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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출간 보고드려요

이 블로그에 한 번이라도 들어오셨던 분들, 그러니까 지금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 보고해야 할 일이 생겼습니다. 책을 냈습니다. 지난 3일, 인쇄기의 온기가 남은 따끈한 책을 손에 쥐었습니다. 책은 이라는 제목의 사진에세이입니다. ‘사진기자 강윤중의 렌즈 너머로 본 세상’이라는 부제가 붙었습니다. ‘뭉클’은 읽는 이가 감당해야 할 감정이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사실 그보다 먼저 카메라를 들고 현장에서 맞닥뜨린 여러 상황에서 느낀 저의 감정이 ‘뭉클’이라는 제목에 녹아있다고 생각합니다. 직접 지은 제목은 아니지만 제겐 그렇게 중의적으로 다가옵니다. 에세이집은 블로그의 글과 사진을 모았습니다. 블로그에 제일 먼저 소식을 전하는 이유지요. 2004년 회사의 은근한 압박으로 시작한 블로그 ‘나..

사진이야기 2020.04.07

"잘 가세요, 강길이형"

귀하고 아름다운 사람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설 연휴 중에 받은 부고문자에서 그의 이름을 보고, 잠깐 부모상이겠지 생각했습니다. [부고] 이강길(영화감독)씨 별세. 그는 다큐멘터리 영화감독입니다. 저에게 이 감독은 새만금과 같이 떠오릅니다. 그를 처음 만난 곳은 새만금 방조제 공사로 망가져가던 어촌마을이었습니다. 14년 전 새만금 갯벌을 소재로 사진다큐를 하겠다고 나서서 물어물어 찾아간 곳이 전북 부안의 계화였고 그곳에 있는 갯벌 배움터 '그레'에서 그를 만났습니다. 당시 취재 메모를 바탕으로 써두었던 글에 이 감독과 첫 만남의 기록이 남았습니다. “…그때 자다 일어난 듯 부스스한 모습으로 방안으로 들어서는 이를 계화도 어민 고은식씨가 소개해 준다. 새만금을 수년 간 영상으로 기록해온 이강길 감독이다. 서..

사진이야기 2020.02.02

'아는 형님'

사진치유자라는 생소한 직업을 가진 이가 있습니다. 사진치유자 임종진. 제가 좋아하는 선배이자 친한 형이기도 합니다. 이웃 언론사에서 사진기자로 일하다 어느 날 훌쩍 캄보디아로 떠나 국제구호기구 활동가로 일했습니다. 돌아와서는 ‘달팽이사진골방’이라는 사진교실을 열었습니다. 느리고 깊게 사유하는 사진 찍기를 슬로건으로 내걸었습니다. 이 정신없는 속도와 효율의 시대에 말이지요. 그의 도전은 이어졌습니다. 뜻을 품고 대학원으로 가서 상담심리를 공부했습니다. 그리고 “인간의 존엄성을 회복하는 치유적 사진행위”를 개척하는 사진치유자가 되었습니다. 예전에 그를 소개하는 키워드는 김정일과 김광석이었습니다. 6차례 방북해 ‘뿔 달리지 않은’ 현지 주민들의 일상을 카메라에 담았고, 아마도 그런 이유로 김정일이 아는 남한의..

사진다큐 2019.10.14

홍콩시위 출장기 ② "힘내세요"

지난 17~19일 다녀왔던 홍콩시위 출장기 ②편을 올리려는데 25일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한 기사가 났습니다. 경찰이 권총을 뽑아든 사진이 아찔합니다. 저기 있었다면 저 장면을 찍을 수 있었을까. 늦지 않게 접근은 했을까. 뭐 이런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제가 목격한 평화시위와는 딴판인 기사가 업데이트 되다보니 미리 써 둔 이 출장기를 올릴까 말까 망설였습니다. 어쨌든 그날의 기록을 남기는 것이고, 홍콩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바라는 의미에서 올리기로 했습니다. 18일 일요일 홍콩. 집회는 오후 2시로 예정됐습니다. 홍콩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일지 모를 아침의 여유를 즐겼습니다. 그래봐야 숙소 주변을 한 시간 남짓 걸어 다니는 정도였지만요. 사는 게 별 다를 것도 없지만 이국의 일상을 걸으며 보는 것은 즐겁습니..

사진이야기 2019.08.26

홍콩시위 출장기 ① 현장에서 안전이란...

“안전이 우선이야!” 편집국장께서 홍콩출장을 떠나는 제게 당부하셨지요. 말씀의 진정성을 의심하진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안전이 우선이라 하셔서 결과물(사진)이 이것 밖에는...” 이런 말이 조직에서 먹힐 리 없지요. ^^ 급히 출장이 결정됐습니다. 쉬는 날 영화보러 가려다 부장의 연락을 받았습니다. 허겁지겁 회사 나가서 여권과 헬멧, 카메라를 챙겼습니다. 홍콩 시위를 취재하는 이들의 복장과 장비를 참고해 방독마스크와 고글, 형광조끼 등을 새로 구입했습니다. 저의 출장 소식이 알려지자 선후배 동료들이 전화를 걸거나 문자를 보내왔습니다. “몸조심하라”고. 목소리와 문자에는 친분만큼의 걱정이 스며있었지요. 전례가 드문 해외출장에 대한 부담에다 전장에 보내는 것 같은 주변의 반응에 괜한 찜찜함이 생겼습니다. 부..

사진이야기 2019.08.22

불빛빌딩과 물빛광장

열대야 사진을 찍는 명소가 있습니다. 여름에 빼먹지 않고 한 번은 찾는 곳입니다. 여의도 한강변의 '물빛광장'이지요. 폭염의 기운이 그대로 남은 광장의 물가에서 해 지기를 기다립니다. 열대‘야’이므로 밤 분위기는 나야지요. 출근 때 반바지를 챙기지 못한 걸 후회했습니다. 땀에 들러붙은 청바지에 두 대의 카메라를 어깨에 멘 제 모습은 지나며 마주치는 이들을 더 덥게 만들고 있는 것이 분명했지요. 해가 저물기까지 제법 긴 시간. ‘치맥’을 잠시 떠올렸습니다만, 근무 중이라는 이유보다 혼자 앉아 먹는 청승승이 싫어 시도하지 못했습니다. 오후8시. 조금 어둑해졌고 셔터를 누릅니다. 매시 정각에 뿜어져 나온다고 써 있는 분수를 기다렸는데 안 나오더군요. 관리직원이 휴가 갔거나, 이 더위에 뭔가 문제가 생겼으리라 ..

사진이야기 2019.08.09

나는 그날 해바라기를 찍었다

오랜만에 나선 지방 출장이 의욕을 부릅니다. ‘1타3피!’ 한 번 나서서 3건을 처리하겠다는 것이지요. 회사 주변만 오가다 서울을 벗어나서 좋습니다. 그렇다고 들뜨고 신나고 그런 건 아닙니다. 일이니까요. 2박3일 일정을 짰습니다. 이틀째 경남 김해 취재가 메인, 앞뒤로 한 건씩의 사진취재를 엮었습니다. 김해로 가는 길에 경북 영주를 들러 한 건을 처리했습니다. 그날 저녁과 다음날엔 김해에서 예정된 사진을 찍었습니다. 마지막 ‘3피’째 변수가 생겼습니다. 서울 가며 가까운 함안에서 해바라기를 찍을 계획이었는데 ‘아직 이르다’더군요. 망설였습니다. 확실히 펴 있는 해남을 가야하나. 이틀째 일정을 마치고 전남 해남으로 달렸습니다. 시원하게 펼쳐진 해바라기를 한 번 (찍어)보고 싶다는 애초의 생각을 떨치지 못..

사진이야기 2019.07.25

고통을 찍는다는 것

사진다큐의 절반은 소재를 찾고 선택하는 일입니다. 사진으로 표현되는가가 가장 큰 고민이지요. 소재를 고르는 데는 자연스럽게 사진기자로서의 경험이 작용합니다. 확실한 건(이것도 경험인데요), 그런 경험이 소재의 폭과 참신함을 보장해주진 않는다는 겁니다. 외려 지난 경험이 쉬운 단념과 적당한 타협을 부추깁니다. ‘이건 이번엔 안 되겠네’ 싶어 포기하거나 다음 기회를 도모하지만 한편으로 찜찜해하기도 합니다. ‘누군가는 내가 포기하는 이 소재를 멋지게 표현해 낼 거야.’ 유연함과 용기를 앗아가는 경험이란. 다큐를 앞두고 두어 개의 소재를 종이에 낙서처럼 써놓았습니다. 죄 없는 종이를 쏘아보다 여기저기 전화를 걸던 중에 예정에는 없던 ‘가습기살균제사건 특별조사위원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가게 됐습니다. 특조위가 ..

사진다큐 2019.07.22

쓰지 못한 사진이 하는 말

쓰지 못한 사진이 말을 걸어옵니다. 사진다큐를 하면서 오래된 주상복합건물 벽에 새겨진 벽화를 찍었습니다. 건물 내부 ‘ㅁ’자 중정 위로 솟은 두 벽면의 부조인데요. 50년 전에 시내 중심에 지은 화제의 건물이라, 어느 이름 난 작가의 작품이겠지 했습니다. 아니었습니다. 부조는 건물 벽에 시멘트를 바르던 미장장이가 새겨넣었습니다. 그가 누군지도 모르고, 찾을 수도 없었다는 얘기를 건물 관계자로부터 들었습니다. ‘무명의 미장장이가 남긴 50년 된 부조벽화.’ 이름 난 작가의 것이었다면 그저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을 테지만, 무명의 인부가 남겼다는 말에 울림이 생겼습니다. ‘다큐의 메인은 바로 이거다’ 마음을 비집고 들어온 이 벽화 사진에 집착했고 글도 이 장면으로 시작해보기로 했습니다. 오래된 건물 곳곳에서 ..

사진이야기 2019.06.19

"영은씨, 상우씨 행복하세요~"

지난해 취재했던 ‘노들장애인야학’의 교사와 통화를 했습니다. 야학에서 발간하는 계간 소식지봄호에 제가 보낸 글이 잘 실렸나, 언제 나오나, 문득 궁금해서였습니다. 안부도 물을 겸 해서 말이지요. 얘기 끝에 무심코 던졌습니다. “장애인의 날 앞두고 관련 다큐를 하려는데 뭐 없을까요?” 답을 바라고 한 말은 결코 아니었습니다. “결혼을 준비하는 커플이 있는데...” “아, 그래요?”라며 차분히 되물었지만, 속으로는 ‘바로 이거다’며 만세삼창을 외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예비부부 상우씨와 영은씨를 만났습니다. 둘은 장애인시설에서 ‘서로’ 짝사랑을 했습니다. 시설 내에서 연애는 허락되지 않아 만나지도, 표현할 수도 없었습니다. 둘은 우연하게 같은 날 ‘탈시설’을 했습니다. 우연 아닌 필연이지요. 같은 공간에서 ..

사진다큐 2019.05.08

다섯 번째 봄

세월호 참사 후 다섯 번째 봄이 왔습니다. 이전의 봄과는 얼마나 달라졌습니까. “이제 4월은 더 이상 옛날의 4월이 아니”라는 시를 떠올립니다. 다시 4월, 다시 세월호를 얘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잊지 않겠다”는 약속은 지난 세월을 핑계로 희미해지기도 했지요. ‘참사의 기억과 참사 후 각자의 자리에서 품었던 나름의 다짐을 다시 환기할 수 있을까.’ 그렇게 사진다큐를 준비했습니다. 지난해 4월에도 세월호 관련 기획을 했었지요. 단원고 생존학생 장애진씨가 주인공이었고요. 그의 바뀐 꿈에 대해 얘기했습니다. 애진씨가 활동하는 생존학생 모임 ‘메모리아’를 짧게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다큐에는 ‘메모리아’의 활동을 좀 더 구체적으로 다루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만 섭외를 못했습니다. 그들은 여전히 아팠고, 두..

사진다큐 2019.04.11

사람이 먼저

공구상가로 잘 알려진 을지로 일대의 재개발이 진행되는 과정에 논란이 빚어졌습니다. 을지면옥 같은 오래된 가게(노포)를 없애야 하느냐는 등 반대여론이 일자 서울시는 재개발을 다시 검토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지요. 이 과정이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보도됐습니다. 서울시의 입장이 발표된 뒤 논란은 조금 잦아들었습니다. 많은 기사들이 이미 나왔습니다만, 을지로를 사진으로 기록해보고 싶었습니다. ‘무엇을 찍어 의미를 담을 수 있을까.’ 무작정 골목을 걷고 또 걸었습니다. 제일 먼저 눈에 띈 ‘무엇’은 손 글씨 간판이었습니다. ‘칠 벗겨진 낡은 간판 위에 정성스럽게 쓴 글씨와 점포의 작명과 역사에 담긴 이야기를 해보면 어떨까.’ 이리저리 재다가 결국 ‘사람’으로 방향을 슬쩍 돌리고 말았습니다. 골목 안에는 30~..

사진다큐 2019.03.25

버터링쿠키와 아메리카노가 문득 그리워진 날에

1년 전 이맘 때 평창동계패럴림픽 출장에서 돌아왔습니다. 이후 1년이라는 시간 동안 참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만, ‘1년 전’이라는 단어를 붙이는 순간 그 사이의 많은 것들이 뭉텅 잘려나가 버리고 1년 전의 기억으로 즉시 빨려듭니다. 사진과 함께 기록된 기억은 좀 더 구체적인 기억으로 남는 모양이지요. 지난해 평창에서 올렸던 블로그를 찾아봤습니다. 하루하루의 단상을 써 모았던 글이 출장의 기억을 또렷하게 살렸습니다. 글의 시작은 “두서없이 떠오르는 생각을 일기처럼 모았다. 훗날 사진과 함께 돌아볼 때 입체적으로 기억이 소환될 것”이라 써 놓았네요. 동계올림픽에 비해 관심이 덜한 패럴림픽, 개회식 전에 이미 찾아든 피로, 미투·MB소환 등 굵직한 뉴스에 묻힌 대회, 규칙도 모르는 낯선 종목들, 동료 사진기자..

사진이야기 2019.03.20

터진 봄, 터진 감성

사진기자는 계절을 앞서 감지해야 합니다. 여름이 오기 전에 시원한 물놀이를, 가을이 아직 저만치 있는데 물든 단풍을, 겨울이 미처 닿기도 전에 움츠린 출근길 시민들을 사진에 담습니다. 이것도 업자들 사이에 경쟁이 되다보니 어색하고 설익은 사진으로 억지를 부리는 경우도 부지기수지요. 뭐, 저라고 자유롭겠습니까. 추위가 예년만 못했다고는 하나, 겨울이 지나지 않았는데 다가온 봄을 사진다큐에 담고 싶었습니다. 설 이후 남도의 한 수목원에 연락했습니다. 몇몇 꽃나무에는 꽃망울이 올라왔다고 알려줬습니다. 꽃눈을 ‘잘’ 찍어보기로 했습니다. '출장을 언제가나' 타이밍을 잡고 있는 동안에도 제주와 일부 지역에서 서둘러 핀 꽃사진이 지면에 실리기도 했지요. 조바심이 약간 생겼지만 꿋꿋하게 꽃눈에 집착했습니다. 흔히 관..

사진다큐 2019.02.25

안현수와 사골블로그

제 블로그에 의외로 반복해서 등장하는 인물이 있습니다. 쇼트트랙 전 국가대표 안현수입니다. 지금은 러시아 국적의 빅토르 안으로도 불리지요. 최근 그의 인터뷰 사진을 찍었습니다. 잊을 만하면 글 하나 올리는 나태한 무파워 블로그 15년째. 지금 이 글이 그에 대한 세 번째 글이 되는군요. +2019.2. 하남 자택에서 인터뷰 중인 안현수. 러시아 대표팀의 도핑 문제로 평창동계올림픽 출전이 좌절된 이후 언론과 가진 첫 인터뷰였습니다. 도핑 의혹, 은퇴설, 중국 국가대표 코치설, 한체대 플레잉코치설 등 온갖 ‘썰’들에 대해 맘고생하며 눌렀던 말이 많은 모양이었습니다. 사진을 찍으면서 언뜻언뜻 예전 그의 훈련장면을 떠올렸습니다. 그와의 첫 대면은 12년 전이었습니다. 2006년 토리노올림픽에서 3관왕을 차지하고..

사진이야기 2019.0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