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풍경

국회에 온 요원들

나이스가이V 2015. 7. 30. 19:37

국회 정보위원회가 열리는 날은 부산스럽습니다. 국가정보원장이 출석하는 비공개회의이기 때문입니다. 국정원장이 회의장으로 입장하는 모습을 찍기 위해 기자들이 일찌감치 자리를 잡습니다. 지난 27일은 이병호 국정원장이 국정원의 해킹 의혹과 관련한 보고를 하는 날이었습니다.

 

국정원장이 오기 전, 요원(국정원 직원)이 확실한 이들이 기자들 사이에 섭니다. 동선을 확보하고 혹시나 있을지 모르는 물리적 마찰을 방지하고자 하는 것이지요. 더위에 땀을 삐질 흘리며 좁은 복도에 촘촘하게 선 기자들은 예민해 집니다. 요원들이 동선을 확보하고자 시야를 가릴라치면 안 보이니 뒤로 좀 붙어 달라” “안으로 안 들어 갈테니 앉을 수 없나하고 살짝 신경전을 벌입니다. 사실 요원들이 아니더라도 국회 소속 경위들이 기자들과 의논해 이미 정리하고 질서를 유지하고 있는 상태였지요.

 

국정원장이 복도 저쪽에서 걸어옵니다. 요원들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한 줄도 모자라 2열 횡대로 다가옵니다. 순간 영화 범죄와의 전쟁의 한 장면을 연상했습니다. 국회의 안전을 믿지 못하겠다는 의미인지, 기자들과 몸싸움을 염두에 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어떤 세의 과시같은 느낌도 들었습니다. ‘우린 특별한 조직이야. 흔들지 마라라는. 원장이 정보위원장실에서 잠깐 티타임을 하는 동안 요원들이 방 입구 양쪽으로 줄을 지어 동선을 확보합니다. 기자들이 많아 복도가 좁긴 했지만 이건 오버다생각했습니다.

 





사진기자 중에 누군가 줄지어 선 이들에게 물었습니다. “얼굴 나와도 되나요?” “국정원 직원 맞죠?” 묵묵부답이었습니다. 몰라서 물은 것도 아니지만요. 앵글 안에 들어오면 일일이 모자이크를 해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이었지요. 그냥 웹으로 나가면 전화 걸어와 모자이크를 요구하기도 한다지요.

 

국정원장이 위원회 회의장으로 입장한 뒤 사진기자들은 기자실에서 사진을 고르고 전송을 합니다. 국정원장을 제외한 요원들 얼굴을 모자이크 하려니 사진 한 장 만드는데 시간이 꽤 걸립니다. 주변의 직원들 얼굴을 모자이크 하니 좀 비밀스러운 느낌이 나는 것도 같습니다. ‘이런 걸 계산했나싶기도 하구요. 한편 음지에서 귀한 일을 해야 할 분들이 매체 노출이 많아 양지중에서도 가장 양지 바른 국회에 이렇게 많이들 나와 얼굴을 노출시키나 싶었습니다. 사진을 고르는 기자들이 한 마디씩 합니다. “이거 걸어오는 모습이 완전 조폭이구만” “사람이 남아도나. 구조조정 해야 겠구만.” 일일이 얼굴에 모자이크를 해야 하는 일이 그저 귀찮고 짜증스러워 던진 말은 아닐 거라 생각합니다.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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