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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의 진정성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관련 대국민 담화 중 눈물을 흘렸습니다. 한 보수단체는 "대통령의 진심어린 사과와 약속에 공감한다"며 한 일간지에 광고까지 실었습니다. 여간해선 볼 수 없는 대통령의 '눈물'에서 진정성을 읽었기 때문일까요. 또 다른 쪽에서는 똑같은 눈물을 ‘악어의 눈물’로 폄하하며 사과의 진정성을 의심합니다. 사고 수습과정과 급히 쏟아낸 대책을 보며 신뢰를 줄 수 없다는 얘기지요. 요즘 정치인들의 눈물 사진이 자주 눈에 띕니다. 선거의 계절이기 때문일까요. 여하튼 이 사진들을 기억하는 것은 눈물 사진이 주목도가 높고, 신문지면에도 잘 반영되기 때문이라 생각됩니다. 눈물에 약해지는 건 대한민국 남녀노소의 구분이 없겠지요. 정치인의 눈물에는 타이밍이 있는 것 같습니다. 울어야 될 때 잘 우는 것도 정치..

사진이야기 2014.05.23

꿈이었으면

오랜만에 올리는 글입니다. 세월호에 대한 얘기를 블로그에 쓴다는 게 죄스러웠습니다. 사고가 난 지 20여일이 지난 뒤에야 겨우 몇 줄 씁니다. 기록되어야 기억된다는 믿음으로. 진도에 머무는 동안 사고해역과 가까운 팽목항에서 5km쯤 떨어진 곳에 숙소를 잡았습니다. 진도 앞바다의 소박한 만이 내려다보이는 작은 마을에 있는 펜션이었습니다. 매일 밤 지쳐서 돌아왔습니다. 같은 바다를 앞에 두고 팽목항의 ‘아비규환’과 숙소에서 느껴지는 ‘적막’. 그 간극이 참 묘했고, 휴가 때나 올 법한 펜션이라는 공간이 비현실적으로 다가왔습니다. 늦은 밥과 급한 술 몇 잔 삼키고 잠을 청했습니다. 잠에 빠져드는 어느 지점에서 ‘이건 꿈이다’라는 주문을 외웠습니다. 이른 아침, 잠에서 깨면서 눈을 뜨지 못한 채 ‘제발 꿈이길·..

사진이야기 2014.05.10

B컷 그러나 내겐 베스트 컷

잘 알려진 전시기획자가 "신문에는 B컷 쓰고, 블로그에는 A컷 쓴다"는 말을 하더군요. 여러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말입니다. 가끔 제가 베스트라고 생각하는 컷이 배제되고 그저 평이해 보이는 사진이 지면에 실릴 때 조금 서운해 집니다. '왜 내 마음을 몰라주나' 싶지요. 매년 반복되는 현장에서 조금 다른 사진을 찍으려는 노력은 사진기자의 존재 이유중 하나입니다. 어제 서울시에서 광화문 광장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 동상에 봄맞이 물세척을 실시했습니다. 이순신 장군 세척을 보다가 뒤로 보이는 세종대왕의 시선이 느껴졌습니다. 세종대왕의 시선에서 이순신 장군을 보면 재밌겠다, 싶었습니다. 세종대왕 상 뒤로 걸어가며 제목도 생각했습니다. "이 장군, 시원하시겠소" "내 다 보고 있다" 등등. ^^ 뒷모습이라서 더 ..

사진이야기 2014.04.11

전교생 2명, 산골분교 이야기

새 학기가 시작되는 3월이 오면 강원도 어딘가 산골분교를 취재해 다큐 지면에 실어야겠다고 일찌감치 마음먹었습니다. 가슴에 담고 있는 사진 한 장 때문입니다. 강재훈 사진가의 ‘들꽃 피는 학교, 분교’ 사진집에서 본 사진이지요. 조회 시간인 듯 작은 조회대 위 선생님과 아래에 선 학생 하나. 차렷 자세로 선생님을 바라보며 웃는 아이. 가슴 먹먹해지게 하는 사진이었습니다. 사진을 본 지는 꽤 오래됐습니다만, 길게 마음 한켠에 간직되고 있었던 것이지요. 강원도 교육청에서 올해 입학생이 없는 강원도 내 분교의 자료를 받았습니다. 몇 군데 학교로부터 연달아 정중한 거절을 당했지요. 쉽지 않은 섭외에 다소 의기소침해져 학교 자료를 초점 없이 멍하게 바라보다 갑자기 눈에 들어온 학교. 인제초등학교 가리산분교. 이상하..

사진다큐 2014.03.31

눈물 타고 흐르는 전기

밀양 주민과 시민들이 서울 대한문 앞에서 촛불을 들었다. 100일 전 밀양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며 음독해 유명을 달리한 유한숙 할아버지를 위한 촛불이다. 쌀쌀한 바람에 흔들리는 촛불 뒤로 빌딩의 불빛이 미동도 없이 빛났다. 밤이지만 어둡지 않은 도시 한 가운데서, 해 지면 소박한 불빛 밝혀 사는 밀양 주민들이 외친다. "전기보다 생명이 소중하다"고. 서울 전기 자급률 3%. '전기는 눈물을 타고 흐른다' 2014.3.14 서울 대한문 yoonjoong

소치동계올림픽 선수단 입국하던 날

북새통이었습니다. 소치동계올림픽 선수단이 입국하던 지난 25일 인천공항이 그랬습니다. 선수단의 모습은 오후 4시쯤이나 볼 수 있지만 취재진은 새벽부터 명함을 붙이고 사다리 가져다 놓고 트라이포드를 세웠습니다. 취재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자리 잡기다 보니 치열합니다. 곳곳에서 승강이가 벌어집니다. 고성이 오가기도 하지만 워낙 익숙한 광경이라 제가 당사자가 아닌 이상 신경 쓰지 않습니다. 시간이 다가오자 수백 명의 취재진이 입국장을 바라보며 2층까지 진을 쳤습니다. 저를 포함한 대부분의 취재진이 정작 소치에는 가지 못한 사람들입니다. 차려진 밥상에 수저는 들지 못하고, 물 귀한 곳에서 다투어 설거지를 하려는 심정이 조금 씁쓸했습니다. 선수단을 태운 항공기가 도착할 때쯤 취재진보다 더 많은 수의 환영 ..

사진이야기 2014.03.02

포토존 유감

졸업식이 열린 한 대학 광장에 포토존이 설치돼 있었습니다. 포토존 앞뒤로는 학교 건물과 설경 등이 담긴 큰 사진이 프린트 돼 있었지요. 학사모를 쓴 졸업생들이 이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있었습니다. 졸업생들이 별 거부감 없이 포토존 앞에 서서 사진을 찍고 자리를 뜨기 무섭게 기다렸다는 듯 다른 졸업생이 같은 자리에서 포즈를 취했습니다. 학교 측에서 나름 고민해 마련한 설치물이었겠지만, 실물로 존재하는 건물을 굳이 대형 사진으로 만들어 놓고 기념사진을 유도하는 것이 좀 어색했습니다. 4년 혹은 그 이상의 시간동안 거닐던 교정 곳곳에 새겨진 저마다의 추억이 있을 테지요. 포토존에 붙은 대형 사진에서 그런 추억이 묻어날 것 같진 않았습니다. 친절한 포토존은 오히려 추억을 앗아가고 있는듯 했습니다. 요즘 웬..

사진이야기 2014.02.27

내 맘대로 안 되는 여행사진

여행 지면을 위한 출장을 오랜만에 떠났습니다. 부담을 안고 갑니다. 지면에 크게 들어가는 사진은 여전히 부담입니다. 지금도 기억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만, ‘매거진X’의 간판이기도 했던 여행면에 대한 기억도 한 몫 합니다. 당시 전면으로 썼던 사진은 상당한 완성도를 자랑했었지요. ‘나는 언제 선배들처럼 저런 사진을 찍어보나’하고 부러워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여행지는 곰탕으로 유명한 전남 나주입니다. 볼거리가 아닌 먹거리로 지역을 설명하는 게 수월한 그런 세상이지요.^^ 옹관이 매장된 거대한 고분군과 박물관을 둘러보는 것이 이번 여행의 목적입니다. 고분을 잘 찍어보려 마음먹었습니다. 출장 가는 제게 "낮에 찍는 고분은 그림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밤 사진을 찍어보라"는 정모 선배. "매거진X에서 사진에 눈..

사진이야기 2014.02.14

안현수 VS 빅토르 안

문화센터에서 글쓰기 강좌를 듣고 있는 지인이 강사의 말을 제게 옮겼습니다. “세상에는 책을 쓴 사람과 책을 쓰지 않은 사람,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고. 글을 쓰는 혹은 쓰고 싶은 사람에게 있을 법한 분류법입니다. 그럼, 사진을 직업적으로 찍는 저에게는 ‘내가 사진을 찍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분류할 수 있겠네요. 책 쓴 작가가 자신의 책에 애착을 갖듯 사진 찍는 사람에게 사진으로 남은 대상은 그렇지 않은 이보다 훨씬 마음이 가기 마련이지요. 대한민국 쇼트트랙 간판이었던 안현수도 제겐 그런 사람입니다. 7년 전 국제대회를 앞두고 훈련 중인 그의 인터뷰 사진을 찍었습니다. 당시 썼던 블로그를 살짝 인용하자면, “···스케이트 훈련이 끝나고 곧바로 본격적인 체력훈련이 시작됐다. 호시탐탐 셔터타이밍을..

사진이야기 2014.02.04

밀양 할매

청년은 ‘할매’의 손을 꼭 붙잡았습니다. 할매는 의젓한 손자를 보듯 흐뭇한 웃음을 지었습니다. 웃는 얼굴에 주름이 깊습니다. “할머니 또 올게요. 힘 내세요” 청년이 말했습니다. “이렇게 와줘서 고마워요. 참말로 고마워요” 할매가 답합니다. 잡은 손을 놓지 않았습니다. 청년의 웃음이 소리 없는 울음으로 옮아갔습니다. 청년의 눈에 눈물이 맺히자 할매의 눈시울도 금세 붉어졌습니다. 밀양 송전탑 반대 2차 희망버스에 참가한 청년과 송전탑 건설을 막으려 마을입구를 지키는 할매. 두 사람 사이의 작별인사는 보는 이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했습니다. 희망버스를 한 장의 사진으로 표현한다면 바로 이 장면일 거라 생각했습니다. 떠나는 희망버스 참가자들과 마을 어르신들의 인사는 무슨 의식처럼 길게 이어졌습니다. 마을 어르신..

사진이야기 2014.01.29

넉가래질과 사진질

눈 스케치에 나섰습니다. 눈은 이미 그쳤습니다. 어디 다른 거 없을까 잠시 생각해 봅니다만, 기본부터 챙기며 차차 떠올려 보기로 합니다. 서울 시내 경사가 많은 동네를 찾습니다. 쌓인 눈이 미끄러워 양팔을 벌린 채 뒤뚱거리는 출근길 시민을 사진에 담는 것이 1차 목표. ‘넘어지기라도 한다면 극적(?)인 그림이 되겠지’라는 ‘못된 생각’을 하면서 또 그런 생각을 애써 떨쳐내면서 이 골목 저 골목 돌아다닙니다. 사실 이날 받은 일에 마음이 크게 동하지 않았습니다. 뭐 그런 날이 있습니다. 큰 의욕이 없었던 것이지요. 이런 날은 이상하게 그림이 눈에 띄지 않습니다. 일단 이동. 서울 창신동에서 광화문 광장으로 다시 경복궁으로 이동했습니다. 경복궁은 제설작업이 한창이었습니다. 문화재보호재단에 속한 직원들이 전통..

사진이야기 2014.01.22

네 번째 가는 취재

‘1년이 금세 지났구나’하고 느끼게 하는 취재가 있습니다. 수능시험이 그렇구요. 또 하나가 특전사 ‘설한지 극복 훈련’ 취재입니다. 수능처럼 이 훈련도 매년 비슷한 시기에 진행돼 세월의 흐름을 아프게 확인시켜 줍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제가 특전사 취재를 명~받았습니다. 2년 연속이자 네 번째 취재입니다. 강원도 평창을 향해 해가 뜨지도 않은 올림픽대로를 달리며 ‘어떻게 다르게 찍을까?’하고 작년에도 했음직한 고민을 했습니다. 군부대 특성상 이런류의 취재는 수십 개의 매체들이 한꺼번에 몰립니다. 제게 좋아 보이는 그림은 타사 기자의 눈에도 그리 보이는 것은 당연지사. 거의 비슷한 그림이 각 신문의 지면에 반영되곤 합니다. 타사가 일제히 쓴 사진을 저도 찍어 게재했다면 물 먹지는 않았다며 위로할 수 있..

사진이야기 2014.01.10

안녕하지 못한 이유

지난 일요일 아침 선배의 전화를 받고 허겁지겁 도착한 회사 앞은 경찰, 철도노조원 등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 취재진으로 발 디딜 틈이 없었습니다. 입사 이후 정동길이 이렇게 밀도가 높았던 적은 본적이 없습니다. 회사 신분증을 내밀며 인파를 비집고 건물로 들어갔습니다. 저는 로비에서 상황을 지켰습니다. 현관 유리문을 사이에 두고 경찰과 노조원이 대치했습니다. 철도노조 간부를 연행하려는 경찰의 경고 방송과 노조원의 구호가 뒤섞였습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나자 경찰 체포조가 현관 유리문 앞으로 바짝 다가섰습니다. 작전이 시작됐습니다. 밀어 붙이는 경찰에 노조원들은 필사적으로 저항했습니다. 여의치 않았던 경찰은 망치 등을 동원해 현관 바깥쪽 유리문을 부수고 유리문 사이에서 저항하던 노조원들을 연행됐습니다. 내부 ..

사진이야기 2013.12.26

[포토다큐]'철거민'이라는 죄로

고민하고 발품 팔아 게재한 ‘다큐’에 애착이 더한 건 말해야 무엇 하겠습니까. 그간 장애인, 이주노동자, 동성애자 등 주로 우리 사회의 약자에 대한 얘기를 했습니다만 다큐가 결국 바라는 것은 조그만 변화입니다. 오랜 세월 익숙하고 공고했던 틀이 단숨에 깨지거나 꺾이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습니다. ‘단단한 벽에 미세한 균열을 내고, 넓은 강에 작은 돌다리라도 하나 놓고 있다’면서 감지되지 않는 변화에 그리 자위하곤 합니다. 이번엔 겨울을 앞둔 철거민을 만났습니다. 개발지역에서 만난 철거민들은 저를 보자마자 자신들의 억울한 사연을 토해 냈습니다. 목소리는 금세 젖어들었고 눈시울은 붉어졌습니다. 그리고 얘기 끝에는 엷은 미소를 지으며 덧붙였습니다. “들어줘서 고맙다. 말하고 나니 속이 좀 후련해진다..

사진다큐 2013.12.09

산수유 할아버지의 모델료

산수유 마을로 알려진 경기 양평 주읍리. 겨울 초입에 서리와 바람을 맞고 이파리를 모두 떨어낸 산수유에는 빨간 열매만 남았습니다. ‘자세 좋은’ 산수유를 찾아서 마을을 둘러보는 동안 두어 대의 차량이 지나갈 뿐 주민들이 보이지 않았지요. 마감시간은 다가오고 산수유나무 근처로 주민이라도 지나가야 사진이 되겠다 싶어 이 마을의 산수유 권역위원장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분께 연락을 했습니다. 그는 “KBS ‘6시 내 고향’에서 촬영 나와 주민들이 거기 다 간 모양”이라면서 자신도 “촬영 때문에 공장 기계를 돌려야 하는데 고장 나서 애를 먹고 있다”고 하소연을 하더군요. 알아서 하란 얘기지요. ^^ 길가에서, 빛을 잘 받고 있으며, 여러 그루가 한데 모여 있는 산수유를 찾아내 앵글을 잡고 누구라도 지나가 주기를 기..

사진이야기 2013.1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