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터데스크 관리자

도움말
닫기
적용하기   첫페이지 만들기

태터데스크 메시지

저장하였습니다.

얼마전 국회 출입증을 반납했습니다. 지난 2년 가까이 국회 출입을 했습니다. 등록된 경향신문 출입 사진기자는 모두 3명. 그중 2진으로 출입했습니다. 앞서 3진으로 두 차례 출입했을 때와는 여러모로 좀 달랐던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3진 때보다 출입 횟수가 많아져 뉴스 흐름 파악에도 유리했고 앞서 출입 때보다 책임감도 더했겠지요. 국회의 일상과 그 안의 패턴을 읽는 시야도 넓어졌습니다. 

 

매번 비슷한 대상과 상황을 사진에 담으면서 이 사진이 무엇을 새롭게 드러내는지, 마감했던 사진이 무엇을 바꿀 수 있는지, 기계처럼 찍어대고 생산한 사진이 쉽게 여겨지고 한없이 가벼워져 버린 게 아닌지, 그저 잠깐의 목적을 위한 일회용품으로 소비되는 것은 아닌지, 정치를 조금 더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방향으로 표현할 일은 요원한지. 뭐 그런 생각들을 간혹 했던것 같습니다. 

 

 

돌아보니, 정치인들이 버릇처럼 뱉는 협치보다는 갈등을 기록하려했던 순간이 훨씬 더 많았던 것 같습니다. 생각해보면 대체로 '잘 찍은' 정치 사진은 갈등이 아주 잘 표현된 사진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그런면에서 정치 사진이 정치와 정치인에 대한 불신을 가중시키는 순환구조 내에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지난 19대 국회 중후반기에 출입해 정치인들을 가까이서 보면서 어쩌다 저런 사람이 국회의원이 됐을까 싶은 이들이 더러 있더군요. 그런 이들과 같은 국회의원이라는 이유로 싸잡혀 욕먹는 게 좀 억울하겠다 싶은 괜찮은 의원들도 눈에 띄었습니다. 정치의 발전은 그 한심하고 씁쓸한 분들이 선거를 거듭하며 솎아지는 과정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번 국회 출입을 하면서 블로그에 국회 풍경이라는 폴더를 만들어 25개의 글을 올렸습니다. 관행적으로 찍히는 사진에 대한 설명도 있고, 의원들이 카메라 앞에 자신을 드러내는 방법에 대한 얘기도 있고, 국회 사진기자들의 모습과 뒷얘기 등도 썼습니다. 블로그는 일단 재밌어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지만 국회발 뒷얘기가 짜증과 조롱을 부추기지 않았는지 모르겠습니다.

 

한국 정치사의 기록이라는 측면에서 정치의 발전과 정치인에 대한 신뢰가 정치 사진에 반영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정치 사진을 보며 독자들이 혀를 차지 않고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 날을 기대합니다. 다음에 다시 출입 때는 좀 더 희망적인 국회 풍경’을 블로그에 채우고 싶습니다.

 

근데 그게 되겠습니까.

 

yoonjoong

'국회풍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두 장면'  (0) 2016.12.19
연기 경연장 된 청문회  (0) 2016.12.12
국회 출입증을 반납하며  (2) 2016.09.26
그는 프로가 아니었다  (0) 2016.09.06
그의 '폴더인사'  (0) 2016.08.25
"개·돼지를 위하여"  (0) 2016.07.12
Posted by 나이스가이V

입사 초, 회사나 취재현장에서 ‘90도 인사를 부지런히 했더랬습니다. ‘를 빨리 알리고 싶었습니다. 이 바닥을 먼저 경험한 선배들에 대한 예의와 존경의 표현이라 나름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취업의 설렘과 새로운 배움에 대한 기대도 그 인사에 스몄을 테지요. 저의 ‘90도 인사에 선배들의 평가가 보태지며 인간이 됐더라” “경향 수습 잘 뽑았더라심지어 이제 막 들어온 병아리기자에게 일 잘 하더라는 비약까지 말이 커졌습니다. ‘농반진반으로 후배들에게 얘기합니다. “인사의 약발로 여기까지 왔다.

 

세월이 흘러 제 인사의 각도는 현격하게 줄어들었습니다만, 저의 초심이라면 그때 그 인사의 마음과 태도가 아닐까, 가끔 생각합니다. 당시 가장 두려웠을 말은 인사만 잘하더라” “인사가 가식이다는 말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최근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의 폴더인사가 눈에 띕니다. 여당 대표라는 자리에 오른 이가 상대를 향해 깊숙이 고개를 숙이는 모습이 낯설어 더 인상적입니다. 정치인이 보여주는 행위에 계산이 없다할 순 없겠지만 현장에서 본 그의 인사에서 진정성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의 말처럼 말단 당직자로 정치에 입문해 30년 간 쌓아온 그의 정치인생이 인사에 담겼다고도 생각됩니다


 

  

 


 

이 대표의 큰 인사는 그가 내세우는 섬기는 리더십과 연결됩니다. ‘이정현의 폴더인사이미지는 그가 하기 따라 신뢰와 진정성의 이미지로 굳어질 수도 있지만, 언제든 비난과 비아냥의 도구로 불려나올 수 있습니다. 인사에 어울리는 여당 대표의 행보를 기대합니다. 고개 숙여 섬길 대상이 누구여야 하는 것은 명확하지요.


그나저나 폴더인사 하던 초년병 시절의 나와 지금 나의 거리는 얼마나 될까?’ 궁금합니다.

누가 계산 좀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yoonjoong

'국회풍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국회 출입증을 반납하며  (2) 2016.09.26
그는 프로가 아니었다  (0) 2016.09.06
그의 '폴더인사'  (0) 2016.08.25
"개·돼지를 위하여"  (0) 2016.07.12
텅 빈 국회에서  (2) 2016.07.07
총선 취재의 뒤끝  (0) 2016.04.19
Posted by 나이스가이V

블로그에 올릴 게 참 없었구나하는 방문자들의 의심과 염려를 감안하고 올립니다. 제겐 의미 있는 사진입니다. 보도사진이 아니니 객관성을 담보할 필요도 없지요. 우격다짐의 주관적 사진에도 관대해진 사진 환경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카메라 파인더를 들여다보고 나름 진지하게 기록한 숱한 사진 중에서도 몇 장만 골라지고 나머지는 지워져야할 운명을 맞습니다. 메모리카드를 열어보면 대체로 규칙적이고 가지런하게 배열된 사진 중에서 유독 거슬리듯 눈에 띄는 사진이 있습니다. 내가 눌렀지만 내가 누르지 않은 사진입니다. 나의 것도 아니면서 나의 것인 사진입니다.

 

대게 이런 사진은 카메라를 드는 중에 눌리거나, 걸어가다 골반 즈음의 살인지 뼈인지 모를 어정쩡한 부분에 건들려 찍힌 것이지요. 젤 먼저 삭제될 운명의 사진이 막상 버리려는 순간에는 노트북 바탕화면 우연이라는 폴더에 일단 옮겨지면서 생명을 연장합니다.

 

대부분이 국회에서 찍힌 사진입니다. 카메라가 켜진 상태에서 분주한 움직임 중에 눌린 것이지요. 제가 카메라를 메거나 잡는 습관과 걸음걸이에 따른 몸의 움직임에 의해 찍히게 되는 사진입니다. 머리가 의도한 사진은 아니지만, 몸이 의도했을 수 있는 사진들이지요. 훗날 본다면 나름 분주했던 2016년의 나에 대한 기록쯤으로 봐도 될 것 같습니다


 











yoonjoong

'사진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 장면으로 남은 소설 '소금'  (0) 2016.08.05
'쌍팔년도 사진'  (0) 2016.08.02
몸이 의도한 사진  (0) 2016.07.22
'무기력이 씁쓸한 위안으로'  (0) 2016.07.16
그때는 신기했고 지금은 안타깝다  (2) 2016.07.01
몰랐던 부산  (2) 2016.06.22
Posted by 나이스가이V

민중은 개·돼지발언으로 파문을 일으킨 나향욱 교육부 정책기획관이 지난 11일 국회에 출석했습니다. 사진기자들은 상임위 회의실이 아닌 회의실 앞 복도를 가득 메운 채 나 기획관을 기다렸습니다. 그의 망언에 대한 국민 분노의 크기를 보여주는 것이지요. 고향에서 급히 상경해 정신없을 그가 복도에서부터 플래시 세례를 감당해야 했습니다. 기자들 사이에서 ·돼지들이 가득 메우고 있어 놀라겠다는 씁쓸한 농담이 흘러 나옵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회의실에 들어선 나 기획관은 시종 고개를 숙인 채 땀을 흘렸습니다. 그에게 국회 출석은 부담스럽지만 변명의 기회이기도 했을 겁니다. 사진 찍는 입장에서 고개 숙인 모습만 담는다면 그가 의도했든 그렇지 않든 그가 벗어나려 했던 99%의 측은지심을 자극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나 기획관에게 첫 질의를 시작한 의원은 ·돼지를 대표하는 OOO 의원입니다라고 하더군요. 그가 죽을 죄를 지었다고 울먹일 때 느껴졌던 일말의 측은함은 과음, 과로로 기억이 나지 않는다” “본심이 아닌 영화 대사를 인용한 것이라 거듭 발뺌을 할 때 깨끗이 사라졌습니다. 화가 나더군요. 글이 아닌 사진으로 표현이 안 되는 부분이지요.

 

신문에 그의 발뺌과 교육부의 거짓해명에 대한 기사가 나왔지만, 관련한 그의 사진은 고개 숙인 채 초췌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발뺌의 뻔뻔함을 사진에 담아낼 수 있었다면 그것이 가장 적절한 사진이었을 테지만, 그런 사진이 찍혔더라도 좀 더 극적인 감정 표현이나 상태를 드러내는 사진이 실릴 가능성이 높지요. 지면에 게재된 사진도 그랬습니다. 현장에서 찍은 그의 모습이지만 그의 태도를 드러내는 본질적인 사진은 아니었던 겁니다.

 

 

여하튼 교육부는 다음날 서둘러 그를 파면조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찜통더위에 시원한 맥주 생각이 간절한 날입니다. 99%들이 잔을 부딪치며 ·돼지가 들어간 착잡한 건배구호들을 여기저기서 외칠 것 같습니다. "오늘도 열심히 산 개·돼지들을 위하여" 

 

yoonjoong

'국회풍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는 프로가 아니었다  (0) 2016.09.06
그의 '폴더인사'  (0) 2016.08.25
"개·돼지를 위하여"  (0) 2016.07.12
텅 빈 국회에서  (2) 2016.07.07
총선 취재의 뒤끝  (0) 2016.04.19
'어이쿠!!'  (2) 2016.03.21
Posted by 나이스가이V

일요일 국회는 대체로 한가합니다. 국회의원들이 주말에 보통 지역구를 챙기기 때문입니다. 이날은 국회 출입기자들의 출근시간도 여유가 있습니다. 평일에 오늘은 또 무슨 일이 펼쳐질까?’하는 마음에 살짝 긴장하며 출근하는 것에 비하면 발걸음도 한결 가볍습니다. 휴일이면 한가하리라는 기대치가 있게 마련입니다. 물론, 특히 연말에 쟁점 현안을 두고 싸우거나, 큰 선거를 앞두고 있으면 평일만큼 휴일이 바쁠 때가 있기도 하지요. 기대치를 벗어나 일이 많은 날이면 그 피로감은 배가 됩니다. 인간을 만든 신의 섭리인지 몸도 조물주가 휴식을 취한 7일째 되는 날에 맞게 세팅이 되어있나 봅니다. 몸싸움, 자리싸움이 없어 좋은 날입니다.

 

그렇다고 일이 아주 없지는 않습니다. 각 당의 당직 대변인 브리핑도 있구요. 간혹 현안과 관련한 간담회가 열리기도 합니다. 일정이 많지 않은 날인 것을 아는 노련한 정치인은 그 틈새를 노리기도 합니다. 뉴스 주목도가 높은 월요일 게재 확률이 높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작용합니다. 

 

일정이 아예 없을 때에는 창작을 해야 합니다. 가령 김수민 의원의 리베이트 의혹이 불거진 그 주 일요일에는 두문불출 김 의원 대신 문 닫힌 의원실을 찍는다는 지, 국회 개원이 미뤄지고 있을 때는 텅 빈 회의장을 찍는다는 지 하는 식이지요. 가끔 뭘 해야하나하는 고민에 빠지기도 합니다만 축적된 경험에 따라 어렵지 않게(다소 식상하게) 소화해내곤 합니다.


 

일요일 기자실을 드나들며 불 꺼진 국회 복도를 바라보면 그 어둠이 참 편안하고 평화롭기 그지없습니다. 국회라는 긴장의 공간에서 긴장이 이완된 날 느끼는 특별함일 겁니다. 다음날이면 불을 환히 밝히고 이른 아침부터 의원들과 보좌진, 바닥까지 차지해 앉은 취재기자들, 들이밀 공간도 없을 만큼 들어 찬 방송카메라, 그 사이 틈에 카메라를 들이미는 사진기자들로 북적거리며 정신없을 테지요. 어둠을 바라보며 또 시작하는 한 주는 얼마나 많은 요구, 주장, 공방, 비난, 막말, 사과, 호통, 비아냥이 난무하고, 이것은 또 얼마나 많은 글과 사진과 영상의 홍수를 이룰 것인가 생각합니다.


 

텅 빈 휴일의 국회는 일이 없어 편한 것보다 그 적막함이 더 좋습니다. 평일에 가끔 '내가 기계구나'하고 느끼는 날이 있습니다. 국회의 휴일은 대체로 사람인 날이지요. ^^

 

또 하나, 일요일에 출근하기 때문에 월요병이 없다는 것이 좋습니다. 기자의 '특혜'입니다.


yoonjoong


'국회풍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의 '폴더인사'  (0) 2016.08.25
"개·돼지를 위하여"  (0) 2016.07.12
텅 빈 국회에서  (2) 2016.07.07
총선 취재의 뒤끝  (0) 2016.04.19
'어이쿠!!'  (2) 2016.03.21
몸싸움의 계절  (0) 2016.03.15
Posted by 나이스가이V

국회풍경

총선을 앞둔 국회는 지금 총성없는 전쟁텁니다. 공천이 막바지로 치닫자 분위기가 격앙돼 있습니다. 어디서 무슨 일이 터질지 모릅니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대위 대표가 당무를 거부하는 바람에 아침부터 바빴습니다. 김 대표의 사진이 최선이지만 최선을 챙기지 못하면 더 분주해지기 마련입니다. 국회로 출근하자마자 대표실 앞에서 뻗치기에 들어갔습니다. 대표가 올 일은 없었지만 비대위원들이 회의를 진행하고 있어 다른 분위기를 스케치하려 한 것이었지요. 그때 K선배의 전화. “국민의당에 가봐라. 좀 시끄러웠던 갑더라.” 잽싸게 국민의당 최고위원회의가 열린 국회의원회관으로 가 회의가 끝나기를 기다렸습니다. 공천에서 배제된 예비후보와 지지자들이 회의실 문이 열릴 때마다 투표 결과를 공개하라며 구호를 외쳤지요.

 

회의가 끝나 안철수 상임공동대표가 회의장을 나서자 공천에 불만인 당원들이 거칠게 항의하며 달라붙었습니다. 당직자들과 국회 방호원들이 안 대표를 감쌌습니다. 여기에 기자들이 가세합니다. 애초에 질서 있는 취재는 불가능했지요. 어림잡아 3,40명의 사람들이 엉겨 밀고 밀리는 아수라장이 됐습니다. 저를 포함한 사진기자들은 뒷걸음을 치며 사진을 찍습니다. 뒷걸음치면서도 조심하긴 합니다만 파인더를 들여다보고 있으면 이를 잊어버리기 마련입니다. 뒤로 발라당 넘어지고 말았습니다.

 

 

밀린 기자 한두 명이 넘어지자 연쇄적으로 바닥에 넘어진 것이지요. 넘어지는 순간 짧게 눈앞에 스친 표정들은 모두 놀라고 있었습니다. 그 순간에 남의 표정을 보다니... 생각보다 아프지 않게 넘어졌습니다. 더구나 카메라를 바닥에 떨어뜨리지 않아 다행이다 생각했습니다. 엉덩이를 털고 일어나는데 조금 민망하더군요.

 

다시 아수라장 속에 몸을 던졌습니다. 상황이 일단락 됐습니다. 혹시 몸에 이상이 있는지 움직여 보는데 큰 문제는 없어 보였습니다. 두어 시간 뒤 카톡으로 자빠지는 사진이 들어왔습니다. 사진기자 동료들의 기록에 대한 악착같음과 순발력에 경의를 표하고 싶었습니다. 다치지 않았으니 기념사진이 되었습니다. 2 딸래미에게 이 사진을 보여줘야 겠다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빠는 이렇게 돈을 번단다.’

 

yoonjoong

'국회풍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텅 빈 국회에서  (2) 2016.07.07
총선 취재의 뒤끝  (0) 2016.04.19
'어이쿠!!'  (2) 2016.03.21
몸싸움의 계절  (0) 2016.03.15
고개 못 든 이유  (1) 2016.01.09
'새해 다짐 추가요'  (0) 2016.01.06
Posted by 나이스가이V

지난 1222일자 1면 사진 얘깁니다. 가십 같은 사진이지만 눈에 익숙한 관행적인 사진이 아니라서 1면에 골라 쓴 것 같습니다. 지면에 쓸까 싶었지만, 재밌는 장면이다 싶어 마감한 사진이었지요.

 

설명을 하자면 이날 새누리당 유일호 의원이 신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내정되었습니다. 국회 출입기자들이 유 내정자가 머물고 있는 국회의원회관 사무실로 달려갔습니다. 기자들이 소감과 경제정책 등에 대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문답이 이어지던 중 기획재정부 간부들이 인사청문회 준비 등을 이유로 사무실을 찾아와 기다렸습니다. 인터뷰가 마무리되자 저를 포함한 사진기자들은 유 내정자와 기재부 간부들의 자연스러운 악수 모습을 담으려 파인더를 주시했습니다. 하지만 유 내정자의 보좌진은 이어지는 기재부 간부들과의 일정을 위해 기자들에게 자리를 비워달라고 거듭 협조를 구했습니다. 이때 성질 급한 사진기자가 한쪽에 선 기재부 간부들에게 가운데로 오셔서 악수 한 번 해주세요라 부탁했습니다. 유 후보자가 악수하자며 옆으로 오라 손짓했지만 송언석 차관 등 간부들이 일제히 손사래를 쳤습니다. 내정자 신분이라 악수를 하는 모습이 언론에 보도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지요.



 

사진은 바로 그 장면이 포착된 겁니다. 정치인의 가벼운 악수에 비해 정부 관료들의 조심스런 악수관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짧은 사진설명에 이런 상황을 주저리주저리 쓰진 않았지만 게재된 사진이 찍힌 상황에는 사진기자가 어느 정도 개입이 됐던 것이지요.

 

앞서 오전에는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신당 창당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발표장에는 안 의원에 이어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 황주홍, 문병호, 김동철, 유성엽 의원이 동석했습니다. 함께 신당에 참여하겠다는 의지겠지요. 회견이 끝난 뒤 역시 한 급한 사진기자가 함께 손잡고 포즈 취해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순간이었지만 주춤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예상되는 사진 제목은 안철수와 손잡은 탈당파 의원들정도. ‘손을 잡았다는 확실한 증거가 사진으로 남습니다. 만약 누군가 다른 셈법으로, 예를 들어 간을 보는상태였다면 손잡는 모습을 내보이는 게 부담스럽지 않겠습니까. ‘손잡다는 행위와 말의 중의성이 그 이유겠지요.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언행에 예민한 시기입니다. 사실 정치판이 순조롭게 돌아갈 땐 알아서들 손잡고 포즈를 취합니다. 하지만 늘 그렇듯 연말에 여야가 싸우고, 총선을 앞두고 당 내부가 시끄럽다보니 악수해 달라는 말이 정치인들에겐 불편하게 들릴지 모르겠습니다.

 

왜 사진기자는 그렇게 악수를 좋아할까요? 악수를 위한 변명을 해야겠습니다. 현재 저희 신문은 악수사진을 그리 좋아하지 않습니다만, 그럼에도 저는 악수사진에 집중을 합니다. 일단 악수는 주로 앉아서 말하는 정적인 사진이 대부분인 국회에서 드물게 동적인 사진입니다. 또 악수는 주요 인물들을 앵글 안으로 모으는 효과가 있습니다. 흩어져 있으면 어수선한 앵글이 되고 말지요. 악수를 하는 동안 인물들의 관계도 드러납니다. 숨길 수 없는 시선과 표정이 보일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진기자들이 악수 그 자체보다 악수 전후 상황을 주시합니다.

 

맥락에 관계없이 무턱대고 악수를 요청하는 건 일종의 개입이자 연출이 아니겠냐고 생각하면서도, 누군가 악수 한 번 해주시죠?”라고 먼저 말해 주길 기다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치인들은 카메라 앞에서 자신을 스스로 연출하는 직업인들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면 연출 혐의에서 조금 자유로워지긴 합니다.


yoonjoong

'국회풍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개 못 든 이유  (1) 2016.01.09
'새해 다짐 추가요'  (0) 2016.01.06
악수를 위한 변명  (0) 2015.12.23
'진박 성골' 최경환의 '버럭'  (0) 2015.12.12
'사진도, 정치도 생물'  (0) 2015.12.08
"집사람 손보다 자주 잡아요"  (0) 2015.12.02
Posted by 나이스가이V

국회의원들은 주중에는 여의도에서 일하고 주말에는 보통 지역구를 챙깁니다. 총선이 가까워져 몸은 여의도에 있지만 마음은 지역으로 달려가 있을 것 같습니다. 휴일 국회는 보통 한가하지만 지난 일요일에 출입기자들은 바빴습니다. ·FTA 비준안과 예산안 등 쟁점 현안을 두고 여야가 협상을 하고 있는데다,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서거에 미뤄뒀던 몇몇 일정이 이날 진행됐습니다. YS의 서거에 밀렸던 국회발 뉴스가 다시 정치 뉴스의 중심 자리로 돌아왔기 때문이지요.

 

이날 아침부터 일정이 돌발적으로 생겼는데요. 며칠 외부에서 현안을 놓고 비공개 협상을 이어오던 여야 원내지도부가 국회에서 협상을 이어가기로 했습니다. 새누리당 원내지도부와 상임위 간사들이 원내대표실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등 협상 파트너를 기다렸습니다. 협상 중인 사안이라 민감해 기자들 질문에 말은 아끼면서도 사진에 대해서는 관대했습니다. 사진기자와 영상기자를 향해 “(주말인데) 지역구에서는 안 온다고 난리예요. 모두 골고루 잘 나오도록 찍어 주세요.” 지역구를 챙기지 못하는 이유를 사진으로 증명해 달라는 의미지요.


  

협상을 위해 원내대표실로 들어선 새정치연합 이종걸 원내대표와 여당 인사들이 카메라 앞에 나란히 섰습니다. “악수라도 할까요?”하며 서로의 손을 잡는 여야 원내대표. 사사건건 대립하면서도 허구한 날 손을 잡으며 웃는 포즈가 뻘쭘하기도 했을 겁니다. “집사람 손보다 자주 잡네요.” “집사람하고 손도 잡으세요?” 뭐 이런 농담도 오갔습니다. 머쓱함을 가리기 위함이기도 하겠지만, 냉랭한 협상 분위기를 좀 부드럽게 가져가자는 의지도 들어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잠시 중단됐던 협상이 오후에 다시 시작되기 전 야당 원내지도부를 기다리던 여당 원내대표는 기자분들 올 연말에는 가족과 함께 보내도록 해드려야 하는데...”라며 웃었습니다. 연말 예산안 등의 현안 갈등에 국회 본회의장 점거와 거친 몸싸움으로 한 해의 마지막 날과 새해 첫 날을 국회에서 맞는 것이 의원들과 출입기자에겐 익숙한 일이지요. 지난해는 국회 선진화법이 적용돼 국회 출입기자들이 가족과 함께 푸근한 연말을 보낸 낯선 해였습니다.

 

의아하면서도 재밌는 건 국회 본회의장 점거와 거친 말다툼과 몸싸움 가운데 제야의 종소리가 울리면 여야 의원 할 것 없이 서로 손을 내밀고 밝은 표정으로 새해 인사를 건넨다는 것이지요. ^^

 

휴일 근무는 신기하게도 몸이 먼저 압니다. 쉬는 날의 나른함과 출근하는 날 긴장의 중간쯤의 상태로 몸의 에너지는 공급되고 유지됩니다. 조금 여유롭고자 하는 몸에 일이 많다 느껴지면 그 피로감은 평일 출근 때의 2배쯤 되는 것 같습니다. 이날이 그랬습니다. 일요일 출근의 한 가지 좋은 점은 다음날 월요병이 없다는 것이지요. ^^


yoonjoong  


'국회풍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진박 성골' 최경환의 '버럭'  (0) 2015.12.12
'사진도, 정치도 생물'  (0) 2015.12.08
"집사람 손보다 자주 잡아요"  (0) 2015.12.02
정치적 아들이라서...  (0) 2015.11.27
사대주의 경호  (0) 2015.11.03
국회의 시간  (3) 2015.10.05
Posted by 나이스가이V

 

방한 중인 리커창 중국 총리가 국회의장을 예방한 지난 일요일 아침, 국회 주변에 경찰들이 분주했습니다. 이날 풀(POOL)취재(장소가 협소하거나 안전상의 이유로 하는 대표취재)라 일정보다 한 시간 먼저 국회에 출근했습니다. 국회 내에도 사복경찰과 경호원들이 배치돼 기자실로 향하는 저와 곳곳에서 눈길이 부딪쳤습니다.

 

비표를 수령하기 위해 접견장 앞에 갔더니 몸수색을 했고 카메라 셔터를 눌러 화면을 확인시켜 달랍니다. 경호 매뉴얼대로 한 것일 테지만 얼마 전 독일 대통령의 국회 방문 때와는 차원이 다른 경호 매뉴얼이 가동되고 있었습니다

 

 

수시로 드나드는 국회 출입기자인데 외부에서 들어온 경호원들이 이런 절차를 진행하니 기분이 좋지 않았습니다. 일반인들이 있을 수 없는 휴일 아침에 국회 내의 이런 절차는 출입기자들을 통제하겠다는 것이지요. 좌우 일정 간격으로 리시버를 꽂은 경호원들이 꼭 무슨 첩보를 입수한 것처럼 부산스러워 보였습니다.

 

 

중국 총리가 도착하자 정의화 국회의장이 현관까지 나가서 맞았습니다. 그리고 접견장 앞에서는 여야 원내대표 등이 악수를 하기 위해 도열했습니다. 접견장에 마주앉아 정의화 국회의장과 리커창 총리가 인사말을 주고받았습니다. 경호원들이 취재를 제지합니다. 인사말까지 공개하기로 했답니다. 여기저기서 경호원들이 기자들의 팔이 붙듭니다. 우리측 경호원과 중국측 수행 경호원까지 합세해서 말이지요.

 

 

이날 경호를 지켜보며 좀 과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통령급 경호라면 지난 독일 대통령 국회 연설 때 수준에 맞추던지 아니면 지난 독일 대통령의 수준을 이날처럼 했었어야지요. 나라에 힘의 서열이 매겨져 있기 때문이겠지요. 막강한 경제력과 국방력의 순위가 의전과 경호의 강도를 결정하는 것입니다. 우리 사회가 이미 이런 서열 체계에 너무나 익숙하고 힘 앞에 비굴한 것이 일상이 되어서겠지요.

 

미국의 최고위급이 뜨면 아마 더하지 않겠습니까. 경호와 의전에도 사대주의가 있습니다.


yoonjoong

 


'국회풍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집사람 손보다 자주 잡아요"  (0) 2015.12.02
정치적 아들이라서...  (0) 2015.11.27
사대주의 경호  (0) 2015.11.03
국회의 시간  (3) 2015.10.05
반어적 정치사진  (0) 2015.09.08
국회에 온 요원들  (0) 2015.07.30
Posted by 나이스가이V

국회풍경

살다보면 나이가 들었구나 싶은 순간이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헛되이 지나가는 시간을 인식할 땝니다. ‘이 귀한 시간이 그냥 흘러가는구나.’하고 말이지요. 국회 출입을 하면서 그런 일이 잦아졌습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국회에서는 국회의원들의 말과 행동이 언론이 주목하는 전부입니다. 의원들은 국회에서 여러 형태와 조합의 회의를 통해 발언하고 행동을 보이며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회의 일정은 대개 문자와 메일로 출입기자에게 미리 공지됩니다. 급히 잡힌 일정도 긴급 문자를 통해 알려옵니다.

 

의원들에게 중요한 회의는 기자들에게도 중요합니다. 언론이 중요하게 봐서 의원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회의일지도 모릅니다. 기자들은 보통 ‘9’ ‘10’ ‘14등 정시에 잡힌 회의 일정보다 조금 일찍 가서 자리를 잡습니다. 국회가 좁지는 않지만 워낙 매체가 많다보니 웬만한 곳은 서둘러 자리 잡아야 맘이 좀 편해집니다. 평균적으로 시작시간을 5분 내지 10분쯤 넘겨서 회의가 시작됩니다.


 

예전에는 아무 생각 없었는데 요즘 10분이 넘어가면 살짝 화가 납니다. ‘아까운 시간을 인식하게 되는 겁니다. 딱히 그 시간에 긴요한 무언가를 할 것도 아니면서 발이 묶인 채 흐르는 시간을 그냥 보고 있는 것이 못마땅한 겁니다. 시간을 지키지 않는 의원들 때문에 제 귀한 시간이 뺏기고 있다는 생각에 분노하게 되지요. 회의장을 가득 메운 채 기다리는 수 십 명의 기자들 수에 지연된 시간을 곱하면 얼마나 큰 시간입니까. 의원들 입장에서는 여야 또는 당내 갈등과 논란 속 예민한 사안에 대해 막판 조율이나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할 수 있겠지요. 늦게 회의장에 나타나도 신중’ ‘막판 진통등의 표현으로 기사화되기도 할 테지요. 여하튼 이런 갈등이 클수록 기자들이 기다려야 할 시간이 더 길어지는 것 같습니다.

 

 

사진은 기다림의 미학이라고도 하는데 국회에서의 기다림은 어떤 미학을 위함인지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기에 시간 잘 때우는 무언가를 개발해야 할 것 같습니다. 나이 먹는다는 조금 씁쓸한 생각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말이지요.


yoonjoong

'국회풍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치적 아들이라서...  (0) 2015.11.27
사대주의 경호  (0) 2015.11.03
국회의 시간  (3) 2015.10.05
반어적 정치사진  (0) 2015.09.08
국회에 온 요원들  (0) 2015.07.30
현수막 정치  (0) 2015.07.23
Posted by 나이스가이V

국회의 사진도 그날의 야마(주제, 핵심)’가 있지요. 사진기자들은 짐작한 상황을 노리거나 나름의 해석을 사진으로 표현하려고 노력합니다. 19대 국회의 마지막 정기국회가 개회되고, 지난 3일 오전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했습니다김무성 대표는 야당을 비난했고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역시 여당 대표의 연설을 비판했지요. 두 사람의 모습을 대비해 보여주는 것이 이날 사진의 핵심이라 생각했습니다. 특히 야당 대표의 반응을 유심히 살폈습니다.


 

 

 

오후에 여야 대표가 함께 참석하기로 한 외부행사는 굳이 취재의 필요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가지 않았습니다. 이날 행사 진행자는 어린이 프로그램을 오래 진행했던 뚝딱이 아빠김종석씨였더군요. 아이들 눈에 정치인은 싸우는 사람일겁니다. 그는 여야 대표가 아이처럼웃는 모습을 미디어를 통해 보여주려 했던 모양입니다. 사진 속 두 대표는 진행자의 주문에 손 마주잡고 서로 목과 겨드랑이를 간질이기도 했습니다두 대표의 모습은 해맑았습니다. 결국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기록했던 사진들이 '파안대소의 여야 대표' 사진에 밀렸습니다.

 

기사에 사진을 꼭 맞출 필요는 없지요. 하지만 기사처럼 맥을 짚는 사진이 들어갈 때 기사의 완성도가 높은 것도 사실입니다. 기사에 딱 맞아 떨어지는 사진을 찍지 못했을 때는 사진을 꼭 기사에 맞춰야 하나?”하고 따지고, 딱 맞는 사진이 당할 땐 왜 어울리지 않는 사진을 쓰는가?”하는 불만을 터뜨리기도 합니다. 한마디로 내가 한 짓은 로맨스라는 것이지요.

 

행사에 참여한 두 대표의 사진은 보기 좋았습니다. 마주보고 윙크까지 날렸으니 그 분위기야 짐작하고도 남습니다. 오전 연설에서 서로 적대했던 마음이 조금은 누그러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한편 정치인의 사진이 찍힌 그대로의 얘기를 하지는 않습니다. ‘보이는 사진읽히는 사진이 다를 수 있지요. 여러 신문이 많은 사진 중 파안대소사진을 썼습니다. 이유가 있을 겁니다. 일단 한 앵글 안에 양당 대표가 잡혔다는 것이고, 화끈하게 웃는 사진이 제일 먼저 편집자의 시선을 잡아끌었겠지요. 오전에 얼굴 붉히고 오후에 손잡고 웃을 수 있는 직업인은 정치인이 유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정치에 대한 냉소를 부르는 이유 중 하나일지도 모르겠네요. 예민한 지지자들은 대표들에게 지금 웃을 때인가?”라고 쓴 소리를 뱉겠지요. 

 

 

 

요즘 사진은 읽어야 할 때가 잦은 것 같습니다. ‘싸우지만 말고 사진처럼 함께 잘 해보라는 메시지로 읽히기도 하지만, 마음과 같지 않은 행동이라는 반어적'인 사진으로 읽힐 수도 있습니다. ‘네 탓만 외친 여당 대표라는 제목과 사진이 대조를 이룹니다. 사진 자체로 또는 사진이 기사 내에서 제목과 어떻게 어울리는 지 살피고, 이를 어떻게 읽을 지는 순전히 보는 이의 몫이겠지요.

 

yoonjoong 

 

'국회풍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대주의 경호  (0) 2015.11.03
국회의 시간  (3) 2015.10.05
반어적 정치사진  (0) 2015.09.08
국회에 온 요원들  (0) 2015.07.30
현수막 정치  (0) 2015.07.23
정치드라마  (1) 2015.07.10
Posted by 나이스가이V

국회 정보위원회가 열리는 날은 부산스럽습니다. 국가정보원장이 출석하는 비공개회의이기 때문입니다. 국정원장이 회의장으로 입장하는 모습을 찍기 위해 기자들이 일찌감치 자리를 잡습니다. 지난 27일은 이병호 국정원장이 국정원의 해킹 의혹과 관련한 보고를 하는 날이었습니다.

 

국정원장이 오기 전, 요원(국정원 직원)이 확실한 이들이 기자들 사이에 섭니다. 동선을 확보하고 혹시나 있을지 모르는 물리적 마찰을 방지하고자 하는 것이지요. 더위에 땀을 삐질 흘리며 좁은 복도에 촘촘하게 선 기자들은 예민해 집니다. 요원들이 동선을 확보하고자 시야를 가릴라치면 안 보이니 뒤로 좀 붙어 달라” “안으로 안 들어 갈테니 앉을 수 없나하고 살짝 신경전을 벌입니다. 사실 요원들이 아니더라도 국회 소속 경위들이 기자들과 의논해 이미 정리하고 질서를 유지하고 있는 상태였지요.

 

국정원장이 복도 저쪽에서 걸어옵니다. 요원들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한 줄도 모자라 2열 횡대로 다가옵니다. 순간 영화 범죄와의 전쟁의 한 장면을 연상했습니다. 국회의 안전을 믿지 못하겠다는 의미인지, 기자들과 몸싸움을 염두에 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어떤 세의 과시같은 느낌도 들었습니다. ‘우린 특별한 조직이야. 흔들지 마라라는. 원장이 정보위원장실에서 잠깐 티타임을 하는 동안 요원들이 방 입구 양쪽으로 줄을 지어 동선을 확보합니다. 기자들이 많아 복도가 좁긴 했지만 이건 오버다생각했습니다.

 





사진기자 중에 누군가 줄지어 선 이들에게 물었습니다. “얼굴 나와도 되나요?” “국정원 직원 맞죠?” 묵묵부답이었습니다. 몰라서 물은 것도 아니지만요. 앵글 안에 들어오면 일일이 모자이크를 해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이었지요. 그냥 웹으로 나가면 전화 걸어와 모자이크를 요구하기도 한다지요.

 

국정원장이 위원회 회의장으로 입장한 뒤 사진기자들은 기자실에서 사진을 고르고 전송을 합니다. 국정원장을 제외한 요원들 얼굴을 모자이크 하려니 사진 한 장 만드는데 시간이 꽤 걸립니다. 주변의 직원들 얼굴을 모자이크 하니 좀 비밀스러운 느낌이 나는 것도 같습니다. ‘이런 걸 계산했나싶기도 하구요. 한편 음지에서 귀한 일을 해야 할 분들이 매체 노출이 많아 양지중에서도 가장 양지 바른 국회에 이렇게 많이들 나와 얼굴을 노출시키나 싶었습니다. 사진을 고르는 기자들이 한 마디씩 합니다. “이거 걸어오는 모습이 완전 조폭이구만” “사람이 남아도나. 구조조정 해야 겠구만.” 일일이 얼굴에 모자이크를 해야 하는 일이 그저 귀찮고 짜증스러워 던진 말은 아닐 거라 생각합니다.

  

yoonjoong




  


'국회풍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국회의 시간  (3) 2015.10.05
반어적 정치사진  (0) 2015.09.08
국회에 온 요원들  (0) 2015.07.30
현수막 정치  (0) 2015.07.23
정치드라마  (1) 2015.07.10
정치인의 악수  (0) 2015.06.08
Posted by 나이스가이V

국회풍경

정당 회의가 열리는 국회 여야 대표실 또는 원내대표실에는 대형 현수막이 걸려있습니다. 당대표와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가 앉는 자리 바로 뒤에 걸립니다. 대표 등이 앉아서 발언할 때 정확히 머리 위로 글씨가 지나갑니다. 사진기자나 영상기자들이 잡는 앵글에 잘 들어가도록 제작된 겁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얼마 전 홍보위원장으로 브랜드 네이밍 전문가 손혜원씨를 영입했습니다. 소주 처음처럼’ ‘참이슬아파트 힐스테이트등을 탄생시킨 업계 '미다스의 손'이라는 군요. 손 위원장이 당의 현수막 디자인을 설명하면서 온라인에 올라온 사진기사를 인용했습니다. 대표 뒤에 걸린 현수막의 내용이 사진기사에 적절하게 잘 표현되는 것을 고려해 디자인했다는 겁니다. 정당 사진의 특징을 그새 파악한 것이지요.


 

 

머리 바로 위로 지나가는 글씨를 잘라내면 사진이 답답해지고 글씨를 다 넣으면 사진이 다소 벙벙하고 지저분해 집니다지저분한 사진보다 답답한 사진을 더 참지 못하는 사진기자의 트리밍 습관이 생산된 사진기사에 드러나는 것이지요


 

이 현수막에는 당이 지금 집중하고 또 시급하게 생각하는 현안이 간결하게 적힙니다. 그냥 붙여놓은 것이 아니라 홍보 수단으로 적극 이용하는 것이지요. 당 정책은 물론이고 여야가 맞서는 주요 쟁점에 대한 입장도 현수막에 담아냅니다. 요즘 자주 바뀌는 것을 봅니다. 제작비용도 만만치 않겠지요. ‘읽는 기사에서 보는 기사로의 흐름이 이런 분위기를 만든 것이지요.  

 

외부 전문가를 홍보위원장으로 영입한 새정치연합은 앞으로 잘 디자인 된 현수막을 다채롭게 내걸겠다는 뜻을 내비쳤습니다. 여야의 현수막 정치’의 경쟁이 본격화 될지도 모르겠네요. 현수막 위에 쓴 정치 메시지들이 금세 갈아치워지는 현수막처럼 가볍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yoonjoong


'국회풍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반어적 정치사진  (0) 2015.09.08
국회에 온 요원들  (0) 2015.07.30
현수막 정치  (0) 2015.07.23
정치드라마  (1) 2015.07.10
정치인의 악수  (0) 2015.06.08
프레임을 프레임하다  (2) 2015.05.30
Posted by 나이스가이V

국회풍경

한편의 정치드라마를 본 것 같습니다. 드라마적인 요소가 많은 곳이 국회지요. 국회 출입 사진기자인지라 매일 펼쳐지는 드라마에서 가장 극적인 장면은 무엇인지를 포착하려 애썼습니다.

 

메르스의 위기가 절정에 이를 무렵 해외출장을 갔다가 10여일 지나 돌아온 626, 신문 1면은 메르스가 아니라 배신의 정치, 심판해야...”라는 제목에다가 굳은 표정으로 발언하는 박 대통령의 사진이 장식하고 있었습니다. 대통령은 그렇게 국회법 개정안을 거부한 것이지요.

 

배신자로 낙인찍힌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다음날 대통령에 진심으로 죄송하다. 마음 푸시고 마음 열어주시길 기대한다며 몸을 바짝 낮췄습니다. 메르스로 수세에 몰린 박 대통령이 정치적 공세로 국면을 전환시킨 것도 극적이며 대통령에게 사과하며 고개를 숙인 유 원내대표의 모습도 드라마적이라 생각했습니다

 

 

새누리당 최고위 회의 때마다 친박(친 박근혜)계 최고위원 등이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종용합니다. 특히 김태호 최고위원은 회의장 바로 옆자리에 앉아 대놓고 사퇴를 촉구합니다. 유 원내대표의 표정은 덤덤했습니다. 심경이 복잡하고 화도 났을 테지요. 국회법 개정안이 '유승민 사태'의 원인이었다면 개정안에 합의했던 최고위원을 비롯한 지도부가 함께 감당해야 할 문제일 텐데 유승민 한사람을 희생양으로 삼아 못 잡아먹어 안달인 것이 좀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정치드라마에 대한 이해부족이겠지요. 유 원내대표를 지키려는 비박계의 목소리도 들렸습니다. 긴장이 계속되면서 드라마는 절정을 향해 달려갑니다

 

 

김태호 최고위원이 2일 열린 최고위회의에서 콩가루 집안 잘 되는 것 못 봤다며 유 원내대표의 결단을 다시 공개적으로 요구했고, 이에 원유철 정책위의장이 이해가 안 된다. 너무하다며 김 최고위원에 반발했습니다. 김 최고위원이 재차 사퇴를 촉구하려들자, 김무성 대표가 그만해. 회의 끝내하고 자리를 박차고 회의장을 떠났습니다. 대표 뒤에서 김 최고위원이 대표님, 이렇게 할 수 있습니까?”하고 소리 질렀습니다. 이 장면이 유승민 사태의 클라이맥스가 아니었을까요.

 

 

새누리당은 6일 예상대로 국회 본회의에서 국회법 개정안 재의 투표를 거부하며 대통령의 심기를 선택했습니다. 이틀 뒤 유승민 원내대표의 거취를 논의하는 의원총회를 열었습니다. 의총에서 사퇴권고가 결정되자, 유 원내대표는 즉시 기자회견을 열고 사퇴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사퇴의 변에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는 지엄한 가치를 지키고 싶었다라고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습니다. 지난 2008년 뜨거웠던 촛불이 떠올랐습니다. 대통령을 향한 메시지지요. “따뜻한 보수, 정의로운 보수의 길을 계속 가겠다는 대목은 후속편을 기대하라는 말처럼 들리더군요.

 

 

대통령과 여당 원내대표의 갈등에서 많은 이들이 원내대표가 버텨줬으면하고 바랐습니다. 드라마에서 강자에 맞서는 상대적 약자인 주인공의 모습에 자신의 모습을 투영하곤 하는 것이지요. 이번 드라마는 강자의 뜻대로 된 모양새지만 결말이 주인공에게 비극이었다라고 말하는 이는 없는 것 같습니다.

 

대통령의 분노 발언이 있었던 지난 달 25일부터 유 원내대표가 사퇴한 8일까지 회사 사진데스크에서 유승민을 키워드로 넣고 사진을 검색해 봤습니다. 370장의 마감된 사진이 검색 됐습니다. 유승민 전 원내대표가 정치에 발을 담근 지난 16년 동안 마감된 그의 사진 중 지난 10여 일 동안 생산된 사진의 비중이 절반쯤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여하튼 극적이라는 면에서 정치를 드라마라고 한다면 자신의 정치적 이미지를 만들고 관리하는 정치인은 배우와 다르지 않다는 생각도 듭니다. 제 삶도 다분히 정치적이며 어느 순간 '나는 연기에 몰입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하고 자문할 때가 있습니다. ^^


yoonjoong  


'국회풍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국회에 온 요원들  (0) 2015.07.30
현수막 정치  (0) 2015.07.23
정치드라마  (1) 2015.07.10
정치인의 악수  (0) 2015.06.08
프레임을 프레임하다  (2) 2015.05.30
오뎅 정치학  (0) 2015.03.21
Posted by 나이스가이V

지난 3일 야근회의에서 한 사진에 대한 지적이 나왔습니다. 사진은 공갈발언 등으로 서로 낯을 붉혔던 새정치민주연합 주승용 최고위원과 정청래 최고위원이 당 워크숍에서 악수하는 사진이었습니다. 설명에는 화해하고 있다라고 썼는데 표정은 그렇지 못했던 것이지요. 화해의 악수에 기대되는 표정이 사진에는 보이지 않았던 겁니다. 정치인들의 악수의 문법은 일반인의 그것과 좀 다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사실 정치인처럼 악수를 많이 하는 이들은 없을 겁니다. 특히 국회에서 보는 여야 지도부들은 아침 회의에 들어서자마자 악수하고, 또 다른 오후 회의에서 만나 다시 손을 잡습니다. 한 날 한 사람과 세 번 이상 악수를 나눌 수 있는 직업인이 세상에 얼마나 되겠습니까. 전날 악수하고도 다음날 그리 반가울 수 없게 또 악수를 나눕니다. 악수에 녹아든 여러 의미를 인정하더라도 '과하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더군요.

 

 

정치인들의 습관적 악수는 아마도 선거에 기인하지 않나 싶습니다. 선거 기간엔 악수 한 번이 소중한 한 표로 돌아오리라는 기대심리가 작동됩니다. 부지런히 발품 파는 이유지요. 한 사람씩 눈을 맞추고 짧은 대화도 시도하며 시작한 악수도 수많은 유권자의 손을 잡으면서 차츰 기계적 행위로 바뀌는 모습을 목격하게 됩니다. 특히 사진을 보면 악수는 앞사람과 하며 시선은 다음 악수를 할 사람에게 가 있는 경우가 흔합니다. 조급하기 마련인 선거판에서 악수의 횟수는 큰 위안을 주지 않겠습니까.

 

극심하게 대립하는 여야의 회의도 일단 시작은 악수입니다. 악수 할 분위기가 전혀 아님에도 뭔가 심심하다 느끼는 사진기자들 사이에서 버릇처럼 악수 한 번 해주시죠?”하는 말이 흘러나오기도 합니다. 오히려 악수 포즈 이후 냉랭해지는 표정을 포착하는 경우가 많지요. 이래저래 악수는 정치인의 몸에 배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인지 마음이 없이 버릇처럼 하는 행위정치인의 악수에 비유하는 일이 생겨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해봅니다. 악수의 개념 차체를 바꿔놓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꼬리를 무는군요. 정치인들의 악수 장면을 많이 보고 또 찍어서 그런지 저도 평소 손을 내밀어 '영혼 없는 악수'를 곧잘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악수가 결코 간단한 행위는 아니지요. 단 몇 %의 영혼이라도 담아 손을 잡아야겠습니다.

 

yoonjoong

'국회풍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현수막 정치  (0) 2015.07.23
정치드라마  (1) 2015.07.10
정치인의 악수  (0) 2015.06.08
프레임을 프레임하다  (2) 2015.05.30
오뎅 정치학  (0) 2015.03.21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0) 2015.03.17
Posted by 나이스가이V

국회풍경

4.29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여야는 본격적인 선거체제에 돌입했습니다. 지난 19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선거지역 4곳 중 한 곳인 성남 중원구를 찾았습니다. 성남산업단지관리공단에서 현장최고위원회의를 가진 김 대표는 이 지역에 출마한 후보자와 재래시장을 돌았습니다. 서민 유권자의 마음을 얻기 위해 재래시장만한 곳도 없습니다. 웬만한 연예인보다 방송화면에 자주 등장하는 정치인은 어디를 가나 관심을 끌지요. 시장입구부터 상인 등과 인사를 나누며 시장을 가로질렀습니다.

 

사진기자들은 그림될만한 곳에 미리 자리를 잡고 대표를 기다립니다. 보통 시장의 먹거리가 있는 곳이지요. 정치인과 상인이 인사를 나눌 때 시장음식은 공간 배경이 됩니다. 더 나아가 대표가 음식을 집어먹거나 상인이 대표에게 먹여주는 모습도 예상할 수 있지요. 이날 기자들이 먼저 자리를 잡은 모듬전 가게에서 김 대표는 호박전을 하나 집어 먹었습니다. “맛있네요하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습니다. 시식은 이어집니다. 다음은 분식집. 김 대표가 평소 좋아한다는 오뎅을 집어들며 배부른데 사진 때문에 먹는다라고 활짝 웃어보였습니다.

 

 

 

또 다른 가게에서 상인이 건네는 잉어빵을 받아먹었습니다. 시장을 빠져나오며 마지막에 들른 가게에서는 식혜를 한 잔 먹었습니다. 뭘 더 먹는다는 게 부담스러운 표정이었습니다. 이곳 시장 일정 바로 직전에 점심식사를 했기 때문이지요. 상인들이 정으로 권하는 음식을 거절할 용감한 정치인은 없겠지요. 여하튼 이날 더 안타까웠던 건 김 대표의 30분 후의 일정이 또 다른 재래시장이었던 겁니다.

 

 

 

정당대표가 재래시장을 방문할 때는 주로 선거를 앞둔 때입니다. 지역 민심의 상징적 공간인 재래시장을 찾는 것이지요. 선거 앞둔 당대표가 대형마트를 찾은 모습은 적어도 제 기억엔 없습니다. 재래시장 음식을 맛있게 먹는 정치인을 보며 상인들은 교감과 소통의 가능성을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정치인의 입장에서는 서민적 이미지가 생산되는 것이지요. 여기까진 좋습니다.

 

사진이 재밌고도 까다로운 건 사진기자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사진을 찍었더라도 보는 이들은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겁니다. 자신의 관점으로 해석을 합니다. 거물 정치인이 재래시장 음식을 맛나게 먹는 사진을 볼 때 서민적 정치인의 친근함으로 읽을 수 있지요. 반면 어떤 이들은 기만적 이미지 정치이자 쇼로 폄훼할 수도 있습니다. 한 전직 대통령이 재래시장 오뎅을 먹던 장면을 많은 이들이 기억하고 있습니다. 서민 친화적 이미지 정치를 구사하려 했으나, 역효과만 컸었지요. ‘이미지 정치를 혐오하게 만든 대표적 사례가 아닐까 합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재래시장에서 배가 부른 상태에서도 열심히 먹었습니다. 이는 단순히 그 순간 상인과의 교감에서 끝나는 문제가 아닙니다. 오뎅 먹던 전직 대통령이 오뎅뿐 아니라 욕까지 먹은 것은 재래시장이 갖는 서민적 정서와는 거리가 먼 정책을 펼쳤기 때문이지요. 김 대표가 이날 시장통에서 오뎅과 호박전과 잉어빵 등을 먹은 것은 일종의 약속입니다. 시장상인으로 대표되는 서민들이 바라는 것에 대해 고민하고 이를 정치에 담아내셔야 하겠지요. 적어도 이날 사진의 진정성을 증명하는 확실한 길이기도 합니다.

 

yoonjoong

 

'국회풍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치드라마  (1) 2015.07.10
정치인의 악수  (0) 2015.06.08
프레임을 프레임하다  (2) 2015.05.30
오뎅 정치학  (0) 2015.03.21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0) 2015.03.17
왜 물 먹는 사진을 찍는가?  (0) 2015.03.10
Posted by 나이스가이V

어제 TV에 우윤근 의원만 나오데요

뭐, 옳은 말 했나보지요

 

이병호 국정원장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 전체회의장에서 새누리당의 이철우 의원이 던진 말에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여유롭게 받았습니다. 웃자고 한 말이었지만 말 속엔 뼈가 있습니다. 전날 종일 인사청문회가 열렸는데 TV뉴스에는 우 의원 질의 중심으로 보도됐다는 것이지요. 정보위 여야 위원들은 그런 얘기 등을 하며 회의 시작을 기다렸습니다.


 

이날 기자들을 위해 회의 시작 전 사진이나 영상을 찍을 수 있도록 스케치 취재를 허락했습니다. 평소 정보위는 국가기밀 등이 얘기되는 회의라 취재진에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물론 국정원장 인사청문회는 예외입니다만.

 

회의가 시작되기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는 기자들을 향해 한 의원이 백 날 취재하면 뭐해. 실리지도 않을 걸...”하고 말을 꺼내자, 두어 명의 의원들이 한마디씩 거들어 지원사격을 합니다. 지면에도, 방송화면에도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한정된 지면과 제한된 방송분량에 어쩔 수 없음을 모르지 않을 텐데도 일말의 섭섭함이 토로합니다.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다던 어린 시절의 설레던 꿈은 나이가 들어도, 우리나라에 300명도 안 되는 희소 직업인 국회의원이 되어서도 마찬가진가 봅니다. 정치인이 언론에 등장하길 원하는 건 당연하고도 자연스러운 일이지요. 심지어 자신의 부음사진만 아니라면 어떤 식의 사진도 좋아라하는 이들이 정치인이라는 유머도 있을 정도입니다.

 

국회에 출입하며 얼굴도 이름도 낯선 의원들을 많이 봅니다. 평소 지면에 자주 오르내리는 정치인은 손에 꼽을 정도지요. 보이지 않는다고 논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매체에 오르내리지 않아도 자신의 일을 소신껏, 묵묵히 수행하고 있는 의원들이 많으리라 믿습니다 

 

제가 찍은 사진이 신문에 나지 않으면 저도 섭섭합니다. ‘텔레비전에 내가 나오지 않더라도 속상해 하지 않을 정도의 내공은 있어야 큰 일을 할 수 있는 것 아닙니까. 섭섭해 마시길. ^^


yoonjoong


'국회풍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치드라마  (1) 2015.07.10
정치인의 악수  (0) 2015.06.08
프레임을 프레임하다  (2) 2015.05.30
오뎅 정치학  (0) 2015.03.21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0) 2015.03.17
왜 물 먹는 사진을 찍는가?  (0) 2015.03.10
Posted by 나이스가이V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열렸습니다. 이날 두 명의 장관 후보자는 현역 국회의원입니다. 평소 친분 있고 낯익은 의원들이 줄지어 앉아있어도 긴장된 표정을 감출 수 없습니다. 아는 사람이 더 무서운 법이지요. 청문회장을 가득 메운 취재진도 의정활동하며 여기저기서 만난 기자들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보였을 테지요.

 

고위 공직자의 자격 요건인 듯 후보자들은 위장전입, 다운계약서 등의 의혹으로 도덕성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요즘 그 정도로 낙마하진 않는 분위기 때문인지 사과도 당당했습니다. 한편 내년 4월 총선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다면 장관직 수행 기간은 불과 10개월 남짓이지요. 이날 야당 의원 중심으로 후보자들에게 총선 불출마 의사를 물었고, 두 장관 후보는 즉답을 피했습니다. 집요한 질문과 불출마 요구에 목이 바짝바짝 타들어 갑니다. 시간은 멎은 듯하고 자리는 여간 불편한게 아니지요. 후보자들과 사진기자의 기 싸움이 시작됩니다. 즈음해 후보자가 물이라도 한잔 마실라치면 셔터 세례가 퍼붓게 마련입니다. 물 마시는 이미지는 후보자의 불안, 긴장, 결함을 드러냅니다. 특히 청문회장에선 이런 모습이 부정적으로 비치기 마련이지요. 이를 잘 아는 두 후보는 잘 참고 있는 듯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이브가 선악과를 탐했듯 하지 말아야지 생각하면 못 견디게 하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 목은 필요이상으로 타고 얼굴은 평소보다 몇 배 더 간질거립니다. 왜 난데없이 눈이, 혹은 코에 손이 가는지 설명이 안 되는 것이지요.



 

지난 2012년, 지금은 야인으로 돌아간 손학규 전 의원이 대선을 앞두고 대통령 후보 경선 때쯤 사진기자들과 눈이 마주치자 웃으며, “사진기자들 때문에 물도 못 먹겠고, 아까부터 이마가 가려웠는데 긁지도 못 하겠다고 불편함을 우스갯소리로 가장해 말하기도 했습니다. 뉴스의 중심에 있는 정치인들에겐 민감한 부분이지요.

 

이쯤되면 '물 마시는 사진'을 그렇게 집요하게 찍어야 하는가, 묻게 됩니다. 그저 말하는 사진보다 동작이 있는 사진이 훨씬 역동적인 것은 두 말 할 필요 없지요. 물 먹는다(낙종하다)’라는 기자들의 은어에 기대면 은유적 표현이기도 합니다. 도덕적 흠이 다소 틀에 박힌 이런 사진으로 표현이 되는 것이지요. 일종의 공식입니다. 털어 먼지 안 나오는 이 없다지만, 너무 많은 먼지를 일으키는 이가 고위직 후보에 지명된다면 물 먹는류의 사진은 피할 길이 없습니다.

 

두 장관 후보자들은 이날 물 마시기를 비교적 잘 참아냈지만 물을 대체하는 다른 모습들로 기록됐습니다. 물 마시는 사진이 더 이상 뉴스에서 먹히지 않는 날이 온다면, 비록 사진이 심심하고 밋밋하더라도 기꺼이 기쁘게 찍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yoonjoong






         


'국회풍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치드라마  (1) 2015.07.10
정치인의 악수  (0) 2015.06.08
프레임을 프레임하다  (2) 2015.05.30
오뎅 정치학  (0) 2015.03.21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0) 2015.03.17
왜 물 먹는 사진을 찍는가?  (0) 2015.03.10
Posted by 나이스가이V

국회로 출근하는 길에 마크 리퍼트 미 대사의 피습 속보가 휴대폰에 떴습니다. 평소 속보에 민감하지만 쏟아지는 속보 속에 가치 없는 속보, 낚는 속보도 많아 미 대사의 피습이라는 말에도 의심이 고개를 듭니다직업병이지요. 그 피습의 정도와 내용의 진위까지 의심하게 됩니다. 뉴스가 클수록 오히려 의심은 더 커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의심의 순간은 잠깐이고 다시 직업적 현실로 돌아옵니다미 대사 조찬 강연에 우리 부서에서는 취재를 갔을까. 갔다면 이 상황을 찍었을까.


국회 기자실에 들어서니 뉴스채널들이 경쟁적으로 속보를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현장에 있었던 채널은 영상을, 그렇지 못한 채널은 사진 한 장 띄워놓고 한·미 관계와 파장, 용의자 신상과 배후 등의 얘기들을 늘어놓고 있었지요. 늘 출연하는 고정 패널들이 조금 전 발생한 돌발 사건을 평가하고 해석하는 것이 참 신기했습니다. 한 패널은 개량한복에 수염을 기른 사람을 왜 의심하지 않고 들여보내느냐?”는 말도 하더군요. ‘막 던지는구나’ ‘앞으로 개량한복 입고 수염 기르기도 힘들겠구나싶었습니다.

 

기자실에서는 피습 순간을 어느 매체의 누가 찍었으며, 누구의 사진이 가장 현장감 있게 기록되었는지에 대한 정보가 공유되고 사진과 사건에 대한 평가가 오갔습니다. 조찬 강연 행사를 미처 챙기지 못한 회사의 탄식도 섞여듭니다. 대형 사건을 예측하고 취재할 재주는 누구에게도 없는 것이지요. 저희 신문도 그 순간을 기록하지는 못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현장을 놓친 기자들은 여유 없이 분주하기 마련입니다. 만회하려는 직업적 본능이지요. 뒤늦게 병원과 대사관 주변을 스케치하며 현장을 기록하지 못한 원죄를 씻어내기 위해 발품을 팝니다. 수고에 비해 결과물은 그저그렇습니다. 

 

이날 국회의 일정도, 정치인의 발언도 모두 '미 대사 흉기 피습'에 맞춰져 있었습니다. 이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 입에 오르내리던 대한민국 모든 현안들은 동맹국 대사의 피습이라는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 사라져 버렸지요.

 

사상 초유의 미 대사 피습은 다음날 모든 일간지 1면을 장식할 것이 불 보듯 하지요. 통신사 사진, 자사 사진, 제공 사진 중에서 가장 적절한 사진을 고르려 머리를 싸맸을 겁니다. 흉기에 피습당한 바로 직후의 사진과 손수건으로 상처부위를 막고 피 흘리며 걸어 나오는 리퍼트 대사의 사진 중에 하나를 쓸 것이 분명해 보였습니다. 자극적인 사진이라 신문 독자들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지요. 사건의 크기와 사진의 크기는 통상적으로 비례하지만 피가 흥건한 사진의 크기를 키우기는 부담입니다. 사진을 흑백으로 쓸 것인가, 컬러로 그대로 내 보낼 것인가도 치열하게 고민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런 고민들이 다음날 신문 1면에 고스란히 나타나겠지요. ‘온라인에서 이미 다 보았을 사진인데...’라는 판단도 당연히 거기에 스몄을 겁니다.

 

전 신문이 예외 없이 같은 사건을 1면 톱에 싣는 날이 한 해에 몇 번이나 될까 생각해 봅니다. 많아야 두 번쯤? 미 대사 피습 사진 게재도 까다로운 작업이지만 제목 또한 만만치 않은 고민의 결과물입니다. 이 사건의 제목은 신문의 정체성을 드러낼 가능성이 큽니다. 짧은 문장에 사건과 사건을 보는 신문의 시선이 담깁니다. 마른 걸레에서 물 짜내듯 제목을 뽑았을 테지요. 독자 입장에서는 뭐 거기서 거기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신문쟁이들, 소위 선수들사이에서는 자존심 걸린 승부욕이 발동합니다. 


9개 조간신문 1면을 모아봤습니다. 앞으로도 이렇게 일제히 한 사건을 톱으로 다루는 날 신문을 찍어서 모아야 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얘기가 좀 딴길로 샙니다만, 생각해보면 사진기자들은 좀 못됐습니다. 잔인한 현장, 누군가의 고통과 아픔, 슬픔의 현장에서 사진을 찍었느냐 찍지 못했느냐, 찍을 수 있느냐, 찍을 수 없느냐에 늘 신경이 곤두서기 때문이지요. 현장에 온 신경을 집중한 나머지 다른 여러 상황을 살피지 못해 욕도 많이 먹습니다. 하지만 기록되지 않는 것은 역사가 되지 못한다는 생각에 이르면 사진기자들의 욕심에 어느정도 면죄부가 주어질 수 있을까요?

 

마크 리퍼트 미 대사가 저하고 동갑이더군요. 동갑내기를 보면 이유없이 짠해집니다. 쾌유를 빕니다.


yoonjoong 


'사진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속도는 병이다  (6) 2015.03.26
웃어라 박주영!  (0) 2015.03.13
'미 대사 피습' 조간신문 1면  (0) 2015.03.08
'891, 71, 0'  (0) 2015.03.03
'유리창 유혹'  (2) 2015.02.26
멸치 대가리를 따며  (0) 2015.02.22
Posted by 나이스가이V

사진이야기

국회를 한 주 동안 매일 나오게 됐습니다. 이날(32)은 김영란법 등 쟁점 법안 처리를 위한 막판협상 등으로 챙겨야 할 일정이 많았습니다. 국회로 출근해 기자실에 카메라를 내려놓자마자 구내식당에서 아침밥을 먹었습니다. 1000mg 비타민도 한 알 삼켰습니다. 몸이 벌써 반응하는 바쁜 날을 예감했습니다. 밥과 비타민은 몸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였지요.

 

국회 하루의 시작은 여야 아침회의입니다.

09:00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 김무성 대표 등이 들어올 때의 분위기와 김 대표 등의 모두발언을 카메라에 담습니다.

09:15 뛰듯이 이동해 이번에는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회의를 찍습니다. 보통 당대표의 발언은 지나가 버린 뒤지요. 매번 새누리 먼저냐, 새정치 먼저냐를 망설이게 마련입니다. 

 

 

 

기자실에 돌아와 여야 아침 회의 사진을 골라냅니다. 그 사이 새정치연합의 문자가 들어옵니다.

 

09:45 새정치 민병두 의원의 박근혜 정부 특정지역 편중 인사 실태조사 보고서 발표가 국회 내 회견장인 정론관에서 있답니다. 하던 작업을 중단하고 쫓아 내려가 이를 취재합니다.

 

 

10:00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우윤근 원내대표가 정의화 국회의장을 예방했습니다. 국회의장실에서 모두발언까지 취재하고 자리를 뜹니다.

 

 

10:15 기자실로 가다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장에 들러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예산 관련해 보고하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10:30  내친김에 잇단 총기 사건과 관련해 안전행정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리는 회의실에서 의원들의 질의와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의 답변 모습을 찍었습니다.

 

 

하다가 만 여야 아침회의 사진을 마저 작업해 전송을 한 뒤, 이어 취재한 사진 중 몇 장씩을 골라 전송합니다.

점심시간. 작업하다 말고 선배들과 점심 먹으러 갑니다. 함께 나서지 않으면 나중에 혼자 먹어야 합니다.

 

식사 후 못 다한 사진작업을 마무리 짓다말고,

13:30 새정치연합 의원총회 회의장으로 갑니다. ‘전체 비공개라는 문자를 받았지만 의원들이 회의장으로 들어가는 모습이라도 담으려 나가봅니다. 한 발 늦었습니다. 아쉬움에 늦게 들어서는 안철수 의원을 한 컷 찍었습니다. 지난 대선 때 후보 사퇴전까지 제가 전담이어서 그런지 보면 짠~합니다.  

 

 

지금까지 취재사진 작업을 마무리하는 중에 대통령 비서실장의 국회 여야 지도부 예방 일정이 문자메시지로 도착합니다.

 

15:00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 새누리당 지도부 방문. 만남 장소인 새누리당 대표실로 예정시간보다 15분 일찍 갑니다만 이미 자리는 없습니다. 서거나 앉지도 못하고 3단 사다리를 놓고 뒤에 올라서서 취재합니다. 비공개로 전환되기까지 사진을 찍습니다.

 

 

이번에는 사다리를 들고 일찌감치 비서실장의 다음 일정인 새정치연합 대표실로 가서 미리 자리를 잡습니다. 시간 여유가 있어 막간을 이용해 앞선 취재 사진 마감을 하기 위해 기자실로 오다가,

 

15:20 국회 중앙홀에서 열리고 있는 고 백남준의 비디오아트 작품 소통, 운송전시 개막식을 몇 컷 담습니다.

 

 

다시 기자실. 엉덩이를 무겁게 유지했어야 하건만 옆자리 타 신문 선배의 봐야하지 않을까하는 한마디에 팔랑 귀는 즉시 반응.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장을 잠깐 스케치합니다.

 

 

16:00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등 방문. 미리 맡아 둔 자리에서 사진에 담습니다.

 

 

기자실 와서 앞선 전송사진 이후 찍은 사진을 마감합니다. 마감하던 중에,

 

17:15 여야 원내대표단의 김영란법처리를 위한 협상 장면을 '긴급 취재'하고 서둘러 기자실로 와 즉시 마감했습니다.

 

 

어떤 사진들이 넘어가는지 확인하고 그제야 한숨을 돌립니다. 

 

국회의 하루가 매일 이렇게 돌아가지는 않습니다만, 하여튼 이날은 입에 단내가 나도록 일했습니다. 취재와 마감이 쉴 새 없이 반복되는 날에는 마치 사진 찍는 기계가 된듯 합니다. ‘입에 단내가 나는 기계’. 이렇게 생산된 사진에 소위 영혼이 깃들 리 없지요. 국회 일에 잔뼈가 굵은 선배들도 일 많다고 투덜대긴 하지만 표정에는 여유가 있습니다. 우스갯소리와 웃음이 떠나지 않습니다. 나름 피로를 털어내는 '노하우'인것 같습니다. 저의 부족한 내공을 절감할 뿐입니다.

 

국회의 긴 하루는 그렇게 지나갑니다.

 

이날 나름 아껴서 셔터를 눌렀습니다. 891컷을 찍었고 그중에 71컷을 골라서 회사로 전송하였습니다. 대단히 비효율적이고 소모적인 작업으로 보이지만 온라인은 별도로 하고, 신문에 두 장 정도 쓰면 보람찬 하루지요.

 

다음날 아침 신문에 제가 전송한 국회 사진은 흔적도 없었습니다. ^^ 

 

yoonjoong

'사진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웃어라 박주영!  (0) 2015.03.13
'미 대사 피습' 조간신문 1면  (0) 2015.03.08
'891, 71, 0'  (0) 2015.03.03
'유리창 유혹'  (2) 2015.02.26
멸치 대가리를 따며  (0) 2015.02.22
배신당한 프레스 프렌들리  (0) 2015.02.12
Posted by 나이스가이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