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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을 찾아서

후텁지근한 날씨가 이어지다 비가 내린 주말에는 더위가 조금 주춤했습니다. 여름 끝자락 더위는 여전하지만 신문에서는 가을 사진을 보여줘야 하는 시기입니다. 무더위 속에 입추는 소리없이 지났지만, 어쨌거나 계절을 조금씩 앞서 가야하는 게 신문사진 기자의 업이지요. 30도를 넘지는 않았지만 움직이면 땀이 날 정도의 더위는 남은 지난 일요일. '가을 스케치'를 하라는 지시가 떨어졌습니다. '가을이라...' 푸른 하늘, 마당 가득 말리는 붉은 고추, 익은 벼, 코스모스 등 가을의 이미지들을 떠올렸습니다. 매 해 반복되는 이미지지만, 당장 찍을 수 있다는 보장은 없지요. 청명한 날씨였다면 오히려 쉬웠을 텐데 비구름을 머금은 하늘은 잔뜩 찌푸렸지요. 그래서 코스모스를 찾아 나서기로 했습니다.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

사진이야기 2008.08.18

몸싸움

일을 하다보면 몸싸움 할 일이 가끔 있습니다. 신문 사진기자, 방송 카메라기자들이 몰려있는 상황에서 돌발상황이 생기면 여지없이 치열한 몸싸움이 벌어지죠. 서로 밀고 밀리면서 사이를 비집어 들고, 다시 밀리고 뒷걸음치다 걸려 넘어지기도 하고. 하여튼 보기 드문 구경거리죠. ^^ 뷰파인더를 들여다보며 집중하다보면 파인더 밖 상황이 파악되지 않기에 위험한 상황도 많지요. 초년병 때와는 달리 꼭 필요한 몸싸움은 짜증스럽기보다는 즐길만한 여유도 생기더군요. 서로 격하게 밀고 밀리면서도 일이 끝나면 웃으며 얘기 나눌 수 있는 정도의 몸싸움 문화는 정착돼 있습니다. 나름 그 속에 질서가 존재합니다. 그러나, 어제 경우는 좀 달라습니다. 일단 몸싸움의 대상이 달랐지요. 지난 18대 총선에서 비례대표 공천을 대가로 공천..

사진이야기 2008.08.15

야위어가는 새만금 갯벌

재작년부터 3년째 새만금을 다녀왔습니다. 새만금 갯벌을 살리자는 목소리가 해가 갈수록 작아지고 있었습니다. 개발이라는 거대한 구호앞에 갯벌에 기대살던 어민들의 삶에 대한 배려는 낄 자리가 보이지 않습니다. 개발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는 모습입니다. 안타까움을 달래줄 이도 없습니다. 언론매체 역시 개발 청사진에 대한 보도 일색입니다. 갯벌에 대한 관심을 끊다시피 한 언론에 대한 주민들의 원망도 있었습니다. 새만금 갯벌이 사라져가는 모습의 기록이 앞으로 개발과 환경논리의 갈등속에서 어떤 의미를 가질지 앞으로 계속 기록하며 지켜봐야 겠습니다. [포토다큐 세상 2008]그 차지던 갯벌“이젠 끝나부렀어” 입력: 2008년 07월 27일 17:52:22ㆍ물막이 2년 3개월 새만금의 ‘소리없는 절규’ “도장도 필요 ..

사진다큐 2008.08.08

참 좋은 출장

도법스님을 인터뷰하기 위해 스님이 계시는 남원 실상사로 출장 다녀왔습니다 서울을 떠나는 출장은 가끔 설레게 합니다 마감에 쫓기는 사건출장이 아닌 경우에 말입니다 투명한 공기, 조용한 곳에 대한 새삼스런 그리움 만으로도 충분히 설레이지요 전날 밤 실상사에 도착, 절에서 잠을 청해야 했지요 적막하리 만큼 조용하고 별이 떨어져 내릴것 같이 깨끗한 곳이었습니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새나라 어린이 일과에 쉽지 않지만 적응해야 했죠 될리가 있나요 ㅎㅎ 몇 번이나 일어났다 시계보고 다시 눕곤 했습니다 아침 공양시간에 도법스님을 만났습니다 탁발순례 같이 주로 길에서 뵙던 분이라 나름 갖춰진 식당에 앉은 스님이 어색해 보였지요 공양후 스님의 거처인 화림원으로 향했습니다 실상사를 나서서 논과 밭, 매력적인 소나무 숲을..

사진이야기 2008.05.28

북한 개풍군 들녘을 보며...

김포 애기봉에서는 황해도 개풍군 한 마을이 가까이 보입니다 비슷한 모양의 무채색 건물은 예전에는 선전용이었다는군요 지금은 주민들이 살고 있답니다 오후 1시쯤 도착했을 때는 흐린 날씨에 물안개까지 끼어 북쪽 들녘은 황량함을 더하고 있었지요 주민들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가끔 새들이 떼지어 그 위를 날고 있었습니다 이 곳을 지키는 해병 장교가 오전에 주민들이 한 차례 작업을 하고 들어갔다고 했습니다 '점심시간 이겠거니' 하고 기다렸습니다 2시쯤 논사이 하얀 것들이 가물가물 보였습니다 주민들이 풀어놓은 염소와 닭 등 가축들이 무얼 먹는지 한가로이 배회하고 있더군요 풀어놓은 가축을 걷어가야하니 주민들의 출현은 당연한 것이지요 조금후 까만점으로 보이는 6,7명의 주민들이 논사이 길을 무리지어 느릿느릿 걸어나왔습니다 ..

사진이야기 2008.05.21

동료에게 느끼는 감동

축구하다 다리 다친지 한 달이 넘었습니다 깁스는 풀었구요 이리저리 분주하게 뛰고 움직이는 일은 아직 무리가 있지만 어지간한 현장에는 이제 다시 나가기 시작 했습니다 그간 주로 인터뷰 사진을 많이 찍었지요 동료들이 많이 모이는 현장에 오랜만에 나갔습니다 보는 선후배마다 "다리는 어떤지"를 물어옵니다 똑같은 대답을 몇 번이나 해도 싫지 않습니다 ^^ 부자연스러운 걸음걸이가 안타까웠는지 한국일보 최흥수 선배는 제 가방을 빼앗듯 들어 주시더군요 그 정도 무게를 못이길 정도면 현장에 나오지 않았겠지만, 가방을 가만히 맡겼습니다 그리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선배의 따스함을 흐뭇하게 즐겼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주위에 많아 행복합니다 ^^* [NIKON CORPORATION] NIKON CORPORATION NIKON..

사진이야기 2008.05.20

사진기자를 사진찍는 미술작가

새둥지 모양의 베이징 올림픽 주경기장을 디자인한 중국 미술작가 아이웨이웨이가 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에서 열리는 개인전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습니다. 그가 디자인한 베이징 올림픽 주경기장 공사의 하루를 한 시간 단위로 기록한 24장의 사진을 배경으로 세웠습니다. 수염 가득한 얼굴, 넉넉한 풍채의 이 작가는 손에 소형 자동카메라를 들고 있었지요. 사진을 찍기 시작하자 이 작가는 동시에 저를 찍기 시작했습니다. 재밌기도 황당하기도 한 상황이었지만, '저러다 말겠지' 했지요. 하지만 그의 셔터는 멈출줄 몰랐습니다. 독특한 포즈도 잘 취한다는 큐레이터의 힌트에 살짝 요구했더니, 다리 다쳐 어정쩡한 자세로 자신을 담고 있는 저의 모습을 흉내내었습니다.(사진1) ㅎㅎ 재밌는 양반이데요. 이후 인터뷰하는 취재기자, 통..

사진이야기 2008.05.05

혼자 놀아요

축구하다 다리 인대를 다쳤습니다 열흘째 회사출근을 못하고 있지요 안그래도 인력이 달리는 부서에 선후배들의 어깨에 짐을 하나씩 더 올려 놨습니다 '발로 뛰는 사진기자'라 했지요 다리 아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걸 보니 확실하군요 '나' 없어도 신문은 매일 잘 나오네요 아직 남아있는 오만을 걷어내는 시간이 되고 있지요 장애인 관련 다큐를 많이 했지요 깊이 느끼며 사진을 찍고 글을 썼다고 자부했었는데... 그걸로 부족했던 모양입니다 그들과 비교도 안될만큼 조금 불편해 졌지만 장애 체험을 직접하게 되었네요 ㅎㅎ 요즘 이런저런 생각이 많습니다 하루라도 빨리 나가 현장을 뛰고 싶지만 다시 오기 힘든 이 소중한 시간에 더 많은 건강한 고민을 해보려 합니다 건강들 하시구요!!! ^^ [NIKON CORPORATION]..

사진이야기 2008.04.22

동물의 천국

한강하구 장항습지입니다. 군사지역이라 인간의 손이 타지 않은 곳이지요. 멸종위기종인 재두루미와 큰기러기가 한가로이 먹이를 먹는 동안 고라니 한마리가 느릿느릿 그 앞을 지나갑니다. 인기척에는 날거나 달아나며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더니 자리네들 끼리는 그다지 신경쓰지 않습니다. 방해하지도 긴장하지도 날지도 달아나지도 않았지요. 자연 그대로의 모습은 이렇게 평화로운 것이더군요. 멀찌감치 망원렌즈로 셔터를 눌러대는 인간은 펼쳐지는 장면에 경이로움과 소외감을 동시에 느꼈다지요 대운하 공사가 강행되면 이런 평화도 파헤쳐 지겠지요 [NIKON CORPORATION] NIKON CORPORATION NIKON D3 (1/500)s iso800 F16.0

사진이야기 2008.03.10

숭례문 사라지다

야근날이었던 10일 밤9시. 와이티엔 화면에 숭례문에 불났다는 짧은 속보가 떴지요 소방차가 진화작업 중이라는 보도와 함께요 몇 년전 낙산사 화재의 경험이 떠올라 반사적으로 튀어나갔습니다 숭례문 옆에 사옥이 있는 와이티엔 빼고 신문중엔 제가 젤 먼저 도착했었지요 연기가 스멀스멀 피어올랐고 여러대의 소방차들이 물을 부어대고 있었습니다 빨간 화염이 보이지 않아 오래지 않아 꺼지리라 생각했지요 급히 찍은 뒤 부장께 보고하고 회사에 마감하러 들어갔지요 퇴근한 부장이 다시 회사로 들어오면서 "나가서 상황을 계속 지키보라"는 지시가 있었지요 다시 나간 현장 연기는 조금전과 다름없이 피어오르고 있었지요 기자들과 모여든 시민들은 "저렇게 불이 안꺼지나"며 여기저기서 웅성거렸고 붉은 화염이 기와밑으로 고개를 내밀때는 탄식..

사진이야기 2008.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