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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에 해당되는 글 23건

  1. 2018.05.01 "얘들아, 아저씨 신기하지?" (4)
  2. 2017.11.26 이별의식 (2)
  3. 2017.09.06 낯설게 카메라를 본다
  4. 2017.07.30 정작 '꿀잠'은 내가 잤다
  5. 2017.05.03 마네킹...좀 짠한
  6. 2017.04.24 카메라를 내려놓을 용기 (8)
  7. 2017.02.28 긴 겨울 지나 이제 봄
  8. 2016.12.05 플래시와 대통령
  9. 2016.11.24 '카메라를 내려놓다' (2)
  10. 2016.11.22 혹시 '우주의 기운'으로 읽었을까? (2)
  11. 2016.07.22 몸이 의도한 사진
  12. 2016.06.03 중2의 여행사진 (4)
  13. 2016.03.21 '어이쿠!!' (2)
  14. 2016.03.09 삔 나간 사진 (4)
  15. 2016.01.13 아이들이었을까 (2)
  16. 2015.12.28 2015 내가 만난 사람들 (2)
  17. 2015.05.30 프레임을 프레임하다 (2)
  18. 2015.04.21 드론이 들어왔다 (4)
  19. 2015.04.03 총 같은 카메라 (2)
  20. 2014.12.29 내 자식같은 사진 (1)

앗살라말라이쿰

엉성한 발음으로 인사를 건네자 아이들이 웃습니다. 수줍은 듯 혼잣말 같은 답인사가 돌아옵니다. 피부색과 옷차림이 다른 아저씨의 등장에 아이들의 호기심이 커졌습니다.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에서 비행기로 40분 거리의 라즈샤히주에서 아이들을 만났습니다.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아이들이었습니다. 아이들의 눈에 빠져들었습니다. 크고 또렷한 눈에 시선을 뺏기지 않을 도리가 없었지요. 게다가 그 안에 궁금증이 잔뜩 들어앉았습니다. 카메라는 반사적으로 작동합니다. “! ! !”셔터 소리는 , 저 눈 좀 봐하는 감탄사처럼 울려 퍼졌지요.

 

 

 

꼬마들의 눈에 사진을 찍고 있는 저를 바라보는 시선이 들어있지요. 때 묻지 않은 선한 눈에 사진 찍는 아저씨에 대한 느낌이 드러나는 것 같아 재밌습니다. 어쩌면 저를 통해 마을 밖, 나라 밖의 세상을 상상할 수도 있겠지요. 바깥세상을 향한 아주 작은 창이 열리는 순간일지도 모릅니다.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기획의도에 충실한 멋진 그림을 찍고 모아서 돌아가야 할 해외 출장의 강박과 긴장 속에서 아이들의 눈망울은 제가 찾은 휴식처요, 위안이었지요.

 

 

 

앞서 머물렀던 케냐에서 , 방글라데시에서는 아이들의 이 말을 걸어왔습니다.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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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이스가이V

사진이야기

새 카메라가 들어왔습니다. 이 밥벌이 도구가 도착하자, 사무실에 있던 부원들은 박스를 뜯어 카메라와 부속 장비를 꺼내 살펴보고 정리하느라 부산했지요. 앞서 쓰던 카메라는 반납돼 한쪽으로 치워지고 있었습니다. 새 장비에 자리를 내주는 것이지요.

 

저는 마감을 핑계로 그 부산함의 대열에 끼지 않았습니다. 또 다음날부터 사흘간 외부교육이 있어 박스를 뜯고 정리할 시간이 없었지요. 잘 됐다 싶었습니다. 원래 새 물건을 좀 묵혔다 쓰는 버릇이 있어, 최종 반납 독촉 때까지 시간을 끌었습니다.

 

니콘D4. 제 손에 들려 지난 5년의 시간을 새긴 카메라입니다. 40대 전반을 온전히 함께 했지요. 취미 아닌 밥벌이를 책임졌다는 사실에 좀 짠해 집니다. 일일이 열거할 수 없는 많은 뉴스현장에서 저의 눈이 되고, 시선을 드러내 주었습니다. 특히 지난 5년 동안 제가 경험한 가장 큰 사건인 세월호 참사의 아픔과 탄핵 촛불의 감동을 바로 이 카메라로 기록했습니다.

 

 

이제 곧 떠나보내야 합니다. 어디로 흘러가 누구의 눈이 되어 어떤 시간을 새겨갈지 궁금합니다. 막상 반납을 하려니 좀 섭섭해지는군요. 기계도 정이 들게 마련이지요.

 

새로 들어온 카메라는 캐논1DX mark25D mark4입니다. 아직 낯설고 어색합니다. 들어오고 며칠이 지나서야 박스를 뜯었습니다. 앞으로 같이 하는 동안 무엇을 기록하고 어떤 사건과 시간들이 그 안에 쌓여갈까 기대되고 설렙니다.

 

 

새 카메라에 어깨끈을 끼운 김에 반납을 앞둔 카메라와 나란히 놓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문득, 잠깐 자리를 비켜서 이 신구(新舊) 장비들에게 대화의 시간을 주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네 대의 카메라가 주인 없는 공간에서 애니메이션 영화의 장난감처럼 깨어나 사실 쟤가 없어서 하는 말인데...”하며 저의 뒷담화를 늘어놓을 것도 같습니다. 노련한 카메라가 그동안 경험한 현장 이야기를 신참 카메라에게 영웅담처럼 들려주기도 하겠지요.

 

 

보낼 카메라는 다시 못 올 지난 5년의 세월을 담아 떠나는 것 같습니다. 저만치 후다닥 내빼버린 비정한 시간을 안타깝게 합니다.

 

이제 이별하고 또 새로 맞이할 준비가 되었습니다.

고생했다. 잘 가라.”

반갑다. 잘 해보자.”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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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이스가이V

김선우 시인이 쓴 책 김선우의 사물들’(단비)을 읽다가 19번째 사물 사진기에 대한 글에 유독, 아니 당연히 관심이 쏠렸습니다. 시인의 눈에 사진기란 어떤 것일까. 굳이 사진기라고 쓴 것은 카메라라고 했을 때 떠올려지는 다양한 기계를 배제한 채 아날로그적 감성 유지를 위함이 아닐까 추측합니다.

 

……탁자 위에 올려둔 사진기 렌즈와 무심하게 눈이 부딪혔나 보다. 커다랗고 둥근 눈, 맑고 깊지만 심중을 헤아릴 수 없는 건조한 광택을 지닌 눈이 나를 빤히 바라보았고……그는 좀체 자신의 표정과 체온을 들키지 않는다. 방금 전까지 내 손 안에서 외부를 향해 뜨거운 시선을 던지던 사진기는 손에서 놓여나 탁자 위에 섬처럼 앉은 순간 자신의 내부를 향해 오래도록 면벽한 자의 얼굴로 돌변한다. 그는 손안에서 뜨겁지만 손 밖에서 지독히 냉정하다. 극단의 적막과 무표정……

 

 

자신의 밥벌이에서 부수적일 수밖에 없는 카메라에 보내는 시인의 이런 자유로운 상상이 카메라가 핵심 밥벌이 도구인 저를 당황케 하더군요. ‘난 그 긴 시간 몸의 일부처럼 지녀온 나의 카메라에 어떤 시선을 보내왔던가?’ 묻게 됩니다. 

 

사진기는 그의 눈이 본 것, 그의 몸이 받아 안은 것을 현재형으로 사는 존재다. 셔터가 차륵, 열렸다 닫히고, 엎드린 소녀(케빈 카터의 사진 독수리와 소녀’)의 갈비뼈에서 마지막 숨이 할딱이며 빠져나가는 소리가 어두운 몸 깊이 회오리쳐올 때, 이미 과거가 되었으나 그의 몸속에서는 여전히 현재인 그 광경을 감당하고 기록해야 하는 사진기의 슬픔. 롤랑바르트의 사유가 보여주는바 사진이 상처라면, 사진기는 상처를 낳는 깊은 구멍이며 여러 겹의 슬픔으로 상처들을 감싸고 있는 창백한 알주머니다.”

 

 

나는 무표정한 그의 얼굴을 경이롭게 바라본다. 저 무표정한 적막 속에 실은 얼마나 뜨거운 것들이 들끓고 있는지……몸속에 어둠의 무대를 마련해놓고 자신이 허락한 순간의 빛이 몸속으로 흘러 들어오는 때, 그가 지녔을 설렘과 두근거림 같은 것. 빛이 보내온 형태를 자기 몸속에 아로새기는 동안, 과학의 논리로 설명할 수 없는 어둠과 빛의 교감이 그 방에서 일어날 것만 같다.”

 

시인은 사진기를 라 칭하고 감정까지 부여했습니다. 늘 곁에 있어 무감했던 카메라를 낯설게 바라봅니다. 문득 지금껏 나를 거쳐 간 카메라가 몇 대쯤일까 꼽아 보았습니다. 이래저래 일하며 쓴 것만 열두세 대쯤 되는듯합니다. 중고 카메라업자에 팔려간 한때 나의 카메라들은 지금 어디로 흘러갔을까. 다시 팔려 누군가의 취미에 기여하고 있을까. 옛 모델을 모으는 어느 수집가에 손에 들어갔을까. 고물이 돼 잘게 부서져 흩어졌을까. 적어도 4~5년씩 밥벌이를 감당해준 카메라에 대한 뒤늦은 애틋함이 솟습니다.

 

 

요즘 '나의 사진기는 기쁨도 슬픔도 설렘도 두근거림도 아닌 그저 '가벼움'만 새기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봅니다. 한편 세상의 모든 시인들이 시를 쓰듯 사진을 찍는다면 이 가벼움이 극복될 수 있을까 상상해봅니다.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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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이스가이V

공사 중인 비정규노동자 쉼터 꿀잠에 대한 사진다큐 기사가 지난 29일자 지면에 실렸습니다. 전날 미리 온라인에 뜬 기사를 본 노순택 작가께서 격려의 메시지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기사와 함께 올렸습니다.

 

지난 615일 열린 노순택 작가의 사진전 <비상국가> 작가와의 만남 뒤풀이 자리에 합류해 막걸리를 마시다 다큐를 해야겠다는 마음을 굳히게 된 것이니, 그의 지분도 들어있는 것이지요.

 

계획된 다큐 게재일이 한 달이나 남은 6월 말쯤, 분위기나 보려 꿀잠공사현장을 처음 찾은 것을 시작으로 주중 2~3차례 오후시간에 공사현장을 찾았습니다. 물론 사진을 어떻게 찍을까를 고민하며 다녔습니다만, 막상 현장에서는 카메라를 놓고 일을 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누구라도 그랬을 겁니다.

 

 

사진 정택용

 

일하는 장면 하나 메인 컷으로 하고 나머지 전후 사진을 나열하는 식은 이번 다큐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자, 사진 찍기가 더 어려워졌습니다. 또 누군가 이미 쓴 사진이나 기사보다 더 잘 찍고 쓸 자신도 없었고요.

 

정신승리법의 자기합리화가 작동했습니다. ‘막일에 직접 참여해 쓰는 글과 사진은 그 결과물이 비슷해 보일지라도 확연이 다른 것이다라고. 한 공간에서 함께 땀 흘리고 먼지를 뒤집어 써 본 뒤 쓰는 먼지’ ‘연대라는 단어가 그냥 눈으로 보고 쓴 단어와 어찌 같을 수 있냐는 겁니다. 땀 흘리는 모습의 사진 한 장이 어떻게 방금 와서 서둘러 찍은 사진과 같을 수 있냐는 거지요. 보는 이들에게 전해지는 울림도 다를 것이라 믿었습니다.

 

결국 일하며 짬짬이 찍은 일꾼들의 모습을 모았습니다. ‘더운 날의 뜨거운 연대라는 것이 제가 찾은 최선의 답이었습니다.

 

현장에서 어설픈 저를 환대해 주신 모든 분들에 감사드립니다. 특히 여러 도움을 주신 사진가 정택용님께 고마움을 전합니다.

 

고백컨대 꿀잠 공사에 참여한 날마다 정작 꿀잠은 제가 잤습니다.

 

yoonjoong

 

 

                                                      

 

[포토다큐] 마지막 한 명까지 직장으로 돌아가는 그날, 이 쉼터도 푹 쉬겠죠

 

지금도 무더위에 거리에서 싸우고 있는 비정규·해고 노동자들이 지친 몸을 쉬어갈 수 있는 집이 지어지고 있다.

 

 

 

 

서울 신길동 골목. 낡은 4층짜리 다세대주택이 비정규노동자 쉼터 ‘꿀잠’으로 리모델링되고 있다. 2년 전 기륭전자 해고노동자의 투쟁 10년을 돌아보는 토론회에서 공식 제안된 쉼터는 이후 법인을 설립하고 건물을 매입해 지난 5월부터 공사에 들어갔다. 현재 임대 중인 2, 3층을 제외하고 옥탑(쉼터·정원)과 지하(공연·전시장), 1층(카페·식당), 4층(쉼터) 공사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완공을 앞둔 비정규노동자의 쉼터 '꿀잠'

 

현장에서는 자발적 ‘무보수 일꾼’들이 연신 굵은 땀방울을 떨궜다. 노동자, 종교인, 예술가, 학생, 시민 등 다양한 개인들이 합세했다. 대체로 생업의 기술과 거리가 있는 ‘막노동’이라 배우고 익히면서 일이 진행되고 있었다. 

 

지난 5일, 꽃나무 정원이 들어설 옥탑이 북적였다. 쉼터가 될 옥탑방 외벽에 각목을 댔고, 한쪽에선 휴게용 벤치를 제작했다. 벤치 작업조 차광호씨(파인텍·옛 스타케미칼)와 김경봉씨(콜트콜텍)는 “내 집 짓는 마음”으로 팔을 걷어붙였다. 긴 세월 거리에서 경험했던 숱한 쪽잠과 한뎃잠에서 오는 절실함 때문이다. 차씨와 김씨 등 노동자들은 작업이 끝나는 저녁이면 다시 동료들이 있는 광화문 농성장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공연, 전시 등 문화공간으로 태어나는 지하에는 ‘문화도시연구소 집짓기 프로젝트팀’ 등이 목공작업에 투입됐다. 쉼터를 설계한 정기황 건축가와 봉사자들이 합판과 각목을 재고 잘랐다. 절단기가 뱉어내는 톱밥이 온몸을 적신 땀에 고스란히 달라붙었다. 재단한 목재를 바닥과 천장, 객석에 붙여가자 공연장의 모습을 갖춰갔다. 공사가 진행되던 지난 20일, 개소식 전 첫 행사로 우리 시대 노동의 모습을 담은 책 <연장전>의 북콘서트가 열리기도 했다. 

 

지난 20일 서울 신길동 비정규직노동자의 쉼터 ‘꿀잠’ 지하 공연장에서 첫 행사가 열리고 있다. 박점규 비정규직없는세상만들기 집행위원(왼쪽)이 쓰고 노순택 사진가가 찍은, 우리 시대 노동의 풍경을 담은 책 <연장전>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완공 목표인 7월 말이 다가오자 건물 내·외부의 큰 공사는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 특히 옥상정원은 쉼터의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정원 조성에 참여한 가든디자이너 권혁문씨는 “자연 치유를 염두에 두고 꽃나무를 심었다”며 “노동자들이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힘을 얻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계절 변화를 볼 수 있는 꽃나무로 조성된 옥상정원.

이 프로젝트를 처음 제안했던 황철우 서울지하철 2호선 승무원은 “당시 모두들 ‘가능하겠냐’고 물었어요. 근데 그게 되네요”라며 활짝 웃었다. 각계각층에서 마음을 모아 마련한 기금으로 건물을 매입했고, 이후 현장을 직접 찾은 개인들의 노력기부, 설계와 용접 등의 재능기부, 타일 같은 건축자재의 기부도 이어졌다. 하지만 리모델링 비용과 이후 유지운영비는 여전한 부담이다.

 

새참을 먹는 일꾼들. 심재현·최석희 건강한농부협동조합 조합원, 유흥희 기륭전자 분회장, 윤종희 기륭전자 조합원, 한경아 새세상을여는천주교여성공동체 사무국장, 김소연 꿀잠 운영위원장, 정택용 사진가, 정기황 건축가, 황철우 서울지하철 2호선 승무원, 박점규 비정규직없는세상만들기 집행위원, 이단아 민주화운동정신계승연대 집행위원장, 이사라 문화기획자, 차광호 파인텍 조합원(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폭염 속 ‘뜨거운 연대’에 가담한 일꾼들의 얼굴에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지친 몸을 쉬어가는 노동자들의 표정이 그 위에 포개졌다. 꿀잠은 오는 8월19일 문을 연다. 

연일 현장에서 땀 흘리는 사진가 노순택의 말이다. “비정규노동자의 집은 하루빨리 쓸모가 없어지길 바라면서 지어지고 있다.”  

 

후원문의 (02)856-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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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이스가이V

가끔 카메라를 든 현장에서 무언가 하고 꽂히는 것이 있습니다. 이는 곧 이러저러한 생각과 연결되기도 하고 그 이유를 찾다 때론 비약으로 흐르곤 합니다.

 

어제는 현장에서 마네킹에 꽂혔습니다. 소방기술경연대회에 소품으로 동원된 마네킹이었지요. 부상자 대역의 묵직한 마네킹이 '참 고생이 많다' 싶었습니다. 참가자들은 흙바닥에 무기력하게 누워있는 마네킹을 안아서 끌고 저만치 약속된 구역까지 가서 버리듯 내려놓았습니다. 실제 사람이었다면 그리했을 리 없겠지만, 시간측정으로 순위를 매기다보니 마네킹을 패대기 칠 수밖에 없어보였지요. 흙먼지 속에 팔다리가 아무렇게나 꼬였습니다. 대회 진행요원들이 제자리로 가져다놓기를 반복했습니다.

 

 

 

 

왠지 모르게 짠했습니다.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어서겠지요. 마네킹을 카메라에 몇 컷 담았습니다. 난데없는충동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생각했습니다. 내 무의식일까 싶기도 하고, 현재 내 모습의 투영일까 싶기도 했습니다. 불 꺼진 쇼윈도의 마네킹으로 사진작업을 한다는 누군가의 수년 전 얘기도 떠올랐고, 자동차 사고 실험에 동원된 더미에 주목했던 한국일보 기획기사도 떠올랐습니다.

 

또 "작은 유리방 안이 답답해~ 사람들 시선 이젠 싫어~ 메마른 웃음만 남아 자꾸 슬퍼지는 마네킹~~" 가수 현진영이 슬픈 가사에 어울리지 않는 화려한 댄스를 곁들였던 추억의 노래 '슬픈 마네킹'도 흥얼거려졌지요. 결국 서둘러 찾아온 더위가 충동의 가장 유력한 원인이 아닐까, 결론지었습니다.

 

 

 

 

 

 

 

 

 

이날 행사를 보며 '인간 대행' 마네킹에 눈을 그려 넣지 않은 것이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시선을 마주칠 리 없기 때문이지요. 귀와 입을 그리지 않은 것도 마네킹에 대한 혹은 이를 다루는 사람에 대한 배려인 것 같습니다.

 

짠함이라는 것이 저만 느끼는 것이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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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이스가이V

시리아발 사진 한 장이 주목을 받았습니다. 사진 속에 등장하는 사진기자 때문에 그 메시지가 더 부각되었지요. 주인공은 시리아 한 매체의 사진기자 압둘 카디르 하바크입니다. 시리아 알레포에서 발생한 폭탄 테러 현장에서 오른손에 카메라를 손에 쥔 채로 부상당한 아이를 안고 달려 나오는 사진이었습니다.


 

일상적인 것이 그러하듯 시리아 테러가 크게 주목받지 못하고 특히 한국 언론의 관심에서는 더 멀지요. 그런 중에 현장의 위험을 무릅 쓴 사진기자의 정의로운 행동이 기록된 사진이 널리 공유되고 찬사를 받았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시리아의 참상이 이 피사체인 사진기자 덕에 드러나고 관심의 영역으로 잠시 들어왔습니다. 만약 구조대원이 아이를 안고 뛰어나왔다면 역시 일상성의 범주 안에 있지 않았을까 하는 씁쓸한 짐작도 해봅니다.

 

이 사진은 자연스럽게 사진가 케빈 카터의 독수리와 소녀를 떠올리게 합니다. 아프리카 수단에서 찍은 이 사진으로 그는 퓰리처상(1994)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곧 셔터를 누르기 전에 아이를 구하지 않았다는 비난을 받았지요. 그는 얼마 뒤 자신의 차 안에서 자살했습니다. 그래서인지 비난과 가책이 자살의 이유로 쉽게 연결되었지요. 공개된 그의 유서는 가난과 탐욕적 전쟁, 친구의 죽음 등이 긴 시간 그를 괴롭혀 왔다는 것을 짐작케 합니다. 그 사진이 직접적인 또는 유일한 이유는 아니었던 것이지요. 사실 그는 사진을 찍은 뒤 소녀를 구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여하튼 그와 그의 사진은 앞뒤 맥락이 다 생략된 채 생명이냐 특종이냐’ ‘취재 윤리등을 언급할 때 단골 소재로 등장합니다. 그는 속이 상하겠지만 한국 언론사 면접시험에서도 자주 묻는 단골 질문 중에 하나지요. 

 

당신이 케빈 카터였다면?” 


카터의 다른 많은 작업들을 이해한다면 단순하게 물을 질문도 아니고 또 그렇게 답할 수도 없는 가혹한 질문이지요. 이 사진 한 장으로 전쟁으로 고통 받는 수단의 현실을 알렸고, 이후 더 많은 생명을 구하는 데 기여했을 수 있지 않았겠습니까. 무엇보다 목숨을 걸고 전장에 뛰어들 수 있다는 것은 생명에 대한 사랑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하바크는 테러 현장에서 피란민을 향한 잔인한 테러 사진을 찍어 전 세계에 알리는 것과 눈앞의 아이를 구하는 것사이에서 갈등을 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몸의 반응에 충실했던 겁니다. 카메라를 먼저 들었던 카터의 상황 역시 몸의 명령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던 것 아닐까요. 하바크의 사진이 언론의 주목을 받았던 것은 그가 아이를 구한 행위 이상으로 카메라를 놓을 수 있었던 용기에 큰 점수를 주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나라면 어땠을까?’

머리는 생명이 우선이지하고 명쾌하게 답을 합니다만, 급박한 순간에 제 몸은 어떤 명령에 충실하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크고 작은 현장에서 때론 과감하게 카메라를 놓을 수 있는 용기, 카메라를 내려놓아야 할 때를 아는 지혜가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무엇보다 그러한 시험에 들지 않았으면 더 좋겠습니다.


yoonjoong

Posted by 나이스가이V

봄을 찾아보고 싶었습니다. 여느 때보다 길게 느껴지는 겨울이지 않습니까. 이른 꽃소식이 지면에 몇 차례 소개됐지만 개의치 않고 남도로 향했습니다. 만개한 꽃보다 꽃이 피기 전의 모습을 담고자 했습니다. 왠지 이 시국에 정의로운 국민의 바람이 개화를 앞둔 꽃눈과 다르지 않다는 식의 억지 최면을 걸었습니다.

 

봄을 재촉하는 비가 하루 종일 내린 지난 22일 전남 완도군에 있는 완도수목원을 찾아갔습니다. 빗속엔 제법 따스한 기운이 스며있었지요. 카메라에 접사렌즈를 끼웠습니다. 사실 여의도 벚꽃, 구례 산수유, 광양 매화 등 규모 있는 꽃 축제 사진은 수차례 찍어보았습니다만, 그때도 접사렌즈를 장착하지는 않았습니다. 접사렌즈를 이용해 꽃사진을 찍는 기회를 스스로 만들지 않았었지요. 그런류의 사진은 따로 취미를 둔 사람들의 영역이라 생각했습니다.

 

명색이 사진기잔데 꽃눈을 클로즈업해 찍는 것이 어색했습니다. 하지만 사진을 노트북에 띄우고 크게 보니 여러 가지 새로운 것이 보입니다. 꽃눈은 정교한 무늬와 색을 품고 있었습니다. 노랑, 하양, 빨강의 꽃으로 피어날 색이 그 속에 있었지요. 향기 또한 품고 있지 않겠습니까. 문득 그렇다면 소리는 어떠할까’ 꽃이 막 터져 나오는 바로 그 순간의 소리는 무엇일까가 궁금했습니다. 귀가 밝고 선한 사람은 들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삼지닥나무

 

  개나리

 

  대만남천

 

  마취목 

 

  생강나무

 

  동백

 

  진달래

 

  개비자나무

 

  비목나무

 

  목련

 

  매화

 

상투적이지만 꽃에서 읽히는 인생도 있지요. 깊이 들여다보는 자는 자신의 삶을 투영하게 마련이지요. 수목원에서 보니 한 공간에 있으면서도 일찌감치 꽃을 피우는 나무도 있고 꽃눈조차 키워내지 못한 상태의 나무도 있었지요. 서둘러 핀 동백은 만개한 상태로 허무하게 떨어져 내렸습니다. 만개와 낙화. 절정이자 추락. 뭔가 우리 삶에 던지는 메시지가 묵직하다 느꼈습니다.

 

겨울의 수목원에서 꽃보다 꽃을 피우기 위해 추위를 견딘 뿌리와 줄기에 찬사를 보내야 되지 않겠나 하고 깨닫습니다. ‘나는 삶에서 어떤 꽃을 피울 뿌리를 갖고 있을까, 화려한 꽃이 목적이어야 할까하는 간지러운 질문을 던져 봅니다


 떨어진 동백

 

생각이 가지처럼 뻗다 결국 국정농단에 가 닿습니다. ‘꽃의 허무함보다 더한 것이 권력 아닐까.’ 비약이지만, 대통령이 꽃을 곁에 두고 유심히, 또 깊이 들여다보기라도 했다면 나라가 이 지경까지 됐겠는가. 최순실이, 이재용이, 김기춘이, 조윤선이 허무하게 지고 마는 꽃의 절정을 알았다면 지금의 모습은 아니지 않았겠나, 생각해 봅니다. 이른 봄에 설레다보니 오버하게 되는군요. ^^ 

 

송두리째 빼앗긴 것 같은 긴 겨울입니다. 남도에서부터 봄은 오고 있습니다.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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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이스가이V

정치인은 카메라 플래시를 먹고 자란다는 말이 있습니다. 정치인은 카메라를 꺼려서는 크지 못하고 카메라 플래시를 즐길 줄도 알아야합니다. 정치인의 인지도가 카메라를 모으지만 플래시 세례를 많이 받는 이의 인지도가 올라가기도 합니다. 초선 의원들이 처음엔 어색해하지만 카메라 플래시에 곧 익숙해지는 모습을 봅니다. 검찰 포토라인이 아닌 다음에야 그 맛이 싫을 리 없지요. 플래시의 빛은 내가 주목받고 있구나’ ‘뉴스 안에 내가 있구나느끼게 합니다. 어느 은퇴한 정치인이 가장 그리워하는 것이 카메라 플래시 세례라는 믿거나 말거나 한 얘기도 있습니다


사진 청와대사진기자단 

 

지난달 29일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3차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습니다. 발언도 발언이지만 저는 대통령의 주위에 번쩍이는 플래시 빛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청와대 관계자들이 사진기자의 플래시를 은근히 통제해 왔다는 것을 익히 들었기 때문입니다. “대통령님이 싫어하신다는 이유로 말이지요. 듣자하니 문고리 3인 중 하나의 의지라는군요. 청와대 내 회의장이나 행사 공간이 충분히 밝다면 특별히 플래시를 사용할 이유가 없습니다. 사용 자제를 요구하기 전에 그런 노력이 먼저여야지요


사진 청와대사진기자단  

 

박 대통령의 한나라당 비대위원장 시절의 한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국회의 한 회의장으로 들어서던 박 비대위원장이 사진기자들의 플래시가 일제히 터지자 손으로 눈 주위를 가리며 눈이 부셔서...”라며 거북해 했었지요. 플래시 빛에 노골적인 거부감을 보이는 정치인은 처음이었습니다. 함께 떠오르는 또 하나의 장면. 회의장에 일찍 도착한 비대위원장에게 한 취재기자가 가볍게 그러나 조금 예민한 질문을 웃으면서 던졌는데 대답 없이 빤히 바라보며 레이저를 쏘았었지요.



대국민 담화에서 터지는 사진기자의 플래시와 질문 있다며 손을 드는 취재기자를 보면서 대통령이 플래시질문을 즐길 줄 알았다면 나라꼴이 이 지경까지 왔겠나 싶었습니다.

 

정치인을 키운다는 카메라 플래시를 오래전부터 싫어했던 대통령그때부터 큰 정치는 과분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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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이스가이V

어제(23) 국방부 청사에 모인 사진기자들은 취재를 거부하며 일제히 카메라를 내려놓았습니다.

 

이날 사진기자들은 ·일 군사정보보호협정공식 서명식의 일방적인 비공개 방침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국방부에 항의했습니다. 장소가 협소한 이유라면 풀 취재(POOL, 대표 취재해 전체가 공유하는 취재형식)’를 하더라도 언론 공개, 즉 기자 입회를 요구했지요. 국방부 측은 "일본 측의 요구다. 사진을 제공해주겠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협정에 대한 기자들의 해석과 표현을 원천차단하고 보여주고 싶은 것만 제공하겠다는 의미죠. 공보 담당자들은 계속되는 기자들의 항의에 맘대로 하라” "사진 제공도 하지마"라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사진기자들은 즉시 집단행동에 나섰습니다. ‘밀실 서명일본 측 대표인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일본대사가 들어설 출입문 앞에 사진기자들이 줄지어 섰습니다. 그리고 발 앞에 카메라를 내려놓았습니다. 사진기자가 된 후 사진으로 이런 식의 집단항의를 두어 번 본 적이 있습니다만 직접 참여한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일본대사도 이런 상황 처음이었겠지요. ‘이건 뭔가?’하는 당황한 표정이 스쳤습니다.

 

 

이 사진은 대부분의 언론매체에서 인용·게재되었습니다. 협정의 분위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진이지요. 감추려했던 졸속·밀실 서명식이 더 노골적으로 드러난 셈입니다.

 

사실 H신문의 K선배가 이날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면 그저 일본대사가 청사로 걸어 들어오는 모습만 찍고 조용히 흩어졌을 겁니다. K선배는 협정에 대한 찬·반을 떠나 국가적 사안의 협정을 언론에 공개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해되는 일인가라고 물었습니다. 국방부에서 설치한 포토라인 뒤에서 곱게 자리 잡고 있던 후배들에게 왜 이 부당함에 가만있느냐라 꾸짖는 것이었지요. ‘언론 통제에 익숙해지고 무감각해진 후배들을 흔들어 깨웠던 것이지요. 사진기자가 왜 존재하는지, 또 무엇을 해야 하는지 등의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것이기도 했습니다.

 

 

 

사각 프레임에 현장을 담아야 하는 기자들이 프레임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현장을 기록해 사진뉴스를 생산해야 할 자들이 뉴스의 대상이 된 씁쓸한 우리 사회의 단면이지요. 모든 사진기자들이 카메라를 놓고 있는 중에도 바로 그 현장을 기록하는 한 대의 카메라는 셔터소리를 냈습니다. 기록이 존재의 이유이기 때문입니다. 이 기록조차 2016 어느 날 한·일 양국의 역사가 되겠지요.

 

카메라를 내려놓고 벌인 무언의 항의는 어떤 격앙된 발언보다 훨씬 더 강한 메시지로 또 그만한 무게감으로 다가왔습니다. 사진기자들이 취재를 거부했던 것은 역설적이게도 존재 이유인 취재의 권리, 현장 기록의 권리를 찾기 위한 투쟁이었던 겁니다.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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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이스가이V

소 뒷걸음에 쥐 잡는경우가 있습니다.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찍은 사진이 지면에 크게 게재될 때가 그런 경우겠지요. 좀 민망합니다.

 

박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주말 네 차례에 걸쳐 거대한 촛불이 일어났습니다만 대통령은 그 분명한 민심을 외면하고 있지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두 달이 넘도록 이어지고 있습니다. 뉴스가 크고 관련 기사들이 많다보니 반복해 찍을 수밖에 없는 사진이 있습니다. 청와대가 대표적이지요. 사진기자들은 대게 세종로 거리의 붉은 신호등과 멀리 보이는 청와대를 한 앵글에 넣어 위기의 청와대같은 식으로 제목을 달아서 씁니다. 사골처럼 우려먹은 이 사진이 식상했던지 데스크는 야경사진을 해보자고 지시했습니다.

 

인근 건물에 올라 해가 지고 불 꺼진 청와대와 경내를 밝힌 가로등 불빛을 앵글에 담았습니다. ‘어둠 속 침묵하는 청와대정도의 제목을 염두에 둔 것이지요. 어둠은 금세 짙어졌고 삼각대도 없이 들고 찍는 사진엔 한계가 있었지요.

 

이만하면 됐다싶어 철수하려다가 뭔가 살짝 아쉬운 마음에 렌즈의 줌 링을 방정맞게 돌리며 셔터를 난사해 보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사진기자의 난사는 참 민망한 행위라 생각하지만 두 가지의 조건이 맞을 때 가끔 시도하는 것 같습니다. 목적한 적당한 사진을 찍었고 셔터소리가 들릴 만한 사람이 주위에 없을 때 한 번씩 후련하게 구사해 보는 겁니다. 때가 때인지라 수다스럽고 간사한 셔터소리가 화나고 갑갑한 속을 잠깐 위로해 주었지요.

 

사무실로 와 쓸 사진을 골라놓고 난 뒤 난사 컷을 들여다보았습니다. 대부분이 흔들려서 버릴 사진들 사이에 그나마 덜 흔들린 사진 두어 장을 구색 맞추려 올렸습니다. 주변의 불빛이 청와대로 흐르는 것 같은 느낌이 들더군요.


 


구색용 사진이 데스크와 편집국장의 상의 끝에 토요일자(11.19) 1면 사진으로 정해졌습니다. ‘시민들의 촛불이 청와대로 몰려가는 모습어둠 속 고립된 청와대의 느낌을 읽어낸 것이지요. 막상 1면에 배치되니 작자에게조차 천대받던 이 사진이 의미들을 뿜어냈습니다. 게다 4차 촛불집회가 열리는 광장에 무료 배포되기까지 했습니다. 시치미를 떼고 있었지만 좀 부끄러웠습니다.

 

사진은 개인적·사회적 경험으로 읽힙니다. 광장의 시민들은 이 사진을 청와대로 향하는 민심의 촛불로 읽었을 테지요. 국정농단의 주역 박 대통령과 최순실씨가 이 사진을 봤다면 어떻게 읽었을까요. 민심을 읽어내고 아파해야 하는 것이 우리의 상식이지만, 왠지 이 두 분은 ‘온 우주의 기운이 청와대로 몰려오고 있다라 해석하지 않았을까, 하는 매우 우울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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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이스가이V

블로그에 올릴 게 참 없었구나하는 방문자들의 의심과 염려를 감안하고 올립니다. 제겐 의미 있는 사진입니다. 보도사진이 아니니 객관성을 담보할 필요도 없지요. 우격다짐의 주관적 사진에도 관대해진 사진 환경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카메라 파인더를 들여다보고 나름 진지하게 기록한 숱한 사진 중에서도 몇 장만 골라지고 나머지는 지워져야할 운명을 맞습니다. 메모리카드를 열어보면 대체로 규칙적이고 가지런하게 배열된 사진 중에서 유독 거슬리듯 눈에 띄는 사진이 있습니다. 내가 눌렀지만 내가 누르지 않은 사진입니다. 나의 것도 아니면서 나의 것인 사진입니다.

 

대게 이런 사진은 카메라를 드는 중에 눌리거나, 걸어가다 골반 즈음의 살인지 뼈인지 모를 어정쩡한 부분에 건들려 찍힌 것이지요. 젤 먼저 삭제될 운명의 사진이 막상 버리려는 순간에는 노트북 바탕화면 우연이라는 폴더에 일단 옮겨지면서 생명을 연장합니다.

 

대부분이 국회에서 찍힌 사진입니다. 카메라가 켜진 상태에서 분주한 움직임 중에 눌린 것이지요. 제가 카메라를 메거나 잡는 습관과 걸음걸이에 따른 몸의 움직임에 의해 찍히게 되는 사진입니다. 머리가 의도한 사진은 아니지만, 몸이 의도했을 수 있는 사진들이지요. 훗날 본다면 나름 분주했던 2016년의 나에 대한 기록쯤으로 봐도 될 것 같습니다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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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이스가이V

지난 2월에 다녀온 파리여행의 사진 폴더를 열어보았습니다. 똑딱이 카메라로 1000장쯤 찍었더군요. 그중에 딸래미 사진이 시선을 붙들었습니다. 딸래미는 지금 2’입니다.

 

아내가 돈 모아 파리에 꼭 가야겠다고 했을 때 애써 외면했습니다. 잊을만하면 파리를 들먹이던 아내가 딸아이와 추억을 만들 마지막 기회라며 반쯤 협박을 했습니다. 이미 엄마아빠랑 어디 같이 다니기 싫어하는 나이고 앞으로 이런 기회가 더 없다는 의미였지요. ‘아빠와 함께하는 파리여행’... 제목부터 근사하다 생각했습니다. 마음을 고쳐먹고 통장 잔고를 탈탈 털어 파리로 향했습니다.

 

남는 건 역시 사진비싼 돈 들였으니 아이의 추억이라도 부지런히 기록해주자며 카메라를 꼭 쥐었습니다. 사진 속엔 늘 없는 아빠, 그 아빠의 시선이 담긴 사진을 보며 눈시울을 붉히는, 어딘가에서 본 듯한 장면을 떠올리며 혼자 숙연해지기도 했던 기억이 납니다. ^^

 

여행을 시종 주도한 아내는 걸어야 많이 보고 더 느낄 수 있다는 믿음으로 웬만한 거리는 걸었습니다. 매일 20km이상을 걸었지요. 딸래미의 짜증을 부를 수밖에 없는 일정이었습니다. 웹툰을 보여주겠다는 미끼로 강행군을 이어갔습니다. 그리고 틈틈이 딸아이 사진 찍기를 시도했습니다. 날렵한 딸래미를 제대로 담기는 힘들었습니다. 카메라를 들면 찍지마” “찍지 말라고 했다라는 아이. 카메라를 드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얼굴을 가리는 딸래미. 몰래 찍으려는 순간에도 금세 눈치 채더군요. 아빠 마음도 몰라주고... 성질이 나더군요.

 

 

 

 

 

 

 

여행에서 돌아온 지 3개월이 지나 들여다 본 아이의 사진들이 다르게 보입니다. 어쩌면 가족과 함께 여행 간 중2가 가장 잘 표현된 사진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의외로 순순히 포즈를 한두 번쯤 취해주기도 했지만 가리고 피하는 사진 몇 장이 15살 딸래미의 기록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진들은 훗날 이 여행을 재밌게 추억하는 단서가 되겠지요. 2 특유의 불같은 성질이 두려워 얼굴 안 나오는 사진 몇 장 올립니다. 가끔 블로그에 들어오거든요. 아이의 중2 병은 점점 더 깊어가고 있습니다

 

가끔 아이에게 얘기합니다. 니만 중2냐, 아빠도 강윤'중이'야!!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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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이스가이V

국회풍경

총선을 앞둔 국회는 지금 총성없는 전쟁텁니다. 공천이 막바지로 치닫자 분위기가 격앙돼 있습니다. 어디서 무슨 일이 터질지 모릅니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대위 대표가 당무를 거부하는 바람에 아침부터 바빴습니다. 김 대표의 사진이 최선이지만 최선을 챙기지 못하면 더 분주해지기 마련입니다. 국회로 출근하자마자 대표실 앞에서 뻗치기에 들어갔습니다. 대표가 올 일은 없었지만 비대위원들이 회의를 진행하고 있어 다른 분위기를 스케치하려 한 것이었지요. 그때 K선배의 전화. “국민의당에 가봐라. 좀 시끄러웠던 갑더라.” 잽싸게 국민의당 최고위원회의가 열린 국회의원회관으로 가 회의가 끝나기를 기다렸습니다. 공천에서 배제된 예비후보와 지지자들이 회의실 문이 열릴 때마다 투표 결과를 공개하라며 구호를 외쳤지요.

 

회의가 끝나 안철수 상임공동대표가 회의장을 나서자 공천에 불만인 당원들이 거칠게 항의하며 달라붙었습니다. 당직자들과 국회 방호원들이 안 대표를 감쌌습니다. 여기에 기자들이 가세합니다. 애초에 질서 있는 취재는 불가능했지요. 어림잡아 3,40명의 사람들이 엉겨 밀고 밀리는 아수라장이 됐습니다. 저를 포함한 사진기자들은 뒷걸음을 치며 사진을 찍습니다. 뒷걸음치면서도 조심하긴 합니다만 파인더를 들여다보고 있으면 이를 잊어버리기 마련입니다. 뒤로 발라당 넘어지고 말았습니다.

 

 

밀린 기자 한두 명이 넘어지자 연쇄적으로 바닥에 넘어진 것이지요. 넘어지는 순간 짧게 눈앞에 스친 표정들은 모두 놀라고 있었습니다. 그 순간에 남의 표정을 보다니... 생각보다 아프지 않게 넘어졌습니다. 더구나 카메라를 바닥에 떨어뜨리지 않아 다행이다 생각했습니다. 엉덩이를 털고 일어나는데 조금 민망하더군요.

 

다시 아수라장 속에 몸을 던졌습니다. 상황이 일단락 됐습니다. 혹시 몸에 이상이 있는지 움직여 보는데 큰 문제는 없어 보였습니다. 두어 시간 뒤 카톡으로 자빠지는 사진이 들어왔습니다. 사진기자 동료들의 기록에 대한 악착같음과 순발력에 경의를 표하고 싶었습니다. 다치지 않았으니 기념사진이 되었습니다. 2 딸래미에게 이 사진을 보여줘야 겠다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빠는 이렇게 돈을 번단다.’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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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이스가이V

메모리 카드에서 사진을 지우려다 초점이 안 맞은 사진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흔히 카드에는 선택돼 골라내어진 사진보다 몇 배 많은 사진이 주목도 받지 못한 채 남게 마련이지요. 그 중에 초점이 나간 사진이 곳곳에 있습니다. 사진을 지우기 전에 한 번 빠르게 훑어보다 이런 사진들이 눈에 든 것이지요.

 

 

지난달 28일 함박눈이 내리던 날 스케치 사진입니다. 흐릿한 사진을 가만 들여다보니 수채화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좀 억지를 부리자면 인상파 화가 끌로드 모네의 그림을 연상케 합니다. 느낌이 있어도 경험적으로 이런 사진이 지면에 실릴 리 없고 그래서 버림을 받는 것이지요. 무엇보다 의도를 갖고 찍은 사진이 아니기 때문에 가치를 부여하기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버려지려다 지금 이 블로그를 위해 선택이 되었으니 사진의 운명이란 결국 모르는 것이었네요.

 

 

사진기자들은 초점이 맞지 않은 것을 달리 표현해 ()이 나갔다고 합니다. 기계의 기능적 결과물인 것을 가끔 인간의 평가에 적용하기도 합니다. ‘쟤 삔이 좀 나갔어라는 말은 어떤 사람의 멍한 상태 또는 독특한 정신세계를 얘기하는 겁니다. 사진기자 사이의 은어지요.

 

삔 나간 사진의 쓰임을 생각하다보니 인간의 삶에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느껴졌습니다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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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이스가이V

새들이 날아올랐다.

새들은 공중에서 배회했다.

왜 하필 그 장면이 카메라에 들어왔을까.

장소의 특수성과 연결 지을 수밖에.

지난 12일 안산 단원고에서는 세월호 참사 당시 2학년이었던 생존 학생들의 졸업식이 열렸다.

졸업식이 열리던 그 시간 새들은 학교 건물 위를 맴돌고 있었다.

어딘가로 날아가지도 그 무리가 흩어지지도 않았다.

그저 날고 있는 새로 보이지 않은 이유다.

사고로 희생된 아이들의 넋이라도 실어왔을까.

아이들의 메시지라도 전하러 왔을까.

물의 부자유와 대비되는 하늘의 자유를 누리는 새들을 보며 아이들도 그랬으면 하고 바랐다.

 

354명이 입학했지만 이날 86명이 졸업했다.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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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이스가이V

2015년이 지나갑니다. 올해도 제 카메라는 수많은 사람을 담았습니다. 어떤 식으로든 저와의 인연이었던 이들이라 믿습니다. 그럼에도 시간이 지나면 잊힐 테지요. 지난 2014년에 이어 몇몇 사람들은 이 블로그에 남겨놓아야 할 것 같습니다. 훗날 저의 2015년 기자 생활을 떠올리는 의미있는 자료가 되겠지요. 월별로 모아 놓았던 사진을 빠르게 훑어보다 눈길이 머문 사진을 두서없이 골라냈고 거기서 몇 장 추렸습니다. 사건 속 인물도 있고 제 추억에 기댄 인물도 있습니다. 순전히 제 카메라에 담겼던 ‘2015 내 멋대로, 내가 만난 인물 정리'입니다.

   

 

*삭발하는 엄마

 

세월호 참사 1주기를 앞두고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단원고 희생자의 어머니들이 삭발을 했습니다. 카메라 뒤에서 저도 눈물을 떨궜었지요. 세월호 이후의 사회는 달라질 것이라던 다짐의 말들은 공허해졌고 아픔과 고통은 치유되지 않은 채 남았습니다. 엄마들은 여전히 거리에 있습니다.

 

 

 

*청각장애 가진 은비

 

청각장애인 학교인 서울삼성학교를 취재(포토다큐)한 건 SNS를 달군 스웨덴의 한 수화통역자 때문이었지요. 그는 가수의 노래를 통역하며 리듬, 동작, 표정을 풍부하게 살려 열정적으로 전달해 감동을 자아냈습니다. 수화와 구화를 섞어 진행되는 삼성학교의 수업에서 교사와 학생들의 열정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사진 속 유은비양은 구화가 능숙해 제게 말을 곧잘 걸어왔고 수화로 제 이름과 간단한 표현 몇 가지를 가르쳐주었습니다. 아래 수화 익혀두세요. 순서대로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죄송합니다’ ‘괜찮아요’ ‘사랑합니다

 

 

*성완종, 이완구, 홍준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자살과 그가 남긴 리스트가 큰 파장을 일으켰지요. 성완종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이완구 국무총리는 결국 사퇴를 했구요. ‘모래시계 검사홍준표 경남지사도 검찰 조사를 받았습니다. 검찰은 이완구 전 총리, 홍준표 지사를 불구속 기소하고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대통령의 측근은 모두 무혐의로 결론지었습니다. 국가 최고 권력과 검찰의 유기적 관계, 기업인과 정치인, 돈과 정치, 정치와 배신 등을 생각했습니다.

 

 

*DJ 배철수

 

그룹 송골매의 노래를 따라 부르곤 했습니다. 이젠 라디오 DJ로 더 유명한 '배철수 아저씨'는 송골매의 리더였지요. 차 안에서 그가 진행하는 라디오를 들을 때면 언젠가 그를 촬영하게 된다면 기념사진을 찍으리라막연히 생각했었지요. 입사한 지 16년째 되는 올해 그를 처음 만났습니다. 예순이 넘은 나이에 청재킷과 스니커즈가 잘 어울렸습니다. 사진을 찍는 동안 연신 콧노래를 부르던 여유, 잊을 수 없습니다. 물론 기념사진도 찍었습니다. ^^

 

 

*에티오피아 아이들

 

아프리카 출장이라는 드물고 귀한 기회를 가졌습니다. 예정에 없던 포토다큐를 현지에서 기획했습니다. 이런저런 고민 중에 아이들의 맑고 투명한 눈망울에 시선이 꽂혔습니다. “살람하고 현지 인사를 하면 아이들은 엄청나게 재미난 것을 목격한 양 배를 잡고 웃었지요. 호기심으로 반짝이던 커다란 눈의 아이들을 그려보면 저절로 미소가 지어집니다. 다만 배고픔에 그 눈빛을 잃지 않길 소망합니다.  

 

 

 

*찍힌 유승민

 

대통령이 찍어낸 사람, 새누리당 유승민 전 원내대표가 사퇴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입니다. ‘배신의 정치 심판같은 날 선 대통령의 말씀에 집권당의 원내대표가 자리에서 쫓겨났지요. 권력의 작동방식을 무섭게 놀랍게 안타깝게 지켜봤었습니다.

 

 

 

*농구 대통령 허재와 아들 허훈

 

농구 대통령, 농구 천재라는 수식어가 붙던 허재 전 KCC 감독이 이제 농구선수 허훈(연세대)의 아빠가 되었습니다. 농구 잘하는 아들 덕에 카메라 앞에 같이 선 것이지요. 농구 판에서 늘 주인공이었던 아빠가 이날은 조연이었습니다. 다소 까칠할 것이라는 선입견으로 말을 건넨 허재 전 감독은 나긋나긋 수줍은 듯 제게 최선의 예의를 갖췄습니다. 막내 아들을 위한 인터뷰 자리에서 그는 그저 아빠였습니다.

 

 

*남은 물건으로 만난 10명의 아이들

 

10월 말쯤 문득, 세월호 사고로 희생된 아이들이 사고를 당하지 않았다면 10여일 앞으로 다가온 수능시험을 치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고당시 단원고 2학년 1반부터 10반까지 각 한 명씩 10명의 아이들의 남겨진 물건을 찍었습니다. 아이들의 추억과 꿈이 담긴 물건은 여전히 책상 위에, 책꽂이에, 진열장에 남아있었습니다.

 

 

*‘다섯손가락이두헌

 

계산해보니 저의 초등학생에서 중학생이 될 무렵 즈음인데 당시 그룹 다섯손가락의 노래를 참 많이 따라 불렀습니다. 지금도 새벽기차이층에서 본 거리같은 노래의 가사를 거의 기억합니다. 카세트 플레이어에 테이프를 넣고 듣고 또 들었었지요. 오토리버스 기능이 있던 카세트라 듣다 잠들면 밤새 노래가 반복되곤 했지요. 어릴 적 추억을 고스란히 돋게 하는 이두헌의 다섯손가락이 데뷔 30주년이 되었답니다. 제게도 그렇게 30년 세월이 흘렀네요.

 

 

2015년이 갑니다.

올 한 해 어떠셨는지요.

이래저래 고생들 많으셨죠?

새해엔 삶의 곳곳에서 기쁨과 희망이 수시로 돋길 소망합니다. ^^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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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이스가이V

“‘친노(친노무현) 프레임이라는 기획기사에 맞는 이미지 사진을 찍어라는 미션이 떨어졌습니다. 추상적인 소재를 눈에 보이는 사진으로 만들어 내는 일입니다.

 

국회 새정치민주연합 회의실 한쪽 벽에 걸린 노무현 전 대통령 사진을 떠올렸습니다. 데스크가 참고하라며 예를 든 것도 이 사진이었습니다. 새정치연합 아침 회의를 취재하는 수많은 카메라 중에서 유일하게 제 카메라만 노 전 대통령 사진을 향했습니다. 저속으로 셔터를 누르면서 카메라 줌링과 카메라 바디를 번갈아 돌리며 블랙홀의 이미지를 시도했습니다. ‘도대체 뭘 하고 있니?’하는 주변의 시선을 외면한 채 말이지요.

 

카메라 자체의 흔들림 때문에 표현이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 흔들림도 우연에 의해 잘만 표현된다면 친노 프레임의 의미를 담아 낼 수 있지 않겠습니까. 신문에 실리는 이미지 사진이라는 것이 데스크와 편집자를 이해시킬 정도는 객관적이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다분히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는 이유로 과한 의미부여와 합리화를 하게 되는 것이지요.

 

친노...프레임......사각...갇힘...’ 단어들을 머릿속에서 굴리다 재밌는 앵글을 발견했습니다. ‘뭐라 말해도 이것이 친노 프레임을 표현한 앵글(프레임)이다라고 우길 논리는 없지만, 제 안의 어떤 느낌적인 느낌은 친노 프레임의 이미지로 적절한 사진이라고 말하고 있었지요.

 

회의실에 걸린 거울을 바라보며 찍은 사진입니다. 액자(프레임)에 든 노 전 대통령 사진을 틀(프레임)이 있는 거울에 비치게 넣었고, 왼쪽으로 문 틀(프레임)이 있는 회의실 문(프레임)과 그 뒤로 보이는 또 다른 사무실의 문 틀(프레임), 오른쪽으로 벽의 틀(프레임)에 맞춰 걸어놓은 당의 슬로건을 쓴 파란 현수막. 그리고 이를 담는 제 카메라의 앵글(프레임). 프레임 안 수많은 프레임 속에서 노무현 사진으로 수렴되는 느낌이었지요.

 

 

 

피에트 몬드리안의 작품<구성>이 떠오르는 구나하는 자뻑적 자평도 해보았습니다. 추상을 구체화하려다 다시 추상의 늪으로 빠져든 것일까요. 결과적으로 데스크와 편집자는 이 사진을 알아주지 않았습니다. 쉽게 읽히지 않으니 신문 사진으로는 부적절하다 판단했을 겁니다.  

 

알아주든 말든 제 마음에 든 이 사진은 이렇게 블로그용으로 남습니다.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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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이스가이V

대형 집회가 있을 땐 어느 건물에 올라가 찍을까를 먼저 고민합니다. 한 장의 사진으로 그 규모와 분위기를 보여주기 위해서지요. 하지만 정작 서울시내에는 올라가 찍을 곳이 드뭅니다. 찍기 적당한 건물을 발견해 들어서면 안내데스크에서 대부분 거절당합니다. 아래에서 다양한 사진을 찍어도 전체를 조망하는 사진이 없으면 뭔가 찝찝함을 느끼는 것은 카메라를 쥔 자들이 공유하는 심정일 겁니다. 반대로 높은 데서 내려찍은 그림이 있으면 좀 든든해져서 아래에서 찍는 일이 좀 수월해 진다고 느낍니다.

 

아스팔트(사진기자들이 일하는 현장, 특히 거리를 뜻하는 은어)를 뛰다보면 앵글의 높이에 한계가 있습니다. 보통 가장 낮은 시선인 엎드려 찍기부터 휴대용 3단 사다리를 좀처럼 넘기 힘듭니다. 더 높이 오를 곳이 없어 아쉬운 때도 많지요. 사진기자들은 높이에 대한 어느 정도의 강박이 있는 게 사실이지요.

 

카메라가 장착된 드론(무인항공기)’이 들어왔습니다. 이 기계를 들여와 스튜디오에서 시운전 하던 날. 저를 포함한 부원들은 드론에 시동이 걸렸을 뿐인데 ~”하고 환호했습니다. 이 비행물체가 살짝 날아오르자 ~~”하며 탄성을 질렀었지요. 저는 두어 주가 지나 회사 옥상에서 드론 조종기를 처음 잡아봤습니다. 이미 드론으로 수차례 좋은 사진을 보여준 후배가 교관이었지요. 시동을 걸고 띄우고 좌로 우로 앞으로 뒤로 회전 그리고 착륙. 손가락을 까딱여 이 고급 장난감을 움직여 본 뒤, 취재를 위한 도구임에도 어릴 적 동심에 가 닿은 듯 신기하고 재밌었습니다.

 

드론 사진은 일상적으로 보고 머릿속에 그릴 수 있는 그림과는 좀 다르더군요. 특히 사다리 외에는 오를 곳 없는 곳에서 드론은 색다른 앵글, 시선의 확장을 가져왔습니다. 낯선 시선과 더불어 의외의 사진을 건질 가능성도 있겠다 싶더군요. 건물 옥상보다 훨씬 더 높은 위치를 확보할 수 있지요. 새의 시선, 버드아이를 사진기자가 갖게 된 겁니다. 직접 날진 못해도 드론이라는 기계가 분신이 되어 날고, 분신이 보는 시선을 손 안의 폰으로 소유하게 되는 것이지요.

 

서성일·이준헌 기자

 

이준헌 기자 

 

언론사들이 다투어 드론을 구입하고 있습니다. 새로 갖게 된 시선으로 경쟁하겠지요. 지금껏 없던 여러 가지 사진 실험이 이뤄질 여지도 큽니다. ‘드론이라는 기계에 다시 사진을 의존하게 되는구나하는 회의가 없진 않지만, 사진기자가 드론을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것들에 대한 새로운 탐구와 발견을 해 나갈 것이라는 생각도 합니다. ‘보는 만큼 생각할 수 있다면 사진기자의 사진에 대한 사고의 확장을 가져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도 새겨봅니다.

 

필름사진 찍으면서 사진기자 시작했는데 디지털에서 더 나아가 항공사진이라니. 필름 주머니가 주렁주렁 달린 선배들의 낡은 조끼를 그렇게 멋스럽게 봤었는데 이제 항공점퍼를 입어야 할 세상이 됐네요. 빠른 세월도 그러하지만 변화의 속도가 조금 두렵기도 합니다.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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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이스가이V

카메라와 총의 공통점이 많지요. 셔터와 방아쇠의 유사성으로 ‘shot’이라는 단어를 같이 사용합니다. ‘찰나의 샷으로 순간을 멎게 하는 것도 유사합니다. 대체로 검고 묵직한 금속성 외양도 비슷합니다총열 덮개를 한 손으로 받치듯 카메라 렌즈를 감싸 쥐지요. 이때 팔꿈치를 가슴으로 당겨붙여 고정하고 호흡을 가다듬는 자세도 흡사합니다. 대상을 향해 손끝의 세밀한 감각으로 쏘는 것도 같습니다. ‘앉아 쏴’, ‘엎드려 쏴등의 사격 용어를 사진기자 역시 자연스럽게 쓰고 있으며 빈 총 맞으면 재수 없다는 것처럼 빈 카메라(필름이나 메모리카드가 없는)에 찍히면 재수 없다는 직업적 명언도 존재합니다. 메모리카드가 다 차면 총알 떨어졌다고 하지요. 가끔 카메라가 대상을 두렵게 하는 것도 총과 유사한 점입니다. 상처를 입히기도 하고 죽음(정치·경제·사회적 사망)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이래저래 총과 유사한 카메라입니다.

 

어제 한 장의 사진이 가슴을 파고들었습니다. 두려움 가득 담긴 큰 눈망울과 울음을 문 입술, 벌을 서듯 두 팔을 번쩍 든 아이의 모습이었습니다. 터키의 한 일간지 기자가 시리아 난민촌에서 아디 후데아라는 4살 아이를 향해 카메라 들자 이를 총이라 생각한 아이가 겁에 질렸던 장면이지요. 평균적인 아이들은 카메라를 보면 좋아라 합니다. 시리아 내전의 상처를 그대로 드러낸 아픈 사진이었습니다.



이 사진을 찍었던 상황을 상상해 다소 무리한 트집을 잡자면, 아이가 카메라를 총으로 오인해 잔뜩 겁을 집어먹었는데 셔터를 눌러야 했는가 하는 겁니다. 카메라 셔터가 눌러진 그 찰나 아이의 고통과 스트레스가 엄청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도 듭니다. 물론 순간적으로 이뤄진 촬영에 이런 섬세한 고민을 할 수 없는 현실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취재윤리에 대한 공격의 빌미를 줄 수 있지요. 촬영 뒤 아이를 안아주고 사진을 보이며 안심시켰다고 왜 찍었는가?’라는 트집에서 자유로운 건 아닙니다. ‘독수리와 소녀를 찍고 취재윤리에 대한 공격에 자살로 생을 마감했던 사진가 케빈 카터의 경우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사진하는 사람에게 쉽게 정리되지 않는 딜레마지요.

 

어쨌든 전투가 벌어지는 현장을 찍지 않았는데도 이 사진은 전쟁의 상처와 고통을 더 또렷하게 드러내주고 있습니다. 구구절절한 글보다 나은 사진 한 장의 힘을 확인해 주는 것이지요. 이런 사진에는 세상을 바꾸는 힘이 내재돼 있습니다. 이 사진이 시리아에 평화가 깃들게 하는 기적을 몰고 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총 같은 카메라. 

조심히 그리고 잘 다뤄야겠습니다.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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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이스가이V

사진을 찍기도 전에 사진 달라는 취재원의 말에 삐졌습니다. 꼭 필요하다면 사진 찍은 후에 물어도 될 것을. 작가라는 그는 쉬워도 너~무 쉽게 사진을 달라했습니다. 물론 주세요했는지 주실 수 있나요?”라고 물었는지 정확한 멘트는 생각나지 않지만 받아들이는 제 입장에서는 마찬가집니다. 이미지 범람의 시대에 사진은 공짜라는 인식도 한 몫 했으리라 생각합니다. 마음 상해도 회사 찾은 손님인데 버럭 화낼 수도 없고 대신, 찍는 사진 컷 수를 대폭 줄이는 식으로 불만을 표시했습니다. ‘내 사진은 그리 쉽고 간단한 사진인가?’를 자문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가령 비슷한 인물사진이 있는데 하나는 1년차 때 찍은 사진이고 다른 하나는 15년차 때 찍은 사진이라고 한다면 이 사진은 비슷하다 할 수 있을까요. 그 전에 사진기자가 사진을 찍을 때 장소와 렌즈선택, 감도와 셔터와 조리개, 인물의 특징과 배경, 빛의 종류와 각도, 표정과 동작 등을 고려한다는 것을 사진을 요구’하는 이는 알까요.

 

물론 연차가 곧 사진의 질과 완성도를 담보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연차가 더할수록 사진이 어렵다는 생각을 자주하게 됩니다. 지난 15년 세월동안 사진이라는 매체를 부여잡고 던졌던 고민과 질문들이 지금 누르는 셔터 안에 스몄을 거란 생각도 해 봅니다.  

 

제 사진이 좀 모자라더라도 엄연한 창작물입니다. 급한 필요 때문에 서둘러 사진 달라 얘기한 이도 마른 수건에서 물을 짜내듯글을 쓰는 창작자이지요. 타인의 창작에 대한 존중 없이 내 창작이 인정받기를 원한다면 그 창작의 진정성이 의심받지 않겠습니까.

 

여기 몇 장의 사진을 올립니다.


                                             서울 하계동, 2011


                                               잠실야구장, 2011


                                                  국회, 2011


포커스도 맞지 않는 사진입니다. 걸어가다가 골반에 혹은 카메라를 들다가 손바닥에 그냥 눌려버린 셔터에 의해 기록된 사진입니다. 버릴 사진이지요. 그런데 모았습니다. 왜냐구요? 카메라를 든 채 걷고 뛴 세월동안 체형과 걸음걸이는 당연히 이에 맞춰 바뀌었을 터이고, 그에 따른 골반의 움직임과 습관들에 의해 기록된 사진이라는 게 그냥 버릴 수 없는 이유가 되었습니다. 우연으로 찍힌 사진에서 오묘한 느낌과 울림이 전해졌기 때문입니다. 다소 엉뚱해 보이는 사진도 제겐 귀합니다.

 

삐진 마음에 시작한 글이 산으로 갔네요. 자식이 어디 가서 얻어터지거나 무시당하면 부모가 발끈하듯 자식 같은사진이 가벼운 취급을 받을 때면 울컥하지 않을 방법이 없습니다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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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이스가이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