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야기 468

텅빈도심 찍기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되었습니다. 이번주가 절정일거라는데요. 피서지의 인파와 더불어 자주 등장하는 텅빈 도심사진을 쓸 적기이죠. 광화문 세종로 사거리를 내려볼 수 있는 건물 옥상으로 올라갔습니다. 휴가철에 휴일이기까지하니 한산할 것이라는 건 충분히 예상되죠. 평소보다 비어보이는건 당연하지만, 얼마나 비어보이게 할 것인가는 사진기자의 선택입니다. 눈으로 보는 전체와 카메라로 들여다보는 부분의 차이는 꽤 크지요. 신호에 걸려 차량의 진행이 안되는 순간을 기다리고, 차량의 통행이 더 적은 순간을 기다립니다. 같은 시간대 같은 도로도 어떤 타이밍에 어떻게 찍느냐에 따라 느낌이 완전히 다르죠. 왼쪽사진은 한산하지 않고 오른쪽은 완전히 텅비었죠. 왼쪽사진은 의미에 충실하지 못했고 오른쪽은 지나치게 표현해 오히려 더..

사진이야기 2005.07.31

사진은 밥이다!!

본고사, 고교평준화 관련 발언으로 논란과 뉴스의 중심에 선 정운찬 서울대총장. 발언 다음날 정총장을 찍기위해 출입기자들과의 점심식사 장소인 서울대 교수식당에서 기다렸지요. 식당내는 취재불가. 들어오는 모습만 찍기로 했습니다. 잠시후 모습을 드러낸 정총장 사진기자들의 플래쉬가 터지자 "전에 찍어놓은 사진 많을텐데..."라 더군요. 왜그자리에 사진기자들이 있는지, 왜 자신이 출입기자들과 점심을 먹는지는 같은 맥락에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것이지요. '그럼 총장님은 또 식사하시나요. 아침 드셨잖아요?' 물론 속으로 한 말이지요. 사진기자에게 사진은 밥입니다. 시간이 흐르면 배가 꺼지듯 전에 찍은 사진은 자료일뿐 배 채우듯 새로운 사진을 채워줘야지요. 사진상으로는 별반 다를것 없을지 모르지만 몇개월전 정총장과 ..

사진이야기 2005.07.21

마르지 않는 눈물...

삼풍백화점이 무너진지 10년이 되었습니다. 오늘 양재 시민의 숲에서 10주기 추모제가 열렸습니다. 강산도 변한다는 세월이 지났지만 502명 희생자 가족들의 그 눈물은 마르지 않았습니다. 애타게 아들의 이름을 부르는 어머니의 오열 '사랑하는 엄마, 아빠가...'라고 쓴 딸을 추모하는 리본... 마음이 아팠습니다. 비리, 부실시공, 안전불감...온갖 사회부조리의 총집합의 상징적 사건이 삼풍참사였죠. 10년의 시간동안 얼마나 나아졌는지, 희생자와 가족들에 부끄럽지 않은지... 오늘 내린 장맛비는 희생자와 가족의 눈물일지도.

사진이야기 2005.06.29

남북장관급회담-한강유람

지난 21일부터 나흘동안 제15차 남북장관급회담이 서울에서 열렸지요. 꼬투리를 잡거나 억지를 부리며 테이블을 박차고 일어나는 일도 없었구요. '화기애애' '일사천리' 등의 말이 이번 회담에 따라붙는 수식어가 됐지요. 회담장인 워커힐호텔에는 수백명의 내외신기자들로 북새통이었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주요일정 취재는 보통 POOL로 이뤄집니다. 모든 취재기자 사진기자들이 회담장에 들어가면 혼잡할뿐 아니라 몸싸움에 제대로된 취재는 불가능하죠. 순번을 정해 기자대표들이 돌아가면서 취재를 하는걸 POOL취재라 합니다. 보통 사진밑에 '사진공동취재단'이라는 바이라인이 POOL 취재한 것을 말하는거죠. 기자들이 거사에 방해가 되어서는 안돼죠. ^^ 저는 둘째날인 22일 오후 일정 POOL이었죠. 원래일정은 남북대표단의 ..

사진이야기 2005.06.27

먹고합시다~~!!

대검찰청입니다. 대검을 상징하는 조형물 앞에 사진기자들이 몰려들었습니다. 뭘까~~요? 그렇습니다. 쪼그려 앉거나 서서 일제히 피자를 씹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 한국일보 김주성 선수는 먹는게 너무 즐겁나 봅니다 ^^ 오후 7시 김우중 전 대우그룹회장의 구속집행을 앞두고 일찌감치 나와 자리를 잡고 있던 사진기자들. 출출한 시간인 오후 5시. 초조함과 지루한 기다림에 배는 더 고파옵니다. 오후 5시무렵 누군가가 돈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대충 고참인 선수 중심으로 1만원씩 걷었죠. 피자를 시켜먹기 위함이었습니다. 지루한 시간을 재우고 여유로운 웃음으로 초조함을 달래고 무엇보다 배고픔을 달래는 즐거운 시간이었죠. 이날 16판의 피자를 시켜먹었습니다. 이런 재미도 있습니다. ^^

사진이야기 2005.06.17

7억5천만원가지세요!

인천공항세관에서 압수한 금괴입니다. 밀수꾼이 컴퓨터 부품속에 숨겨들어오다 적발된 것이죠. 엄청난 수의 상자들 중 10곳에 나눠 넣은 것이 설마 걸릴까 했겠지요. 배테랑 세관직원들을 피할 수 없죠. 제대로 걸린겁니다. 각사 기자들이 모였지요. 저도 지면, 영상으로만 봤지, 실제로는 처음이었지요. 당연히 만져봤죠. 언제 저런거 만져 보겠습니까? ^^ 기자들은 "어디 껌없냐? 붙여서 나가게" 차마 들고가진 못하겠고 우연찮게 껌이나 접착성 있는 물질에 자연스레 달고 나올 수 없나 하는 심정에서죠. "하나씩 나눠 갖죠?(웃음)"이런 말들도 들립니다. 사실은 제가 한 말이죠. ^^ "우리같은 사람은 저걸 가졌다하더라도 어디서 어떻게 바꿀줄도 모르니, 주머니에 들고 다니며, 술값 계산할때 대패로 밀어서 금으로 계산해..

사진이야기 2005.06.10

현충원에서 본 baby ^^

잘은 모릅니다만, 광고에 3B 원칙이 있다죠. 미인(Beauty),아기( Baby),동물( Beast) 이 세가지가 광고에 등장하면 주목도가 높다는. 사진을 찍다보면 기자들 역시 이 세가지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사건사고 현장에서도 간간이 어린아이의 모습을 보여주며 더 간절한 상황을 얘기하기도 하죠. 경제면에 주로 게재되는 신차발표나 백화점 사진에 남성의 등장은 오히려 어색할 정도지요. 위의 3B 에 경험적으로 충성하고 있다할까요. ^^ 오늘 동작동 국립현충원에 스케치를 나갔습니다. 보훈의 달인 6월을 하루 앞뒀기 때문이죠. 도착하기전부터 한차례의 상상의 나래가 펼쳐집니다. 현충원에는 까치들이 많거든요. 이 까치의 무리들이 일제히 국화를 입에 물고 묘비위에 줄지어 앉아 있는... Beast(동물)에 집착..

사진이야기 2005.05.31

'내신반대촛불집회에서'

지난 주말 내신등급제를 반대하는 고교생들의 촛불집회가 광화문에서 열렸습니다. 현장에 도착하니 경찰버스가 광화문 일대를 둘러싸고 있었고 학생들을 자극하지 않으려는듯 전경들은 방패와 진압봉 없이 무장해제한 채로 곳곳에 서 있었습니다. 큰 사안이라 토요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언론들의 취재 열기가 대단했죠. 학생들을 보호하려는 자원봉사단원들이 양쪽으로 줄지어 스크럼을 짜 학생들의 안전한 진입을 돕고 있었죠. 학생들은 얼굴을 가린채 속속 입장을 했지요. 학교측의 처벌방침에 얼굴이 공개되는 걸 꺼렸기 때문입니다. 기존의 집회와는 달리 학생들을 마주보는 쪽에서 카메라를 드는 것은 원천적으로 봉쇄되었구요. 무대를 중심으로 양쪽 끝으로 취재진은 밀려났죠. 사다리에 올라 학생들이 촛불을 들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가슴에 '자..

사진이야기 2005.05.10

뱀잡아왔냐?

지난주 일입니다. 서울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 인근에 난지천이라고 있지요. 일찍 나서서 난지천을 한 번 둘러보고 인근에 있는 다른 취재를 하라는 지시가 떨어졌지요. 난지천 주변에 새들이 있는지 한 번 둘러보라는 거지요. 구체적으로 '백로'...이런게 아니라 그냥 '새들이 있는지'... 망원렌즈를 모노포드에 끼우고 난지천에 내렸습니다. 다리위에서 내려다보니 우거진 풀숲사이로 물길이 보이더군요. 새는 안보였지요. 간간이 새 울음 소리가 들려 숲으로 내려갈 수 밖에 없었지요. 사람이 다닌 길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고 내딛는 길은 오랜만에 사람 발길이 닿는 것이었지요. 새들의 울음인지 웃음인지 소리가 가까이 들리더니 한쌍의 청둥오리를 발견했죠. 궁극적으로 이 새(흔한 새)를 찍으러 온것은 아니었지만 일단 한컷 담았..

사진이야기 2005.05.03

홀라당 탈 뻔 했슴돠

쌀협상의 이면합의를 규탄하고 국정조사를 촉구하는 전국농민대표자 대회가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렸습니다. 집회 관계자가 배상자를 옮겨 쌓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근조'플래카드를 그 위에 덮었습니다. 이쯤되면 '아, 이거 불지르겠구나'하는 감이 옵니다.(그런 '연조'입니다 ^^) 관계자에 물었습니다. "불 지를 거죠?" 관계자,"불 붙겠어요?" 애매한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모호한 대답은 대체로 '긍정'이죠. 대표자들의 발언이 이어지고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자 휘발유가 배상자 위로 뿌려졌습니다. 그것도 듬뿍이~ 이순간 사진, 동영상 기자들은 자리잡기에 여념이 없죠. 전 멀찌감치 물러서서 자리잡고 "자~ 뒤로들 오세요. 위험합니다." 꼭 행사 관계자 같은 발언이죠. 정말 위험하거든요. 하지만 모두들 광각렌즈를 끼..

사진이야기 2005.0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