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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국회에서

일요일 국회는 대체로 한가합니다. 국회의원들이 주말에 보통 지역구를 챙기기 때문입니다. 이날은 국회 출입기자들의 출근시간도 여유가 있습니다. 평일에 ‘오늘은 또 무슨 일이 펼쳐질까?’하는 마음에 살짝 긴장하며 출근하는 것에 비하면 발걸음도 한결 가볍습니다. 휴일이면 ‘한가하리라’는 기대치가 있게 마련입니다. 물론, 특히 연말에 쟁점 현안을 두고 싸우거나, 큰 선거를 앞두고 있으면 평일만큼 휴일이 바쁠 때가 있기도 하지요. 기대치를 벗어나 일이 많은 날이면 그 피로감은 배가 됩니다. 인간을 만든 신의 섭리인지 몸도 조물주가 휴식을 취한 7일째 되는 날에 맞게 세팅이 되어있나 봅니다. 몸싸움, 자리싸움이 없어 좋은 날입니다. 그렇다고 일이 아주 없지는 않습니다. 각 당의 당직 대변인 브리핑도 있구요. 간혹 ..

국회풍경 2016.07.07

그때는 신기했고 지금은 안타깝다

3년 전쯤 조영남의 청담동 자택을 찾았습니다. 한때 서울에서 가장 비싼 빌라로 알려진 곳이었지요. 그 값에 합당한 통과의례를 치르고 들어갔습니다. 통유리 밖으로 한강이 조망되고 휑할 정도로 넓은 거실의 벽을 따라 그의 화투그림이 포개져 있었습니다. 이미 진행 중이었던 인터뷰에서 그는 그림을 그리면서 답을 하고 있었지요. 그림이 거의 완성이 된 상태였고 배경부분에 덧칠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의 시선이 카메라 쪽을 향하다 말고 자꾸 그림으로 가서 ‘붓을 놓고 기자를 보시라’고 얘기를 할까 말까 망설였던 기억이 납니다. ‘꽃과콜라’. 말장난 같은 제목과 화투그림이 참 잘 어울렸지요. 피아노가 있는 방으로 자리를 옮겨 사진을 몇 장 더 찍었습니다. 한쪽 벽면에 책이 가득한 방이었지요. 피아노 앞에서 포즈를 요구..

사진이야기 2016.07.01

몰랐던 부산

여행 출장지 부산이 새롭게 다가왔습니다. 어릴 적 살았던 곳이지만 부산을 잘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간 살면서 부산이 그립다 느낄 때는 해운대, 광안리 같은 바다가 그립다는 것과 다르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부산에는 바다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부산에는 산이 많습니다. 부산의 어원도 산과 관련돼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교가에도 금정산, 쇠미산 등 산 이름이 들어갔었지요. 이번 여행의 테마는 '산복도로'였습니다. 산복도로는 산 중턱을 지나는 도로지요. 부산 전역에 이런 도로가 30km나 되는 것은 산이 주민들 생활의 중요한 터전이었기 때문이지요. 산복도로와 주변 마을은 바다만큼이나 부산의 참 모습입니다. 세월이 새겨진 동네에 이야기가 흐르기 마련이지요. 이야기를 입은 부산의 산복도로를 ..

사진이야기 2016.06.22

유리멘탈

사진은 ‘기다림의 미학’이라고들 합니다만, 그 기다림이 미(美)의 가치를 보장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기다림 자체도 그리 우아한 일이 못 되지요. 그래서 기자들은 막연한 기다림을 ‘뻗치기’라 다소 가볍게 부르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지난 17일 새누리당 김희옥 혁신비대위원장이 당무를 거부하고 칩거에 들어갔습니다. 유승민 의원 등 탈당파의 일괄복당 결정 과정에 불쾌감을 드러낸 것이지요. 아침부터 김 위원장의 논현동 자택 앞에서 뻗치기에 들어갔습니다. 출입구부터 경비가 철저한 아파트 앞에서 그의 얼굴을 볼 수 있을까 싶었습니다. 찍을 수 있는 많은 일들을 두고 찍지 못할 수도 있는 일에 매달리는 것은 그것이 주요 뉴스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경쟁사의 기자들이 기다린다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

사진이야기 2016.06.20

에펠탑을 찾아라

블로그 만들어 놓고 일주일에 하나 업데이트하기도 버겁습니다. 머리가 맑은 날이어서 집중한 취재가 뒷얘기를 가져야하고, 이것이 ‘블로그 쓰면 좋겠다’라는 생각으로 스치고, 이후 ‘뭘 쓸까?’ 생각할 때 다시 떠올리게 되면 블로그 하나가 써집니다. 여러 가지 조건과 박자가 맞아줘야 겨우 하나 건지는 것이지요. 긴 시간 블로그를 방치하다보면 조바심이 생깁니다. 꼭 술 때문은 아니지만 대체로 머리가 맑지 못하여 새로운 것은 떠올리지 못하고 대신 자꾸 지난 사진을 꺼내게 됩니다. 앞서 올린 ‘중2의 여행사진’에 이어 또 파리여행사진을 올리려 합니다. 제가 국회 출입기자이니 국회의원들 사진을 내보이며 ‘썰’을 푸는 것이 도리이나, 방문자를 유인하기에는 ‘파리 사진’이 훨씬 영양가가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난 수..

사진이야기 2016.06.13

중2의 여행사진

지난 2월에 다녀온 파리여행의 사진 폴더를 열어보았습니다. 똑딱이 카메라로 1000장쯤 찍었더군요. 그중에 딸래미 사진이 시선을 붙들었습니다. 딸래미는 지금 ‘중2’입니다. 아내가 돈 모아 파리에 꼭 가야겠다고 했을 때 애써 외면했습니다. 잊을만하면 파리를 들먹이던 아내가 딸아이와 추억을 만들 마지막 기회라며 반쯤 협박을 했습니다. 이미 엄마아빠랑 어디 같이 다니기 싫어하는 나이고 앞으로 이런 기회가 더 없다는 의미였지요. ‘아빠와 함께하는 파리여행’... 제목부터 근사하다 생각했습니다. 마음을 고쳐먹고 통장 잔고를 탈탈 털어 파리로 향했습니다. ‘남는 건 역시 사진’ 비싼 돈 들였으니 아이의 추억이라도 부지런히 기록해주자며 카메라를 꼭 쥐었습니다. 사진 속엔 늘 없는 아빠, 그 아빠의 시선이 담긴 사진..

사진이야기 2016.06.03

10년 기록, 새만금 갯벌

10년 전 새만금 방조제의 물막이 공사가 끝나고 2주일쯤 뒤에 새만금을 찾았습니다.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새만금 개발 반대의 목소리도 잦아드는 때였습니다. 정보도 없이 ‘뭔가 있겠지’하고 새만금을 향해 떠났었지요. 물이 막힌 뒤 갯벌에 변화가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갖고 말이지요. 당시 그 넓은 새만금 갯벌을 돌아다니다 덜컥 겁이 났습니다. 마감일이 정해져 있는 지면을 메울 수 없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던 겁니다. 조급함에 여기저기 전화하던 끝에 전북 부안군 계화도로 찾아들게 됐습니다. 갯벌을 살리자는 어민들의 목소리가 남아있던 곳이었지요. 어민들은 평생직장인 갯벌을 잃게 될 불안감 속에서 ‘그레질(조개 캐는 도구)’을 이어갔습니다. 자연의 물때에 따른 것이 아니라 방조제 공사의 필요에 의해..

사진다큐 2016.05.24

총선 취재의 뒤끝

총선 취재를 했습니다. 두 달 같은 두 주일을 보냈습니다. 당 대표들은 “한 달 같은 하루”라고 표현하더군요. 진짜 선거는 공천부터라는 말이 있듯 사실 일찌감치 총선 취재는 시작됐던 것이지요. 공천과정에서 진을 빼다보니 막상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됐을 때 한숨이 나오더군요. 게다가 매너리즘이라는 놈도 슬며시 고개를 듭니다. 그놈은 ‘이만하면 됐다’는 식으로 몸과 마음을 지배합니다. 뭐 극복하는 법은 간단합니다. 몸을 고되게 하는 겁니다. ㅠㅠ 하루 열 서너 개나 되는 당 대표의 지원유세 일정을 모두 챙길 순 없지만 최소한 오후 신문 마감 시간까지는 되도록이면 많은 일정을 챙기려 했지요. 한 시간 단위의 유세 일정을 취재하기 위해 다음 유세장으로 달리는 취재차 안에서 사진을 마감합니다. 미뤄두면 귀찮아지는 ..

국회풍경 2016.04.19

그 손 내가 잡을 뻔

정계를 떠나 전남 강진에서 칩거하던 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고문이 뜨고 있습니다.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의 러브콜을 동시에 받고 있지요. 손 전 고문은 7일 경기도 남양주 다산유적지에서 열린 ‘정약용 선생 180주기 묘제’에 참석해 ‘다산 정약용에게 배우는 오늘의 지혜’라는 주제의 특강을 했습니다. 때가 때이니 만큼 기자들이 몰렸습니다. 더민주당의 선거 지원 요청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좀 더 생각해 보겠다”고 답했다지요. 몸이 단 양당에 비해 느긋한 손 전 고문. 정치인의 말과 행동에 있어 ‘실학적 자세’가 아닐까 싶습니다. 정치인이든 연예인이든 매체의 시야에서 사라지면 잊히기 마련이지만 시야에 늘 머물러 있는 이들의 정치놀음에 신물이 나다보니 칩거하고 있는 손 전 고문의 몸값을 바짝 ..

사진이야기 2016.04.08

'어이쿠!!'

총선을 앞둔 국회는 지금 총성없는 전쟁텁니다. 공천이 막바지로 치닫자 분위기가 격앙돼 있습니다. 어디서 무슨 일이 터질지 모릅니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대위 대표가 당무를 거부하는 바람에 아침부터 바빴습니다. 김 대표의 사진이 최선이지만 최선을 챙기지 못하면 더 분주해지기 마련입니다. 국회로 출근하자마자 대표실 앞에서 뻗치기에 들어갔습니다. 대표가 올 일은 없었지만 비대위원들이 회의를 진행하고 있어 다른 분위기를 스케치하려 한 것이었지요. 그때 K선배의 전화. “국민의당에 가봐라. 좀 시끄러웠던 갑더라.” 잽싸게 국민의당 최고위원회의가 열린 국회의원회관으로 가 회의가 끝나기를 기다렸습니다. 공천에서 배제된 예비후보와 지지자들이 회의실 문이 열릴 때마다 “투표 결과를 공개하라”며 구호를 외쳤지요. ..

국회풍경 2016.0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