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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 씁쓸한 탄핵

헌정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이 파면됐습니다. 지난 10일 헌법재판소가 만장일치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인용했습니다. 이 역사적인 날, 저는 헌재 인근 안국동 거리에서 선고 생방송을 지켜보는 세월호 유가족들 앞에 서 있었습니다.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의 목소리가 무대 위에 설치된 화면에서 흘러나왔지만 잘 들리지는 않았습니다. 휴대폰을 통해 방송을 지켜보는 세월호 가족과 주위에 모인 시민들의 표정으로 선고 상황을 짐작했습니다. 처음 얼마간 환호로 시작한 선고가 탄식과 함께 무겁게 변해갔습니다. 가슴이 내려앉았습니다. 세월호 관련 선고 내용이 간간이 들려왔고 유가족들은 얼굴을 묻었습니다. 기각인가? 이어지는 선고 결정문에서는 문장마다 환호가 터졌습니다. 그 속에서 비교적 또렷하게 이 재판관의 목소리가 들려왔습..

사진이야기 2017.03.13

"뭐 찍어요?"

회사에서 만난 타 부서 선배들이 제게 다가와 묻습니다. “다친데 없냐?”고. 무슨 뜬금없는 소린가 했더니, 주말 소위 ‘태극기 집회’라 불리는 ‘친박 단체’ 집회에서 제가 겪은 작은 해프닝을 전해 들었던 모양입니다. 제 옆자리 ‘이야기꾼’ S선배의 입을 거쳐 나간 것이라 짐작합니다. 두어 다리 건너간 얘기는 극적이고 긴박해지고 포장되고 과장되기도 하는 것이지요. 지난달 25일 촛불집회를 취재하기 위해 장비를 챙겨 회사를 나섰습니다. 가는 길에 “300만 명이 모였다”고 주장하는 친박 단체 집회를 잠깐 찍고 가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내려가는 동안 태극기를 든 어르신들이 하나둘 스쳐갔습니다. 집회가 한창인 서울광장 일대는 붐볐습니다. 광화문광장 쪽으로 향하며 적당한 위치를 찾아 섰습니..

사진이야기 2017.03.06

긴 겨울 지나 이제 봄

봄을 찾아보고 싶었습니다. 여느 때보다 길게 느껴지는 겨울이지 않습니까. 이른 꽃소식이 지면에 몇 차례 소개됐지만 개의치 않고 남도로 향했습니다. 만개한 꽃보다 꽃이 피기 전의 모습을 담고자 했습니다. 왠지 이 시국에 정의로운 국민의 바람이 개화를 앞둔 꽃눈과 다르지 않다는 식의 억지 최면을 걸었습니다. 봄을 재촉하는 비가 하루 종일 내린 지난 22일 전남 완도군에 있는 완도수목원을 찾아갔습니다. 빗속엔 제법 따스한 기운이 스며있었지요. 카메라에 접사렌즈를 끼웠습니다. 사실 여의도 벚꽃, 구례 산수유, 광양 매화 등 규모 있는 꽃 축제 사진은 수차례 찍어보았습니다만, 그때도 접사렌즈를 장착하지는 않았습니다. 접사렌즈를 이용해 꽃사진을 찍는 기회를 스스로 만들지 않았었지요. 그런류의 사진은 따로 취미를 둔..

사진이야기 2017.02.28

"이집트 놈"

이집트 국적의 난민 이마드가 주한 미국 대사관 앞에서 지난 17일 1인 시위를 벌였습니다. 미국 트럼프 정부의 난민정책에 항의했습니다. 미국을 향해 피켓을 들었지만 그가 말하려고 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대한민국 난민정책이었지요. 이마드는 콥트교(기독교 분파) 신자로 이집트에서 종교적 박해를 받다 2007년 태국으로 도피했고, 2012년 다시 한국으로 입국했지요. 그는 한국에서 3차례 난민신청을 했지만 모두 거절당했습니다. 현재 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출국이 5월 초까지 유예된 상태입니다. 이마드가 미 대사관 근처에 도착하자 기다리고 있던 사복 경찰이 다가와 길 건너 광화문광장 세종대왕상 앞에서 시위를 하라고 했습니다. 이마드는 거듭 그 이유를 물었지만 결국 대사관 앞은 허용되지 않았습니다. 이마드는 ..

사진이야기 2017.02.21

파리 스케치

답답한 날들입니다. 지난 몇 개월 개운하게 하루를 시작했던 날이 있었는지 가물거립니다. 이 비정상의 상태를 벗어날 방법이 있을까 고민하는데 그 고민도 강박처럼 죄어옵니다. 어수선한 시국과 허무하게 먹고 있는 나이가 보태져서가 아닐까 싶습니다. 어딘가로 좀 떠나면 좋겠다고 막연하게 해법을 던져보지만 매인 몸이라 그마저도 쉽지 않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다가 갑자기 외장하드를 뒤졌습니다. 1년 전 요맘때 큰 맘 먹고 다녀온 파리 사진을 넣어둔 폴더를 찾았습니다. 문득 그때 찍었던 사진이 보고 싶었던 겁니다. 여행 갔다와서 ‘사진 몇 장 골라 뽑아야겠다’ 해놓고 그렇게 한 해를 무심히 처박아 두었습니다. 인화할 사진도 고를 겸 사진들을 다시 훑었습니다. 여행 전, 여행지에서 카메라를 내려놓으면 더 가까이, 더 ..

사진이야기 2017.02.13

남성적 시선 '비포 & 애프터'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곧, 바이!’展에 걸린 작품 ‘더러운 잠’이 논란입니다. 작가는 마네의 작품 ‘올랭피아’를 패러디해 대통령의 얼굴을 누드화 위에 합성했지요. “풍자와 표현의 자유”와 “여성 혐오와 비하”라는 주장이 맞섭니다. 보수단체 회원이 전시된 작품을 떼어내 내동댕이쳤고, 새누리당은 이 논란을 빌미로 정치공세를 펼쳤습니다. 결국 전시를 주관했던 민주당 표창원 의원은 당 윤리심판원에서 징계를 받았지요. 개인적으로 ‘여성 혐오’ 보다는 ‘무능한 권력자에 대한 풍자’가 더 와닿았습니다. 남자라서 그렇겠지요. 논란을 보면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과 관리를 주도한 혐의로 구속된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사진을 떠올렸습니다. 공교롭게도 ‘곧, 바이’전은 블랙리스트 예술가들의 시국비판·풍자 전..

사진이야기 2017.02.03

'재벌 할 걸'

어떤 상황을 염두에 두고 찍었던 사진은 아니었지만, 굳이 찍어 두었던 이유가 열흘이 지나서야 드러났습니다. 지난 11일 서울 광화문광장입니다. 이날 지난해 11월부터 광장에서 텐트를 치고 노숙농성을 벌여온 블랙리스트 예술가들이 시위를 위해 세종시 문화체육관광부로 향하는 ‘블랙리스트 버스’에 올랐습니다. 주말 촛불집회의 명물, 박근혜 대통령의 흉상 조형물 등이 트럭에 실려 함께 세종시로 떠났지요. 사진은 트럭에 실리기 전에 찍힌 조윤선 문체부 장관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조형물입니다. 전날 제작을 마친 조 장관의 흉상은 처음으로 공식집회에 나서는 길입니다. 이 부회장과 조 장관의 조형물은 이날 광장에서 처음 대면했습니다. 의미를 입히지 못하고 취재사진 폴더에 넣어 두었던 사진을 꺼냈습니다. 이 부회장이..

사진이야기 2017.01.21

'광장 노숙'

사진다큐 소재를 선택할 때 ‘지금 왜 이걸 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합니다. 대게 시의적인 이슈거나 우리 사회의 만연한 문제와 그와 관련한 삶이 이유가 되지요. 이번에 지면에 실은 ‘광화문캠핑촌’ 다큐는 앞의 이유에다 ‘마음의 빚'이라는 사적 이유도 더해졌습니다. 박근혜 정부의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에 반발한 예술인들이 광화문광장에 텐트를 치고 노숙농성을 시작한 지 70일이 넘었습니다. 취재를 오가며 광장을 지날 때마다 부채감 같은 것이 달라붙었습니다. 하룻밤이라도 노숙에 동참해야겠다는 마음은 있었지만 바쁘다, 날이 춥다 등 온갖 핑계를 둘러댔지요. 농성 첫날부터 광장생활을 하고 있는 ‘페친’ 노순택 사진가의 글과 사진을 볼 때마다 속이 따끔거렸습니다. 노 작가는 지난해 11월 어느 날인가 제게 “..

사진다큐 2017.01.16

총 들고 폼 잡으시기 전에

여야를 불문하고 정치인들은 새해가 되면 ‘안보 시찰’이라는 이름으로 군부대를 찾지요. 바른정당(전 개혁보수신당) 의원들이 지난 2일 새해 첫 일정으로 전방부대를 방문했습니다. 북한 지역이 바라보이는 전망대에서 떡을 놓고 현장 시무식도 가졌습니다. 당이 ‘안보’에 큰 무게를 두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일정입니다. 의원들은 인근 수색대대의 식당으로 향했습니다. 장병들은 ‘잘 준비된’ 우레와 같은 환호와 박수로 의원들을 맞아주었습니다. 장병들과 점심식사 후 야외에 전시된 장비를 둘러봤는데요. 전시된 각종 개인화기(소총)에 특히 관심을 보였습니다. 장난감이든, 실물이든 총을 보면 폼 한 번 잡아보고 싶은 건 애나 어른이나 다를 게 없지요. 의원들이 번갈아가며 ‘진짜’ 총을 들고 조준경을 들여다봅니다. 동료..

국회풍경 2017.01.08

청와대 제공사진 유감

새해 블로그 첫 포스팅은 국정농단 사태에서 아주 먼 얘기, 다소 희망적인 어떤 것이었으면 좋겠다고 마음 먹었지만 보는 시야가 워낙 좁다보니 안 되는군요. 여전히 어수선한 세상과 같이 갈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신년 첫 신문에 직무정지 상태인 박근혜 대통령이 출입기자들과 신년인사회를 하는 사진이 실렸습니다. 이날 간담회 참석 기자들에게 카메라와 노트북, 휴대폰을 들고 오지 말라고 했다지요. 참 가지가지 합니다. 사진은 청와대 전속 사진사가 찍어 제공한 것이었습니다. 모두 6컷을 제공했습니다. 사진을 보니 기자의 카메라를 통제한 이유가 보였습니다. 하나같이 ‘널널하게’ 전체를 보여주는 사진이었습니다. 한 장이면 족할 사진을 여섯 장이나 올려놓고 다양하게 제공했다고 우기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청와대의..

사진이야기 2017.0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