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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이 사진기자에겐

역사적인 청계천 복원공사가 끝나고 개통이 되었죠. 연일 수십만의 인파가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루고 있는데요. 벌써 2년이 넘는 시간동안 청계천, 청계천...하고 부르던 노래에 꼬박꼬박 답가를 불러온 신문사 사진기자로서 공사의 종지부가 찍히면 모든게 흐뭇한 추억으로 남을 줄 알았죠. 하지만... 지난주 부터 청계천은 '아스팔트'가 취재처인 저의 출입처가 되었죠 물론 근무자가 번갈아 가면서 나갔지만요. 개통 사흘째인 오늘도 그 일대가 콩나물 시루였는데요 걷기대회 사진을 찍기위해 천변 어느 건물 위에 모인 사진기자들은요 "저렇게 붐비는데 나오고 싶을까? 이해가 안간다" "좀 조용해져서 나오면 저렇게 고생않을텐데" 누가 먼저라고 할거없이 이런말을 합니다. 모든 매체와 주위 사람들의 입에서 청계천에 대한 얘기가 나..

사진이야기 2005.10.03

마리아 샤라포바 vs 비너스 윌리엄스

샤라포바와 비너스 윌리엄스의 대결이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특설코트에서 열렸죠. '같은 비행기도 안탄다' '같은 호텔도 쓰지 않는다' 등 둘의 팽팽한 신경전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는 등 많은 관심을 끌었지요. 예상대로 국내외 취재진이 대거 몰려들었고, 관중석도 꽉 들어찼죠. 마리아 샤라포바와 인연이 있는건지 데스크의 배려인지는 몰라도 작년에 이어 올해도 샤선수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지요. ^^ 윌리엄스가 샤라포바를 꺾었죠. 경기결과 뿐 아니라 윌리엄스가 프로다움에서도 앞서있는거 같더군요. 한국에 첨 왔다는 윌리엄스는 어디서 배웠는지 경기시작과 승리를 확정지은 순간에 공손한 목례를 하더군요. 경기후 시상때 잠깐 마이크를 잡고 소감을 얘기하는 동안 시종 밝은 웃음과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한채 '동생과 다시오..

사진이야기 2005.09.20

남한의 사진기자는요...

아시아 육상선수권대회 북측 선수들의 응원을 위해 입국한 북한 청년학생협력단원들이 지난 일요일 대회 폐막을 앞두고 남측 학생들과 어울리는 한마당 행사가 열렸지요. 남북의 젊은 학생들이 어울리는 모습을 담기위해 인천으로 갔죠. 이리저리 행사가 진행되다 점심시간이 되었습니다. 혹시 남북학생들이 오순도순 어울려 식사를 하지않을까 기다렸지만 따로 모여 먹더군요. 그때 행사진행자가 "밥먹는건 촬영하지 말아달라"며 얘기하더군요. 그러겠다며 카메라를 놓고 뒤로 물러났죠. 식사시간이었지만 북측의 학생들이 밥을 먹기전에 한반도기에 여러가지 글귀를 써넣고 있었지요. 글쓰는 모습을 담기위해 다시 접근을 하는데. 조직위 사람들(물론 남한사람들입니다)이 막더군요. "밥먹는거 찍지 말랬잖아" 다분히 신경질적이고 과시하듯 목소리를 ..

사진이야기 2005.09.08

운동같은 노동!

사진기자를 하다보면 산을 타야 할 일이 가끔 있습니다. 특별히 산을 좋아할 이유가 없어 평소 등산은 절대 하지 않지요. 첨엔 운동이라 생각했습니다. 땀도 흠뻑흘려주면서 개운한 기분도 느끼죠. '일하면서 운동도 되니 얼마나 좋나'라고 잠시 즐기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어제 산행으로 깨닫게 되었지요. 운동은 목적이 운동인게 운동이며 일이 목적이면 무조건 노동이라고. ^^ 마감시간을 한시간여 남겨두고 올라갔다 내려와야하는 중노동. 산행이라는게 산림속에서 호흡도하고 숨도 골라가면서 즐기듯 놀듯 그렇게 여유를 갖고 올라가야하지만 카메라 든 사진기자는 일단 마음에 여유 없이 뒤도 안돌아보고 쫓기듯 올라가죠. 아마 그 산에서 저만큼 거친 숨을 몰아쉰 사람 없었을 겁니다. 비오듯 흘린땀은 중노동의 댓가이지 건강과는 확실..

사진이야기 2005.09.01

2005포토르포 '달동네...'

[포토르포]달동네 골목골목 꿈이 익는다 입력: 2005년 08월 19일 17:12:32 : 0 : 0 하늘에서 가장 가까운 동네 서울 중계본동 산104번지. 달이 밝게 비친다는 달동네다. 늦은 밤이 돼서야 다닥다닥 붙은 집집에서 불빛들이 흘러 나왔다. 서울 중계본동 산 104번지. 하늘과 가까워 달이 가장 밝게 비친다는 달동네다. 1960년대 말 서울 곳곳의 철거민들이 들어와 살기 시작한 이곳은 현재 1,700가구가 산다. ‘난곡’ 같은 이름난 달동네들이 재개발로 사라지고 있는 가운데 아직 그 모습이 그대로인 곳이다. 동네 입구부터 시작되는 오르막길을 따라 서너평쯤 돼 보이는 남루한 집들이 늘어서 있다. 지붕엔 장맛비에 대비할 요량으로 덮은 비닐이 단단한 끈과 묵직한 돌들로 고정돼 있다. 골목에서 이어지..

사진다큐 2005.08.22

무지개 떴네요

선선한 바람도 제법 불고 날이 오랜만에 화창했죠 서울숲에 나갔다가 구름사이에 살짝 떠있는 무지개를 봤습니다. 자세가 좋은 무지개는 아니지만 좀처럼 보기 힘든 무지개다보니... 하늘에 라인이 잘 살아있는 무지개가 뜨면 발바닥 안보일 정도로 잽싸게 회사옥상으로 올라갑니다. 찍게되면 다음날 아침신문에 거의 100% 씁니다. 어릴적 봤던 무지개를 떠올리며 그시절 추억에 빠져들게도 하죠. 무지개 본 날은 괜히 기분이 좋아집니다.

사진이야기 2005.08.20

다리 매우 후달림...

광복60주년이라 대규모의 행사가 곳곳에서 열렸지요. 규모를 보여줘야 하는 사진이 필요했지요. 남대문 광장에서 진행된 음악회에 제법 인파가 몰렸더군요. 그림이 나올법한 건물 옥상을 물색했습니다. 적당히 높아선 가로수에 걸려 안됐구요. 그래서 찾은 곳이 와이티엔 건물이었죠. 20층 건물정도는 돼야... 옥상난간 앞에 건물따라 6,70센티 정도 되는 공간이 있었구요. 그곳에서 사진을 찍어야 했지요. 그 공간에 서기위해선 2층 깊이의 1미터되는 공포스러운 폭을 뛰어건너야 했지요. 뛰는 넘는 순간 갑자기 쥐가 나 다리가 안벌어지면 2층높이에서 떨어져야하고 힘조절 잘못해서 세게 뛰었다간 20층 아래로 떨어질 수도 있는 정말 다리 후달리는 순간이었죠. 다행히도 난간앞 공간에 섰습니다. 카메라를 목에 걸고 팔꿈치를 난..

사진이야기 2005.08.19

텅빈도심 찍기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되었습니다. 이번주가 절정일거라는데요. 피서지의 인파와 더불어 자주 등장하는 텅빈 도심사진을 쓸 적기이죠. 광화문 세종로 사거리를 내려볼 수 있는 건물 옥상으로 올라갔습니다. 휴가철에 휴일이기까지하니 한산할 것이라는 건 충분히 예상되죠. 평소보다 비어보이는건 당연하지만, 얼마나 비어보이게 할 것인가는 사진기자의 선택입니다. 눈으로 보는 전체와 카메라로 들여다보는 부분의 차이는 꽤 크지요. 신호에 걸려 차량의 진행이 안되는 순간을 기다리고, 차량의 통행이 더 적은 순간을 기다립니다. 같은 시간대 같은 도로도 어떤 타이밍에 어떻게 찍느냐에 따라 느낌이 완전히 다르죠. 왼쪽사진은 한산하지 않고 오른쪽은 완전히 텅비었죠. 왼쪽사진은 의미에 충실하지 못했고 오른쪽은 지나치게 표현해 오히려 더..

사진이야기 2005.07.31

사진은 밥이다!!

본고사, 고교평준화 관련 발언으로 논란과 뉴스의 중심에 선 정운찬 서울대총장. 발언 다음날 정총장을 찍기위해 출입기자들과의 점심식사 장소인 서울대 교수식당에서 기다렸지요. 식당내는 취재불가. 들어오는 모습만 찍기로 했습니다. 잠시후 모습을 드러낸 정총장 사진기자들의 플래쉬가 터지자 "전에 찍어놓은 사진 많을텐데..."라 더군요. 왜그자리에 사진기자들이 있는지, 왜 자신이 출입기자들과 점심을 먹는지는 같은 맥락에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것이지요. '그럼 총장님은 또 식사하시나요. 아침 드셨잖아요?' 물론 속으로 한 말이지요. 사진기자에게 사진은 밥입니다. 시간이 흐르면 배가 꺼지듯 전에 찍은 사진은 자료일뿐 배 채우듯 새로운 사진을 채워줘야지요. 사진상으로는 별반 다를것 없을지 모르지만 몇개월전 정총장과 ..

사진이야기 2005.07.21

마르지 않는 눈물...

삼풍백화점이 무너진지 10년이 되었습니다. 오늘 양재 시민의 숲에서 10주기 추모제가 열렸습니다. 강산도 변한다는 세월이 지났지만 502명 희생자 가족들의 그 눈물은 마르지 않았습니다. 애타게 아들의 이름을 부르는 어머니의 오열 '사랑하는 엄마, 아빠가...'라고 쓴 딸을 추모하는 리본... 마음이 아팠습니다. 비리, 부실시공, 안전불감...온갖 사회부조리의 총집합의 상징적 사건이 삼풍참사였죠. 10년의 시간동안 얼마나 나아졌는지, 희생자와 가족들에 부끄럽지 않은지... 오늘 내린 장맛비는 희생자와 가족의 눈물일지도.

사진이야기 2005.0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