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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 하나 하자"는 그냥 안부였을까?

지난 6월 해외 출장 중 부서 단체 카톡방에 안부 인사를 남겼습니다. 경향신문 ‘지구의 밥상’ 기획 중 아랍에미리트 두바이를 거쳐 케냐 나이로비에서 일정을 소화한 뒤 에티오피아로 출발하기 전날이었습니다. 케냐 일정을 끝낸 뒤 사진을 정리하며 골라낸 몇 장의 기념사진을 안부문자와 함께 보냈습니다. 뉘앙스를 알 수 없는 “(포토)다큐 하나 하자”는 K선배(보조데스크)의 답글이 즉시 돌아왔습니다. ‘건강 잘 챙겨라’는 통상적인 인사대신 말이지요. 그저 ‘잘 지내고 있구나’라는 말의 다른 표현쯤으로 이해했습니다. 국내 메르스 취재로 장기간 시달리던 터라 제가 보낸 한가한 기념사진에 골이 났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기존 기획에 집중해야 하는데 또 다른 기획을 도모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며 거부의..

사진다큐 2015.08.09

몸싸움

취재현장의 ‘몸싸움’은 사진기자들에게 일종의 '취재 기술'입니다. 몸싸움이란 것은 정당한 것이고 어깨를 부딪치면서도 동료를 배려합니다. 좁은 현장에서 어깨를 밀어가며 사진을 찍다가도 위치가 좋지 않은 동료에게 자리를 양보해 주기도 하는 암묵적이고 신사적인 룰입니다. 밀려서 좋지 못한 결과물을 얻었다고 동료를 탓하며 화내면 쪼잔하고 무능한 자가 되어버립니다. 몸싸움은 거칠다기보다 밀고 밀림이 유연한 물의 흐름과 같았습니다. 최근 경영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롯데 집안의 사람들을 취재하면서 더 이상 '고상한' 몸싸움은 불가능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이 들어오던 모습을 뉴스 화면을 통해 봤습니다. 화면은 심하게 흔들렸습니다. 경호원과 취재기자, 사진기자, 영상기자들이 서로 엉겨 붙어 ..

사진이야기 2015.08.05

국회에 온 요원들

국회 정보위원회가 열리는 날은 부산스럽습니다. 국가정보원장이 출석하는 ‘비공개’ 회의이기 때문입니다. 국정원장이 회의장으로 입장하는 모습을 찍기 위해 기자들이 일찌감치 자리를 잡습니다. 지난 27일은 이병호 국정원장이 국정원의 해킹 의혹과 관련한 보고를 하는 날이었습니다. 국정원장이 오기 전, 요원(국정원 직원)이 확실한 이들이 기자들 사이에 섭니다. 동선을 확보하고 혹시나 있을지 모르는 물리적 마찰을 방지하고자 하는 것이지요. 더위에 땀을 삐질 흘리며 좁은 복도에 촘촘하게 선 기자들은 예민해 집니다. 요원들이 동선을 확보하고자 시야를 가릴라치면 “안 보이니 뒤로 좀 붙어 달라” “안으로 안 들어 갈테니 앉을 수 없나”하고 살짝 신경전을 벌입니다. 사실 요원들이 아니더라도 국회 소속 경위들이 기자들과 의..

국회풍경 2015.07.30

에티오피아의 멋 '커피 세리머니'

에티오피아하면 굶주림을 떠올립니다.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아이의 축 늘어진 몸과 비정상적으로 커 보이는 눈이 함께 생각나지요. 지난달 며칠 에티오피아를 다녀왔다는 이유로 앞으로 커피를 함께 떠올릴 것 같습니다. 커피를 그저 단맛으로 흡입했던 저는 예가체프니, 시다모니 하는 것이 에티오피아 커피 브랜드였다는 사실을 현지에 가서야 기억해 낼 수 있었습니다. 갑자기 커피 맛을 알게 됐다는 것은 아닙니다. 대신 커피의 멋을 경험했습니다. ‘커피 세리머니’라는 건데요. 에티오피아에서 귀한 손님을 맞는 전통의례랍니다. 처음 들었을 때 ‘설마 커피를 뿌려대는 것은 아니겠지'하고 생각했습니다. 현지 일정 중 방문했던 월드비전 사무소와 숙소였던 시골의 로지에서 커피 세리머니의 호사를 누렸습니다. 저를 포함한 일행을 ..

사진이야기 2015.07.29

장맛비와 동심

장맛비가 내렸습니다. 일부 지역엔 제법 큰 비가 내렸지만 서울에는 고만고만하게 내렸습니다. 블로그에서 두어 번 썼는데 비에도 성격과 각기 다른 의미가 있습니다. ‘오늘 내리는 이 비는 어떤 비일까?’가 비 스케치의 미션을 받은 자의 첫 질문이어야 합니다. 비는 애매했습니다. 장마기간에도 변변한 비가 내리지 않아서 인지 가물었던 대지에 내리는 비는 반길 만 한 것이지요. 호우특보가 내린 일부 지역은 마냥 반가울 순 없겠지요. 게다가 태풍까지 북상한다고 하니 비의 색깔을 판단하기 애매했습니다. 강이 불어 위험하다느니 축대가 무너졌다느니 하는 돌발 현장이 없어 일단 비를 사건·사고가 아닌 서정적 시선으로 기록해야 할 것 같았습니다. 차창에 맺힌 빗방울을 걸고 행인을 찍어봅니다. 이렇게 찍어서 참 근사하게 표현..

사진이야기 2015.07.25

현수막 정치

정당 회의가 열리는 국회 여야 대표실 또는 원내대표실에는 대형 현수막이 걸려있습니다. 당대표와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가 앉는 자리 바로 뒤에 걸립니다. 대표 등이 앉아서 발언할 때 정확히 머리 위로 글씨가 지나갑니다. 사진기자나 영상기자들이 잡는 앵글에 잘 들어가도록 제작된 겁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얼마 전 홍보위원장으로 브랜드 네이밍 전문가 손혜원씨를 영입했습니다. 소주 ‘처음처럼’ ‘참이슬’ 아파트 ‘힐스테이트’ 등을 탄생시킨 업계 '미다스의 손'이라는 군요. 손 위원장이 당의 현수막 디자인을 설명하면서 온라인에 올라온 사진기사를 인용했습니다. 대표 뒤에 걸린 현수막의 내용이 사진기사에 적절하게 잘 표현되는 것을 고려해 디자인했다는 겁니다. 정당 사진의 특징을 그새 파악한 것이지요. 머리 바로 위로 ..

국회풍경 2015.07.23

정치드라마

한편의 정치드라마를 본 것 같습니다. 드라마적인 요소가 많은 곳이 국회지요. 국회 출입 사진기자인지라 매일 펼쳐지는 드라마에서 가장 극적인 장면은 무엇인지를 포착하려 애썼습니다. 메르스의 위기가 절정에 이를 무렵 해외출장을 갔다가 10여일 지나 돌아온 6월 26일, 신문 1면은 메르스가 아니라 “배신의 정치, 심판해야...”라는 제목에다가 굳은 표정으로 발언하는 박 대통령의 사진이 장식하고 있었습니다. 대통령은 그렇게 국회법 개정안을 거부한 것이지요. ‘배신자’로 낙인찍힌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다음날 대통령에 “진심으로 죄송하다. 마음 푸시고 마음 열어주시길 기대한다”며 몸을 바짝 낮췄습니다. 메르스로 수세에 몰린 박 대통령이 정치적 공세로 국면을 전환시킨 것도 극적이며 대통령에게 사과하며 고개를 ..

국회풍경 2015.07.10

걷는 아프리카인

출장지였던 케냐와 에티오피아의 외곽지역을 차량으로 오가며 현지인들의 모습을 살폈습니다. 몇 가지 관심을 갖고 본 모습 중에 하나는 ‘걷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도대체 저 사람들은 걸어서 어디까지 가는 걸까?’ ‘얼마나 걸어왔으며 얼마나 더 걸어갈까?’ 궁금했습니다. 속도에 익숙한 제겐 눈앞에 펼쳐지는 느리고 막연한 걸음이 답답해 보였던 것이지요. 달구지나 오토바이를 타는 이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이 ‘그냥’ 걸었습니다. 걷는 아프리카인들을 달리는 차 안에서 찍었습니다. 빡빡한 일정에 좀처럼 속도를 늦추지 않는 차 안에서 걷는 이들을 찍는 것이 ‘비겁하고 소심한 사진 찍기’라 자아비판을 했습니다. 적어도 함께 걸으며 찍었어야 그 의미와 함께 사진의 무게감도 살아났을 테지요. 고로 아주 가벼운 사진들입니다. 멀..

사진이야기 2015.07.07

하늘에서 본 아프리카

앞선 글에서 언급한 아랍에미리트(두바이)에 이어 케냐와 에티오피아를 거쳐 귀국했습니다. 보통 사람들이 여행지로 선택하기 쉽지 않은 나라들이지요. 또 올 일이 있겠나, 싶어 오가며 사진을 잔뜩 찍었습니다. 직접 보고 느끼는 여행을 대체하지는 못할 사진이지만 블로그에서 틈틈이 보여드리려고(우려먹으려고) 합니다. 기획 취재로 간 출장이어서 관련 사항은 빼고(상도의지요^^) 나머지 것들을 사진 중심으로 올릴까 합니다. 골라 놓은 사진이 200장은 족히 넘는 것 같습니다. 이걸 어떻게 정리해 올릴까 고민입니다. 맛보기로 사진 몇 장 올립니다. 얀 아르튀스 베르트랑이라는 프랑스 출신의 사진가가 있습니다. 항공 촬영으로 등의 프로젝트를 진행했었지요. 한국에서 전시도 했습니다. 얀을 끌어들인 것은 포스팅 글의 제목을 ..

사진이야기 2015.06.28

낙타 접촉 금지된 두바이에서

지난 15일 새벽 두바이에 도착할 때 살짝 긴장했습니다. 메르스로 괜한 트집 잡히는 것 아닐까, 하고 말이지요. 적어도 관련된 질문 하나쯤은 할 줄 알고 안 되는 영어로 모범답안도 중얼거려봤습니다. 새벽 4시라는 시간의 덕을 본 것인지 입국절차는 아주 간소했습니다. ‘이 자들이 아직 소식을 못 들었나’ 싶기도 했지요. ‘뭐 하러 왔느냐?’는 질문 하나 없이 웃음으로 재빨리 입국시킨 것은 길게 얘기하면 감수해야할 위험 때문이었을까요. ^^ 공항을 나서자마자 목욕탕 사우나 기운이 후욱~하고 끼쳐왔습니다. ‘이것이 중동이군. 낙타의 숨결도 녹아들었겠지.’ 꺼놓았던 휴대폰을 켜자, 외교부에서 보낸 낙타 접촉 금지령 문자가 떴습니다. ‘지긋지긋한 메르스’는 호텔의 아침식사 자리에도 달라붙었습니다. ‘저 우유는 낙..

사진이야기 2015.0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