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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말리는 마감독

남아공 프레토리아 대학에서 훈련중인 아르헨티나 월드컵 대표팀을 찾았습니다. 취재를 온 것이지만 세계적인 선수들을 가까이서 본다는 설렘도 있었지요. 학교 앞은 아르헨티나 응원단과 취재진으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훈련은 전체를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훈련장 앞에 길게 줄서서 1시간 이상을 기다린 뒤에야 훈련장면을 담을 수 있었습니다 메시, 테베즈 등 우리에게 익숙한 선수들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대신 마라도나 감독과 프리킥 연습중인 밀리토, 아게로, 팔레르모 등을 볼 수 있었지요 마 감독에 시선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프리킥을 연습중인 선수들이 골문을 향해 슛을 날리는 것보다 훨씬 많은 슛을 하고 있었습니다. 수많은 취재진 앞에서 "나 죽지 않았어"하고 시위하는 듯 말이지요. 세계적인 선수보다 더 카메라세..

사진이야기 2010.06.11

여기는 남아공입니다

월드컵 취재하러 남아공에 왔습니다 한국 취재진이 연일 피습당한다는 뉴스를 저도 현지에서 듣고 있습니다 여기 기자단은 버스로 함께 움직이기에 조금 덜 위험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위험은 도처에 도사리고 있지만요 어제 북한과 나아지리아의 평가전이 있었습니다 외신 뉴스를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그래서 저를 아는 이들은 좀 걱정을 하셨겠지만, 대단했습니다. 요하네스버그 템비사라는 지역에 있는 경기장이었는데요 흑인 집단 주거촌입니다. 버스 창너머 슬쩍 본 이들의 삶은 참 남루하더군요 물론, 남루함이 불행은 아니겠지요 경기장에 흑인 주거촌을 지나 경기장 입구에 들어섰을때 몰려든 인파에 갇힌 버스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한참이나 제자리에 머물렀습니다 낯선 이방인들을 환영하는 지, 야유를 하는 지 썩 유쾌하지 않은 ..

사진이야기 2010.06.07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지만...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제21회 농아인올림픽이 11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폐막했습니다 대한민국 선수단은 종합 3위의 빛나는 성적을 거뒀지요 21회까지 흘러온 세계 농아인의 축제이지만 정작 우리 언론의 주목은 받지 못하고 있지요 평소 장애인에 대해 관심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농아인의 올림픽이 있다는 사실을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부끄러운 일이지요. 이번에 기회가 닿아 전반 일주일간 취재를 하고 돌아왔습니다 대화가 바로 통하지 않기에 수화가 가능한 이들이 대화를 이어 주었습니다 나라마다 수화가 달라 대만수화와 국제수화가 대회의 공식 수화였지요 소리를 듣지 못하는 선수들이라 비장애인 경기에서 볼수 없는 모습들이 있습니다 공식수화는 대형 화면으로 계속 보여지구요 경기장 곳곳에는 불빛과 깃발 등이 시작과 중지를 알..

사진이야기 2009.09.16

갈바리호스피스-포토다큐세상2009

포토다큐 세상 2009 “삶의 완성이 죽음, 슬퍼하지 않아요” 강릉 | 사진·글 강윤중기자 yaja@kyunghyang.com ㆍ한국 최초 강릉 갈바리의원 호스피스의 하루 “편안한 마음 가지세요”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한 말기 암 환자들이 찾는 강원 강릉시 홍제동 갈바리 호스피스에서 최 프란체스카 수녀가 종일 병실 침대에 누워 지내는 박모 할머니를 쓰다듬으며 편안한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위로하고 있다. 꽃나무 심기 ‘원예치료’ 환자와 가족, 수녀, 자원봉사자들이 어울려 원예치료의 일환으로 꽃나무를 심고 있다. 환자들은 흙의 느낌을 나누고 화분에 이름을 붙이며 즐거워했다. ‘삶의 품위’도 유지하기 버거운데 ‘품위 있는 죽음’을 얘기하는 것은 너무 앞선 것인가. 최근 대법원의 존엄사 판결 이후 벌어지고 있..

사진이야기 2009.06.30

환영받지 못하는 자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의 세무조사 무마 로비와 관련해 검찰이 천신일 회장의 세중나모여행 본사를 압수수색 했습니다. 기자들이 몰려들 것에 대한 대비가 전혀 없었던듯, 아니 이런 류의 경험이 없었던듯 기자들이 비교적 쉽게 사무실까지 올라갔습니다. 방송기자들과 신문기자들이 사무실 분위기를 스케치 합니다. 막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카메라는 돌아가고 셔터는 눌러집니다. 그제서야 직원들이 기자들을 밀어냅니다. 기자들의 셔터는 밀리는 순간도 계속 돌아갑니다. 직원들이 유리문을 안에서 닫아 걸었습니다. 유리를 통해 안을 찍습니다. 그랬더니 신문지로 유리창을 꼼꼼하게 가렸습니다. 가리는 순간도 놓치지 않습니다. 마지막 신문지가 붙을때까지. 오히려 "가리는게 그림된다"는 말이 여기저기서 나오데요. 찍어야 사는 자들과 가려..

사진이야기 2009.05.14

서로 찍어요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다녀왔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검찰 소환을 앞두고 각 사가 앞다투어 봉하마을을 찾았지요 노 전 대통령의 얼굴이 보이지 않는 한, 다양한 사진이나 영상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입니다 사저 인근의 봉화산에 올라 이른 아침부터 해질때까지 종일 카메라를 들여다보며 언제나 나오시려나 기다립니다 기약도 없는 소위 '뻗치기'를 글을 쓰는 지금 이 시간에도 사진기자들은 하고 있을 겁니다 체력소모도 많고 하루가 무척이나 길지만 신기하게도, 첫날보다는 두쨋날이, 두쨋날 보다는 셋쨋날의 길이가 짧게 느껴지더군요 인간의 몸이라는게 시간에도 이렇게 적응을 하나 싶었습니다 산 위에서는 사저 안과 밖의 여러 상황들이 다 조망되지만 노 전 대통령 내외가 포착되지 않는다면 그냥 시큰둥한 사진이라 여겨지지요 하루종일..

사진이야기 2009.04.22

축구 취재의 진화

예전처럼 축구사진을 자주 찍지는 않습니다만 월드컵예선이나 A매치는 주로 챙기는 편이지요 2000년에 입사하고 그 해 여름 선배따라 축구사진을 처음 찍을때 도대체 이걸 어떻게 찍어야 할 지 헤매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는 필름 카메라 시절이었고, 게다가 렌즈는 모두 수동이라 포커스 링을 손으로 일일이 돌려가며 찍었지요. 필름이라 바로 확인할 수 없었기에 답답한 마음으로 손목이 시큰 거릴정도로 힘이 들어가고 눈이 빠져라 파인더를 들여다 봤었지요 찍으면서도 포커스가 맞기는 하고 있나? 신문에 쓸만하게 찍혔나? 계속 찍는 제 자신을 의심하였지요 조마조마하면서 한편으로 설레는 마음으로 필름을 현상하고 그림될만한 사진을 건졌을때 희열이 있었지요 초짜때라 "잘 했어"라는 선배의 멘트에 욱신거리는 눈알의 아픔도 금세 사라..

사진이야기 2009.04.02

무지개...꿈

솟구치며 바람에 날린 물 조각들의 등에 투명한 햇볕이 내려앉아 조그만 무지개를 만들어 냈습니다. 불순한 것 하나 끼어들지 않은듯 무지갯빛이 유난히 선명해 보였습니다. 높은 하늘을 가로지르며 그 끝이 어디인지 가늠할 수 없고, 보일듯 잡힐듯 하다 금세 흔적을 감춰 버리는 거대한 무지개 보다, 눈 앞에서 물과 바람과 빛의 어울림이 만들어내는 과정을 모조리 보여주는 작은 무지개. 연주인 듯, 소박한 꿈인 듯... 한참을 바라보게 합니다. 꿈과 희망이 있기라도 했었냐는 듯 하루하루 삶을 살아내는 것만도 힘겨운 이들에게 작은 무지개 하나가, 조그만 꿈 하나 품어보게 할 수 는 없을까요? 2009. 3. 1 서울 청계천에서 [NIKON CORPORATION] NIKON CORPORATION NIKON D3 (1/5..

사진이야기 2009.03.04

사진전 보러 오세요!!

신문 등 각 종 매체에 보도되는 사진은 참 친근하지요 영상으로 익숙한 장면들도 정지된 한 장의 사진으로 보게되면 다른 느낌이지요 현장의 긴박한 상황을 적확하게 표현한 사진, 일반적인 뉴스에 기자의 시각으로 새롭게 해석한 사진, 인물의 직업, 성격, 특징을 잘 살린 사진, 생활속에서 발견한 재미있는 사진, 이미지에 의미를 부여해 예술적으로 승화한 사진, 스포츠의 역동적인 사진, 우리 주위의 삶을 끈기있게 들여다 본 사진 등... 한 장 한 장의 보도사진에는 사진기자의 고민이 스며있습니다 보는 이로 하여금 생각의 공간을 갖게 하는 이유이겠지요 보는 이 역시, 사진을 곧이곧대로 해석하지는 않아서 멈춰진 사진이지만 '사진은 살아있다'는 표현을 하나 봅니다 여하튼 2008년 한해 취재한 신문, 잡지, 통신사 사진..

사진이야기 2009.02.23

황량한 북녘

남한에서 바라본 북한의 모습은 참 쓸쓸합니다. 여전히 찬바람을 품은 겨울이라 그 황량함을 더하고 있습니다. 눈앞에 펼쳐진 접경지대 마을은 온통 흙빛 입니다. 집도 들도 산도 다 짙은 흙색입니다. 아무리 겨울이라지만 선명한 푸른 빛 하나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선전문구가 써진듯한 탑과 간판에 빨간색, 하늘색, 노란색 정도의 컬러가 들어 있습니다. 식량난에 점심이란게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여하튼 남한 기준의 그 점심시간이 지났을 무렵, 무리를 지은 마을 주민(혹은 군인)들이 허허벌판을 가로질러 어딘가로 향했습니다. 금강산관광, 개성관광 등 북으로의 여행이 중단된 채 교류의 끈조차 흐릿한 가운데 남북관계는 나아질 줄 모릅니다. 갈 수 없는 곳이 되어버린 북을 렌즈를 통해 한참이나 들여다보고 있으니 그 황..

사진이야기 2009.0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