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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요 샤이니월드"

지난 12일 제 블로그에 비밀댓글이 달렸습니다. 댓글이 잘 붙지 않는 블로그라 댓글이 표시되면 설렙니다. 제법 긴 댓글이었습니다. 글을 읽으며 뭉클해졌습니다. “···몇 달 전 세월호 희생자이자 그룹 샤이니의 팬이었던 다영양의 이야기를 기자님 블로그를 통해 전해 들었습니다. 당시 글에 다영양이 사고나기 전 샤이니의 공연도 보러 갔다고 하셨었지요? 제 짐작으로는 다영양이 본 공연이 올 초 3월 7일~8일 양일간 서울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있었던 샤이니의 콘서트였을 것 같아요. 저도 갔던 공연인지라, 비록 다영양의 얼굴도 목소리도 모르지만 같은 날 같은 공간에서 함께 환호하고 노래 불렀을 다영양을 생각하며 눈물이 났더랬습니다. 이렇게 댓글을 남기는 건 다름이 아니오라, 다영양이 참석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바로..

사진이야기 2014.12.31

내 자식같은 사진

사진을 찍기도 전에 사진 달라는 취재원의 말에 삐졌습니다. 꼭 필요하다면 사진 찍은 후에 물어도 될 것을. 작가라는 그는 쉬워도 너~무 쉽게 사진을 달라했습니다. 물론 “주세요”했는지 “주실 수 있나요?”라고 물었는지 정확한 멘트는 생각나지 않지만 받아들이는 제 입장에서는 마찬가집니다. 이미지 범람의 시대에 사진은 공짜라는 인식도 한 몫 했으리라 생각합니다. 마음 상해도 회사 찾은 손님인데 버럭 화낼 수도 없고 대신, 찍는 사진 컷 수를 대폭 줄이는 식으로 불만을 표시했습니다. ‘내 사진은 그리 쉽고 간단한 사진인가?’를 자문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가령 비슷한 인물사진이 있는데 하나는 1년차 때 찍은 사진이고 다른 하나는 15년차 때 찍은 사진이라고 한다면 이 사진은 비슷하다 할 수 있을까요. 그 전..

사진이야기 2014.12.29

내 멋대로, 2014 내가 만난 사람들

한 해 동안 찍은 사진을 훑어보았습니다. 올해 제가 만났던 수많은 사람들과 사진 찍을 당시 상황들이 빠르게 스쳐갔습니다. 사진으로 기록된 순간은 더 또렷하게 기억되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내가 올해 만났던 사람들을 정리해 보자'는 생각을 문득 했습니다. 매년 10명 정도 그해 만난 사람을 기록해 두는 것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2014년에 제가 만난 사람을 제 마음 가는대로 골라 정리했습니다. 여기에 끼지 못했다고 섭섭해 하실 분은 없으실 테지요. 이런 식으로 2014년을 정리해 봅니다. 건축가 승효상 대한민국 대표 건축가입니다. 경향신문에 ‘보이지 않는 건축, 움직이는 도시’를 연재하고 있지요.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라는 ‘백사마을’ 재개발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분입니다. “세계적으로 아름다운 마을은..

사진이야기 2014.12.23

실패한 새 사진

가창오리를 수소문했습니다. AI(조류플루엔자)를 매개했다하여 천덕꾸러기가 되기도 한 겨울철샙니다. 새 사진을 찍어본 지 오래고 해마다 변하는 서식지 등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었습니다. 이 분야에 전문가인 J일보 A선배께 전화를 했지만, 가창오리에 대한 확실한 정보를 건질 수 없었습니다. 선배의 조언대로 철새가 많이 관찰되는 지역의 철새조망대와 지자체에 문의를 했습니다. 결국 가창오리가 해남 지역에 가장 많다는 정보를 입수하게 됩니다. 오랜만에 새를 찍으러 가는 마음이 가벼웠습니다. 해남 지역에서 철새 모니터링하는 분과 연락이 닿았기 때문입니다. 예보와 다르지 않은 날씨와 적절한 렌즈의 선택만이 관건이었지요. 머릿속에선 언제가 보았던 가창오리의 군무 사진을 떠올리고 있었습니다. 기가 막힌 사진이었지요. ‘..

사진이야기 2014.12.17

시나리오 사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지난 12일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회항과 승무원 하기’ 논란에 대해 사과를 했습니다. 조 회장의 회견 속보에 대한항공 본사 로비로 기자들이 모여들었습니다. 두 시간 후쯤 조 전 부사장이 조사를 받기 위해 인근 국토부 조사실로 출석할 예정이었기에 ‘혹시 조 회장 부녀가 함께 사과회견에 나올지도 모른다’는 예측을 합니다. 사진기자들의 상상은 날개를 답니다. ‘회초리를 들지 않을까...’ 3면이 기자로 둘러싸인 로비로 조양호 회장이 걸어 나왔습니다. 선채로 잠깐 앞을 주시하더니 깊숙이 고개 숙여 인사를 합니다. 그리고 사과문을 천천히 읽어가다 다시 인사를 했습니다. 이날 사과 회견 동안 대여섯 번 정도 고개를 숙였습니다. 살면서 90도 인사를 얼마나 하셨겠습니까. 조 ..

사진이야기 2014.12.15

앗긴 낭만에 대하여

엊그제 첫 눈이 내렸습니다. 기상청 기준으로는 첫 눈이 아닐 수도 있겠네요. 국회에 출입하는 사진기자들은 이날 여야의 예산안 처리를 앞두고 일정이 바빴습니다. 여야 아침 회의 등 촘촘한 오전 일정을 소화하느라 국회의사당 밖의 날씨에 그리 신경을 쓸 수 없었습니다. 아니, 외면했다는 말이 맞겠네요. 당 대표실과 원내대표실, 회의장을 오가는 사각형의 복도는 꼭 다람쥐 쳇바퀴를 연상케 했지요. 유리문 밖으로 제법 굵은 눈발이 날렸습니다. 회의장으로 향하는 사진기자들은 밖으로 흘낏 눈길 한 번 주고는 걸음을 재촉합니다. 찰라의 시선의 의미를 저는 읽을 수 있습니다. 저 역시 지나쳤지만 가늘었던 눈발이 굵어지면 그것도 한순간인지라 카메라에 담아야겠다는 욕심이 일어납니다. 어쩌면 지금 이 순간에만 목격될 수 있는 ..

사진이야기 2014.12.03

사진 번뇌

충북 영동 백화산에 안긴 반야사는 일찌감치 해가 졌습니다. 일학 스님과 차담을 나눈 뒤 컴컴해진 대웅전 앞마당으로 나섰습니다. 방금까지 실내조명에 적응된 눈에 서서히 밤하늘의 별들이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어둠에 완전히 눈이 적응될 즈음 하늘 가득한 별들이 쏟아질 듯 시야에 들어왔습니다. 그 장면은 “아~”하는 감탄사 이상으로 표현할 길이 없네요. 별들을 한참 올려다보다 초등학생 때 경남 어느 산골로 갔던 교회 수련회를 떠올렸습니다. 그때 밤하늘에 별들은 어린 저를 압도했습니다. 은하수라는 것을 그날 처음 봤습니다. 그날 이후 세뱃돈으로 싸구려 천체망원경을 사서 하늘을 살피곤 했었지요. 템플스테이를 취재하러 온 절간에서 별 때문에 예배당 수련회를 떠올렸다는 게 재밌다 생각했습니다. 앞서 해가 넘어가기 전..

사진이야기 2014.11.10

가을을 타다

나뒹구는 낙엽을 보며 문득 ‘쓸쓸함’을 느꼈습니다. 찬바람 불고 물든 단풍잎 흩날리니 ‘막연한 그리움’도 고개를 들었습니다. 왜냐고 묻는다면 선뜻 답하기가 어렵습니다. 기껏 ‘가을이니까’ 내지는 ‘다들 가을에는 그렇지 않나’하는 질문으로 되받습니다. 이리저리 밀려다니는 낙엽을 보며 싱숭생숭해지는 마음은 요맘때 많은 이들이 버릇처럼 하는 말들이 만들어 놓은 '강요된 감정'은 아닐까하는 의문도 품어봅니다. 지인들과 술자리가 많아지는 가을입니다. “날 선선해지면 한 잔 하자”했던 여름의 약속이 드러난 핑계이지만, 선선한 바람과 문득 찾아드는 외로움에 술 한 잔의 위로를 서로 주고받기 위함이기도 합니다. 따지고 보면 그 실체가 조금 모호한 감정이지만 이번 가을에는 쓸쓸함이든 그리움이든 외로움이든 그대로 한 번 ..

세계적 사진가와 그냥 사진기자

세계적인 다큐멘터리 사진가 존 스탠마이어는 자신의 휴대폰 카메라에 담은 사진을 보여주었습니다. 그가 흥미롭게 본 것은 한국의 일상과 도처에 널린 ‘다양한 색’이었습니다. 두루마리 휴지가 걸린 포장마차, 그릇에 담긴 반찬들, 화장실 소변기 위에 놓인 꽃, 비닐봉지 등에서 발견한 색들을 그의 개성적인 앵글로 보여줍니다. 정말 흥미롭다는 것을 그는 천진한 표정으로 말하고 있었습니다. 위 사진 'Signal'로 World Press Photo (WPP·세계보도사진전) ‘2013 올해의 사진상’을 받았고, 세계의 식량위기, 민주화 운동, 빈곤과 환경 문제 등 선 굵은 작업을 하는 그의 눈에 한국의 사소한 것들은 특별했던 겁니다. 식량위기에서 포장마차 두루마리 휴지까지 그의 관심과 그것을 포착하는 시야는 대단히 넓..

사진이야기 2014.10.26

'내 어릴적 영웅'

홍콩영화 ‘지존무상’(1989), ‘천장지구’(1990). 따져보니 25년 전쯤에 제가 봤었군요. 스토리는 희미하지만 영화 속 배우 유덕화(류더화)에게 받았던 강한 인상은 남아있습니다. 친구들과 어울려 영화를 보며 뭉클해했고 극장을 나설 땐 자못 비장한 표정을 지었던 것도 같습니다. 그보다 몇 년 전인 10대 초반엔 성룡(청룽)에 꽂혀 그의 브로마이드와 각종 사진을 모았고, 사진을 코팅해 책받침으로 사용하기도 했었지요. ‘천장지구’ 이후 성룡에서 유덕화로 갈아탔습니다. 영화 속 유덕화의 모습이 참 멋져 보였고 그런 그의 이미지에 열광했던 것 같습니다. 갑자기 옛 기억을 살짝 푼 것은 ‘내 10대의 영웅’ 유덕화를 만났기 때문입니다. 지난 20일 인천장애인아시안게임 보치아 경기장으로 향했습니다. 뭔가에 끌..

사진이야기 2014.10.24

그녀의 정체는?

그녀의 정체가 궁금합니다. 인천아시안게임 북한 선수단 1진이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하던 날, 선수들 사이에서 니콘 카메라를 든 이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그중 한 명은 성급한 걸음으로 출국장을 나오며 남한 쪽 사진기자를 향해 셔터를 마구 눌렀습니다. 그의 엉성한 자세를 보며 사진기자가 아닐 거라 생각했습니다. 예전 이산가족상봉 취재차 금강산에 갔을 때 카메라를 든 북측 인사의 대부분이 기자들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고난 뒤 생긴 의심도 작용했을 겁니다. 드라마 속에서 보는 어설픈 사진기자 엑스트라의 모습을 보는 듯 했습니다. 카메라를 든 자의 어색한 움직임은 사진기자의 눈엔 쉽게 포착됩니다. “북에서는 그리 찍습네다”라고 말한다면 할 말은 없습니다만. 시선을 끄는 또 한 명의 사진기자가 있었으니 카메라를 멘 여..

사진이야기 2014.10.10

찍느냐 마느냐

지난 달 21일 자유북한운동연합 등 탈북자 단체 회원들이 ‘대북전단’을 날린다는 내용의 일정 보고에 데스크는 망설였습니다. 이런 행사에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해 온 신문의 편집 방향에 비춰 게재 확률은 떨어지고 주기적으로 실시하는 삐라 살포에 왕복 두 시간 이상 거리는 빠듯한 취재인력에 데스크를 주저하게 만드는 것이지요. 지면에 사진으로 쓴다 해도 이 단체가 의도하는 정치적 메시지만 전달해 주는 것이 아니냐는 것도 고려되는 부분입니다. 몇 차례 대북전단 취재를 해본 제 경험으로는 풍선에 매단 전단을 정확히 북으로 날려 보내는 것보다 행사에 대한 언론의 주목에 더 의미를 두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많은 단체들이 그러하듯 조직의 존재와 사업 내용을 알리기 위해 언론의 취재만큼 효율적인 수단이 없지요. 북한이 전..

사진이야기 2014.10.10

매번 실패하는 기념사진

인터뷰의 주인공을 앉힐 의자를 세심하게 놓으며 슬며시 미소를 지었습니다. 인터뷰 장소인 카페를 둘러보며 사진 찍을 세 군데쯤의 공간과 동선을 미리 머릿속에 그렸습니다. 열린 문 사이에 둔 의자는 마지막 사진을 찍을 공간이었지요. 이날 주인공 이미지의 완성은 의자에 앉은 채 찍은 컷이었으면 했습니다. 자신만만한 ‘지존’의 모습을 연출해 담고 싶었습니다. 계산대로 3층 테라스, 2층으로 이어지는 계단, 그리고 의자에 앉혔습니다. 강렬하고 깊은 눈빛이 참 좋은 배우였습니다. 시간 단위로 반복되는 인터뷰와 사진 촬영을 하고 있는 그였지만 스스로 연출하는 포즈엔 여유와 근성이 느껴졌습니다. 한 시간 주어진 인터뷰 시간에 사진기자의 시간은 10여분. 결과물이 그럴듯하다 할지라도 영혼 없는 사진을 찍을 가능성이 큰 ..

사진이야기 2014.09.29

고은비, 권리세의 명복을 빕니다

지난해 2월 다섯 명의 앳된 여성들이 인터뷰 사진을 찍기 위해 스튜디오로 들어섰습니다. 가요계 데뷔를 앞두고 있는 걸그룹이라고 했습니다. 신문사 특유의 분위기 때문인지, 데뷔를 앞둔 떨림인지, 아직 인터뷰가 어색해서인지 얼굴들이 다소 긴장한 듯 상기돼 있었습니다. 분위기를 말랑하게 만들 요량으로 “이 스튜디오는 예전 문화방송 라디오 스튜디오였다”는 공간의 역사부터 빨간 원색의 의자를 가리키며 “저기에 장동건, 김수현 등 대한민국 알만한 배우와 가수들 대부분이 앉았다”는 얘기까지 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정말요?” “와 신기하다” 곧 특유의 발랄함을 회복했습니다. 시답잖은 얘기에 웃어주는 센스 만점의 친구들이었습니다. 오랜만에 스튜디오는 활기를 띄었습니다. 데뷔곡 중 손으로 연출할 수 있는 춤동작 포즈를 ..

사진이야기 2014.09.10

번개를 왜 찍을까?

번개 사진 찍어보셨나요? 지난 29일 밤 야근 중에 번개가 내려쳤습니다. 번개 칠 때의 행동 매뉴얼이 있는 것처럼 사무실 창을 열고 카메라를 하늘을 향해 고정시킵니다. 그리고 릴리즈를 이용해 저속으로 촬영합니다. ‘똘똘한 놈 하나만 걸려라’는 심정으로 반복해서 셔터를 누릅니다. 창을 열면 저만치 서울N타워가 보여 다른 앵글을 찾아 밖으로 나갈 필요도 없습니다. 그저 한 자리에서 우직함만이 필요한 작업입니다. 하늘을 가르는 번개를 카메라에 담는 것이 그리 쉽지 않습니다. 눈에 본 대로 사진에 새겨지지도 않고 셔터 타이밍을 놓쳐 눈으로만 보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기술이나 경험보다는 운에 '잘~' 기대는 것이 최선입니다. 단순 반복 셔터질을 하다 문득 ‘내가 왜 이걸 하고 있을까?’ 물었습니다. 복잡한 작업이..

사진이야기 2014.0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