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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티오피아'에 해당되는 글 7건

  1. 2015.12.28 2015 내가 만난 사람들 (2)
  2. 2015.08.24 Color of Africa (6)
  3. 2015.08.12 살람 에티오피아
  4. 2015.08.09 "다큐 하나 하자"는 그냥 안부였을까?
  5. 2015.07.29 에티오피아의 멋 '커피 세리머니' (1)
  6. 2015.07.07 걷는 아프리카인
  7. 2015.06.28 하늘에서 본 아프리카

2015년이 지나갑니다. 올해도 제 카메라는 수많은 사람을 담았습니다. 어떤 식으로든 저와의 인연이었던 이들이라 믿습니다. 그럼에도 시간이 지나면 잊힐 테지요. 지난 2014년에 이어 몇몇 사람들은 이 블로그에 남겨놓아야 할 것 같습니다. 훗날 저의 2015년 기자 생활을 떠올리는 의미있는 자료가 되겠지요. 월별로 모아 놓았던 사진을 빠르게 훑어보다 눈길이 머문 사진을 두서없이 골라냈고 거기서 몇 장 추렸습니다. 사건 속 인물도 있고 제 추억에 기댄 인물도 있습니다. 순전히 제 카메라에 담겼던 ‘2015 내 멋대로, 내가 만난 인물 정리'입니다.

   

 

*삭발하는 엄마

 

세월호 참사 1주기를 앞두고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단원고 희생자의 어머니들이 삭발을 했습니다. 카메라 뒤에서 저도 눈물을 떨궜었지요. 세월호 이후의 사회는 달라질 것이라던 다짐의 말들은 공허해졌고 아픔과 고통은 치유되지 않은 채 남았습니다. 엄마들은 여전히 거리에 있습니다.

 

 

 

*청각장애 가진 은비

 

청각장애인 학교인 서울삼성학교를 취재(포토다큐)한 건 SNS를 달군 스웨덴의 한 수화통역자 때문이었지요. 그는 가수의 노래를 통역하며 리듬, 동작, 표정을 풍부하게 살려 열정적으로 전달해 감동을 자아냈습니다. 수화와 구화를 섞어 진행되는 삼성학교의 수업에서 교사와 학생들의 열정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사진 속 유은비양은 구화가 능숙해 제게 말을 곧잘 걸어왔고 수화로 제 이름과 간단한 표현 몇 가지를 가르쳐주었습니다. 아래 수화 익혀두세요. 순서대로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죄송합니다’ ‘괜찮아요’ ‘사랑합니다

 

 

*성완종, 이완구, 홍준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자살과 그가 남긴 리스트가 큰 파장을 일으켰지요. 성완종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이완구 국무총리는 결국 사퇴를 했구요. ‘모래시계 검사홍준표 경남지사도 검찰 조사를 받았습니다. 검찰은 이완구 전 총리, 홍준표 지사를 불구속 기소하고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대통령의 측근은 모두 무혐의로 결론지었습니다. 국가 최고 권력과 검찰의 유기적 관계, 기업인과 정치인, 돈과 정치, 정치와 배신 등을 생각했습니다.

 

 

*DJ 배철수

 

그룹 송골매의 노래를 따라 부르곤 했습니다. 이젠 라디오 DJ로 더 유명한 '배철수 아저씨'는 송골매의 리더였지요. 차 안에서 그가 진행하는 라디오를 들을 때면 언젠가 그를 촬영하게 된다면 기념사진을 찍으리라막연히 생각했었지요. 입사한 지 16년째 되는 올해 그를 처음 만났습니다. 예순이 넘은 나이에 청재킷과 스니커즈가 잘 어울렸습니다. 사진을 찍는 동안 연신 콧노래를 부르던 여유, 잊을 수 없습니다. 물론 기념사진도 찍었습니다. ^^

 

 

*에티오피아 아이들

 

아프리카 출장이라는 드물고 귀한 기회를 가졌습니다. 예정에 없던 포토다큐를 현지에서 기획했습니다. 이런저런 고민 중에 아이들의 맑고 투명한 눈망울에 시선이 꽂혔습니다. “살람하고 현지 인사를 하면 아이들은 엄청나게 재미난 것을 목격한 양 배를 잡고 웃었지요. 호기심으로 반짝이던 커다란 눈의 아이들을 그려보면 저절로 미소가 지어집니다. 다만 배고픔에 그 눈빛을 잃지 않길 소망합니다.  

 

 

 

*찍힌 유승민

 

대통령이 찍어낸 사람, 새누리당 유승민 전 원내대표가 사퇴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입니다. ‘배신의 정치 심판같은 날 선 대통령의 말씀에 집권당의 원내대표가 자리에서 쫓겨났지요. 권력의 작동방식을 무섭게 놀랍게 안타깝게 지켜봤었습니다.

 

 

 

*농구 대통령 허재와 아들 허훈

 

농구 대통령, 농구 천재라는 수식어가 붙던 허재 전 KCC 감독이 이제 농구선수 허훈(연세대)의 아빠가 되었습니다. 농구 잘하는 아들 덕에 카메라 앞에 같이 선 것이지요. 농구 판에서 늘 주인공이었던 아빠가 이날은 조연이었습니다. 다소 까칠할 것이라는 선입견으로 말을 건넨 허재 전 감독은 나긋나긋 수줍은 듯 제게 최선의 예의를 갖췄습니다. 막내 아들을 위한 인터뷰 자리에서 그는 그저 아빠였습니다.

 

 

*남은 물건으로 만난 10명의 아이들

 

10월 말쯤 문득, 세월호 사고로 희생된 아이들이 사고를 당하지 않았다면 10여일 앞으로 다가온 수능시험을 치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고당시 단원고 2학년 1반부터 10반까지 각 한 명씩 10명의 아이들의 남겨진 물건을 찍었습니다. 아이들의 추억과 꿈이 담긴 물건은 여전히 책상 위에, 책꽂이에, 진열장에 남아있었습니다.

 

 

*‘다섯손가락이두헌

 

계산해보니 저의 초등학생에서 중학생이 될 무렵 즈음인데 당시 그룹 다섯손가락의 노래를 참 많이 따라 불렀습니다. 지금도 새벽기차이층에서 본 거리같은 노래의 가사를 거의 기억합니다. 카세트 플레이어에 테이프를 넣고 듣고 또 들었었지요. 오토리버스 기능이 있던 카세트라 듣다 잠들면 밤새 노래가 반복되곤 했지요. 어릴 적 추억을 고스란히 돋게 하는 이두헌의 다섯손가락이 데뷔 30주년이 되었답니다. 제게도 그렇게 30년 세월이 흘렀네요.

 

 

2015년이 갑니다.

올 한 해 어떠셨는지요.

이래저래 고생들 많으셨죠?

새해엔 삶의 곳곳에서 기쁨과 희망이 수시로 돋길 소망합니다. ^^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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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이스가이V

사진이야기

케냐, 에티오피아 등을 10여 일 동안 다녀오면서 사진을 참 많이 찍었습니다. 이 사진들은 그간 허접한 글과 함께 블로그에서 여러 차례 우려먹었습니다. 좀 더 깊고 진하게 경험하고 왔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네요. 사진은 두서없고 함께 쓴 글은 두루뭉술하고 부족합니다. 아직 올리지 못한 사진이 많지만 단물이 다 빠졌으므로 이번 아프리카 포스팅으로 출장 얘기는 마감하려 합니다. 언젠가, 어떤 계기로 아프리카를 기억할 일이 생긴다면 그때 또 다른 사진을 보일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에티오피아와 케냐의 도시와 시골을 오가면서 제 시선을 잡은 것은 이었습니다. 색들이 눈에 들어온 것은 그간 무채색 위주의 색에 눈이 익숙했다는 의미입니다원색은 보는 즐거움을 선사해 주었습니다. 아프리카에서 피와 자연을 각각 상징하는 빨강과 초록은 코카콜라와 통신회사의 대표색이 되어 케냐와 에티오피아 전역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아프리카 국가들의 국기에 대게 빨강, 초록, 노랑이 들어가는 것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허름한 단층 건물 전체를 뒤덮은 원색은 볼품 없음을 가리기 위한 것이었을까, 라는 생각을 이 글을 쓰는 동안 해보았습니다. 왜냐면 도심보다는 도시 외곽과 시골에 가까울수록, 소박하고 낡은 곳 일수록 색은 더 화사하고 풍부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정작 현지에서 색을 바라보는 순간에는 그 낡음보다 색의 향연에 빠져들었지요. 카메라를 들지 않을 수 없는 그런 설렘이 있었습니다.

 

그런 색들을 모았습니다. 잠깐 경험한 아프리카를 기억하는 여러 요소 중에 '색'이 맨 앞자리를 차지할 것 같습니다. 마구 찍은 사진이라 좀 민망하지만 이 블로그에서 작은 전시를 엽니다.

 

컬러 오브 아프리카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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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이스가이V

에티오피아의 수도 아디스아바바’.

아디스아바바를 반복해 발음하다보면 왠지 아프리카적인 낭만이 느껴졌습니다.

 

공항에 내려 차량으로 이동하는 동안 시선을 끌었던 것은 공항 앞에 줄지어 선 낡은 택시였습니다. ‘과연 저 택시들이 달릴 수는 있을까.’ 30년쯤 돼 보이는 택시는 너덜너덜했습니다. 차를 오래 타는 것이 미덕일 순 있지만 그것도 관리와 안전이 동반될 때나 가능한 말이겠지요.

 

 

해발 2000m가 넘는 에티오피아의 수도는 선선했습니다. 이곳의 날씨는 출장을 준비하며 알았습니다. ‘아프리카는 덥다는 것을 진리처럼 알고 산 지난 세월이 좀 민망했습니다. 공항 가까운 호텔에서 하루를 묵었습니다. 길에서 목격한 주민들의 남루해 보이는 삶과 우리 일행이 머문 호텔의 그 현실적인 거리는 얼마쯤 될까 싶었습니다.

 

 

 

다음날 취재지역으로 향했습니다. 아디스아바바에서 남쪽으로 370km, 주도 아와사에서 95km 떨어진 훌라라는 지역이었지요. 수도를 벗어나는데 꽤 시간이 걸렸습니다. 남쪽으로 향하는 외길에는 중앙선도 명확하지 않았고 신호등도 없었습니다. 오가는 차량과 좀처럼 기회를 잡지 못하는 좌회전 차량이 꼬인 채 아수라장이었습니다. 느린 차량행렬에 매연이 강하게 눈과 코를 파고들었습니다. 트럭이며 승용차며 상당수가 공항의 그 낡은 택시 수준이었으니 매연 무방비의 도시일 수밖에요.

 

 

도시를 벗어나자 푸른 초원과 들판이 시원하게 펼쳐졌습니다. 교차로도 없는 2차선 도로를 하염없이 달렸습니다. 소나 염소 등 가축 떼들이 지들의 영역인 듯 수시로 도로를 가로질렀습니다. 드넓은 초원에 풀어 키워서인지, 먹는 게 부실해서인지 가축들이 걸을 때 갈비뼈가 드러날 정도로 날씬했습니다. 가둬 키워 살이 오른 한국의 가축들이 비정상이겠지요.

 

 

 

초원을 좌우로 가르는 외길을 따라 주민들이 북적이는 작은 마을이 규칙적으로 나타났습니다. 걷거나 장사를 하는 이들 사이에서 무리지어 앉은 사람들이 곳곳에 보였습니다. 뭐 특별히 할 것이 없어 보입니다. 차량을 타고 앞을 지나는 우리 같은 이들에게 시선을 주는 것이 그나마 의미 있는 일인 듯 했습니다. ‘시간 뭉개고 앉아서 무료한 하루를 반복하는 것이 얼마나 비생산적이며 삶의 낭비인가?’ ‘당신들처럼 바쁘고 분주하게 그렇게 여유 없이 사는 것 또한 비생산적이며 낭비적인 삶이 아닌가?’ 그런 문답이 머릿속에 그려졌습니다. 무리지어 앉아 시간을 때우는 것도 그들의 문화라면 문화일 테지요. 흉봐서는 안 될 에티오피아적인 문화일 뿐이라 생각했습니다.

 

 

 

 

 

 

 

 

주도인 아와사와 취재예정 지역인 훌라의 중간쯤 되는 곳에 위치한 숙소로 향했습니다. 비포장도로 옆으로 허름하기 짝이 없는 집과 주민들이 늘어서 있어 손님을 치를 만한 제대로 된 숙박시설이 있을까 싶었습니다. 길을 잘못 찾아 든 것은 아닐까 했지요. 저물녘 어둠속에서 아레가쉬 로지라는 간판이 눈에 띄었습니다. 로지의 철문이 열리자 대나무를 엮어 만든 아프리카 전통 가옥 여러 동이 우거진 꽃나무 사이로 보였습니다. 안에는 침대와 샤워시설 화장실 등 현대식 시설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에티오피아 깊숙이 신비스럽기까지 한 이런 숙소에서 호사를 누릴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로지의 경험은 특별했습니다. 주로 밤의 선물이었지요. 로지 담벼락 근처에는 밤새 하이에나가 울어댔습니다. 밤의 적막 속에서 들려오는 그 울음은 바로 문 밖에서 들리는 것처럼 가까웠습니다. “~에오” “~워워워” “~” “~~~” 처음에는 한 마리의 다양한 울음이라 여겼지요. 소리의 방향이 가늠되면서 각기 다른 녀석들의 울음임을 알게 됐습니다. ‘외로움인가. 구애를 하는가.’ 여하튼 울음이 구슬펐습니다. “먹이를 찾아 산기슭을 어슬렁거리는 하이에나를 본 적 있는가. 짐승의 썩은 고기만을 찾아다니는 산기슭의 하이에나. 나는 하이에나가 아니라 표범이고 싶다노래 <킬리만자로의 표범>에 부정적으로 표현되는 동물, 고상한 표범과 상반된 이미지의 하이에나지요. 노래 가사가 떠올라서인지 왠지 그 울음이 더 처량하고 짠해지더군요. 문밖에서 표범이 울었다면 이런 한가한 생각 못했겠지요. ^^

 

하이에나의 울음에 귀를 기울였던 것은 밤이면 일어나는 정전 때문이었습니다. 전기가 흔할 리 없는 지역이라 수시로 불이 나갔습니다. 현대식 로지도 별 수 없는 일상이었습니다. 아침 해가 뜨도록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날도 있었습니다. 주변에 다른 불빛이 있을 리 없어 초를 켜놓지 않으면 전기가 나가는 동시에 암흑이었습니다. 눈앞에서 움직여보는 제 손도 보이지 않을 정도였지요. 시각이 닫히면서 주변의 소리에는 민감해지기 마련입니다. 시각이 다른 감각들에 자리를 내주는 것이지요. 사색에 쉽게 빨려 들어가는 것도 감각의 이동에 의한 것입니다. 감각의 총량을 생각할 때 시각이 완전히 닫힐 때 살아나는 다른 감각의 선명하고 구체적인 느낌은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사색은 제게로 향했습니다. 만져질 것 같은 참 낯선 고독감도 경험했습니다. ‘지금껏 얼마나 많은 빛의 홍수 속에서 살아왔나싶었습니다.

 

 

에티오피아에서는 살람(안녕하세요)’아마세께날로(고맙습니다)’ 정도의 인사에 표정을 얹어 간단한 소통을 시도했습니다. “아마세께날로는 발음할 때마다 헷갈렸고 현지인들은 들을 때마다 웃었습니다. 입에 달라붙기까지 시간이 걸렸지요. 입에 좀 익자 아프리카적(?) 리듬도 가미해 아마~세께날~를 날릴 수 있었습니다. 훌라에서 만난 에티오피안들은 선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이들은 악수하며 반갑거나 기쁘다는 표정을 감추지 않았습니다. 참 순수하게 드러냅니다. 오른손으로 악수를 한 채로 잡아당겨 서로의 어깨를 지그시 누르듯 부딪치는 에티오피아식 인사는 아주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저 손잡는 악수보다는 정성스럽고 마음이 더 많이 담길 수밖에 없는 인사였지요. 이 멋진 인사법을 국내에 들여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한국월드비전이 사업장을 꾸리고 있는 훌라 지역 주민들의 삶은 남루했습니다. 아이나 어른이나 헤지고 구멍 난 옷을 많이 걸쳤습니다. 옷차림으로 먹고 사는 수준을 짐작하고도 남았습니다. 이들이 사는 전통 가옥은 다져진 흙바닥 위에 지어졌습니다. 끼니를 위해 불을 지피면 지푸리기를 엮어 만든 지붕 전체에서 연기가 새 나왔습니다. 잘 빠지지 않는 매캐한 연기 속에서 먹고 자고 심지어 소도 키웠습니다. 내부는 새까만 그을음이 두껍게 눌러 붙었습니다.

 

 

 

 

 

단출하고 간단한 삶에서 큰 불편함이 보였습니다. 충분한 것이 아니더라도 필수적이어야 하는 것도 눈에 띄지 않는 세간이었습니다. 미간이 찌푸려지고 안타까움이 일었습니다. 어설픈 동정은 상처를 줄 수 있다는 생각에 표정을 관리해야 했습니다. 한편 정확히 어디 근거해 산출된 것인지 잘 모르지만 삶의 만족도라든지 행복지수라든지 하는 것은 이 지역 사람들이 우리보다는 낫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빈곤할지언정 모두 고만고만한 비슷한 처지라 평균적인 표정은 밝고 편안해 보였습니다. 누군가와 비교가 되는 순간에 불행의 씨앗이 자라는 것 아니겠습니까. 누군가는 미개하다고 할지 모르는 삶의 모습이지만 어쩌면 가장 자연과 가깝게 살고 있다고 볼 수도 있겠지요. 여하튼 에티오피아에서 가난을 바라보는 시선이 좀 복잡해졌습니다.

 

 

 

에티오피아에서의 사흘은 와이파이도 안 되고, TV도 없고 인터넷도 가능하지 않았습니다. 요즘 세상 어디에서 이런 난감한 환경을 경험 할 수 있을까 싶었습니다. 버릇처럼 들여다보던 카카오톡과 페이스북도 접속할 수 없었지요. 철저한 단절이었습니다. 단절은 오히려 소통과 관계의 소중함을 깨닫게 합니다. 한편 ‘SNS와 인터넷에 과하게 기대어 살았구나반성도 해봅니다. 무엇보다 뉴스를 끊었던 사흘간의 시간이 참 평화로웠습니다. 뉴스를 생산해 먹고 사는 자가 뉴스의 단절로 평화로웠다는 것은 아이러니지요.

 

일정을 마치고 아디스아바바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와이파이를 잡고 카톡과 페이스북을 잽싸게 체크하며 지난 며칠의 평화로운 고립을 보상받으려 했습니다. 병이지요. 제 안의 병적인 것들은 단절을 통해 새삼스레 발견되는 건가 봅니다.

 

비행기가 에티오피아 공항을 이륙하자 뭔가 허전함이 밀려왔습니다. 서둘러왔다가 서둘러 간다는 그런 느낌이었지요. 다시 이곳 아프리카 땅을 디딜 기회가 있을까 싶어 아쉬워지는 것일지도 모릅니다창밖으로 멀어지는 에티오피아를 보이지 않을 때까지 내려다보는 것이 나름의 작별인사였습니다.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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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이스가이V

지난 6월 해외 출장 중 부서 단체 카톡방에 안부 인사를 남겼습니다.

경향신문 지구의 밥상기획 중 아랍에미리트 두바이를 거쳐 케냐 나이로비에서 일정을 소화한 뒤 에티오피아로 출발하기 전날이었습니다.

 

케냐 일정을 끝낸 뒤 사진을 정리하며 골라낸 몇 장의 기념사진을 안부문자와 함께 보냈습니다. 뉘앙스를 알 수 없는 “(포토)다큐 하나 하자K선배(보조데스크)의 답글이 즉시 돌아왔습니다. ‘건강 잘 챙겨라는 통상적인 인사대신 말이지요. 그저 잘 지내고 있구나라는 말의 다른 표현쯤으로 이해했습니다. 국내 메르스 취재로 장기간 시달리던 터라 제가 보낸 한가한 기념사진에 골이 났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기존 기획에 집중해야 하는데 또 다른 기획을 도모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며 거부의 뜻을 밝혔습니다.

 

애초에 계획이 없었기에 사실 안 해도 그만인 다큐인데 에티오피아로 향하는 길 내내 다큐하나하자...다큐하나하자라는 문자가 환청처럼 들려왔습니다. ‘무엇을 할까.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금세 고민에 빠져들었지요.

 

뉘앙스를 알 수 없는 안부인사 같은 지시를 받고 여러 가지 생각이 꼬리를 물었습니다. 문자를 보낸 이의 권위보다 그 짧은 문자 안에 간절한 바람이 있다고 느꼈습니다. '오랜만에 해외출장에 나선 사진기자가 기존 기획에 기획 하나를 더 챙겨온다면 이 얼마나 고효율적인 취재인가. 또 그간 포토다큐가 대체로 국내용 소재로만 다뤄지다 보니 다양성 측면에서 해외 다큐 하나 할 만한 타이밍이다.' 거부했던 다큐를 스스로 이런 합리화 과정을 거쳐 진행하게 됐습니다. 조직에 참 잘 길들여진 저를 발견하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밥상기획' 취재지역의 초등학교를 섭외해 사진을 엮어보자 생각했습니다. 이미 방학이 시작됐더군요. ‘그럼 아이들이 방학에 뭘 할까로 방향은 급전환됐습니다. 본 기획 사이에 곁다리 기획을 한다는 것은 조급해지고 산만해지는 일입니다. 몇 차례 더 방향이 흔들리며 틈틈이 찍은 아이들의 사진을 가지고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다큐 마감을 앞두고 아이들의 사진을 꺼내 이리저리 모아보며 왜 이 순간에 이 아이의 사진을 찍었을까’하고 깊이 들여다보았습니다. 그냥 찍었더라도 그냥 찍은 그 이유를 찾고자 했습니다. 그 이유를 찾는다면 수많은 아이들 사진 중에 몇 장을 골라내는 기준이 될 것이었지요.

 

아이들의 눈망울이었습니다. 그 거부할 수 없이 맑은 눈빛이 카메라를 들게 한 것이었지요.

 

 

 

[포토다큐] '가난도 빼앗지 못한 눈빛'

 

아이들의 눈망울은 투명하고 깊었다.

먼 이국땅의 피부색 다른 동양인을 보는 눈은 호기심으로 반짝였다.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남쪽으로 370km 떨어진 시다마 존(Zone) 훌라 지구

(Woreda)는 한국월드비전(국제구호개발 NGO)이 지역 아동의 행복과 마을의 자립을 위해 후원 사업을 하는 곳이다.

 

훌라 지구의 마을에서 만난 아이들의 주요 일과는 집안일을 돕는 것이었다. 10살 전후의 아이들이 초원에서 가축을 먹이거나 우물물을 긷는 모습이 흔했다. 듬성듬성 떨어진 농가를 잇는 거친 비포장 길을 걷는 동안 소를 치던 아이도, 나무를 타던 꼬마도, 삼삼오오 어울려 놀던 녀석들도 어느새 우리 일행의 주위로 모여들었다. 궁금증 가득한 눈을 동그랗게 뜨고 멀리서 온 손님의 행동과 표정 하나하나를 신기한 듯 지켜봤다. 눈이 마주쳐 살람(안녕)”하고 손이라도 흔들어주면 정말 재미난 일이 벌어진 듯 까르르넘어갈 듯 웃었다.

 

 

아이들의 남루한 옷을 보고, 먹고 사는 것의 궁핍을 가늠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처음 아이들이 몰려왔을 때 무엇을 달라는 의미라 짐작했다가 즉시 생각을 고쳐먹었다. 맑은 눈망울에 순박한 수줍음과 따뜻한 관심이 녹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순수하고 천진한 표정 앞에서 가난을 전제로 한 선입견들은 꼬리를 감추고 말았다. 대신 아이들의 그 눈빛을 담기 위해 카메라 셔터를 부지런히 눌러야 했다. 예쁜 눈에 어려 있는 꿈과 희망을 온전히 가꾸며 자라나길 바랐다.

 

월드비전이 2007년부터 훌라 지역의 교육 사업을 지원한 뒤 초등학교 입학률이 41.5%에서 98%, 문해율(읽고 쓰는 능력)34%에서 54%까지 올랐다. 한 교실 당 아이들이 85명에서 62명으로 줄었고, 책상 하나당 5명에서 3, 교과서 한 권당 7명에서 2명까지 보급되는 등 교육의 질이 개선되고 있다.(2014년 기준)

 

사진·글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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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이스가이V

에티오피아하면 굶주림을 떠올립니다.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아이의 축 늘어진 몸과 비정상적으로 커 보이는 눈이 함께 생각나지요. 지난달 며칠 에티오피아를 다녀왔다는 이유로 앞으로 커피를 함께 떠올릴 것 같습니다. 커피를 그저 단맛으로 흡입했던 저는 예가체프니, 시다모니 하는 것이 에티오피아 커피 브랜드였다는 사실을 현지에 가서야 기억해 낼 수 있었습니다.

 

갑자기 커피 맛을 알게 됐다는 것은 아닙니다. 대신 커피의 멋을 경험했습니다. ‘커피 세리머니라는 건데요. 에티오피아에서 귀한 손님을 맞는 전통의례랍니다. 처음 들었을 때 설마 커피를 뿌려대는 것은 아니겠지'하고 생각했습니다. 현지 일정 중 방문했던 월드비전 사무소와 숙소였던 시골의 로지에서 커피 세리머니의 호사를 누렸습니다.

 

 

 

저를 포함한 일행을 반겨주는 행사였습니다. 흑인 여성이 화로에 숯불을 피운 뒤 생두를 작은 프라이팬 위에 놓고 서서히 볶았습니다. 연두색 생두가 까만 원두로 변할 때까지 느긋하고 정성스럽게 굴렸습니다. 색이 변해가며 풍기는 향이 또렷해서 참 좋았습니다. 볶은 원두를 절구에 빻고 다시 끓인 뒤 조그만 잔에 담아 건네 왔습니다. 차와 우유, 설탕도 함께 준비했습니다. 취향에 따라 타서 마시라는 것이지요. 제 싼 입맛에는 설탕 넣은 커피가 제일이었습니다


최근 무시럽 아메리카노에 겨우 익숙해졌는데 다시 설탕 듬뿍 넣은 달달한 아프리카노의 맛에 빠져들게 됐습니다. 쉽게 먹던 커피를 거의 한 시간쯤 진행되는 의식의 끝에 마시니 그 맛이 더 특별한 것 같았습니다. 슬로우 푸드이며 소울 푸드’라 할 만 하지요.

 

세리머니의 과정에는 현대식 기구와 기계는 전혀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아프리카적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전통 의례라고 하니 에티오피아에서 커피의 깊은 역사를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소박하지만 따뜻한 환영의 마음이 그대로 전해지는 감동적인 시간이었습니다.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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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이스가이V

출장지였던 케냐와 에티오피아의 외곽지역을 차량으로 오가며 현지인들의 모습을 살폈습니다. 몇 가지 관심을 갖고 본 모습 중에 하나는 걷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도대체 저 사람들은 걸어서 어디까지 가는 걸까?’ ‘얼마나 걸어왔으며 얼마나 더 걸어갈까?’ 궁금했습니다. 속도에 익숙한 제겐 눈앞에 펼쳐지는 느리고 막연한 걸음이 답답해 보였던 것이지요. 달구지나 오토바이를 타는 이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이 그냥걸었습니다.

 

 

걷는 아프리카인들을 달리는 차 안에서 찍었습니다. 빡빡한 일정에 좀처럼 속도를 늦추지 않는 차 안에서 걷는 이들을 찍는 것이 비겁하고 소심한 사진 찍기라 자아비판을 했습니다. 적어도 함께 걸으며 찍었어야 그 의미와 함께 사진의 무게감도 살아났을 테지요. 고로 아주 가벼운 사진들입니다.


 

멀리서 들려오는 차량의 엔진소리에 길가로 비켜서며 차창 속의 일행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현지인의 시선과 마주치곤 했습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이고 지고 들고 끌고 반복되는 오르막과 내리막을 걸었습니다. 구불구불한 산길과 울퉁불퉁한 비포장도로의 먼지 속에서도 걷고 또 걸었습니다. 목적지가 집이든 우물이든 시장이든 얼마만큼의 거리를 걸어가는지 가늠할 수 없었습니다. 이방인의 눈에 걷는다는 것 자체가 하루 일과의 또 삶의 중요한 부분인 듯 보였습니다.


 

 

걷기 예찬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걷는 것은 자신을 세계로 열어놓는 것...걷기를 통해 실존에 대한 행복한 감정을 되찾고... 속도에서 벗어나고... 사색하는 것뭐 이런 좋은 말들을 길게 써놓은 책이지요. 읽다가 덮어 놓은 이 책이 떠오른 것은 이 프랑스인 작가가 예찬한 걷기는 고상한 취미 같은 생활적인 느낌이지만, 제가 목격한 아프리카인들의 걷기는 생존에 가깝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생존적 걷기에 실존에 대한 행복한 감정이나 사색이 깃들 수 있을까? 하는 질문도 해봅니다.

 

 

지난달 다녀온 아프리카 출장 기획기사가 아직 지면에 선보이지 않은 상황에서 출장지의 이런저런 사진을 블로그에 올리는 것은 옳지 않다며 나름 자제하다가, '홍보가 될 수도 있겠구나'하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한편 케냐 출신 마라토너의 귀화 뉴스를 접한 것이 자제력 상실의 결정적 계기가 됐습니다. 케냐와 에티오피아에서 지금도 마냥 걷고 있을 수많은 사람들. 세계적인 장거리 육상선수들이 쏟아져 나올 수밖에 없는 탄탄한 토양 아니겠습니까. 그나저나 케냐 마라토너가 귀화하면 태극마크를 달 수 있을까요?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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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이스가이V

앞선 글에서 언급한 아랍에미리트(두바이)에 이어 케냐와 에티오피아를 거쳐 귀국했습니다. 보통 사람들이 여행지로 선택하기 쉽지 않은 나라들이지요. 또 올 일이 있겠나, 싶어 오가며 사진을 잔뜩 찍었습니다. 직접 보고 느끼는 여행을 대체하지는 못할 사진이지만 블로그에서 틈틈이 보여드리려고(우려먹으려고) 합니다. 기획 취재로 간 출장이어서 관련 사항은 빼고(상도의지요^^) 나머지 것들을 사진 중심으로 올릴까 합니다. 골라 놓은 사진이 200장은 족히 넘는 것 같습니다. 이걸 어떻게 정리해 올릴까 고민입니다. 맛보기로 사진 몇 장 올립니다.

 

얀 아르튀스 베르트랑이라는 프랑스 출신의 사진가가 있습니다. 항공 촬영으로 <하늘에서 본 지구>등의 프로젝트를 진행했었지요. 한국에서 전시도 했습니다. 얀을 끌어들인 것은 포스팅 글의 제목을 하늘에서 본 아프리카라고 달기 위해섭니다. 이런 류의 항공사진은 비행기, 헬기 등으로 국내외를 출장 다녔던 동료 선후배 기자들도 여러 차례 선보인 바 있어 특별한 것은 아닙니다. 요즘 드론 촬영으로 훨씬 더 익숙한 분야의 사진이기도 하지요낯선 아프리카라는 이유로 허접한 사진 몇 장을 용기 내 올려보려는 것입니다.

 

항공사진이란 게 저의 굳은 의지로만 찍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날씨가 허락해야 하는 것이지요. 무엇보다 비행기 탑승 자리가 각 열의 양쪽 창가에 배정돼야 합니다. 창쪽으로 자리를 달라고 항공사 직원에게 보챌 수도 있지만 성격상 그렇게 까지 하지는 못합니다. 케냐 나이로비공항을 떠나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 공항으로 향하는 비행기의 제 자리는 창가인 A석이었습니다. 날씨도 비교적 좋았습니다.

 

막상 사진을 올리고 보니 얀의 이름을 가져다 쓴 것이 좀 미안하네요. ^^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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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이스가이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