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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뭐 어처구니가 없어서...

G20을 앞두고 한미FTA 추가협상이 8일 외교통상부 청사에서 진행됐지요 일찌감치 론 커크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 미국측 대표단이 들어서는 것을 찍기위해 청사 로비에서 기다렸습니다. 협상단이 타고 오를 엘리베이터 앞에 가장 먼저 사다리를 놓고 자리를 잡았습니다. 보통 제가 잡은 자리부터 포토라인이 시작되거든요. 미국에서부터 동행한듯 보이는 협상단의 안전담당자와 미 대사관 직원 등이 사다리를 멀찌감치 뒤로 빼줄것을 요구했습니다. 왜냐고 물으니, 안전상의 이유라고 합니다. 한국기자들은 늘 이렇게 라인을 잡아왔고 어떤 사고도 없었다고 했더니, 자기들 안전상의 규칙이자 관행이라고 했지요. 우리 기자들의 관행도 있다고 버티니, 이번에는 양쪽으로 라인을 잡고 서면 안된다고 합니다. 한쪽으로만 줄지어 서고..

사진이야기 2010.11.08

뻗치며 산다!!

'뻗치기'라는 기자들이 쓰는 은어가 있습니다. 군대에서의 얼차려를 연상케하는 단어인데요. 단어의 뉘앙스가 그러하듯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기약이 없지만 '일어나지 않을까'하는 어떤 상황이나, 뉴스의 중심에 있는 인물을 마냥 기다리는 조금은 무식하고 단순한 취재방법이지요. 지겹습니다. 하지만 왠만큼 간이 크지 않으면 자리를 떠서 다른 무엇을 할 수도 없습니다. 꼭 자리를 비운 잠깐동안 상황이 발생해 버릴 것 같은 불안감 때문이지요. 그제 태광그룹 회장의 어머니 집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됐다는 뉴스를 보고 바로 장충동으로 향했습니다. 기자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고 있었지요. 그저 '압수수색 영장발부'라는 사실에 '설마 이 늦은 밤에 하겠나'하는 의심을 가지면서도 모여든 것이지요. 집 앞에 도착하자..

사진이야기 2010.10.22

붉은악마, 역사를 가르치다

지난 1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한국과 일본의 축구국가대표 평가전이 열렸습니다. 선수들이 입장하는 동안 붉은 악마들이 앉은 골대 뒤에서 대형 플래카드가 파도처럼 밀려올라 갔지요. 서둘러 올라가는 게 사인이 안맞았나 싶었지요 보통 애국가가 울려퍼지는 동안, 대형 태극기가 올라가는 것이 익숙한 모습인데요. 두 군데서 밀려 올라간 플래카드. 하나는 안중근 의사, 다른 하나는 이순신 장군이 그려져 있었습니다. 이날 한일전은 양국 동시 생중계가 예정되었지요. 한국축구가 일본축구보다 한 수 위임을 상징하는 퍼포먼스이자, 역사를 왜곡하고 과거에 대한 반성없는 일본에 대한 붉은 악마의 경고였습니다. 이순신 장군과 안중근 의사의 기를 받아 경기는 시작됐고... 허우적된 끝에 0:0 무승부를 기록했지요. 그나저나, 일본 ..

사진이야기 2010.10.18

조화들의 힘겨루기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의 빈소가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됐습니다. 빈소에는 각 계에서 보내오는 조화가 줄을 이었습니다. 오는 순서대로 차례차례 조화를 놓으면 얼마나 수월하겠습니까 하지만, 그게 보통일이 아니더군요 먼저 와서 영정 가까이에 자리했지만, 조금 센 사람이 보내온 조화에 이내 밀리고 맙니다. 힘과 서열의 우위에 따라 차지하는 자리가 영정 가까이에서 좌우에서 멀어져 가지만, 그 우위가 애매할 경우에는 혼란이 초래되기도 합니다. 박희태 국회의장과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가 보내온 조화가 황 전 비서의 영정 오른쪽에 일찌감치 자리했습니다.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의 조화가 도착하자, 먼저 두 조화의 사이에 둘 수도 없었는지 자리를 차지하지 못하다가 반대쪽편 상석에 자리했습니다. 조화가 늘어날때마다 점점 입..

사진이야기 2010.10.18

축제의 그늘

지난 3일 서울 태평로에는 인파로 북적였습니다. 하이서울페스티벌이 진행되는 한편, F1 그랑프리의 성공적인 개최를 기원하는 축제가 열렸습니다. 세종로 사거리에서 대한문에 이르는 태평로는 차량이 통제됐고, 길게 이어지는 펜스 주위에는 F1 머신의 도심질주라는 이색 행사를 보기위해 시민들이 둘러섰습니다. 시민들의 관심 속에 경기용 자동차는 굉음을 내며 태평로를 오갔습니다. 쉽게 보기 힘든 차량의 질주에 관심있는 시민들은 환호하고 있었지요. 그 태평로를 가로지르는 지하도에는 노숙자 몇이 쌀쌀한 바람을 피해 종이박스로 몸을 감싸고 있었습니다. 잠이 들었나 싶어 슬쩍 들여다 봤더니, 얼굴을 가리고 있던 팔을 급히 움직이더니 잠을 설치는 듯 보였습니다. 축제의 뒤에는 이를 즐길 여유조차 없는 이들도 있다는 것을 새..

사진이야기 2010.10.18

대장님의 모자를 잡아라

별 네 개가 새겨진 성판을 단 헬기가 독도함에 내렸습니다 서해상에서 훈련중인 독도함 장병들을 격려하고자 해군참모총장이 직접 독도함을 찾았습니다 도열해 있는 함장 등을 향해 다가가는 순간 헬기 프로펠러에서 이는 강력한 바람에 서해바다의 파도 위로 흐르는 바람이 더해져 '4 스타' 해군 대장의 모자를 날려버렸지요 빠른 속도로 독도함 바닥을 날듯 굴러가는 모자를 향해 장병들이 뛰었습니다 이리저리 멋대로 날리는 모자를 결국 한 병사가 두 손으로 움켜잡았습니다 보통 바닥으로 치닫는 것은 발로 밟아서 잡는 것이 평균적인 사람의 몸에 밴 습관이지요 대장님의 모자를 움켜잡은 병사가 손대신 발을 사용했다면...곤란한 상황이 연출됐겠지요 ㅎㅎ 바닷물로 돌진하는 대장님의 모자를 몸을 날려 잡아낸 병사, 특박이라도 보내야 되..

사진이야기 2010.08.06

지뢰쯤이야...

비가 많이 내리는 여름철에는 북한에서 지뢰가 많이 떠내려 오는 모양입니다 임진강을 끼고 있는 군부대 장병들은 본격적인 장마가 끝나고 휴가가 시작되기 전, 휴가객들이 텐트치고 물놀이 할 만한 강변에서 매년 지뢰수색작업을 펼칩니다 얼마전 북한이 수문을 열어 대대적으로 물을 방류하면서 떠내려온 목함지뢰에 사상자가 발생했습니다 고의로 보냈는지 그냥 물에 쓸려온 건지 모르겠지만, 병력들이 동원돼 지뢰수색작업이 한창입니다 북쪽의 물이 흘러드는 연천, 강화 일대에서 목함지뢰가 30발 정도 발견됐다네요 물론 대부분이 알맹이 없는 목함이랍니다 여하튼 사진기자로 일하다보니 지뢰수색취재는 영 찝찝합니다 물론 지뢰밭이라 일컬어지는 곳에는 '접근불가'겠지만 민간인 출입이 빈번한 임진강변 수색작업 취재는 허가를 어렵지 않게 얻을..

사진이야기 2010.08.01

수아레스의 골이 기억에 남는 이유

대한민국 축구의 8강이 좌절되면서 축구열기도 식었네요 대표팀이 귀국하면서 저도 함께 돌아왔습니다 한 달 가까이 남아공을 다녀왔지만 '월드컵'하면 순간적으로 떠올리는 기억은 몇 몇 장면과 순간에 머물러 있습니다 우리 선수들의 자랑스러운 골과 환호들도 눈에 선하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8강을 좌절시킨 우루과이 공격수 수아레스입니다 대한민국 월드컵 열기에 찬물을 끼얹은 골이기도 합니다 우루과이의 두번째 골이자 결승골을 넣은 수아레스가 벤치쪽 사이드라인 방향으로 뛰다가 방향을 틀더니 맹렬한 기세로 뛰어왔습니다 너무 가까이 다가와 카메라 앵글에서 벗어났지요 카메라에서 눈을 떼는 순간 놀랐습니다 이 친구가 기뻐뛰던 속도를 줄이지도 않은 채 제 바로 앞 광고판을 밟고 뒤로 나르듯 넘었습니다 동료들과 ..

사진이야기 2010.07.05

부지런한 대한민국 기자

우루과이와의 16강전이 펼쳐지는 남아공 포트엘리자베스 넬슨만델라베이 경기장 미디어센터에 나왔습니다 앞에 옆에 앉은 대한민국 사진기자들의 표정이 말이 아닙니다 잠이 들깬것 같기도 하고 여하튼 몽롱한 표정, 초췌한 모습을 하고 앉아 있습니다 오후 4시 경기 시작인데 아침 8시간 되기전에 나와 앉아 있습니다 로이터 같은 몇몇 통신사를 제외하고는 먼저 오는 순으로 자리 선택권이 주어지기 때문이지요 조금더 좋은 자리에서 조금더 나은 사진을 찍으려는 직업의식이지요 검색대에 있는 현지 경찰들도 미처 준비하지 못한 상황에서 기자들이 들어오니 조금 당황해 합니다 "참 부지런하다"는 말을 연발합니다 피곤하지만 어쩔수 없는 일입니다 훗날 술자리 안주삼아 얘기할 괜찮은 안주거리가 되겠지요 아래 첫 사진은 텅빈 미디어센터에 대..

사진이야기 2010.06.26

16강 진출의 현장에서

그라운드를 뛰는 선수들만큼은 아니겠지만 기자들도 긴장을 많이 합니다 누군가는 이런 긴장의 스릴을 즐겨야 한다고도 하지만, 저는 쉽지 않습니다 카메라 렌즈를 통해 바라보는 시야는 대단히 좁습니다 경기를 조망하는 것은 관중석이나 TV에서나 가능한 일입니다 순간적으로 골이 떠져도 누가 어떻게 넣었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골을 넣은 뒤 골 뒤풀이와 선수들이 어우러져 뒤엉기는 순간을 보며 누가 넣었구나 짐작하는 것이지요 경기장 대형 전광판으로 골 장면을 느린화면으로 다시 보여주지만 이를 여유있게 볼 수 있는 사진기자는 없을 듯 합니다 나이지리아전도 긴장속에서 카메라를 들었지요 매 경기가 그러했지만 16강 진출 여부가 달린 이 경기는 긴장감이 더했습니다 도박사들이 한국의 승리와 16강 진출을 점쳤지만 공은 둥근..

사진이야기 2010.06.25

못말리는 마감독

남아공 프레토리아 대학에서 훈련중인 아르헨티나 월드컵 대표팀을 찾았습니다. 취재를 온 것이지만 세계적인 선수들을 가까이서 본다는 설렘도 있었지요. 학교 앞은 아르헨티나 응원단과 취재진으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훈련은 전체를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훈련장 앞에 길게 줄서서 1시간 이상을 기다린 뒤에야 훈련장면을 담을 수 있었습니다 메시, 테베즈 등 우리에게 익숙한 선수들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대신 마라도나 감독과 프리킥 연습중인 밀리토, 아게로, 팔레르모 등을 볼 수 있었지요 마 감독에 시선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프리킥을 연습중인 선수들이 골문을 향해 슛을 날리는 것보다 훨씬 많은 슛을 하고 있었습니다. 수많은 취재진 앞에서 "나 죽지 않았어"하고 시위하는 듯 말이지요. 세계적인 선수보다 더 카메라세..

사진이야기 2010.06.11

여기는 남아공입니다

월드컵 취재하러 남아공에 왔습니다 한국 취재진이 연일 피습당한다는 뉴스를 저도 현지에서 듣고 있습니다 여기 기자단은 버스로 함께 움직이기에 조금 덜 위험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위험은 도처에 도사리고 있지만요 어제 북한과 나아지리아의 평가전이 있었습니다 외신 뉴스를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그래서 저를 아는 이들은 좀 걱정을 하셨겠지만, 대단했습니다. 요하네스버그 템비사라는 지역에 있는 경기장이었는데요 흑인 집단 주거촌입니다. 버스 창너머 슬쩍 본 이들의 삶은 참 남루하더군요 물론, 남루함이 불행은 아니겠지요 경기장에 흑인 주거촌을 지나 경기장 입구에 들어섰을때 몰려든 인파에 갇힌 버스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한참이나 제자리에 머물렀습니다 낯선 이방인들을 환영하는 지, 야유를 하는 지 썩 유쾌하지 않은 ..

사진이야기 2010.06.07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지만...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제21회 농아인올림픽이 11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폐막했습니다 대한민국 선수단은 종합 3위의 빛나는 성적을 거뒀지요 21회까지 흘러온 세계 농아인의 축제이지만 정작 우리 언론의 주목은 받지 못하고 있지요 평소 장애인에 대해 관심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농아인의 올림픽이 있다는 사실을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부끄러운 일이지요. 이번에 기회가 닿아 전반 일주일간 취재를 하고 돌아왔습니다 대화가 바로 통하지 않기에 수화가 가능한 이들이 대화를 이어 주었습니다 나라마다 수화가 달라 대만수화와 국제수화가 대회의 공식 수화였지요 소리를 듣지 못하는 선수들이라 비장애인 경기에서 볼수 없는 모습들이 있습니다 공식수화는 대형 화면으로 계속 보여지구요 경기장 곳곳에는 불빛과 깃발 등이 시작과 중지를 알..

사진이야기 2009.09.16

갈바리호스피스-포토다큐세상2009

포토다큐 세상 2009 “삶의 완성이 죽음, 슬퍼하지 않아요” 강릉 | 사진·글 강윤중기자 yaja@kyunghyang.com ㆍ한국 최초 강릉 갈바리의원 호스피스의 하루 “편안한 마음 가지세요”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한 말기 암 환자들이 찾는 강원 강릉시 홍제동 갈바리 호스피스에서 최 프란체스카 수녀가 종일 병실 침대에 누워 지내는 박모 할머니를 쓰다듬으며 편안한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위로하고 있다. 꽃나무 심기 ‘원예치료’ 환자와 가족, 수녀, 자원봉사자들이 어울려 원예치료의 일환으로 꽃나무를 심고 있다. 환자들은 흙의 느낌을 나누고 화분에 이름을 붙이며 즐거워했다. ‘삶의 품위’도 유지하기 버거운데 ‘품위 있는 죽음’을 얘기하는 것은 너무 앞선 것인가. 최근 대법원의 존엄사 판결 이후 벌어지고 있..

사진이야기 2009.06.30

환영받지 못하는 자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의 세무조사 무마 로비와 관련해 검찰이 천신일 회장의 세중나모여행 본사를 압수수색 했습니다. 기자들이 몰려들 것에 대한 대비가 전혀 없었던듯, 아니 이런 류의 경험이 없었던듯 기자들이 비교적 쉽게 사무실까지 올라갔습니다. 방송기자들과 신문기자들이 사무실 분위기를 스케치 합니다. 막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카메라는 돌아가고 셔터는 눌러집니다. 그제서야 직원들이 기자들을 밀어냅니다. 기자들의 셔터는 밀리는 순간도 계속 돌아갑니다. 직원들이 유리문을 안에서 닫아 걸었습니다. 유리를 통해 안을 찍습니다. 그랬더니 신문지로 유리창을 꼼꼼하게 가렸습니다. 가리는 순간도 놓치지 않습니다. 마지막 신문지가 붙을때까지. 오히려 "가리는게 그림된다"는 말이 여기저기서 나오데요. 찍어야 사는 자들과 가려..

사진이야기 2009.0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