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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or of Africa

케냐, 에티오피아 등을 10여 일 동안 다녀오면서 사진을 참 많이 찍었습니다. 이 사진들은 그간 허접한 글과 함께 블로그에서 여러 차례 우려먹었습니다. 좀 더 깊고 진하게 경험하고 왔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네요. 사진은 두서없고 함께 쓴 글은 두루뭉술하고 부족합니다. 아직 올리지 못한 사진이 많지만 단물이 다 빠졌으므로 이번 아프리카 포스팅으로 출장 얘기는 마감하려 합니다. 언젠가, 어떤 계기로 아프리카를 기억할 일이 생긴다면 그때 또 다른 사진을 보일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에티오피아와 케냐의 도시와 시골을 오가면서 제 시선을 잡은 것은 ‘색’이었습니다. 색들이 눈에 들어온 것은 그간 무채색 위주의 색에 눈이 익숙했다는 의미입니다. 원색은 보는 즐거움을 선사해 주었습니다. 아프리카에서 피와 자연을 각..

사진이야기 2015.08.24

'잠보~ 케냐'

두바이 공항에서 케냐로 출발하기 전, 몇 달 먼저 케냐를 경험했던 후배의 카톡 문자가 도착했습니다. 나이로비 공항에서 경찰이 시비를 걸지 모른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돈을 바라는 것이라는 뉘앙스였지요. 도착비자 서류 한 장 작성하고 비용으로 50달러를 지불하자 그냥 쉽게 통과됐습니다. 짐 가방을 찾아 끌고 나가는데 경찰이 막았습니다. ‘올 것이 왔구나.’ “가방에 담배 있냐?” “담배 안 핀다.” “오케이.” 그렇게 공항을 빠져나왔습니다. 별거 아닌데 카톡 문자에 괜히 쫄았던 겁니다. 경찰이 사람 봐가며 시비를 거는 것이라 결론지었습니다. ^^ 숙소로 이동하며 극심한 교통 정체와 끔찍한 매연에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아프리카’하면 초원과 밀림을 먼저 떠올리는 수준의 얕은 지식을 반성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

사진이야기 2015.08.19

성경책 든 회장님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14일 자정쯤 광복절 특사로 풀려났습니다. 의정부교도소 앞에서 최 회장은 “국민께 심려 끼쳐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습니다. 모은 두 손에는 성경책이 들려있었습니다. 교도소를 나서고 기자 질문에 답하고 준비된 차량으로 향하는 동안 그의 손에서 성경책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사진 정지윤 기자 성경이 상징하는 의미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수감 생활 중 성경책을 옆에 두고 읽었다는 메시지가 읽히지요. 그 안에는 회개와 뉘우침의 의미도 있고 조금 더 나가면 ‘새사람 됐어’ '나 달라졌어'라는 선언으로 비치기도 합니다. 진정성을 믿고 싶습니다만, 여하튼 누구의 아이디어였을까 궁금했습니다. 홍보담당 직원이 “회장님, 성경책을 왼쪽 손에 들고 나가는 것이 좋겠습니다”라고 했을까요. 최 회장..

사진이야기 2015.08.16

살람 에티오피아

에티오피아의 수도 ‘아디스아바바’. “아디스아바바”를 반복해 발음하다보면 왠지 아프리카적인 낭만이 느껴졌습니다. 공항에 내려 차량으로 이동하는 동안 시선을 끌었던 것은 공항 앞에 줄지어 선 낡은 택시였습니다. ‘과연 저 택시들이 달릴 수는 있을까.’ 30년쯤 돼 보이는 택시는 ‘너덜너덜’했습니다. 차를 오래 타는 것이 미덕일 순 있지만 그것도 관리와 안전이 동반될 때나 가능한 말이겠지요. 해발 2000m가 넘는 에티오피아의 수도는 선선했습니다. 이곳의 날씨는 출장을 준비하며 알았습니다. ‘아프리카는 덥다’는 것을 진리처럼 알고 산 지난 세월이 좀 민망했습니다. 공항 가까운 호텔에서 하루를 묵었습니다. 길에서 목격한 주민들의 남루해 보이는 삶과 우리 일행이 머문 호텔의 그 현실적인 거리는 얼마쯤 될까 싶었..

사진이야기 2015.08.12

"다큐 하나 하자"는 그냥 안부였을까?

지난 6월 해외 출장 중 부서 단체 카톡방에 안부 인사를 남겼습니다. 경향신문 ‘지구의 밥상’ 기획 중 아랍에미리트 두바이를 거쳐 케냐 나이로비에서 일정을 소화한 뒤 에티오피아로 출발하기 전날이었습니다. 케냐 일정을 끝낸 뒤 사진을 정리하며 골라낸 몇 장의 기념사진을 안부문자와 함께 보냈습니다. 뉘앙스를 알 수 없는 “(포토)다큐 하나 하자”는 K선배(보조데스크)의 답글이 즉시 돌아왔습니다. ‘건강 잘 챙겨라’는 통상적인 인사대신 말이지요. 그저 ‘잘 지내고 있구나’라는 말의 다른 표현쯤으로 이해했습니다. 국내 메르스 취재로 장기간 시달리던 터라 제가 보낸 한가한 기념사진에 골이 났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기존 기획에 집중해야 하는데 또 다른 기획을 도모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며 거부의..

사진다큐 2015.08.09

몸싸움

취재현장의 ‘몸싸움’은 사진기자들에게 일종의 '취재 기술'입니다. 몸싸움이란 것은 정당한 것이고 어깨를 부딪치면서도 동료를 배려합니다. 좁은 현장에서 어깨를 밀어가며 사진을 찍다가도 위치가 좋지 않은 동료에게 자리를 양보해 주기도 하는 암묵적이고 신사적인 룰입니다. 밀려서 좋지 못한 결과물을 얻었다고 동료를 탓하며 화내면 쪼잔하고 무능한 자가 되어버립니다. 몸싸움은 거칠다기보다 밀고 밀림이 유연한 물의 흐름과 같았습니다. 최근 경영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롯데 집안의 사람들을 취재하면서 더 이상 '고상한' 몸싸움은 불가능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이 들어오던 모습을 뉴스 화면을 통해 봤습니다. 화면은 심하게 흔들렸습니다. 경호원과 취재기자, 사진기자, 영상기자들이 서로 엉겨 붙어 ..

사진이야기 2015.08.05

국회에 온 요원들

국회 정보위원회가 열리는 날은 부산스럽습니다. 국가정보원장이 출석하는 ‘비공개’ 회의이기 때문입니다. 국정원장이 회의장으로 입장하는 모습을 찍기 위해 기자들이 일찌감치 자리를 잡습니다. 지난 27일은 이병호 국정원장이 국정원의 해킹 의혹과 관련한 보고를 하는 날이었습니다. 국정원장이 오기 전, 요원(국정원 직원)이 확실한 이들이 기자들 사이에 섭니다. 동선을 확보하고 혹시나 있을지 모르는 물리적 마찰을 방지하고자 하는 것이지요. 더위에 땀을 삐질 흘리며 좁은 복도에 촘촘하게 선 기자들은 예민해 집니다. 요원들이 동선을 확보하고자 시야를 가릴라치면 “안 보이니 뒤로 좀 붙어 달라” “안으로 안 들어 갈테니 앉을 수 없나”하고 살짝 신경전을 벌입니다. 사실 요원들이 아니더라도 국회 소속 경위들이 기자들과 의..

국회풍경 2015.07.30

에티오피아의 멋 '커피 세리머니'

에티오피아하면 굶주림을 떠올립니다.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아이의 축 늘어진 몸과 비정상적으로 커 보이는 눈이 함께 생각나지요. 지난달 며칠 에티오피아를 다녀왔다는 이유로 앞으로 커피를 함께 떠올릴 것 같습니다. 커피를 그저 단맛으로 흡입했던 저는 예가체프니, 시다모니 하는 것이 에티오피아 커피 브랜드였다는 사실을 현지에 가서야 기억해 낼 수 있었습니다. 갑자기 커피 맛을 알게 됐다는 것은 아닙니다. 대신 커피의 멋을 경험했습니다. ‘커피 세리머니’라는 건데요. 에티오피아에서 귀한 손님을 맞는 전통의례랍니다. 처음 들었을 때 ‘설마 커피를 뿌려대는 것은 아니겠지'하고 생각했습니다. 현지 일정 중 방문했던 월드비전 사무소와 숙소였던 시골의 로지에서 커피 세리머니의 호사를 누렸습니다. 저를 포함한 일행을 ..

사진이야기 2015.07.29

장맛비와 동심

장맛비가 내렸습니다. 일부 지역엔 제법 큰 비가 내렸지만 서울에는 고만고만하게 내렸습니다. 블로그에서 두어 번 썼는데 비에도 성격과 각기 다른 의미가 있습니다. ‘오늘 내리는 이 비는 어떤 비일까?’가 비 스케치의 미션을 받은 자의 첫 질문이어야 합니다. 비는 애매했습니다. 장마기간에도 변변한 비가 내리지 않아서 인지 가물었던 대지에 내리는 비는 반길 만 한 것이지요. 호우특보가 내린 일부 지역은 마냥 반가울 순 없겠지요. 게다가 태풍까지 북상한다고 하니 비의 색깔을 판단하기 애매했습니다. 강이 불어 위험하다느니 축대가 무너졌다느니 하는 돌발 현장이 없어 일단 비를 사건·사고가 아닌 서정적 시선으로 기록해야 할 것 같았습니다. 차창에 맺힌 빗방울을 걸고 행인을 찍어봅니다. 이렇게 찍어서 참 근사하게 표현..

사진이야기 2015.07.25

현수막 정치

정당 회의가 열리는 국회 여야 대표실 또는 원내대표실에는 대형 현수막이 걸려있습니다. 당대표와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가 앉는 자리 바로 뒤에 걸립니다. 대표 등이 앉아서 발언할 때 정확히 머리 위로 글씨가 지나갑니다. 사진기자나 영상기자들이 잡는 앵글에 잘 들어가도록 제작된 겁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얼마 전 홍보위원장으로 브랜드 네이밍 전문가 손혜원씨를 영입했습니다. 소주 ‘처음처럼’ ‘참이슬’ 아파트 ‘힐스테이트’ 등을 탄생시킨 업계 '미다스의 손'이라는 군요. 손 위원장이 당의 현수막 디자인을 설명하면서 온라인에 올라온 사진기사를 인용했습니다. 대표 뒤에 걸린 현수막의 내용이 사진기사에 적절하게 잘 표현되는 것을 고려해 디자인했다는 겁니다. 정당 사진의 특징을 그새 파악한 것이지요. 머리 바로 위로 ..

국회풍경 2015.0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