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야기 468

출근길 여유!

지하철노조 파업이 시작되었습니다. 첫날인 어제, 서울에서도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몰리는 환승역, 신도림역으로 향했습니다. 아니라다를까 신문, 방송 전 사의 취재진들이 안그래도 복잡한 역사를 가득 채우고 있었습니다. 물론 저도 그중 하나였습니다.^^ 대체인력으로 열차시간은 정확히 지켜지고 있었고 예상대로 평소 복잡함과 별반 다를게 없었습니다. 사다리를 밟고 올라 북적이는 출근인파를 찍었습니다. 왜 기자들이 나와있는지 대부분 시민들이 아셨겠지만 기자들이 떼지어 있는 모습에 무슨일인지 궁금해하며 물어보는 분, 시비거는 분들도 가끔 있었습니다. 솔직히 사람들이 무지 몰리는 피곤한 출근시간에 카메라 플래시 세례를 받는게 그다지 유쾌한 일은 아닐겁니다. 얼굴을 가리고 불쾌해 하는 분들에겐 대단히 죄송합니다. 회사로 ..

사진이야기 2004.07.22

살인범의 마스크!!

연쇄살인범 유씨가 늦은밤 조사를 받고 유치장으로 가는 모습을 찍고 들어와 작업을 하면서 마스크에 써진게 글씨 같기는 한데 무얼까? 사진을 넘기기 전에 잠깐 생각했습니다. 모니터 상으로는 잘 알아보기 힘들더군요. 다음날 뉴스메이커 표지 사진으로 실리면서 그 글씨가 '아빠'라는 걸 알았습니다. 분명 낮에 찍은 사진에는 글씨가 없었습니다. 언론이 경쟁적으로 주목하고 강도높은 조사를 받으며 문득 아들이 그리웠나 봅니다. 그 순간 아들에게 '아빠' 불리우고 싶었던 걸까요. 아니면 티브이를 볼 아들이 모자와 마스크로 가린 얼굴이 '아빠'라는 걸 위안삼아 알리고 싶었던걸까요.(사회부 후배 김준일선수의 기사에 따르면 수사도중 아들에 대한 얘기를 자주 한다더군요.) 한 아이의 아빠 유씨. 그 아이를 무척이나 사랑하는 아..

사진이야기 2004.07.21

살인범의 눈!

정말 이렇게 악랄할 수 없습니다. '인면수심'. 그렇습니다. 그는 일단은 인간의 얼굴을 했습니다. 짐승이라도 그토록 잔인할 수 있을까요? 욕이나오고 부화가 치밀어 오릅니다. 출근해 서울 서대문구 봉원사 인근 시체 유기 장소로 갔습니다. 현장검증이 끝나고 본격적인 시체 발굴작업이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경찰통제선을 넘어 발굴작업을 사진에 담았습니다. 경찰들이 좀 막았으면 하는 생각도 들었지요.(관계자외 출입금지라는 곳 중 특별한 일부를 제외하고 많은 곳은 기자들이 '관계자'입니다.^^) 눈뜨고 못 볼 일을 눈 빤히 뜨고 한다는거 보통 곤혹스런게 아니었습니다. .....구체적인 묘사는 생략(많은 사람 꿈자리 뒤숭숭하게 할 수 있으므로).... 기동수사대에서 조사를 받고 구치소로 향하는 마스크와 모자를 눌러쓴 ..

사진이야기 2004.07.19

중증장애인의 투쟁!!

"비장애인들이 장애인들과 몸을 바꿔 딱 하루만 살아 볼 수 있다면... 적어도 이렇지는 않을텐데.." 장애인 이동권에 대한 투쟁이 한창일때 좀처럼 바뀌지 않는 시선과 정책에 대해 한숨쉬며 장애인이 한 얘기입니다. 비오던 8일 세종문화회관 앞에 중증장애인들이 나섰습니다. 중증장애인 고용장려금 축소 철회와 노동권 확보를 요구하기 위함입니다. 장애인들의 자립재활을 위해 인상하지는 못할망정..... 정책입안자들이 장애인의 생활에 얼마만큼 관심이 있는지 그 불편과 고통이 얼마나 되는지 알기는 하는건지 장애인들을 사회의 일원으로 인정이나 하는건지 그 자신과 가족, 대대손손 장애를 갖지 않는다고 확신하는건지... 결국 비장애인들의 몫이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반성해 봅니다.

사진이야기 2004.07.09

자이툰과 뻥튀기!

고 김선일씨의 영결식 바로 다음날 자이툰부대의 훈련이 언론을 통해 공개됐습니다. 정부의 파병 강행 방침을 다시한번 확인시켜주기 위한 대국민 홍보행사라는 표현이 어울리겠네요. 김선일씨에 대한 국민들의 추모 열기가 식지않은 때라 훈련공개가 자칫 역효과를 불러오지 않을까 잠시 생각했는데요. '대 테러...' '방어' '공격' 이런 용어들이 들어간 훈련이 아니었습니다. 총들고 하는 훈련이 아니었던 것이지요. 꽹과리 소리가 울려퍼지면서 이라크와의 우정을 기원하는 내용의 플래카드가 걸리더니, 이라크 현지인을 위한 '민사작전'이라는 이름의 훈련내용을 공개한다는 거였습니다. 의료활동, 기계수리 등... 그중에 가장 인상적인게 '뻥튀기'였습니다. 취사보직인 부대원들이 끊임없이 기계를 돌렸고, '뻥이요'라는 소리와 함께 ..

사진이야기 2004.07.05

철책선 야경!

6.25를 앞두고 철책선 야경을 찍기위해 육군 칠성부대에 갔습니다. 사단 공보장교의 안내를 받아 짚차를 타고 민통선을 지나 한 시간 이상 꼬불꼬불한 산길을 달렸습니다. 산 허리선을 뱅글 돌며 지나는 비포장 도로 외에 사람 손이 닿은 것은 하나도 없어 보였습니다. 몇 곳의 위병소를 지나 막사에 도착했습니다. 막사 앞으로는 철책이 산 따라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사진 찍을 적당한 장소는 낮에 미리 봐둬야 하기에 철책선을 따라 공보장교와 무작정 걸었습니다. '무작정'이라 함은 만만하게 봤다는 얘기지요. 경기도에서 군생활을 한 저는 '강원도'를 제대로 느꼈습니다. 오르락내리락 하던길이 끊어졌다 싶으면 발아래 아득한 거의 수직인 계단이 이어졌습니다. 후들거리는 다리에 힘을 주고 옆 줄을 있는 힘을 다해 잡..

사진이야기 2004.06.30

민망하지만...

민망한 현장이 있습니다. 적응이 될만도 한 연차라 생각하지만, 아직 눈 둬야할 곳을 찾지 못하겠습니다. 여성의 신체가 드러나는 사진을 찍어야 하는 경우죠. 그 중 여성의 다리가 강조되는 사진이 많은 데요. 사진적 가치를 논하자는 건 아니구요.^^ 다리를 아주 부각시키다 보면 야(?)해지고(물론, 보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덜 부각시키면 사진이 밋밋합니다.(경험적으로는요.) 사진이 일차적으로 시각에 소구하다보니, 독자의 시선을 잡는 사진이 좋은 사진의 한 요소기에 부각하는게 나쁘다고 생각지는 않습니다. (혼 날 말이죠?) 종합일간지에 게재하는 사진이라 나름대로 현장에서 검열도 합니다. 중간정도 수준을 생각합니다만, 그래도 옴부즈만과 독자들에게 욕을 먹은 사진이 되기도 합니다. 가장 잘 표현되면서도 적절한 사..

사진이야기 2004.06.27

광각렌즈의 함정!

사건사고 현장을 많이 쫓아 다니는 사진기자들은 위험한 상황에 쉽게 노출됩니다. 누가 말려도 그때뿐, 주제에 충실하고 완성도 있는 앵글을 잡기 위해 순간 그 위험을 잊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카메라를 다루시는 분들은 다 알겠지만, 그냥 눈으로 보는 광경이나 상황은 자기통제가 가능하고 가능한 상황을 예측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렌즈를 통해 보면 그 속에서는 전혀 다른 세상이 열립니다. 렌즈 속으로 빨려든다는 표현이 적절하겠네요. 그 사각 밖 세상은 카메라에 눈을 대고 있는 한 의식하지 못하는 세상이 됩니다. 정말 일하기 싫을 때도 카메라에 눈을 대는 순간 묘한 집중력이 생기는거, 왠만한 사진기자면 누구나가 체득한 직업병(?)이죠. 태풍 '디앤무'의 영향으로 비가 많이 내린 강원도 영월에 갔습니다. 지나다..

사진이야기 2004.06.21

독도명예군수!!

어릴적 '독도는 우리땅'이라는 노래의 가사를 끝까지 외던게 유행이던 때가 있었습니다. 경쟁적으로 가사를 적어 외웠고, 노래자랑이라도 하면 꼭 한번은 들을수 있었던 노래였습니다. 지금은 잘 들을 수 없는 노래지만요. 그 노래를 불렀던, 지금도 부르고 있는, 아니 그때보다 훨씬 큰 소리로 부르는 이가 '가수 정광태'씨 입니다. 가수의 운명은 히트한 자신의 노래따라 간다는 말이 있죠. 가수들이 자신의 노래가사 같은 삶을 산다는 거, 어떻게 보면 사랑노래, 이별노래에 다 엮일 수 있죠. 보통사람들도 마찬가지인 것처럼. 하지만, 정광태씨의 운명은 그 흔한 사랑도 이별도 아닌,'독도'에서 시작해 계속 독도와 더불어 있더군요. 비 스케치하러 한강시민공원 갔다가 우연히 만난 그가 건네준 명함엔 '독도 명예군수 정광태'..

사진이야기 2004.0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