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야기 468

동아일보 변영욱 선배에 한 수 배우다.

사진기자들이 일하는거 실제로 보신적 있으세요? 티브뉴스나 드라마에서 종종 보셨을텐데요. 티브이뉴스는 현장감과 언론의 관심을 표현하는 소재로 무더기로 있는 혹은, 몸싸움하는 사진기자들을 영상에 담기도 하죠. 드라마는요. 사진기자들을 굉장히 가볍고 초잡한 존재(비록 엑스트라일지라도) 로 묘사해 볼때마다 짜증이 밀려옵니다. 피디라는 양반들의 머릿속 사진기자의 모습일 뿐이죠. 어설프게 카메라를 잡고 인물바로 앞에서 망원렌즈를 낀채 이리저리 뛰듯이 움직이는, 연기아닌 연기를 보면 화가 납니다. 현실적인 묘사는 먼나라 얘기죠. 그러나, 현장에서 사진기자의 일하는 모습은 티브이를 통해 보는 모습과는 많이 다르죠. 티브이에서 보여질 수 없는 멋진 모습이 많은데요. 오늘도 문득 그런 생각을 들게 한 선배가 있으니, '동..

사진이야기 2005.02.01

이주노동자분들,웃을일 많은 한해 되시길!

외국인노동자들에 대한 취재가 많은 편이죠. 집회 농성이 많은 편이구요. 외국인노동자들을 위한 위로행사도 부분을 차지하죠. 이주노동자들이 많이 고용되어있는 지역(서울 성동구 등)에서는 노동자들을 초대, 위로 행사를 정기적으로 열기도 하죠. 어제는 용인에 있는 한 화장품회사 인력개발원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을 초청, 행사를 했죠. 기존의 비슷한 외국인노동자 행사지만, 보도자료에 '쓰나미 피해지역(동남아) 노동자 위한 행사' 라고 의미부여하니, 솔깃했죠. 많은 인력과 예산을 집행하며 준비한 기업의 순수한 마음이야 헤아리지 못할 바 아니지만, 취재하는 사람의 입장에선 조금 헷갈리기도 합니다. 기자들이 카메라를 들이대는 순간, 이주노동자들만을 위한 행사의 순수성이 조금은 훼손되고, 사진을 위해 이래주세요, 저래 주세..

사진이야기 2005.01.31

프로레슬러 게일킴

교포2세 프로레슬러 게일킴의 경기가 있었습니다. 남자선수들의 경기가 메인게임이었지만, 이미 한차례 각 매체를 통해 얼굴이 알려진 게일킴의 경기가 더 기다려졌지요. 많은 관중들도 마찬가지였겠지요. 뭐 프로레슬링이라는걸 엔터테인먼트(물론, 아무나 할 수 없는 스포츠죠)라 생각하지만 남자선수들은 게임보다는 유머를 가미한 팬서비스에 치중하는 모습이었구요. 기다리던 게일 킴 선수의 등장에 내려놓고 있던 카메라를 들었지요. 워낙 움직임이 크고 빠른지라 정신을 못차리고 셔터를 누르다가 자세를 다시 고쳐앉는 순간 "땡땡땡"소리와 함께 경기가 끝이 나더군요. 관중들은 의아해 했습니다. 서비스 차원에서 경기를 좀 더 끌어줘야하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지요. 뒤에 행사관계자에 물었더니, 전날 음식물을 잘못 먹어 배탈 때문..

사진이야기 2005.01.24

'그럴것이다'는 위험하다

일반인을 상대로 한 특전사 캠프가 있었죠. 첫날이라 피티체조 일정밖에 없었던 관계로 힘겨워 하는 표정을 잡기로 했죠. 이정도되면 사진기자들은 희망사항이 생깁니다. 머릿속에 경험을 통해 그려진 그림을 떠올리죠. 그것을 충족시키기 위한 조건, 즉, 조교가 아주 세게 굴려줘야 할 것과 상대적으로 이런기회가 적은, 또는 체력적으로 부담을 느끼는 여학생들의 표정이 유리하다...그림이 나올것이다... 교육전에 이리저리 지나는 말로 조교에게 "세게 굴리실 거죠?" "...뭐 그래야죠" 조교의 말은 내심 부담스런 눈칩니다. 사고 위험성 때문이죠. 일단 렌즈는 여학생들로 향합니다. 어깨동무에 앉아 일어서...어색하고 웃음이 나올만도 합니다. '계속 웃음이 나오나 봐라' 혼자 뇌까렸지요. 왠걸, 이 여학생들이 토끼걸음, ..

사진이야기 2005.01.18

한 어린이의 새해 소망

어린이에게도 참 힘들었던 2004년이었던 모양입니다. 서울 능동 어린이대공원에 마련된 '소망나무'에 걸린 수 많은 새해 소망들 가운데 유독 눈에 들어오는 글이 있었습니다. 평균적인 아이들의 소망이 '공부 잘하게', '우리가족 건강하게'쯤으로 생각한 저는 좀 서글퍼 졌습니다. 지난해 아빠, 엄마의 힘든 모습이 안쓰러웠던 모양입니다. 엄마, 아빠의 긴 한숨이 안타까워던 모양입니다. 지수 어린이의 소망처럼 이 나라의 부모들이 내쉬었던 한 숨을 걷는 한 해, 좋은 일만 가득한 한 해 였으면 합니다. 지수가 건강하고 공부 잘 하는 2005년이 되게 해달라는 소망은 대신 적어 걸어줘야 겠습니다.

사진이야기 2005.01.06

연기를 마시며 시작하는 을유년!!

늘 그렇듯 새해 첫출근의 힘찬 발걸음, 표정 등을 찍기위해 신도림역으로 향했습니다. 인파들을 찍고 있는데 지나는 한 직장인이 "온수역에 불나서 이렇게 사람들이 몰린다" 고 하더군요. 대구지하철 화재이후 지하철 혹은 역사에 작은 연기만 나도 깜짝깜짝 놀라 출동하던 지난 2년을 돌아볼때 가봐야 별거아닌, 상황종료된, 가봐야 찍을거 없는 헤프닝쯤으로 미뤄 짐작해 버렸지요. 옆에서 같이 스케치를 하던 문화일보기자가 "부재중 전화가 6통이 왔네." 라는 말과 함께 역밖으로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어 이거 작은일이 아닌가 본데.' "같이 갑시다" ^^ 그렇게 얼떨결에 묻어가 도착한 온수역 앞은 소방차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습니다. 역사로 내려가, 매캐한 냄새를 맡자마자 2년전 대구지하철 화재현장의 기억이 생생하게 살..

사진이야기 2005.01.04

3일만에 찍은 나의 송년호!

송년호에 쓰지 못하고 28일자 사회면에 쓴, 별의 일주사진입니다. 별을 쳐다보고 있는 3일동안 영혼이 맑아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지요. 물론 뒷목도 많이 아팠지요. ^^ 올 한해 좋지않았던 일, 저 별속으로 다 던져버리시고 새해 힘차게 맞이 하시기 바랍니다. 파이팅!!!! 내년에 뵙겠습니다. 긴 불황의 어둠 속 서민들의 한 해는 고통스럽게 지나고 있지만, 교수들이 선정한 올해의 사자성어가 당동벌이(黨同伐異)이듯 정치, 사회적으로 분열과 대립의 한해였다. 혹시나 하는 희망속에 출범한 17대 국회는 역시나 싸움으로 일관, 국민들을 더 깊은 어둠속으로 잡아끌었다. 어둡고 시린 밤하늘을 가르는 저 별빛처럼 2005년은 화해와 조화의 빛이 가득한 해였으면 한다. 강원 횡성군 천문인마을 별의 일주와 여의도 국회를..

사진이야기 2004.12.30

'왜곡'과 '강조'사이...

고드름을 찍었습니다. 서울을 비롯 전국의 날씨가 연일 매서웠기 때문이죠. 혹시나 해서 가본 한강 유람선 선착장. 애초부터 주렁주렁 내걸린 고드름을 기대하진 않았습니다. 유람선의 이곳저곳 구석진 곳을 살폈습니다. 안보이더군요. 혹시나 싶어 선착장 옆쪽으로 가보니, 정박중인 유람선 앞쪽으로 조그만 고드름들이 매달려 있었습니다. 기뻤지요. 그게어딥니까? ^^ 밑으로 쭉쭉 길게 뻗은 처마끝 자세좋은 고드름을 기자 역시도 머리에 그립니다. 그러나, 현실은 대부분이 그렇지가 않습니다. 큰 기대없이 찾아가 막상 조그만 놈들을 보니, 어떻게 찍을까 고민하게 됩니다. 돌아오는 대답은 '어떻게든 자~알' 아래 사진을 보시고 '왜곡이닷!!!!'이라 말씀하실 분들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집회 같은데서 시위대가 지른 불..

사진이야기 2004.12.22

사진기자의 12월

연말이 되면 사진기자들은 특히 바쁩니다. 이런저런 망년회 때문만은 아닙니다. 소위 송년호, 신년호 기획사진을 준비하기 때문입니다. 한해를 돌아보며 정리하는 의미를 담은 사진은 12월31일자에 소화되고, 한해를 시작하는 주로 '희망'적인 메시지를 담은 사진은 1월1일자에 게재되죠. 주로 신문 1면에 크게 쓰기 때문에 여간 신경이 쓰이는게 아닙니다. 신문사 사진기자들 사이엔 묘한 신경전도 일어납니다. 각 사가 준비하는 작업이 1급 비밀에 붙여지는 건 당연하지요. 독특하고 색다른 접근을 모색하지만 결국 많은 사진들이 해나, 자동차궤적 등 의 뻔한(?)소재에 집착하게 되더군요. 이번 송년, 신년도 얼마나 많은 사들이 해가 들어있는 사진을 선보일지 눈에 선합니다. 관심갖고 한번 지켜보세요. 재밌으실 겁니다. 여러..

사진이야기 2004.12.15

정말 하기 싫은 일!

오늘 매우 슬픈 소식이 전해져 안타까워하며 보낸 날이었습니다. 일나간 아빠, 엄마 없이 잠자던 삼남매가 불에 질식사 한 사건입니다. 오후에 영안실 취재가 제게 떨어졌죠. 늘 꺼려지는 취재 중 하나죠. 어느 기잔들 좋아서 하겠습니까 마는... 영안실 입구에는 라고 씌여 있었구요. 하늘이 무너지는 슬픔을 감당하기도 힘든 시간에 기자들의 취재는 화를 돋우죠. 이런 현장에서는 가끔씩 뺨을 맞거나, 발에 차이기도 하죠. 접근하지 못하고 먼발치에서 서성거릴 수 밖에 없었죠. 꼭 부모들의 얼굴을 찍어야 하는건 아니지만 그 슬픔을 담아내려면 결국 렌즈는 부모를 향하게 되죠. 상심해있는 어머니를 향해 기자들의 카메라가 향하자 아버지가 나가 달라고 합니다. 여러 매체에 보도되는게 불편하셨을 테죠. 굉장히 죄송스러웠습니다...

사진이야기 2004.1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