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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곡'과 '강조'사이...

고드름을 찍었습니다. 서울을 비롯 전국의 날씨가 연일 매서웠기 때문이죠. 혹시나 해서 가본 한강 유람선 선착장. 애초부터 주렁주렁 내걸린 고드름을 기대하진 않았습니다. 유람선의 이곳저곳 구석진 곳을 살폈습니다. 안보이더군요. 혹시나 싶어 선착장 옆쪽으로 가보니, 정박중인 유람선 앞쪽으로 조그만 고드름들이 매달려 있었습니다. 기뻤지요. 그게어딥니까? ^^ 밑으로 쭉쭉 길게 뻗은 처마끝 자세좋은 고드름을 기자 역시도 머리에 그립니다. 그러나, 현실은 대부분이 그렇지가 않습니다. 큰 기대없이 찾아가 막상 조그만 놈들을 보니, 어떻게 찍을까 고민하게 됩니다. 돌아오는 대답은 '어떻게든 자~알' 아래 사진을 보시고 '왜곡이닷!!!!'이라 말씀하실 분들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집회 같은데서 시위대가 지른 불..

사진이야기 2004.12.22

사진기자의 12월

연말이 되면 사진기자들은 특히 바쁩니다. 이런저런 망년회 때문만은 아닙니다. 소위 송년호, 신년호 기획사진을 준비하기 때문입니다. 한해를 돌아보며 정리하는 의미를 담은 사진은 12월31일자에 소화되고, 한해를 시작하는 주로 '희망'적인 메시지를 담은 사진은 1월1일자에 게재되죠. 주로 신문 1면에 크게 쓰기 때문에 여간 신경이 쓰이는게 아닙니다. 신문사 사진기자들 사이엔 묘한 신경전도 일어납니다. 각 사가 준비하는 작업이 1급 비밀에 붙여지는 건 당연하지요. 독특하고 색다른 접근을 모색하지만 결국 많은 사진들이 해나, 자동차궤적 등 의 뻔한(?)소재에 집착하게 되더군요. 이번 송년, 신년도 얼마나 많은 사들이 해가 들어있는 사진을 선보일지 눈에 선합니다. 관심갖고 한번 지켜보세요. 재밌으실 겁니다. 여러..

사진이야기 2004.12.15

정말 하기 싫은 일!

오늘 매우 슬픈 소식이 전해져 안타까워하며 보낸 날이었습니다. 일나간 아빠, 엄마 없이 잠자던 삼남매가 불에 질식사 한 사건입니다. 오후에 영안실 취재가 제게 떨어졌죠. 늘 꺼려지는 취재 중 하나죠. 어느 기잔들 좋아서 하겠습니까 마는... 영안실 입구에는 라고 씌여 있었구요. 하늘이 무너지는 슬픔을 감당하기도 힘든 시간에 기자들의 취재는 화를 돋우죠. 이런 현장에서는 가끔씩 뺨을 맞거나, 발에 차이기도 하죠. 접근하지 못하고 먼발치에서 서성거릴 수 밖에 없었죠. 꼭 부모들의 얼굴을 찍어야 하는건 아니지만 그 슬픔을 담아내려면 결국 렌즈는 부모를 향하게 되죠. 상심해있는 어머니를 향해 기자들의 카메라가 향하자 아버지가 나가 달라고 합니다. 여러 매체에 보도되는게 불편하셨을 테죠. 굉장히 죄송스러웠습니다...

사진이야기 2004.12.09

'첫 눈'이 싫은 사람....

서울에 첫 눈이 내렸습니다. 쌓일 정도는 아니였지만 잠깐잠깐 제법 굵은 눈발도 보였죠. 많은 분들이 설레였을테고 첫눈기념 이런저런 약속을 하고 계실지도 모르겠네요. 입사전 저 역시도 첫눈에 설레고 옛 추억도 그려보는 그런 평균적인 낭만을 가진 사람이었죠. 그러나... 사진기자로 입사 한 뒤 '눈'이라는 낭만자극 매개체가 정내미 떨어지는 성가신 그것으로 전락했죠. 일기예보에 눈이라는 말이 나오면 일단 어디가서 눈을 찍어야 하나? 하는 걱정부터 하는 직업병이 생겼죠. 첫 눈이라 기상청에 공식적으로 기록되더라도 함박눈이라면 모를까 싸락눈, 진눈깨비라면 사진으로 잘 표현이 안돼죠. 그림으로 말해야하는 사람들이다 보니, 여간 신경쓰이는게 아닙니다. 눈도 성격이 있습니다. 보통 첫눈에서 두 세번 정도의 눈은 착하게..

사진이야기 2004.11.26

전파차단기 대박날까?

휴대전화를 이용한 커닝으로 세상이 시끄럽습니다. 40년 전쯤 저의 어머니때도 대리시험같은 부정시험이 있었다는군요. 지금같이 전 수험생의 대학생화를 지향하는 요란스러움은 훨씬 덜했던 때라 부정입학자들이 많았답니다. 살벌한 속도의 과학기술 발전이 신종 부정시험을 부추기고 있죠. 현재 그 중심에 휴대전화가 있구요. 커닝에 이용되고 각종 공연장에서 울려대는 등 의도하지 않은 휴대전화의 역효과에 전파차단기의 수요가 늘거 같네요. 현재 법적으로 허용은 안되고 있답니다. 서울대가 30일 수시모집 면접/구술시험 앞두고 휴대폰을 이용한 문제유출을 우려, 전파차단기를 설치할 예정이랍니다. 오늘은 전파차단기 제조업체 관계자들이 테스트를 했구요. 휴대전화의 주파수를 방해하는 전파차단기. 그 전파를 방해하며 원 신호를 받아들이..

사진이야기 2004.11.25

화형식이 있는 곳엔...

여당이 추진중인 4대개혁입법(국가보안법, 과거사진상규명법, 사립학교법, 언혼개혁법) 저지 결의대회가 광화문일대에서 열렸습니다. 보수단체 회원들이 참가한 가운데 열렸는데요. 현장에 도착하니, 내외신 기자들이 무대 앞에 쭉 둘러서 있더군요. 거기엔 4대법안을 써서 붙여놓은 관이 놓여있고, 김정일 사진이 붙은 인공기가 있었지요. 보수단체의 집회에 자주 등장하는 화형식이 준비돼 있었습니다. 보수단체의 집회가 부쩍 늘면서 이런 화형식들이 많아 졌는데요. 상징적이면서도 불이 있는 그림은 상당히 강하거든요. 특히 인공기 화형은 남북대치상황과 북핵 등에 관심이 많은 외신(기자들은 거의 우리나라 사람들 입니다)에서 상당히 선호(?)하는 그림입니다. 신기하게도 불이 붙은 직후에는 어디선가 나타난 전경이 소화기로 불을 끄는..

사진이야기 2004.11.12

테러훈련...글쎄요?!

서울 테크노마트 건물에서 대형건물 화생방및 폭탄테러 대비훈련이 있었죠. 알카에다의 대 한국 테러발언 등등, 이후 대규모의 테러대비 훈련이 한창인데요. 우리나라에선 테러를 본적도 없고, 현재는 훈련만을 볼 수 있을 뿐이지요. 대비를 하고 훈련을 한다는거 바람직합니다. 당연히 해야죠. 그러나, 반복된 훈련으로 어느정도 큰 사고에 대한 대비는 될 수 있겠지만, 훈련과 실제의 차이를 고려했는지가 의문스럽더라구요. 그렇다고 제가 생각하는 뾰족한 대안은 없지만, 요즘 헬기까지 동원되는 대규모의 훈련은 너무 짜여진 각본(훈련이기에 그럴수 밖에 없다면 할말은 없지만)에 의해 이뤄져 '보여주기'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테러범 분장을 한 이들이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는 뒷쪽엔 총을 겨누며 뛰어들 경찰들이 ..

사진이야기 2004.11.03

저 멀리 '파월'이 있었다.

파월 미 국무장관이 25일 방한했습니다. 미리 국정홍보처를 통해 받아놓은 비표를 가지고 성남 서울공항으로 향했습니다. 파월같은 초특급 울트라 인사는 일반이용객들로 붐비는 인천공항으로는 절대 들어오지 않죠. 왠지 모르겠지만 도착시간도 여러차례 바뀌었습니다. 오후 5시 30분에서 오후 7시 30분에서 다시 오후 6시 40분으로... 공항에 도착하니 입구에서 부터 비표와 소속사 이름을 확인합니다. 차량은 공항 밖으로 나가라더군요. 운전하시는 분의 신상이 통보되지 않았다는 이유입니다. 이미 공항 밖은 파월이 탄 차량이 신속하게 움직이도록 교통경찰들이 나와 신호를 잡을 준비를 하고 있었죠. 언론사 차량이 공항밖에 나가서 서있을라치면 경찰의 통제를 받아야 할 상황이죠. 캄캄한 주차장에 차를 대고 있는게 왜 안되는지..

사진이야기 2004.10.26

'시심' 자극하는 가을에...

낙엽이 내리면, 괜히 '센치'해지고, 그래서 그런지 난데없는 '시심'이 자극되기도 합니다. 오늘, 어린이대공원에서 '여성백일장'이 열렸습니다. 주부들이 주를 이뤘는데요. 잠깐 글쓰고, 재잘거리며 수다떠는 주부들이 많았죠. 굳이 장원을 먹어야 맛이 아닌거죠. 그보다 가을내 물씬나는 곳에서 펜을 들고, 머릿속에 깊이 묻어둔 추억과 시심을 들춰냈다는 것만으로도 더할나위 없는 성과죠. 근심걱정없는듯 밝아보였습니다. 그와중에 가을을 진하게 느낄수 있는곳에 외롭게 자리 차지하고, 글쓰기에 몰두하는 '문학소녀'의 모습을 보이는 분도 계셨지요.

사진이야기 2004.10.20

카메라폰 든 사진기자

"어디서 오셨습니까?" "경향신문 사진부 기잡니다." 사진기자를 아래위로 훑어본다. 카메라 가방이 없음을 알고, 의심스런 눈초리를 보낸다. 사진기자 주섬주섬 주머니를 뒤지며, "카메라를 보셔야 사진기잔 줄 아시나보죠?"(당연한 얘기지만) 바지주머니에서 꺼내들은 카메라폰을 내민다. 꺼낸김에 하나 더 점퍼주머니에서 꺼낸다. "투바디 입니다."(망원용, 광각용) 이런시대가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삼성전자가 500만화소 카메라 폰을 출시했죠. 500만화소 1600만 컬러 LCD 셔터속도 최대 1천분의 1 원거리 풍경에서 10cm 접사까지... 제가 쓰는 큰 카메라로 손바닥 반 만한 카메라폰을 찍으면서, 미래의 사진기자가 주머니에서 카메라를 꺼내는 모습을 상상해 봤습니다. 정말 그런날이 올까요?

사진이야기 2004.10.20

가을걷이 바쁜 북녘들판!

북한 개성시 장단평야 논에서 주민들이 가을걷이를 하고 있다. 노랗게 익은 벼와 군데군데 쌓인 낟가리, 수확을 앞둔 채소밭이 한 폭의 그림같다. 도라전망대 / 김정근기자 15일자 1면에 크게 실은 사진입니다. 우리부서의 총무이자 자칭, 타칭 에이스 김정근 선배의 작품입니다. 작년엔 추수가 끝난 들녘에 새들이 떼지어 날아가는 사진을 게재했었는데, 올핸 조금 일찍가서 추수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보이네요. 날씨도 기가막히게 좋아 노랑, 초록, 연두가 묻어날듯 선명합니다. 자세히 보시면, 열 명 정도가 허리숙여 낫질을 하고 있습니다. 편안한 사진입니다. 신문사진은 지면의 창이라고 합니다. 답답한 뉴스들이 지면을 가득 채워 한 숨을 나게 하지만, 이 한장의 사진은 탁트인 창을 통해 상쾌한 공기를 다시 들이쉬게 하는거..

신문사진 편집의 묘미(?)

12일자 신문에 경향신문과 다른 한 신문이 이라크 아르빌에 주둔중인 자이툰 부대원의 사진을 실었습니다. 12일자 사진은 부대원들이 자신들의 활동을 보도한 한국신문을 보는 사진입니다.지난 9일자에 저희 경향신문에 보도된 사진속의 주인공이 스크랩된 자신의 사진이 실린 기사를 보는 사진이죠. 현지에 특파된 연합뉴스 사진부 선배가 현지전송한 사진입니다. 캡션은 '이라크 아르빌에 주둔중인 자이툰 부대원들이 11일 경향신문 10월9일자 등 부대활동을 보도한 한국 신문들을 보고 있다. 아르빌/연합'이라 났습니다. 잘 보시면 스크랩 상단에 '경향신문'이라고 찍혀있죠. 이왕쓸거 경향신문 보는 사진이면 금상첨화죠. 사진의 트리밍(의미를 방해하는 불필요한 부분을 자르는 등의 작업)으로 경향신문이 잘리지 않도록 신경을 썼습니..

사진이야기 2004.10.11

미안하다, 병아리들아~!

창간일이 다가오면 사진부에서는 창간 사진기획물을 준비합니다. 2주전부터 아이디어를 모으고 그 중에 몇 꼭지를 준비하죠. 사진의 질도 중요하지만 내포한 의미를 잘 표현해야 합니다. 신문사의 각오나 비전을 담은 사진이라면 더 좋죠. 물론 설명과 어우러져야 하지만. 기존 작품 중엔 '비온뒤의 무지개' '쭉 뻗은 대나무' '바위 뚫고 자란 소나무' 이런 것들이 있죠. 대충아시겠죠? 이번에 제가 찍은 사진은요. '알을 깨고 나오는 병아리'였죠. 아이디어는 위에서 주셨구요. 섭외 및 취재는 제가 했죠.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닭가공'ㅎ'업체가 있는 전북 익산시의 한 부화장에 갔습니다. 하루에도 수십만 마리의 병아리들이 태어나고 있는 곳이죠. 온도와 습도 등 적절한 환경이 갖춰진 큰 부화기가 여러 수십개. 업소용 냉장..

사진이야기 2004.10.06

'샤라포바'를 봐야하는게 일이다.

샤라포바 열풍이 일고 있지요. 많은 분들이 그러하시겠지만 세계적인 선수이며, 출중한 외모의 소유자인 그녀를 직접 보고 싶은 건, 저라고 다를리 있겠습니까? ^^ 국내 한 테니스대회에 참가한 '샤'선수. 오늘은 16강 전이 있었습니다. 사진기자라 어쩔 수 없이 '매우 즐거운'마음으로 취재하러 갔더랬습니당. ^^ 분명, 전 일을 하러 간거죠. '샤'양의 일거수 일투족을 살피며 뚫어져라 쳐다봐야 하는거, 제 일이죠. 이쁜 얼굴이지만 경기하는 순간, 그 특유의 괴성을 지르며 공을 쳐내는 그 순간의 표정은 그다지 이뻐보이지 않습니다. 힘 넘치는 플레이, 정말 멋찌더군요. 승리로 장식한 샤라포바 선수는 박수를 보내는 수 많은 관중에게 답례를 보내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신문에 쓰지 않은 사진들 함 보시죠. 샤 선..

사진이야기 2004.09.30

경찰헬기를 타고...

추석 연휴 마지막날인 29일 귀경차량들의 행렬을 보기 위해 경찰청 헬기를 탔습니다. 헬기를 몇차례 타봤지만, 늘 드는 생각, '저게 뜰까?' 헬기가 일으키는 소음과 강풍에 알면서도 새삼 놀랍니다. 강풍에 고개를 숙이고 헬기탑승 순간에도 사진기자들은 이때도 은근한 몸싸움을 합니다. 상대적으로 조금 나은 자리가 있기 때문이죠. 사건, 사고에 익숙한 직업이다 보니, 생각하기는 싫지만 늘 '사고는 안나겠지. 설마'하는 생각이 떠나질 않습니다. 헬기가 내는 소음과 진동에 조금 주눅이 들어서 더 그런 모양입니다. 헬기 탑승뒤 쓰는 서약서의 문구는 좀 더 '바짝 쫄게'만듭니다. 오늘은 읽어 보지도 않았습니다. 서글퍼 지거든요. 신체포기각서 같은... ^^* 쉴새없이 이런저런 사진을 찍었습니다. 탑승 목적인 차량행렬도..

사진이야기 2004.0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