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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는 남자

수영선수 박태환, 가수 태진아, 이완구 총리. 직업도 나이도 다른 이 세 사람을 하나로 엮는 이미지는 무엇일까요? 맞습니다. 눈물입니다. 최근 세 남자 모두 기자회견이나 취재진 앞에서 눈물을 보였습니다. 비슷한 기간 눈물을 보인 여성의 이미지는 딱히 떠오르지 않아 그런지 ‘우는 남자들’의 모습은 더 도드라져 보입니다. 왜 울까요. 잘못에 대한 후회와 반성, 대대적인 보도와 의혹제기 등에 대한 억울함, 미래에 대한 두려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눈물샘을 자극했겠지요. 여기에 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수단의 눈물이라는 의심도 보태집니다. 대중 앞에서 보인 눈물이 위기의 정면 돌파에 도움이 된다는 계산이 들어가 있는 듯합니다. 대게 인지도 있는 인물의 눈물 사진은 웹과 지면을 도배합니다. 글로 추측되고 증폭되는 ..

사진이야기 2015.03.31

속도는 병이다

서울을 벗어날 때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집니다. 그것이 출장이어도 그렇습니다. 잠시 떠남의 설렘과 탁한 공기를 뒤로하는 상쾌함보다 오히려 도시의 숨가쁜 속도를 잠시 벗어나는 것이 그 이유인 것 같습니다. 산수유가 만발했다하여 전남 구례를 다녀왔습니다. ‘꽃을 보고 즐긴다는 것’은 확실히 ‘느림’의 영역이지요. 그런 느긋한 마음으로 산수유 사진을 찍고자 했습니다. 6년 만이자, 네 번째로 산수유마을을 찾은 것이지요. 마감에 임박해 헉헉댔던 지난 세 번의 취재보다 훨씬 여유로웠습니다. 연차인지, 나이인지 여하튼 세월이 제 안에 무언가 다른 무늬를 새겨놓은 때문이라 생각했습니다. 내 안의 여유를 발견하자 ‘이 느낌 유지하자’고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주말 마을 초입에는 산수유 축제 채비로 분주했습니다. 차량들이 ..

사진이야기 2015.03.26

오뎅 정치학

4.29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여야는 본격적인 선거체제에 돌입했습니다. 지난 19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선거지역 4곳 중 한 곳인 성남 중원구를 찾았습니다. 성남산업단지관리공단에서 현장최고위원회의를 가진 김 대표는 이 지역에 출마한 후보자와 재래시장을 돌았습니다. 서민 유권자의 마음을 얻기 위해 재래시장만한 곳도 없습니다. 웬만한 연예인보다 방송화면에 자주 등장하는 정치인은 어디를 가나 관심을 끌지요. 시장입구부터 상인 등과 인사를 나누며 시장을 가로질렀습니다. 사진기자들은 그림될만한 곳에 미리 자리를 잡고 대표를 기다립니다. 보통 시장의 먹거리가 있는 곳이지요. 정치인과 상인이 인사를 나눌 때 시장음식은 공간 배경이 됩니다. 더 나아가 대표가 음식을 집어먹거나 상인이 대표에게 먹여주는 모습..

국회풍경 2015.03.21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어제 TV에 우윤근 의원만 나오데요” “뭐, 옳은 말 했나보지요” 이병호 국정원장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 전체회의장에서 새누리당의 이철우 의원이 던진 말에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여유롭게 받았습니다. 웃자고 한 말이었지만 말 속엔 뼈가 있습니다. 전날 종일 인사청문회가 열렸는데 TV뉴스에는 우 의원 질의 중심으로 보도됐다는 것이지요. 정보위 여야 위원들은 그런 얘기 등을 하며 회의 시작을 기다렸습니다. 이날 기자들을 위해 회의 시작 전 사진이나 영상을 찍을 수 있도록 스케치 취재를 허락했습니다. 평소 정보위는 국가기밀 등이 얘기되는 회의라 취재진에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물론 국정원장 인사청문회는 예외입니다만. 회의가 시작되기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는 기자들을 ..

국회풍경 2015.03.17

웃어라 박주영!

7년 만에 K리그에 복귀한 박주영이 FC서울 입단식을 가졌습니다. 취재진이 일찌감치 진을 쳤습니다. 누군가 툭 뱉습니다. “내내 고개 숙이고 있는 거 아냐?” 알려져 있는 것처럼 미디어와의 불편한 관계를 함축하는 말로 들렸습니다. 박주영이 회견장에 들어섰습니다. 장기주 FC서울 사장이 등번호 ‘91’의 유니폼 상의를 건넸고 박주영이 취재진 앞에서 입었습니다. 최용수 감독이 꽃다발을 전달했습니다. 사장, 감독, 선수가 손을 모으고 포즈를 취했습니다. 박주영은 구단 관계자의 진행에 따라 일사천리로 행사가 이뤄지는 동안 단 한번 웃음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입단식에서 꼭 웃어야 된다는 법은 어디에도 없지만, 사진기자들은 바랍니다. 취재진 앞에서는 통 웃지 않는 박주영이라 더더욱 화끈하게 웃는 모습 한번 보고 싶..

사진이야기 2015.03.13

왜 물 먹는 사진을 찍는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열렸습니다. 이날 두 명의 장관 후보자는 현역 국회의원입니다. 평소 친분 있고 낯익은 의원들이 줄지어 앉아있어도 긴장된 표정을 감출 수 없습니다. 아는 사람이 더 무서운 법이지요. 청문회장을 가득 메운 취재진도 의정활동하며 여기저기서 만난 기자들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보였을 테지요. 고위 공직자의 자격 요건인 듯 후보자들은 위장전입, 다운계약서 등의 의혹으로 도덕성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요즘 그 정도로 낙마하진 않는 분위기 때문인지 사과도 당당했습니다. 한편 내년 4월 총선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다면 장관직 수행 기간은 불과 10개월 남짓이지요. 이날 야당 의원 중심으로 후보자들에게 총선 불출마 의사를 물었고, 두 장관 후보는 즉답을 피했습니다. 집요한 질문과 불출마 요구에 ..

국회풍경 2015.03.10

'미 대사 피습' 조간신문 1면

국회로 출근하는 길에 마크 리퍼트 미 대사의 피습 속보가 휴대폰에 떴습니다. 평소 속보에 민감하지만 쏟아지는 속보 속에 가치 없는 속보, 낚는 속보도 많아 ‘미 대사의 피습’이라는 말에도 ‘의심’이 고개를 듭니다. 직업병이지요. 그 피습의 정도와 내용의 진위까지 의심하게 됩니다. 뉴스가 클수록 오히려 의심은 더 커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의심의 순간은 잠깐이고 다시 직업적 현실로 돌아옵니다. 미 대사 조찬 강연에 우리 부서에서는 취재를 갔을까. 갔다면 이 상황을 찍었을까. 국회 기자실에 들어서니 뉴스채널들이 경쟁적으로 속보를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현장에 있었던 채널은 영상을, 그렇지 못한 채널은 사진 한 장 띄워놓고 한·미 관계와 파장, 용의자 신상과 배후 등의 얘기들을 늘어놓고 있었지요. 늘 출연하는 고..

사진이야기 2015.03.08

'891, 71, 0'

국회를 한 주 동안 매일 나오게 됐습니다. 이날(3월2일)은 김영란법 등 쟁점 법안 처리를 위한 막판협상 등으로 챙겨야 할 일정이 많았습니다. 국회로 출근해 기자실에 카메라를 내려놓자마자 구내식당에서 아침밥을 먹었습니다. 1000mg 비타민도 한 알 삼켰습니다. 몸이 벌써 반응하는 바쁜 날을 예감했습니다. 밥과 비타민은 몸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였지요. 국회 하루의 시작은 여야 아침회의입니다. 09:00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 김무성 대표 등이 들어올 때의 분위기와 김 대표 등의 모두발언을 카메라에 담습니다. 09:15 뛰듯이 이동해 이번에는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회의를 찍습니다. 보통 당대표의 발언은 지나가 버린 뒤지요. 매번 새누리 먼저냐, 새정치 먼저냐를 망설이게 마련입니다. 기자실에 돌아와 여야 아..

사진이야기 2015.03.03

'유리창 유혹'

유리창을 통해 찍은 인물사진의 경우 특종일 확률이 큽니다. 연출사진이 아니라면 말이지요. 제가 입사했던 2000년, 무기 로비스트 ‘린다 김’이 은신 중이던 서울 논현동 자택 담장 위에서 사진기자들은 24시간 3교대를 해가며 집 안을 들여다보았습니다. ‘저런 취재도 있구나’ 싶었습니다. 수습이던 제겐 담벼락 취재의 기회가 오지 않았지만 연일 초췌해져가는 선배들을 보며 마음이 짠했던 기억이 납니다. 몇 날 며칠을 기다려도 볼 수 없었던 린다 김을 당시 대한매일(현 서울신문)의 도준석기자가 현장에 투입되자마자 찍었습니다. 창 속에서 어딘가로 다급한 전화를 하는 린다 김의 모습이 처음으로 포착됐습니다. 모든 신문과 방송이 이 사진을 받아썼습니다. 확실한 특종이지요. 이 사진은 그해 대한민국 내에서 보도사진에 ..

사진이야기 2015.02.26

멸치 대가리를 따며

마른 멸치의 대가리를 땁니다. 수북이 쌓인 멸치를 보며 '언제 다 따나' 싶습니다. 한 마리씩 일일이 대가리를 따고 까만 똥을 빼냅니다. 이것은 확실히 노동입니다. 큰 기술이 필요한 것도 아니면서 요령이란 게 생깁니다. 곧 지겹다는 생각이 사라집니다. 눈은 까고 있는 멸치를 향하지만, 시선은 멸치에 있지 않습니다. 딱히 무엇을 보고 있지 않는, 초점이 없어지는 순간을 맞습니다. 노동은 탄력을 받아 계속됩니다. 그 즈음에 잡생각의 공간이 생깁니다. 그 공간에서 생뚱한 시선이 튀어나옵니다. 멸치의 표정이 들어옵니다. 그것은 아마도 최후의 표정일 겁니다. 입 다문 놈, 비명 지르듯 입 벌린 놈, 대체로 무표정한 놈들 사이에 실실 웃는 놈. 억울한 마지막이었는지 눈들은 모두 말똥말똥. 대가리를 제거하는 것은 이..

사진이야기 2015.02.22

배신당한 프레스 프렌들리

몇 달 전부터 다시 국회에 출입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2진이라 1진 선배의 부재 시에 국회 사진을 전담합니다. 1,2진 부재 시엔 후배인 3진이 커버하게 되는 구조입니다. ‘국회사진’이란 기본적으로 회의 사진입니다. 모든 사진거리가 회의, 회견, 토론회의 범주를 여간해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주로 앉아서 얘기하는 회의 사진에 ‘회의’를 갖기도 합니다. 내부적으로도 정적이고 심심하고 밋밋하고 늘 보던 사진은 지양하는 추세입니다. 회의 사진을 다르게 찍는다는 게 어디 쉽나요. 국회에 다시 와서 보니 사진기자 선후배들이 총리 후보인 이완구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참 좋아하더군요. 이유는 표정이 풍부하고 제스처가 다양한 것이 이유입니다. 밋밋한 회의 사진에 다양성을 제공해주는 것이지요. 그는 사진기자들이 ‘사진이..

사진이야기 2015.02.12

여행사진 그리고 발품

데스크는 “콧바람이나 쐬고 오라”며 1박2일 트래블(여행) 출장 지시를 내립니다. 사진이 지면 절반을 차지하는 지면 특성상 콧바람의 여유나 설렘은 사실 없습니다. 오히려 약간의 부담을 갖고 떠나게 되더군요. 보통 여행지의 날씨에 민감합니다. 대체로 맑은 날이면 해가 뜨고 지는 주변의 시간 때에 빛의 변화나 빛의 색감으로 좋은 사진을 찍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뭐 데이터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상식처럼 그렇게 이해하고 있습니다. 가능성이 좀 높다는 것이지 좋은 날씨가 곧 좋은 사진을 담보하진 않지요. 완성도가 떨어지는 사진을 안 받쳐준 날씨 탓으로만 돌릴 수도 없습니다. 여행사진에서 날씨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발품입니다. 사진의 완성도에 발품은 상당한 기여를 합니다. 여기서 발품이라 함은 그저 열심히 돌아다니는..

사진이야기 2015.02.04

물그림자

물에 투영된 산과 겨울나무와 석탑이 선명하다. 한 폭 그림처럼 시선을 잡는다. 거꾸로 봐도 다르지 않다. 무엇인 실재이고 무엇이 현상인지 혼란스럽다. 하지만 바람에 흔들리고, 빛이 변하면 허무하게 사라지는 것이 물그림자다. 땅을 딛고선 것과 달리 물에 투영된 사물은 불안하다. 그래서 거짓이다. 눈을 즐겁게 하지만 만질 수 없는 신기루다. 우리 삶에 얼마나 많은 신기루가 진짜를 대체하고 있을까. 나는 내 속에 얼마나 많은 거짓과 가짜를 참과 진짜로 가장하고 있는 걸까. 20여 년 전 복원됐다는 저 석탑도 백제의 탑은 아니다. 거짓을 투영하고 있는 연못 위 또 다른 거짓이라. 거짓의 거짓은 참인가, 더 큰 거짓인가. 물그림자를 보고 든 상념. 2015년 1월 23일. 익산 미륵사지에서 yoonjoong

만화 보고 건진 다큐

새해 첫 포토다큐는 이왕이면 밝고 희망적인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지요. 한 10년 전쯤 새해에 한 기업의 신입사원 연수를 다큐지면에 썼던 기억도 났습니다. 소재를 고민할 즈음해 장안의 화제 고졸사원 장그래의 분투를 그린 드라마는 못 보고 대신, 만화 을 재밌게 읽었습니다. 만화를 덮자마자 이거다 싶었습니다. ‘고졸 신입사원’을 다큐 소재로 결정한 것이지요. 서울시교육청을 통해 두 곳의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 한 곳의 취업학생 명단과 담당교사 연락처를 받았습니다. 졸업을 앞두고 이미 사회인이 된 세 친구를 섭외했습니다. 각기 다른 직업이어야 할 것 등 나름의 기준으로 엄선(?)한 친구들입니다. 다큐 취재를 하면서 결국 ‘성공’한 친구들의 이야기로 들릴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고, 취업하지 못한 더 많은 친구들..

사진다큐 2015.01.25

수첩 찍기의 함정

수첩 사진 한 컷의 파장이 큽니다. 지난 1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수첩이 한 매체 사진기자의 카메라에 잡혔습니다. 정윤회 문건 파동과 관련한 메모가 적혀있었고 이에 대해 김 대표는 “누가 그러길래 그냥 적었는데 그게 찍힌 것”이라고 했답니다. 그날 저도 본회의장에 있었지만 김무성 대표를 주시할 이유는 딱히 없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물 먹은 상황이 되었습니다. 가끔 국회 본회의장에서 찍힌 의원들의 메모나 휴대폰 문자메시지 등이 이슈가 되는 일이 있습니다. 사진기자들은 국회 본회의가 열리면 뒤쪽 2층에서 의장석 방향을 보며 사진을 찍습니다. 국회의원들 역시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앉아 있기 때문에 사진기자들은 의원들의 뒤쪽에서 내려다보게 됩니다. 인터넷으로 무엇을 검색하는지, 무슨 자료를..

사진이야기 2015.0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