앞에 월드컵 사진전이 열리고 있지요. ..

사진이야기 2006.06.07

그림만 전해온 희귀새 '붉은배 오색딱따구리'

게재된 지는 약 한 달이 지났지만 최초 발견자가 이 새를 관찰할 시간이 필요했고, 새가 떠났다는 얘기를 들었기에 지금 올리는 겁니다.^^ 새에 관한한 문외한인 제가 자연다큐 카메듀서인 친구의 제보를 받았습니다. "모처에 붉은배 오색딱따구리가 나타났다" "그래서?" 지극히 자연스런 대답이었죠. 설명을 듣다보니 귀한 새인것 같긴했고 데스크에 보고를 했습니다. 일단 찍어봐라는 얘기에 긴 렌즈를 들고 모처 그러니까 서울시내 한 야산에 자리를 잡았지요. 이리저리 살펴보다 딱따구리가 나무를 쪼는 소리가 들리면 움직이자는 안일한 생각을 하게되었지요. '설마 찍을 수 있겠지'하는 건방진 생각이 마감시간이 다가오자 초조함으로 바뀌었지요. 그러던중 망원경을 든 한 무리가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기던중 저를 발견하고 깜짝 놀라..

사진이야기 2006.05.19

사형수의 합장

'서울구치소' 신문과 방송뉴스에서 자주 접하는 아주 친근한(?) 장소지요. 앞에까지 가본적은 두어차례 있었지만 안으로 들어간것은 머리털나고 처음입니다. 석탄일을 앞두고 사형수를 위한 수계법회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건물입구에서 핸드폰과 담배 등을 맡겼습니다. 짐작은 갔지만 한편 '왜?'라는 궁금함도 일었지요. 하지만 구치소라는 낯선 곳, 특별한 공간의 야릇한 위압감으로 금세 괜한 생각을 털어냈습니다. 동시에 '난 죄 지은거 없나?'하는 자문을 하게 되데요.^^ 안내하는 직원을 따라 건물을 통과해 운동장 같은 곳을 지나면서 각 종 영화들에 나오는 운동장 씬들이 스치더군요. 건너 건물안으로 들어가 복도를 걸으니, 흔히 영화에서 보는 교도관이 지키는 철제 창살로 된 문이 있더군요. 그 문을 통과해 들어가 한참을..

사진이야기 2006.05.02

유쾌한 소녀 '미셸 위'

국내 남자프로골프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고국을 찾은 천재골퍼, 장타소녀 미셸 위가 인천문학구장에서 '시타'와 시구를 했습니다. 보통 유명인사들의 시구모습은 자주 볼 수 있지만 시타모습은 보기 힘들지요. 하지만 엄청난 장타력을 지닌 골퍼인지라 사뭇 기대가 됐죠. 취재열기도 대단했습니다. 문학구장 생긴이래 그렇게 많은 취재진이 모인적이 있었을까 싶을 정도였지요.(확인된 사실은 아닙니다.^^) 몇 차례 시타를 했는데요. 골프채와 야구방망이는 확실이 다른 모양이더군요. 헛스윙을 몇 차례했고 내야 땅볼성 타구를 몇 개 쳤습니다. 시종 재밌어했고 중간중간 지어 보이는 표정은 천진난만 그 자체였습니다. 시원시원한 웃음이 보는 사람 기분좋게 하더군요. 무엇보다 유니폼이 정말 잘 어울렸지요. 충분히 훌륭하지만 더 좋은 선..

사진이야기 2006.04.30

살인자 정씨

지난달 봉천동 3자매 살해사건과 2004년 서울 관악, 구로 일대에서 살인을 일삼아 온 정씨가 경찰에 잡혔습니다. '부자만 보면 죽이고 싶었다'는 정씨의 범행 대상은 돈없고 힘없는 부녀자들이었습니다. 별다른 이유도 없이 둔기로 내리치고 흉기로 찔러 5명을 살해했다는 군요. 현장확인을 하고 경찰서로 들어오는 정씨을 찍었습니다. 경찰은 용의자 정씨에 대한 인권 운운하며 얼굴이 나오면 안된다는 말을 반복했지요. 살인자에게까지도 인권이라는 고귀한 단어를 붙이는 세상입니다. 여하튼 경찰측과의 약속이기에 포토라인을 만들고 호송차량에 내리는 정씨를 카메라를 통해 봤습니다. 고개를 빳빳하게 들고 취재진을 뚫어져라 바라봤습니다. 반성의 기미는 전혀 없었지요. 화가 나더군요. 양쪽에서 팔을 잡고 있던 수사관들이 정씨의 모..

사진이야기 2006.0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