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터데스크 관리자

도움말
닫기
적용하기   첫페이지 만들기

태터데스크 메시지

저장하였습니다.

앗살라말라이쿰

엉성한 발음으로 인사를 건네자 아이들이 웃습니다. 수줍은 듯 혼잣말 같은 답인사가 돌아옵니다. 피부색과 옷차림이 다른 아저씨의 등장에 아이들의 호기심이 커졌습니다.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에서 비행기로 40분 거리의 라즈샤히주에서 아이들을 만났습니다.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아이들이었습니다. 아이들의 눈에 빠져들었습니다. 크고 또렷한 눈에 시선을 뺏기지 않을 도리가 없었지요. 게다가 그 안에 궁금증이 잔뜩 들어앉았습니다. 카메라는 반사적으로 작동합니다. “! ! !”셔터 소리는 , 저 눈 좀 봐하는 감탄사처럼 울려 퍼졌지요.

 

 

 

꼬마들의 눈에 사진을 찍고 있는 저를 바라보는 시선이 들어있지요. 때 묻지 않은 선한 눈에 사진 찍는 아저씨에 대한 느낌이 드러나는 것 같아 재밌습니다. 어쩌면 저를 통해 마을 밖, 나라 밖의 세상을 상상할 수도 있겠지요. 바깥세상을 향한 아주 작은 창이 열리는 순간일지도 모릅니다.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기획의도에 충실한 멋진 그림을 찍고 모아서 돌아가야 할 해외 출장의 강박과 긴장 속에서 아이들의 눈망울은 제가 찾은 휴식처요, 위안이었지요.

 

 

 

앞서 머물렀던 케냐에서 , 방글라데시에서는 아이들의 이 말을 걸어왔습니다.

 

yoonjoong

'사진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맥주 한 잔'  (0) 2018.06.10
'고마워요, 샤킬씨'  (0) 2018.05.16
"얘들아, 아저씨 신기하지?"  (4) 2018.05.01
'길 위에서'  (0) 2018.04.20
"그건 '니오타니' 예요"  (0) 2018.04.12
총 그리고 힐링  (2) 2018.04.02
Posted by 나이스가이V

아내가 <사진강의 노트>(필립 퍼키스·박태희 옮김, 안목, 2014)라는 책을 내밀었습니다. 잘 알려진 책이고 사진이 제 밥벌이니 사진강의한 번 들어보라는 것이었지요.

 

필립 퍼키스는 사진가이며 대학에서 사진을 가르쳤습니다. 50년간의 강의를 바탕으로 집필한 책이라는군요. 공군에서 기관총 사수로 복무하며 사진을 찍었다는 이력이 재밌습니다. 사진 셔터와 기관총의 방아쇠는 여러 의미로 잘 연결되는 것 같습니다.

 

                   필립 퍼키스

 

책에는 사진과 삶에 대한 그의 경험과 철학을 담았습니다. 밑줄을 그은 문장이 여럿이었습니다만제 현실과의 거리 또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 중 일부만 적습니다.

 

사진을 어떻게 찍을 것인가?’에 대한 그의 당부입니다.

 

보여 지는 것, 그 자체. 너무 성급하게 메타포나 상징으로 건너뛰지 마라. 문화적 의미를 담으려 하지 마라. 아직 이르다. 이런 것들은 나중에 생각해도 늦지 않다. 먼저 대상의 표면에 떨어진 빛의 실체를 느껴야 한다. 사진이 찍혀지는 순간까지 그것과 함께 머물러야 한다......이름을 주지도, 상표를 붙이지도, 좋아하지도, 증오하지도, 기억하지도, 탐하지도 마라. 그저 바라만 보아라.”

 

그의 바라봄은 이런 것이었습니다.

 

자연이란 비평의 대상이 아니며 우리가 자연 속에서 느끼는 경외감은 빛, 공간, 질감, 그리고 공기의 울림과 관련이 있고, 자연이란 한 번도 같은 적이 없었다는 놀라운 발견에 눈을 뜨게 되었다. 행운이란 순간적으로 바위에 드리워진 나뭇가지의 그림자 같은 것이다. 빛이 반짝거리는 웅덩이에 둥둥 떠다니는 나뭇잎이 중요한 사건이 될 수 있음을 나는 진정으로 이해하게 되었다. 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자 사물들 간의 위계질서도 점점 희미해져 갔다.”

 

그저 바라보기는 것이 그의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사진기자는 바라보는 것과 동시에 판단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것에 익숙해진 사람들이지요. 대체로 저에겐 그럴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없습니다. 간혹 그저 바라만 볼 때가 있기는 한 것 같습니다. 그의 바라봄과는 질적으로 거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의 응시는 의도와 계획이 아니라 대상이 그에게 다가오는 우연성에 기대고 있습니다. 작가로서 그의 사진작업은 보통 사진기자의 경험과는 정반대로 진행되는 것입니다사진기자 앞의 마감시간은 우연을 기다려주지 않지요. ㅎㅎㅎ

 

퍼키스의 사진은 그의 '바라보기'와 어떤 '우연'이 앵글 속에 들어왔나 살펴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뉴욕, 1989

 

     리오 데 자네이로, 1995 

 

     멕시코시티, 1993  

 

         뉴욕, 1984

 

            코네티컷, 1968 

 

       뉴욕, 1994

 

그는 책에서 낚시꾼의 비유로 디지털 시대 사진의 느슨함을 지적하기도 했지요. 낚싯대를 드리울 때마다 최상의 고기를 낚는다면 더 이상 낚시꾼의 천국이 아니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전적으로 동의할 순 없었습니다. 디지털 전에는 제한된 조건에서 치열한 고민을 했다는 게 그의 주장입니다만, 디지털 시대의 고민 역시 그의 시대 못지 않지요. 궁금해졌습니다. 퍼키스가 최신 디지털카메라를 쥐고 지금 거리에 선다면 어떤 것을 응시할까. 그가 나의 자리에서 밥벌이를 한다면 무엇을 바라보려 할까. 나와 얼마나 다를까.

 

필립 퍼키스는 "65세의 일선에서 은퇴한 노인(자신)의 내면에 여전히 '나중에 성장했을 때 무엇이 되고 싶은지'에 관한 궁금증이 존재한다"고 고백합니다. 그의 제자이며 하버드에서 심리학을 가르치는 존 리바인은 그런 퍼키스의 말을 듣고 "그건 니오타니(Neoteny)'예요"라고 답했습니다. 니오타니는 생물학적 성장이 끝났는데 의식 안에서는 호기심, 상상력, 장난치기, 새로운 것에 대한 배움의 욕구 같은 초기 성장 단계를 여전히 밟아 나가며, 어린 시절의 감성과 환상들을 그대로 간직한 어른을 은유적으로 지칭하는 생물학적 용어라고 설명합니다. 

 

'난 무엇으로 그리 될 수 있을까.' 그런 게 가능하다면 그게 사진이어도, 아니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yoonjoong

'사진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얘들아, 아저씨 신기하지?"  (4) 2018.05.01
'길 위에서'  (0) 2018.04.20
"그건 '니오타니' 예요"  (0) 2018.04.12
총 그리고 힐링  (2) 2018.04.02
사진기자들이 울었다  (0) 2018.03.23
설상의 까막눈들  (0) 2018.03.16
Posted by 나이스가이V

새해 첫 다큐에는 나름의 기준이 있습니다. 소재가 무겁지 않고 되도록 희망적일 것과 웬만하면 새해의 의미가 사진에서 읽히면 더 좋겠다는 것이지요.

 

이번 다큐는 ’다

 

'무술년 황금개띠의 해에 꽂혀 서둘러 결정했습니다. 이미 시각장애인 안내견의 이미지를 그리고 있었습니다. 분명한 건, 제가 쉽게 생각하는 건 누구나 생각한다는 것이지요. ‘개 기사가 여기저기서 다뤄졌습니다. 장애인 안내견부터 입양견, 반려견, 유기견까지 사진기획도 다양했습니다.

 

고민에 빠졌습니다. 개 아닌 다른 소재는 찾아지지 않았습니다. 12년에 한 번 오는 개띠 해의 첫 달에만 가능한 소재다보니 욕심을 죽일 수 없었던 겁니다.

 

'뭘 할까' 하던 중에 지난해 봤던 홀몸노인(독거노인) 가구 수증가에 대한 통계기사가 갑자기 생각났습니다. 정말 맥락없이 후욱~’하고 끼어든 겁니다. 당시 ‘2017년이 가기 전에 홀몸노인 사진기획을 해보자마음먹었다가, 잊어버렸었지요. 그래서 홀몸노인를 엮어 홀몸노인과 반려견의 얘기를 하게 된 겁니다. 

 

사진에 대한 고민이 깊었습니다. 사진이 끌고 가야하는 사진기획물이기 때문이지요. 어르신들의 집에서 긴 시간 머물며 깊이 있는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얘기를 듣다보니, 할머니들에게 반려견은 사랑주고 위로받는가족이었습니다. 새롭지 않은 사실이지만 '어떻게 찍을 것인가'에 대한 답이 되었지요.       

 

가족사진을 찍자

 

사진관 사진을 찍어야겠다 마음먹었습니다. 조명을 세우고 검은 천을 내걸었습니다. 딱히 표정을 연출할 필요는 없었습니다. 어르신과 반려견의 짙은 정은 자연스럽게 앵글 속으로 들어왔습니다.

 

 

 

 

잘 나온 사진 몇 장을 인화해 보내드렸습니다. 사진기자가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선물이 아니겠습니까. 이번 다큐의 완성은 기사 마감이 아니라, 어르신들이 사진을 받아든 것까지라 생각했습니다. 볼 때마다 미소 지을 수 있는 사진이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포토다큐 '열 효자 안 부러운 '우리가족'입니다' (127일자 16)

 

 앵두야~ 다롱아~” 안분남 할머니(80)의 목소리가 리듬을 탔다. 강아지 두 마리가 달려와 할머니 무릎에 올라앉았다. 할머니는 강아지들을 품은 채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할머니는 서울 화곡동의 한 가정집 차고를 개조한 단칸방에서 혼자 산다. 남편과 사별 후 파출부, 막노동 등 안 해본 일이 없다. 고된 세월 반려견은 큰 위로였다. 5년 동안 키우던 개가 작년에 죽고 난 뒤 밥도 안 먹고 맨날 울었다고 했다. 이후 한 어미에서 난 새끼 두 마리를 얻어 키웠다. 둘 중 막내에게 먼저 보낸 개 다롱이의 이름을 물려줬다. “의지가 돼요. 밖에 나가있으면 생각나 오래 못 있어요. 얘들 보면 웃음이 납니다.” 할머니는 시종 강아지들을 부르고, 말걸고, 쓰다듬었다. “아이고 요것 좀 봐. 이뻐~.”

 

 서기분 할머니(72)는 반려견 햇님이와 안산 성포동의 작은 아파트에 혼자 살고 있다. “3년 전 일을 그만두고 우울증이 왔어요. 인생이 끝난 것 같았어요.” 딸이 사준 강아지와 같이 지내면서 우울증은 사라졌다. 대부분의 시간을 햇님이와 보낸다. “끊임없이 말을 하게 돼요. 이제는 눈만 봐도 뭘 원하는지 알아요.” 할머니는 햇님이가 외로워 보여 한 마리를 더 들이고 싶지만 비용이 부담돼 엄두를 못 낸다. “병원 한 번 가면 얘는 15000원이에요. 나는 2000원인데말하는 동안에도 이 조그만 동반자와 수시로 눈을 맞췄다. “자식처럼 키워요.” 햇님이가 주인의 턱을 핥았다.

 

 청주 수곡동 한 임대아파트에서 만난 우기화 할머니(71)자식이 있지만 연락도 없고 어디 사는지도 모른다고 했다. 혼자 외로이 살다 3년 전부터 이슬이를 키웠다. “밥 먹어라. 물 먹어라. 온 종일 대화해요. 산책 나가면 안 이쁘다는 사람이 없어요.” 꼭 손주 자랑하듯 말했다. “얘는 잘 때 등이라도 내 몸이 닿아야 잠을 자요. 벽을 보고 돌아누우면 저 보라고 짖어요.” 할머니는 얼마 전 병원 입원이 길어지면서 이웃에 맡긴 이슬이가 보고 싶어 자주 울었다고 했다. 서로 의지하며 든 정이 가족 이상이었다. 할머니는 품에 안은 반려견과 볼을 비비며 혼잣말을 했다. “나 죽으면 너는 몇 날 며칠을 짖을 것 같다.”

 

 홀몸노인에게 반려견은 가장 가까이에서 의지하는 가족이었다. 노인들은 개와 대화할 때 말머리에 엄마가또는 할미가를 붙였다. 자식처럼, 손주처럼 사랑을 주고 또 기댔다. 무료한 하루에 위로이자 기쁨이었다. 고달팠던 지난 삶의 얘기에 무거워졌던 표정도 반려견과의 생활을 얘기를 하는 동안에는 흐뭇한 미소와 함박웃음으로 바뀌었다.

 

 여기저기 아픈 몸과 반려견을 키우는데 드는 비용 등 현실적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 어려움을 묻자, 안분남 할머니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 “즐거움에 비하면 힘든 건 아무것도 아니에요.

 

yoonjoong 

 

'사진다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런 가족  (0) 2018.05.29
사진다큐의 완성은...  (0) 2018.01.30
정작 '꿀잠'은 내가 잤다  (0) 2017.07.30
'광장 노숙'  (0) 2017.01.16
10년 기록, 새만금 갯벌  (0) 2016.05.24
"다큐 하나 하자"는 그냥 안부였을까?  (0) 2015.08.09
Posted by 나이스가이V

사진이야기

새 카메라가 들어왔습니다. 이 밥벌이 도구가 도착하자, 사무실에 있던 부원들은 박스를 뜯어 카메라와 부속 장비를 꺼내 살펴보고 정리하느라 부산했지요. 앞서 쓰던 카메라는 반납돼 한쪽으로 치워지고 있었습니다. 새 장비에 자리를 내주는 것이지요.

 

저는 마감을 핑계로 그 부산함의 대열에 끼지 않았습니다. 또 다음날부터 사흘간 외부교육이 있어 박스를 뜯고 정리할 시간이 없었지요. 잘 됐다 싶었습니다. 원래 새 물건을 좀 묵혔다 쓰는 버릇이 있어, 최종 반납 독촉 때까지 시간을 끌었습니다.

 

니콘D4. 제 손에 들려 지난 5년의 시간을 새긴 카메라입니다. 40대 전반을 온전히 함께 했지요. 취미 아닌 밥벌이를 책임졌다는 사실에 좀 짠해 집니다. 일일이 열거할 수 없는 많은 뉴스현장에서 저의 눈이 되고, 시선을 드러내 주었습니다. 특히 지난 5년 동안 제가 경험한 가장 큰 사건인 세월호 참사의 아픔과 탄핵 촛불의 감동을 바로 이 카메라로 기록했습니다.

 

 

이제 곧 떠나보내야 합니다. 어디로 흘러가 누구의 눈이 되어 어떤 시간을 새겨갈지 궁금합니다. 막상 반납을 하려니 좀 섭섭해지는군요. 기계도 정이 들게 마련이지요.

 

새로 들어온 카메라는 캐논1DX mark25D mark4입니다. 아직 낯설고 어색합니다. 들어오고 며칠이 지나서야 박스를 뜯었습니다. 앞으로 같이 하는 동안 무엇을 기록하고 어떤 사건과 시간들이 그 안에 쌓여갈까 기대되고 설렙니다.

 

 

새 카메라에 어깨끈을 끼운 김에 반납을 앞둔 카메라와 나란히 놓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문득, 잠깐 자리를 비켜서 이 신구(新舊) 장비들에게 대화의 시간을 주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네 대의 카메라가 주인 없는 공간에서 애니메이션 영화의 장난감처럼 깨어나 사실 쟤가 없어서 하는 말인데...”하며 저의 뒷담화를 늘어놓을 것도 같습니다. 노련한 카메라가 그동안 경험한 현장 이야기를 신참 카메라에게 영웅담처럼 들려주기도 하겠지요.

 

 

보낼 카메라는 다시 못 올 지난 5년의 세월을 담아 떠나는 것 같습니다. 저만치 후다닥 내빼버린 비정한 시간을 안타깝게 합니다.

 

이제 이별하고 또 새로 맞이할 준비가 되었습니다.

고생했다. 잘 가라.”

반갑다. 잘 해보자.”

 

yoonjoong

'사진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옛날 가수라서..."  (2) 2017.12.12
남의 일이 아니라서  (0) 2017.12.08
이별의식  (2) 2017.11.26
'밑줄을 긋다보니...'  (0) 2017.11.13
10년 만에 재두루미를 찍으며  (2) 2017.11.03
아파서 찍을 수 있었던 사진  (0) 2017.10.14
Posted by 나이스가이V

야생동물의 눈을 가만히 들여다 본 일이 있습니까?

 

전남 구례에 있는 야생동물의료센터를 다녀왔습니다.(923일자 포토다큐) 부상당하거나 어미 잃은 야생동물이 구조돼 들어와 치료·재활을 하는 곳입니다.

 

그곳에서 찍어온 사진을 고르다 다시 한 번 야생동물들의 눈을 응시하게 됩니다. 비교적 가까운 위치에서 야생동물을 찍을 수 있어 마주치는 눈을 바라보기도 했었지요. 사람 사진도, 동물 사진도 눈에다 포커스를 맞춰 찍는다는 당연한 사실을 새삼 깨닫습니다. 동물의 눈이 잘 보이는 사진 몇 장 모았습니다. 문득 저 반짝이는 눈이 무슨 말을 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어떤 슬픔 같은 게 읽힙니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크고 작은 상처를 입은 동물들이어서겠지요. 크게 다친 동물들의 폐사율이 높다고 하니, 아마 같은 혹은 다른 종들의 죽음을 자주 목격했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부상 순간의 끔찍한 고통과 잃어버린 어미에 대한 그리움이 고여 있는지도 모를 일이지요. 야성을 영영 잃거나 완치가 안 돼 야생으로 돌아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본능적 불안도 그 눈빛은 얘기하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때마침 읽던 책에서 이런 문장을 발견했습니다. “수렵채집인들은 주변의 동물, 식물, 물건뿐 아니라 자기 신체와 감각이라는 내부세계에 대해서도 완벽히 터득했다……수렵채집인들은 농업혁명 훨씬 이전부터 자연의 비밀을 알고 있었다. 사냥하는 동물과 채집하는 식물을 잘 알고 있어야 생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하지만 농업과 산업이 발달하자 사람들은 생존을 위해 다른 사람들의 기술에 더 많이 의존할 수 있게 되었고……”(유발 하라리 사피엔스’)

 

 

 

그 시대 사람들은 동물의 눈빛과 몸짓을 잘 읽어냈을 것도 같습니다. 감각해야 할 것이 수도 없이 많은 이 시대에 대상이 사람이건 동물이건 간에 눈이 하는 말을 읽어낸다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겠지요. 수만 년 동안 퇴화해 온 감각일 테니 말이지요.

 

다시, 고대 수렵인의 눈으로 야생동물의 눈빛을 응시합니다. 이런 말이 들립니다.

 

"그 카메라 좀 치워줄래?”

 

그나저나 제 이 작은 눈은 누군가에게 어떤 얘기를 하고 있을지 궁금합니다.

 

yoonjoong 

'사진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파서 찍을 수 있었던 사진  (0) 2017.10.14
'에덴미용실'  (0) 2017.10.02
'눈이 하는 말'  (0) 2017.09.26
낯설게 카메라를 본다  (0) 2017.09.06
바람으로 오는 가을  (2) 2017.08.31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든 혜윤씨  (2) 2017.08.22
Posted by 나이스가이V

기분 좋은 바람이 불고, 하늘은 높아졌습니다. 이런 때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다'는 것은 인간 유전자에 새겨져 있으리라 짐작합니다. 맨 처음 누가 그런 생각을 했을까 난데없이 궁금해집니다. 막상 선선한 바람이 와 닿으니 지난 무더위에 왜 그리 짜증을 냈었는지 무안하고 뻘쭘해지기도 합니다. 

 

연일 비가 내리다 모처럼 파란하늘이 드러나자, 이를 사진에 담기 위해 한강으로 향했습니다. 한강공원으로 내려서니 그새 구름이 하늘을 넓게 차지했습니다. 하지만 구름은 높았고 그 사이로 살짝 보이는 하늘은 파랬습니다.

 

 

지난해 기억을 더듬어 공원에 핀 코스모스를 찾았습니다. 어떤 이는 코스모스가 여름부터 피니 가을의 상징이라는 말에 고개를 갸웃거립니다만, 가장 절정인 계절이 가을이니 마땅히 가을꽃이라 해야지요. 높은 하늘과 잘 어울리는 것은 쐐기를 박는 이유일 것 같습니다. 

 

 

코스모스가 바람에 상하좌우로 흔들립니다. 높고 파란 하늘보다 바람의 기운이 더 구체적인 가을이었습니다. 이 느낌 좋은 바람을 사진에 담으려했습니다흔들림이 잘 표현된 사진이 신문에 쓰일 가능성이 그리 크지 않다고 생각하면서도 계속 그렇게 찍어댔습니다.

 

 

 

이날 하늘을 향해 카메라를 든 건 저뿐만이 아니겠지요. 누구나 훌쩍 떠나는 여행의 낭만에 젖었을 법 합니다. 같은날 가을 내음 물씬한 저 하늘을 향해 북에서는 탄도미사일을 쏘았다지요. 다를 것 없는 한반도의 하늘 아래 낭만과 도발이 공존하는 건 분단의 비극이요, 아이러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yoonjoong

 

'사진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눈이 하는 말'  (0) 2017.09.26
낯설게 카메라를 본다  (0) 2017.09.06
바람으로 오는 가을  (2) 2017.08.31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든 혜윤씨  (2) 2017.08.22
드론에 욕해 보셨나요?  (2) 2017.08.14
빗방울이 우주다  (0) 2017.08.09
Posted by 나이스가이V

지금 충청도엔 비가 내립니다. 취재차량 안에서 비가 그치기를 기다립니다. 비가 완전히 멈춰야 시도할 수 있는 사진이지요. 오후 1시가 넘었습니다. 조금 전 점심으로 짜장면을 먹는 동안 비가 그쳐 살짝 산책 후 찍어볼까 했더니 다시 비가 내립니다.

 

아침부터 차에 앉아 차창을 때리는 비를 바라봤습니다. 창에 맺히는 빗방울을 깊이 들여다보는 것이 참 오랜만입니다. 몸에 수분이 부족하게 되면 물을 보충하듯, 본의 아니게 길게 바라봐야하는 비는 내게 부족한 '무엇'을 채우려는 것일까 생각합니다.

 

 

작은 빗방울들이 주위의 자연을 품었습니다. 빛을 받은 무수한 물방울이 반짝이는 게 같습니다. 물방울이 부풀어 차창을 타고 흘러내릴 때 긴 꼬리를 끌며 떨어지는 유성우를 떠올립니다. 유성이 비고 비가 유성인 것이지요. 땅에서 증발한 수증기가 다시 떨어져 내리는 이 경이로운 순환을 우주에 연결하는 것이 그리 무리는 아닌 것 같습니다.

 

 

 

 

차 안에서 카메라 셔터스피드를 올렸다 내렸다하며 차장에 맺힌 빗방울을 이래저래 찍습니다. 어떤 질서와 리듬이 느껴졌습니다. 비슷한 반복이지만 단 한 장도 같은 사진을 찍을 수 없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습니다. 당연해서 굳이 말할 필요도 없는 것을 이렇게 글로 써가며 고개 끄덕이는 것도 이 순간의 배움이다 우깁니다.

 

 

 

 

 

신문에 쓸 일 없는 이런 사진에 자주 끌립니다. 

비를 보다보다 지겨워서 이 글을 씁니다

그칠 듯하던 비가 계속 내립니다.  

 

+낮에 쓴 글을 사진과 함께 경북 김천의 어느 모텔에서 올립니다.

Posted by 나이스가이V

지난 4월 말 동네 조그만 북카페에서 책 읽는 풍경이라는 이름으로 사진을 찍었습니다. 북카페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아내가 책 시장과 함께 기획한 것으로 이 공간에서는 처음 갖는 행사였지요. ‘웬만하면 쉬는 날 카메라를 들지 않는다는 나름의 소신이 있지만, 본행사인 책 시장날짜를 잡는 것도 부대행사인 사진 찍기성사여부에 달렸다는 협박(?)’을 버티지 못했습니다. , 늘 이런 식이지요.  

 

북카페을 이용하거나 책모임, 바느질 모임 등 이런저런 소모임을 하는 이웃들이 사진신청을 했습니다. 가족과 친구 등이 짝을 지어 소품인 책을 든 채 제가 정해준 자리에 앉거나 섰습니다. 휴대폰 카메라와 셀카의 즉흥에 익숙해진 시대에 묵직하고 시커먼 카메라는 살짝 긴장을 유발하지요.

 

 

앉으세요” “기대세요” “시선을 맞추세요” “책을 올리세요” “웃어요” “아이를 쓰다듬어요” “어깨에 손을 살짝 올려보세요”하는 요구에 어색하고 쑥스러운 웃음을 지어보입니다. 다음 차례를 기다리거나 책을 보다가 시선을 주는 주민들도 재미가 있는 모양이었습니다. 사진이 좀 더 자연스럽게 나오도록 하는 과정이지만 이벤트의 일환이라 저도 오버를 좀 했었지요. 어느 부부의 사진을 찍는데 결혼 이후 이런 사진은 처음 찍는다며 좋아하더군요. 가볍게 찍은 사진이지만 특별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사진이기도 했습니다.

 

잘 나온 것을 골라 5×7사이즈로 인화해 액자에 넣어 지난 일주일 동안 전시를 했습니다. 사진이 담긴 액자를 사진 속 주인공들에게 선물하는 것으로 행사는 마무리됩니다. 사진을 받아들고 집안 어디쯤에 두고 볼까?’ 들뜬 고민에 빠져들(아닐 수도 있지만) 이웃들을 상상해보니 흐뭇해집니다. 2017년 어느 봄날의 추억을 선물했다는 뿌듯함도 남았습니다.추억인화된 사진은 애초에 붙어 있던 말인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찍는 이와 찍히는 이가 같이 웃으며 행복해할 수 있는 사진이라면 이상적인 사진이라 할 만하겠지요.

동네 작은 사진전에서 저는 위로’를 받았습니다. 

 

yoonjoong

'사진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람만 한 우럭이 있습니까?'  (0) 2017.06.24
여수 밤바다에서  (0) 2017.06.16
내게 위로가 되는 사진  (0) 2017.06.06
100만의 인연  (2) 2017.05.24
5년 전 장미대선은 예견됐었다  (4) 2017.05.18
마네킹...좀 짠한  (0) 2017.05.03
Posted by 나이스가이V

가끔 카메라를 든 현장에서 무언가 하고 꽂히는 것이 있습니다. 이는 곧 이러저러한 생각과 연결되기도 하고 그 이유를 찾다 때론 비약으로 흐르곤 합니다.

 

어제는 현장에서 마네킹에 꽂혔습니다. 소방기술경연대회에 소품으로 동원된 마네킹이었지요. 부상자 대역의 묵직한 마네킹이 '참 고생이 많다' 싶었습니다. 참가자들은 흙바닥에 무기력하게 누워있는 마네킹을 안아서 끌고 저만치 약속된 구역까지 가서 버리듯 내려놓았습니다. 실제 사람이었다면 그리했을 리 없겠지만, 시간측정으로 순위를 매기다보니 마네킹을 패대기 칠 수밖에 없어보였지요. 흙먼지 속에 팔다리가 아무렇게나 꼬였습니다. 대회 진행요원들이 제자리로 가져다놓기를 반복했습니다.

 

 

 

 

왠지 모르게 짠했습니다.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어서겠지요. 마네킹을 카메라에 몇 컷 담았습니다. 난데없는충동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생각했습니다. 내 무의식일까 싶기도 하고, 현재 내 모습의 투영일까 싶기도 했습니다. 불 꺼진 쇼윈도의 마네킹으로 사진작업을 한다는 누군가의 수년 전 얘기도 떠올랐고, 자동차 사고 실험에 동원된 더미에 주목했던 한국일보 기획기사도 떠올랐습니다.

 

또 "작은 유리방 안이 답답해~ 사람들 시선 이젠 싫어~ 메마른 웃음만 남아 자꾸 슬퍼지는 마네킹~~" 가수 현진영이 슬픈 가사에 어울리지 않는 화려한 댄스를 곁들였던 추억의 노래 '슬픈 마네킹'도 흥얼거려졌지요. 결국 서둘러 찾아온 더위가 충동의 가장 유력한 원인이 아닐까, 결론지었습니다.

 

 

 

 

 

 

 

 

 

이날 행사를 보며 '인간 대행' 마네킹에 눈을 그려 넣지 않은 것이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시선을 마주칠 리 없기 때문이지요. 귀와 입을 그리지 않은 것도 마네킹에 대한 혹은 이를 다루는 사람에 대한 배려인 것 같습니다.

 

짠함이라는 것이 저만 느끼는 것이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yoonjoong

'사진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100만의 인연  (2) 2017.05.24
5년 전 장미대선은 예견됐었다  (4) 2017.05.18
마네킹...좀 짠한  (0) 2017.05.03
카메라를 내려놓을 용기  (8) 2017.04.24
우병우 퍼포먼스  (0) 2017.04.14
세월호 인양과 그의 정신승리법  (0) 2017.03.25
Posted by 나이스가이V

봄을 찾아보고 싶었습니다. 여느 때보다 길게 느껴지는 겨울이지 않습니까. 이른 꽃소식이 지면에 몇 차례 소개됐지만 개의치 않고 남도로 향했습니다. 만개한 꽃보다 꽃이 피기 전의 모습을 담고자 했습니다. 왠지 이 시국에 정의로운 국민의 바람이 개화를 앞둔 꽃눈과 다르지 않다는 식의 억지 최면을 걸었습니다.

 

봄을 재촉하는 비가 하루 종일 내린 지난 22일 전남 완도군에 있는 완도수목원을 찾아갔습니다. 빗속엔 제법 따스한 기운이 스며있었지요. 카메라에 접사렌즈를 끼웠습니다. 사실 여의도 벚꽃, 구례 산수유, 광양 매화 등 규모 있는 꽃 축제 사진은 수차례 찍어보았습니다만, 그때도 접사렌즈를 장착하지는 않았습니다. 접사렌즈를 이용해 꽃사진을 찍는 기회를 스스로 만들지 않았었지요. 그런류의 사진은 따로 취미를 둔 사람들의 영역이라 생각했습니다.

 

명색이 사진기잔데 꽃눈을 클로즈업해 찍는 것이 어색했습니다. 하지만 사진을 노트북에 띄우고 크게 보니 여러 가지 새로운 것이 보입니다. 꽃눈은 정교한 무늬와 색을 품고 있었습니다. 노랑, 하양, 빨강의 꽃으로 피어날 색이 그 속에 있었지요. 향기 또한 품고 있지 않겠습니까. 문득 그렇다면 소리는 어떠할까’ 꽃이 막 터져 나오는 바로 그 순간의 소리는 무엇일까가 궁금했습니다. 귀가 밝고 선한 사람은 들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삼지닥나무

 

  개나리

 

  대만남천

 

  마취목 

 

  생강나무

 

  동백

 

  진달래

 

  개비자나무

 

  비목나무

 

  목련

 

  매화

 

상투적이지만 꽃에서 읽히는 인생도 있지요. 깊이 들여다보는 자는 자신의 삶을 투영하게 마련이지요. 수목원에서 보니 한 공간에 있으면서도 일찌감치 꽃을 피우는 나무도 있고 꽃눈조차 키워내지 못한 상태의 나무도 있었지요. 서둘러 핀 동백은 만개한 상태로 허무하게 떨어져 내렸습니다. 만개와 낙화. 절정이자 추락. 뭔가 우리 삶에 던지는 메시지가 묵직하다 느꼈습니다.

 

겨울의 수목원에서 꽃보다 꽃을 피우기 위해 추위를 견딘 뿌리와 줄기에 찬사를 보내야 되지 않겠나 하고 깨닫습니다. ‘나는 삶에서 어떤 꽃을 피울 뿌리를 갖고 있을까, 화려한 꽃이 목적이어야 할까하는 간지러운 질문을 던져 봅니다


 떨어진 동백

 

생각이 가지처럼 뻗다 결국 국정농단에 가 닿습니다. ‘꽃의 허무함보다 더한 것이 권력 아닐까.’ 비약이지만, 대통령이 꽃을 곁에 두고 유심히, 또 깊이 들여다보기라도 했다면 나라가 이 지경까지 됐겠는가. 최순실이, 이재용이, 김기춘이, 조윤선이 허무하게 지고 마는 꽃의 절정을 알았다면 지금의 모습은 아니지 않았겠나, 생각해 봅니다. 이른 봄에 설레다보니 오버하게 되는군요. ^^ 

 

송두리째 빼앗긴 것 같은 긴 겨울입니다. 남도에서부터 봄은 오고 있습니다. 


yoonjoong       


'사진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달콤 씁쓸한 탄핵  (2) 2017.03.13
"뭐 찍어요?"  (2) 2017.03.06
긴 겨울 지나 이제 봄  (0) 2017.02.28
"이집트 놈"  (4) 2017.02.21
파리 스케치  (0) 2017.02.13
남성적 시선 '비포 & 애프터'  (5) 2017.02.03
Posted by 나이스가이V

답답한 날들입니다. 지난 몇 개월 개운하게 하루를 시작했던 날이 있었는지 가물거립니다. 이 비정상의 상태를 벗어날 방법이 있을까 고민하는데 그 고민도 강박처럼 죄어옵니다. 어수선한 시국과 허무하게 먹고 있는 나이가 보태져서가 아닐까 싶습니다.

 

어딘가로 좀 떠나면 좋겠다고 막연하게 해법을 던져보지만 매인 몸이라 그마저도 쉽지 않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다가 갑자기 외장하드를 뒤졌습니다. 1년 전 요맘때 큰 맘 먹고 다녀온 파리 사진을 넣어둔 폴더를 찾았습니다. 문득 그때 찍었던 사진이 보고 싶었던 겁니다. 여행 갔다와서 사진 몇 장 골라 뽑아야겠다해놓고 그렇게 한 해를 무심히 처박아 두었습니다. 인화할 사진도 고를 겸 사진들을 다시 훑었습니다.

 

여행 전, 여행지에서 카메라를 내려놓으면 더 가까이, 더 깊이 느낄 수 있다는 누군가의 글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고민하다 기념사진용 똑딱이 카메라 하나 챙겨 갔었지요. 근데 파리의 거리와 골목에서는 카메라를 들 수밖에 없더군요. 마감이 없는 사진, 안 찍어도 그만인 사진이 주는 자유가 마주치는 장면들에서 설렘을 끌어냈습니다.

 

1000컷쯤 되는 사진을 보니 그때 무엇을 찍으려 했는지 보이네요. 지난해 블로그에 올렸던 어디에서도 보이는 에펠탑 찾기’, 낭만에 젖어들게 하는 비오는 파리’, 100년 전 쯤의 파리를 담은 오래된 사진등이었습니다. 사진의 메카라 할 수 있는 파리에서 '사진을 찍었다'는 행위 자체가 더 멋진 추억이 되었습니다. 갑작스럽게 들춰본 사진에서 작은 위로를 받습니다. 아니 받으려했습니다. 가슴이 조금 트이는 것 같습니다.

 

결국 남는 건 사진이라는 만고의 진리를 새삼 인정해야겠습니다. 블로그에 올려놓고 가끔 보려합니다. 답답함이 저와 다를 리 없으실 방문자들에게도 볼거리이자 작은 위안이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파리 스케치

 





 


 


 





 

 


 



 

 














 






yoonjoong


'사진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긴 겨울 지나 이제 봄  (0) 2017.02.28
"이집트 놈"  (4) 2017.02.21
파리 스케치  (0) 2017.02.13
남성적 시선 '비포 & 애프터'  (5) 2017.02.03
'재벌 할 걸'  (0) 2017.01.21
청와대 제공사진 유감  (0) 2017.01.03
Posted by 나이스가이V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 바이!’에 걸린 작품 더러운 잠이 논란입니다. 작가는 마네의 작품 올랭피아를 패러디해 대통령의 얼굴을 누드화 위에 합성했지요. “풍자와 표현의 자유여성 혐오와 비하라는 주장이 맞섭니다. 보수단체 회원이 전시된 작품을 떼어내 내동댕이쳤고, 새누리당은 이 논란을 빌미로 정치공세를 펼쳤습니다. 결국 전시를 주관했던 민주당 표창원 의원은 당 윤리심판원에서 징계를 받았지요. 개인적으로 여성 혐오보다는 무능한 권력자에 대한 풍자가 더 와닿았습니다. 남자라서 그렇겠지요. 

 

논란을 보면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과 관리를 주도한 혐의로 구속된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사진을 떠올렸습니다. 공교롭게도 , 바이전은 블랙리스트 예술가들의 시국비판·풍자 전시였습니다. 조 전 장관은 현직 장관의 신분으로 특검에 출석하고 또 구속됐지요. 요즘 구치소와 특검을 수시로 오갑니다. 몇 번을 와도 호송차에서 내리는 조 전 장관을 향한 플래시는 쉴 새 없이 터집니다.

 

비슷비슷해 보이는 특검 소환 사진을 매번 쓰기가 그랬는지 편집된 형태의 사진이 등장했습니다. 소위 말하는 비포 & 애프터사진입니다. 장관의 신분으로 특검에 첫 출석할 때의 모습과 구속 이후의 모습을 붙여 비교해 보여주는 사진이지요. 한 장의 사진으로 처리해도 무방할 텐데 여러 장의 사진으로 변화의 추이를 친절하게 보여줬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 YTN 캡쳐

 

화려한 이력의 잘나가던 여성 장관에서 지치고 초라해진 50대의 여성으로의 변화를 강조하는 것 같습니다. 목적에 맞게 가장 대비되는 사진을 골랐을 테지요. ‘초췌해진...’ 또는 점점 더 초췌해지는...’ 등의 수식어를 붙인 비슷한 제목도 눈에 띕니다. 박탈감이 일상인 이들에게 어쩌면 통쾌함을 선사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글이 아닌 사진을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이것이 부각되어야 할 본질이었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여성 비하와 조롱은 오히려 이 친절한 사진에서 읽습니다. 

 

이제껏 남성 소환자의 사진을 여러 장 붙여 그 모습이 변해가는 걸 보여주는 사진은 제 기억에는 없습니다. 사진도 편집도 남성적 시선을 담고 있다고 새삼 느낍니다.


yoonjoong 

 


'사진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집트 놈"  (4) 2017.02.21
파리 스케치  (0) 2017.02.13
남성적 시선 '비포 & 애프터'  (5) 2017.02.03
'재벌 할 걸'  (0) 2017.01.21
청와대 제공사진 유감  (0) 2017.01.03
2016 나의 '사진연감'  (0) 2016.12.26
Posted by 나이스가이V

2016년 어떤 현장에서 무슨 사진을 찍었는지 빠르게 훑어보았습니다. 그리고 순전히 제 기준으로 '2016년에 이런 일이 있었지' 하고 기억할 만한 사진을 골랐습니다. 12월 현재까지 마감해 외장하드에 들어간 사진이 6200여장이구요. 그 중에서 사진 20여장을 추렸습니다. 6000장이 넘는 사진이 다시 빛을 보진 못했지만 의미가 없다고 할 수 없습니다. 지금 주목받지 못했던 사진이 훗날 귀한 대접을 받으며 빛날 지 알 수 없는 일입니다. 어떤 이야기가 입혀지기도 하고 내재한 의미를 드러낼 수도 있습니다. 또 과거의 그날을 기록한 어디에도 없는 유일한 사진일 수 있기때문입니다. 급히 고르느라 깊이 들여다보지 못하고, 눈에 밟혔지만 너무 많아질까 싶어 빼버린 사진들도 20여장은 됩니다. 골라내지 못한 사진들 사이에서 "어이 당신, 나 여기있어. 여기있어"하는 아우성이 환청처럼 들려옵니다. 사진의 완성도보다는 의미에 더 충실한 사진을 골랐습니다. 올 한해 제 발길의 궤적이며 2016 저만의 연감입니다. 

 

1. 아픈 졸업식

 

세월호 참사 당시 안산 단원고 2학년 생존 학생들의 졸업식이 열렸다. 희생된 학생들의 가족들이 교실을 찾아 아이의 빈자리에 앉아 있다. 2016.1.12.

 

 

 

2. 졸속 합의에 성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서울 중학동 옛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에서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정부의 졸속 위안부 합의에 대해 규탄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참가자들은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원천무효전면 재협상을 요구했다. 2016.1.27.

 

 

 

3. 국민의당 창당

 

대전 중구 한밭체육관에서 열린 국민의당 창당대회에서 공동대표로 선출된 안철수·천정배 의원이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2016.2.2.

 

 

 

 

4. 필리버스터 최장 기록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원내대표가 국회 본회의장에서 테러방지법과 관련한 마지막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하고 있다. 오전 7시에 시작한 토론이 오후 7시를 넘어서고 있다. 2016.3.2.

 

 

 

5. 대구에 야당 깃발 꽂은 김부겸

 

4.13 총선 대구 수성갑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당선인이 수성구 범어네거리에서 출근길 시민들에게 감사인사를 하고 있다. 길 건너 새누리당 김문수 후보 선거사무소의 현수막이 보인다. 김 당선자는 전날 치러진 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김문수 후보를 크게 이겼다. 2016.4.14.

 

 

  

6. 여자라는 이유로...

 

서울 강남역 10번 출구 앞에 지난 17일 새벽 인근 공용화장실 살인사건으로 희생된 여성을 추모하는 글들이 빼곡히 붙어 있다. 2016.5.20.

 

 

 

7. "민중은 개·돼지" 발언한 교육부 정책기획관

 

"민중은 개·돼지"라고 발언으로 공분의 산 나향욱 교육부 정책기획관이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16.7.11.

 

 

 

8. 사드배치

 

국방부가 경북 성주군을 사드 배치지역으로 선정해 발표한 날, 한 노인이 성주버스터미널에서 사드 배치지역 발표 뉴스속보를 외면한 채 창밖을 바라보고 있다. 2016.7.13.

 

 

 

9. 폭스바겐 행정처분 

 

환경부가 폭스바겐 32개 차종, 80개 모델에 인증취소 및 판매정지 행정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경기도 평택시 아우디폭스바겐 PDI(출고전 차량 점검)센터에 차량이 세워져 있다. 2016.8.2.

 

 

 

10. "인간답게 살고 싶다"

 

서울 강서구 한국공항공사 앞에서 열린 '비정규직 정부지침 준수' 등을 촉구하는 김포공항 비정규직 파업투쟁 결의대회에서 손경희 공공비정규직노조 강서지부 지회장이 삭발하고 있다. 이날 김포공항 미화원, 카트관리원 조합원 120명이 파업에 참여했다. 2016.8.12.

 

 

 

11. 핵발전소가 안전하다고?

 

핵없는사회를위한공동행동 회원들이 서울 세종로 원자력안전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날 경주에서 발생한 국내 최대 규모의 지진과 관련해 핵발전소의 위험을 지적하고 노후 핵발전소 폐쇄와 신규 건설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2016.9.13.

 

 

 

12. 배터리 폭발 갤럭시노트7

 

삼성전자가 배터리 폭발 문제를 해결한 새로운 갤럭시노트7 단말기를 기존 구매 고객을 대상으로 교환해주기 시작했다. 서울 광화문 KT스퀘어 매장을 찾은 고객들이 단말기 교환 및 환불 등을 문의하고 있다2016.9.19.

 

 

 

13. 성과연봉제 철회하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하철노조 조합원들이 서울 성동구 군자차량기지에서 총파업 돌입 출정식을 열고 있다. 서울지하철노조는 공공성을 훼손하는 성과연봉제 철회를 촉구했다. 2016.9.27.

 

 

 

14. 백남기 농민 추모하는 고향 들녘

 

전남 보성군 웅치면 국도변 가로수에 지난해 쌀값 보장을 요구하다 경찰 물대포에 쓰러졌던 고() 백남기 농민을 추모하는 의미의 근조리본이 달려있다. 그 뒤로 펼쳐진 노란 들녘이 쌀농사와 농민의 현실을 상징하는 듯하다. 웅치면은 백남기 농민이 농사짓던 고향이다. 2016.10.3.  

 

 

 

15.우리 모두가 블랙리스트 예술가다

 

화가 임옥상씨가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고 예술검열을 반대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예술행동에 참여하고 있다. 이날 미술, 음악, 연극, 영화, 사진, 만화 등 각계 예술인들은 광화문광장 곳곳에서 예술검열 반대 예술행동을 벌였다2016.10.18.

 

 

 

16. 최순실의 벗겨진 구두

 

국정농단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으로 들어서는 동안 벌어진 취재진과 검찰 직원의 몸싸움에 최씨의 명품 구두가 벗겨져 있다. 2016.10.31.

 

 

 

17. 경향신문 특별판 '시민의 명령'

 

대규모 촛불집회가 열린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한 시민이 경향신문 특별판을 집어들고 있다. 2016.11.12.

 

 

 

18. '하야' 촛불

 

시민들이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열린 3차 범국민행동에 참가해 촛불로 글씨를 만들어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고 있다. 2016.11.12. 

 

 

 

19. 촛불에 고립된 청와대 

 

‘100만 촛불이 광장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외쳤다. 박 대통령은 민심을 외면했고 약속했던 검찰 조사도 불응하고 있다. 어둠에 묻힌 청와대로 흐르는 불빛이 촛불 민심에 고립된 대통령을 상징하는 듯하다. 2016.11.18.

 

 

 

20.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사진취재 거부

 

일간지·통신사 등에 소속된 사진기자들이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공식 서명식에 참여하기 위해 입장하는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 일본대사 앞에서 카메라를 내려놓고 취재거부를 하고 있다. 이날 사진기자들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서명식의 비공개 방침을 받아들일 수 없다""장소가 협소하다면 풀(POOL) 취재를 하더라도 공개할 것"을 요구했고, 국방부 측은 "사진을 제공하겠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다른 국방부 관계자는 기자들의 항의에 "사진 제공도 하지마"라는 격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에 사진기자들은 일방적인 서명식 비공개 통보와 막말을 항의하는 차원에서 주한 일본대사의 국방부 청사 입장 사진취재를 거부했다. 2016.11.23.

 

 

 

21.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제출

 

더불어민주당 이춘석, 국민의당 김관영, 정의당 이정미 의원 등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 의안과에 제출하고 있다. 2016.12.3.

 

 

 

22. 청문회 증인 출석한 재벌 총수들 

 

기업 총수들이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 청문회에 출석해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2016.12.6.

 

 

 

23.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정세균 국회의장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의 가결을 선언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탄핵안은 찬성 234, 반대 56, 무효 7, 기권 2표로 가결됐다. 2016.12.9.

 

yoonjoong 

'사진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재벌 할 걸'  (0) 2017.01.21
청와대 제공사진 유감  (0) 2017.01.03
2016 나의 '사진연감'  (0) 2016.12.26
'내 안에 악마가 산다'  (0) 2016.12.23
플래시와 대통령  (0) 2016.12.05
'카메라를 내려놓다'  (2) 2016.11.24
Posted by 나이스가이V

사진 한 장의 힘을 얘기합니다만 신문사진에서 그걸 확인시켜주는 일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며칠 전 검찰 조사받던 중에 찍힌 우병우 전 청와대 정무수석의 사진이 그 한 장의 힘을 보여줬습니다. 카메라에 포착된 우 전 수석의 여유 있는 모습은 선한 사람들의 입에서 쌍욕을 끌어냈습니다. 이 사진은 출두하며 질문하는 기자를 째려보던 사진 이미지와 연결되어 한층 더 화를 돋웠습니다.



창문 안은 그들만의 1% 세상인 듯 보였고 사진을 통해 이를 바라보게 된 창밖 99%는 모멸감을 떠안아야 했습니다. 검찰 조사에서 팔짱을 낄 수도 실실 웃을 수도 없는 , 돼지를 조롱이라도 하는 것 같지 않습니까. 팔짱 낀 황제앞에 공손한 검찰이 어떤 수사를 할지 불 보듯 빤하지 않습니까.

 

황제조사사진은 조선일보 고운호 기자의 집중과 끈기로 이뤄낸 특종사진입니다. 타사에 물을 먹은 입장이지만 칭찬을 아끼지 말아야지요. 이 한 장의 사진은 신문과 방송, SNS 등에 도배되다시피 했습니다. 심지어 오마이뉴스가 조선일보 기자를 인터뷰하는 희귀한 일도 벌어졌습니다. 앞으로도 검찰 수사와 관련해 두고두고 인용될 사진이지요.

 

재밌는 건 소위 특종사진창 너머로 찍힌다는 공식을 또 한 번 확인했습니다. 무기 로비스트 린다 김’(서울신문 도준석, 2000) 사진, ‘병실 밖 내다보는 전두환 전 대통령’(중앙일보 김경빈, 1996)’ 사진도 오랜 뻗치기 중에 창문 안을 찍어 얻은 특종입니다. 비교적 최근에 잠옷 입고 TV보는 이완구 전 총리모습, ‘병상에 누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사진 역시 긴 렌즈를 장착해 유리창을 통해 찍어 큰 반향을 일으켰지요.


 

하지만 황제조사사진이 기존의 창 너머 특종과 다른 것은 주요 인물을 보여 준 것에 머물지 않고 짐작은 하되 드러내기 어려운 관계를 증거처럼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권력이라는 것이 어떤 식으로 관계 맺고 작동하고 있는 지를 함축적으로 보여줬지요. 검찰이 우 전 수석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에 그럴 수 없겠구나하는 강한 확신을 갖게 합니다.

 

저는 출근길에 페이스북에서 이 사진을 봤습니다. 보는 순간 ~”하는 탄식이 나왔지요. 대부분의 사진기자들의 그러했을 테지요. 아마도 사진부 부장은 오전 부장단 회의에서 우린 왜 이런 거 못 찍었나?’하는 따가운 시선을 받아내야 했을 겁니다. 대게 이런 경우 비슷한 시도로 만회해 보려 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검찰은 이미 창문 단속에 들어갔을 테니까요.

 

어디 높은 곳에서 검찰청을 바라보면 유리창을 통해 조사 장면을 찍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사진기자면 누구나 합니다. 하지만 생각이 곧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은 포착 확률이 미미하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기 때문입니다. 분명한 것은 시도조차 하지 않았으니 포착 확률은 그냥 제로인 셈이지요.

 

머리에서 발까지의 거리가 참 멀다는 생각입니다. 그 거리를 자주 극복하는 것이 좋은 사진기자의 덕목이고 제겐 가장 큰 숙제인 것 같습니다


yoonjoong  


'사진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혹시 '우주의 기운'으로 읽었을까?  (2) 2016.11.22
100만 촛불의 날에  (0) 2016.11.17
창문 너머에 특종이 있다  (0) 2016.11.11
거리에 선 딸래미  (0) 2016.11.06
오늘 검찰에 '장'이 섰다  (0) 2016.10.31
1분을 위한 8시간  (0) 2016.10.28
Posted by 나이스가이V

일본은 마음만 먹으면 여행할 수 있는 곳이지만 제겐 그 마음이 잘 안 먹어지는 나라였지요. 7년 전 쯤 회사 출장이후 지난달에 요코하마와 고베로 출장 다녀왔습니다.

 

정치·역사적으로 여전히 오만불손한 나라이지만, 현지 사람들의 모습에서는 부러움이 일더군요. 우리와 다른 것이 보일 때 그게 새로워서 부러운 것으로 느껴지는 착시일 수 도 있겠지요. 정보가 넘치는 일본이지만 출장 일정 틈틈이 제 눈으로 일본스러운것들을 보려 했습니다. 아마도 블로그를 염두에 뒀던 것 같습니다. ^^

 

잊고 있다가 출장 다녀온 지 한 달이 돼 이 블로그를 끼적이는 것은 나라꼴이 말이 아니어서 어디 시선을 좀 피할 데 없나 싶었다는 게 그 이유지 싶습니다. 일본의 일상에서 느낀 단상입니다. 나흘 간 스치며 본 일본이어서 영 엉뚱하게 봤을 수 있는, 순전히 제 멋대로의 생각입니다.

 

노인.

입국장에서 들어서면서 젤 먼저 만난 현지인이 백발의 노인이었지요. 입국 심사대 앞에서 외국인들에게 줄을 안내하고 있었습니다. 일흔은 더 돼 보이는 노인이 사무적이면서도 따뜻한 시선으로 맞아주었지요. 짐 찾는 곳, 카트 관리 등 공항을 벗어날 때까지 곳곳에서 일하는 노인들이 보였지요. 고베에 도착해 탄 택시 기사도 나이 지긋한 노인이었습니다. 나이를 가늠하기 어려웠지만 이 연세에 운전을 다...’하는 생각이 들었지요. 노인이 많아서인지 기차역 승강장 벤치에 상대적으로 젊은이들이 서 있는 노인을 위해 자리 양보를 하지 않았습니다. 노인이 많아지면 노인에 대한 배려도 없어지는 걸까 싶었습니다


 

예의.

일본하면 반복되는 90도 인사로 상징되는 예의 아니겠습니까. 며칠 그런 인사를 받다보니 떠나올 무렵 제 인사의 각도도 거의 90도에 이르고 있었지요. 그들이 겉으로 표현하는 것과 속마음은 전혀 다르다는 말도 합니다만, 몸으로 표현되는 예의 뒤에 숨은 속이 다르다 하더라도 겉과 속의 거리는 그리 멀지는 않을 거라 믿고 싶습니다. 한편 예의에 무례로 대하기가 어렵지요. 감정노동의 노하우가 아닐까 싶더군요. 자주보고 오래 볼 사이에는 다른 행동양식이나 언어가 있지 않겠습니까.

 

휴대폰.

휴대폰이 일상인 건 일본이라고 다르지 않겠지요. 하지만 폰을 들여다보거나 통화를 하며 길 걷는 이는 아주 가끔 눈에 띄었습니다. 식당에서 휴대폰 들여다보는 이도 없고 마주 앉은 테이블 위에 휴대폰을 올려놓지도 않았습니다. 우리와 다른 모습이지요. 지하철에서는 휴대폰을 끄거나 무음으로 해 놓으라는 방송이 주기적으로 흘러나왔습니다. 결국 몸에 밴 예의와 배려에다가 예의와 배려를 독려하는 것이 이런 문화를 만들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대화.

일본인들의 대화에도 예의와 배려가 깔렸습니다인상적인 것은 리액션이었습니다. 상대의 얘기 중에 ~” “~”하면서 추임새 같은 장단과 호응을 서로 주고받습니다. 앞 사람의 말에 집중하고 또 존중한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합니다. 추임새는 대화의 윤활유 역할을 톡톡히 해주었지요.

 

지진.

일본하면 지진이지요. 출장 전 국내에도 위협적인 지진이 있었지요. 머무는 동안 크건 작건 지진을 경험할 수 있다는 각오를 했습니다. 그런 생각 때문이었겠지만 자려고 누운 숙소 밖에서 우웅~”하는 바람소리를 들었습니다. 땅이 움직이는 소리라고 상상했습니다. 지진이 잦은 나라 일본은 땅이 우는구나생각하며 잠이 들었습니다. 한국에서 지인이 일본의 지진소식을 전하며 조심하라고 문자를 보내왔지만 제가 현지에서 느끼지는 못했습니다.

 

속도.

신칸센은 일본의 기술과 속도를 상징합니다. 신칸센은 여전히 놀라는 속도를 보였지만 창구에서 신칸센 열차표를 끊은 데는 꽤 시간이 걸렸습니다. 신칸센의 속도와 발권 시스템의 속도는 비교가 되더군요. 조화롭지 않는 속도의 조합이었습니다. ‘속도가 선이자 경쟁력인 나라에 사는 제겐 그 속 터지는 발권시스템이 의아했지요. 물어보진 않았지만 속도에 대한 조절이나 균형이 아닐까하고 생각했습니다. 기술이 없어서 그렇지는 않을 테지요느리다고 보채지 않으니 굳이 서두를 필요도 없는 것 같았습니다. 같은 이유로 거리에서 차량의 클랙슨 소리를 딱 두 번 들었습니다. 나흘 동안.


 

청결.

거리가 깨끗합니다. 적당히 깨끗한 게 아니라 인간미가 없을 정도로 청결합니다. 병적이다 싶을 정도였지요. 일본 거리의 쓰레기를 사진으로 찍어서 보여주는 것이 재밌는 사진작업이겠다는 생각까지 했습니다. 상대에 대한 예의와 배려의 강박일까요. 도시 내 차이나타운의 바닥도 깨끗했다면 더 말할 게 없을 것 같습니다.

 

 

디테일.

게살 음식이 담긴 작은 그릇 바닥에 꽃게 모양으로 오려 만든 비닐이 깔려 있었지요. 굳이 없어도 대세에 지장이 없는 것이 슬며시 미소 짓게 했습니다. 일본의 문화 곳곳에 스며있는 디테일이라 여겼습니다. 요코하마 일대의 야경을 찍기 위해 전망대에 올랐을 때 창밖의 야경을 위해 비상구등을 제외한 전망대 내부의 모든 불을 꺼두는 것도 디테일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그밖에.

거리 곳곳에 자판기가 정말 많았습니다. 당장의 필요보다 지진이 났을 때를 대비한 것이 아닐까요.

또 패션의 유행이 우리처럼 빤히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개성 있게 옷을 입는다는 말이겠지요.



삶이 차분하고 안정적이며 여유가 있어 보이는 일본과 국민들이 울화통에 가슴을 치며 너무 많은 걱정을 해야 하는 대한민국의 거리가 얼마나 될지 가늠이 되지 않습니다. 권력을 쥔 자들이 나라를 엉망진창으로 만들고 있는데 한가하게 영양가도 별로 없는 얘기로 블로그 하나 때웠습니다. 그래서 좀 찔립니다.


yoonjoong


 

'사진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1분을 위한 8시간  (0) 2016.10.28
나는 사기꾼이었다  (0) 2016.10.21
흘낏 본 일본  (0) 2016.10.17
카메라가 낯설어 지던 날  (0) 2016.09.05
'할배·할매에게 클럽을 허하라'  (0) 2016.09.01
사진에 대한 예의  (2) 2016.08.16
Posted by 나이스가이V

얼마전 국회 출입증을 반납했습니다. 지난 2년 가까이 국회 출입을 했습니다. 등록된 경향신문 출입 사진기자는 모두 3명. 그중 2진으로 출입했습니다. 앞서 3진으로 두 차례 출입했을 때와는 여러모로 좀 달랐던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3진 때보다 출입 횟수가 많아져 뉴스 흐름 파악에도 유리했고 앞서 출입 때보다 책임감도 더했겠지요. 국회의 일상과 그 안의 패턴을 읽는 시야도 넓어졌습니다. 

 

매번 비슷한 대상과 상황을 사진에 담으면서 이 사진이 무엇을 새롭게 드러내는지, 마감했던 사진이 무엇을 바꿀 수 있는지, 기계처럼 찍어대고 생산한 사진이 쉽게 여겨지고 한없이 가벼워져 버린 게 아닌지, 그저 잠깐의 목적을 위한 일회용품으로 소비되는 것은 아닌지, 정치를 조금 더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방향으로 표현할 일은 요원한지. 뭐 그런 생각들을 간혹 했던것 같습니다. 

 

 

돌아보니, 정치인들이 버릇처럼 뱉는 협치보다는 갈등을 기록하려했던 순간이 훨씬 더 많았던 것 같습니다. 생각해보면 대체로 '잘 찍은' 정치 사진은 갈등이 아주 잘 표현된 사진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그런면에서 정치 사진이 정치와 정치인에 대한 불신을 가중시키는 순환구조 내에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지난 19대 국회 중후반기에 출입해 정치인들을 가까이서 보면서 어쩌다 저런 사람이 국회의원이 됐을까 싶은 이들이 더러 있더군요. 그런 이들과 같은 국회의원이라는 이유로 싸잡혀 욕먹는 게 좀 억울하겠다 싶은 괜찮은 의원들도 눈에 띄었습니다. 정치의 발전은 그 한심하고 씁쓸한 분들이 선거를 거듭하며 솎아지는 과정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번 국회 출입을 하면서 블로그에 국회 풍경이라는 폴더를 만들어 25개의 글을 올렸습니다. 관행적으로 찍히는 사진에 대한 설명도 있고, 의원들이 카메라 앞에 자신을 드러내는 방법에 대한 얘기도 있고, 국회 사진기자들의 모습과 뒷얘기 등도 썼습니다. 블로그는 일단 재밌어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지만 국회발 뒷얘기가 짜증과 조롱을 부추기지 않았는지 모르겠습니다.

 

한국 정치사의 기록이라는 측면에서 정치의 발전과 정치인에 대한 신뢰가 정치 사진에 반영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정치 사진을 보며 독자들이 혀를 차지 않고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 날을 기대합니다. 다음에 다시 출입 때는 좀 더 희망적인 국회 풍경’을 블로그에 채우고 싶습니다.

 

근데 그게 되겠습니까.

 

yoonjoong

'국회풍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두 장면'  (0) 2016.12.19
연기 경연장 된 청문회  (0) 2016.12.12
국회 출입증을 반납하며  (2) 2016.09.26
그는 프로가 아니었다  (0) 2016.09.06
그의 '폴더인사'  (0) 2016.08.25
"개·돼지를 위하여"  (0) 2016.07.12
Posted by 나이스가이V

사진하는 사람들은 가끔 자식 같은 사진이라는 표현을 씁니다. 자기 손에서 태어난 사진이 그만큼 귀하다는 말이지요. 자식이 쉽게 여겨지고 가벼운 대우를 받는다면 맘 편할 부모가 있겠습니까.

 

출근길에 들여다 본 페이스북에 익숙한 사진이 눈에 띄었습니다. 처음엔 잘못 봤나 싶었습니다. ‘자식못 알아볼 리 없지요. 중앙일보 기명 칼럼을 소개하며 이 사진을 페북에 걸었습니다. 취재 당시 중앙일보 기자가 없었으므로 자사 사진이 아닌 것은 확실했지요. ‘어떻게 내가 찍어 게재한 사진이 중앙일보 페북에 쓰였을까.’ 회사에서 따로 연락을 받거나 사진을 건넨 이가 없었지요. 페북 관리자가 온라인에 올라있는 경향신문 기사에서 사진을 캡처해 쓴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제 사진이 어떤 허락이나 양해구함없이 무단으로 사용된 것이지요. 칼럼의 내용이 널리 알려져야 할 당위 앞에서 너무 야박하지 않은가?’ 물을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직접 문의해왔다면 회사 사규 위반을 감수하고라도 그리하시라고 했을 사안입니다. 온라인에 뜬 사진을 쉽게 본 것이지요.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썼다면 범죄고, 관행이라는 말 뒤에 숨는 것은 비겁한 것입니다.

 

따지고 보면 중앙일보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경향신문은 떳떳한가,라 물으면 자신있게 그렇다답하기 주저할 것 같습니다. 사진 한 장 뭐 그리 대단하냐고 할 수 있겠지요. 간단해 보이는 한 장의 사진은 사진기자가 현재 그 자리에 있기까지 축적된 경험의 결과물로 태어나는 것입니다. 쉽게 생각하고 가볍게 다루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리 간단하게 캡처해 수월하게 써도 되는 그런 사진이 아니라는 겁니다. 사진하는 일이 숭고한 밥줄인 사람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요.

 

내 자식 같은 사진이 내돌린 날에... 


yoonjoong   

 

이 글을 올린 뒤 중앙일보 담당자가 사과 전화를 해왔고 페북에 사과문까지 올렸습니다. 좀 무안하긴 했지만 '의미있다'고 생각합니다. 기록으로 남깁니다. 

 

   

 


'사진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카메라가 낯설어 지던 날  (0) 2016.09.05
'할배·할매에게 클럽을 허하라'  (0) 2016.09.01
사진에 대한 예의  (2) 2016.08.16
세 장면으로 남은 소설 '소금'  (0) 2016.08.05
'쌍팔년도 사진'  (0) 2016.08.02
몸이 의도한 사진  (0) 2016.07.22
Posted by 나이스가이V

어떤 류의 사진은 사진을 찍기 전에 이미 익숙한 이미지가 떠오릅니다. 대게 이런 이미지를 피하고 싶은 게 평균적 사진기자의 마음입니다. ‘주식거래 30분 연장사진도 그랬습니다. 벽시계를 걸고 객장을 찍는다는 게 경험 있는 사진기자들이 쉽게 떠올리는 이미지입니다.

 

한 증권사 객장을 찾았습니다. 저와 타사의 몇몇 후배들이 거래 마감시간 즈음해서 모였습니다. 한 후배의 손에 벽시계가 들려있었습니다. 이미 지면으로 증명되어 온 '굳은 이미지'는 떨치기 힘든 것이지요. 정성이 대단하다고 한마디 툭 던졌습니다. 시황 모니터 상단에 숫자로 시간이 표시돼 있어 벽시계의 필요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무엇보다 '빤한 이미지'를 거부하고 싶었습니다.

 

후배는 준비한 시계를 카메라 앵글 속에 넣어 연방 셔터를 눌렀습니다. “그림이 되냐?”며 슬쩍 눈길을 주자, “한 번 찍으시라는 눈짓을 해옵니다. ‘그래, 식상한 앵글이지만 한 컷만 찍자.’ 그렇게 타협하고 말았습니다.

 

 

 

지면에 쓰지는 말았으면...’하며 딱 한 장 전송했고, 시황 모니터를 찍은 사진을 여러 장 마감했습니다. 비슷한 사진을 여럿 보낸다는 것은 요걸 썼으면 하는 작자의 바람이 담긴 것이지요. 편집자는 한 장 보낸 벽시계 사진을 신문에 썼습니다. 최초의 독자라는 편집자의 선택은 저의 복잡한 심사와는 달리 명쾌하고 간단했지요. 마찬가지로 익숙해서였을까요. 혼란스럽습니다. 망설이다 구색맞춤용으로 보낸 바로 그 사진을 쓰는 경우가 종종 있거든요.

 

애초에 보내지 말았어야 한다고 늦은 후회를 합니다만, 안타깝게도 다시 같은 상황이 와도 과정과 결과는 다르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하튼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 시계가 주는 ‘30분 연장이라는 명쾌한 설명적 사진을 다른 이미지들이 뛰어넘지 못한 것이지요.

 

빤한 사진흔히 쌍팔년도 앵글이라 불리는 사진을 찍습니다. 빨간 신호등이나 먹구름 아래 위기의 대상(검찰, 롯데, 조선소, 국회 등)’을 넣어 찍는 것이 대표적인 것이지요. 쌍팔년도에는 나름 신선하지 않았겠습니까. ^^ 

 

유사하게 반복되는 현장에서 가끔 새로운 사진을 찍어낼 수 있다면 그런 약발로 사진기자의 직업적 행복을 누릴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yoonjoong

'사진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진에 대한 예의  (2) 2016.08.16
세 장면으로 남은 소설 '소금'  (0) 2016.08.05
'쌍팔년도 사진'  (0) 2016.08.02
몸이 의도한 사진  (0) 2016.07.22
'무기력이 씁쓸한 위안으로'  (0) 2016.07.16
그때는 신기했고 지금은 안타깝다  (2) 2016.07.01
Posted by 나이스가이V

블로그에 올릴 게 참 없었구나하는 방문자들의 의심과 염려를 감안하고 올립니다. 제겐 의미 있는 사진입니다. 보도사진이 아니니 객관성을 담보할 필요도 없지요. 우격다짐의 주관적 사진에도 관대해진 사진 환경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카메라 파인더를 들여다보고 나름 진지하게 기록한 숱한 사진 중에서도 몇 장만 골라지고 나머지는 지워져야할 운명을 맞습니다. 메모리카드를 열어보면 대체로 규칙적이고 가지런하게 배열된 사진 중에서 유독 거슬리듯 눈에 띄는 사진이 있습니다. 내가 눌렀지만 내가 누르지 않은 사진입니다. 나의 것도 아니면서 나의 것인 사진입니다.

 

대게 이런 사진은 카메라를 드는 중에 눌리거나, 걸어가다 골반 즈음의 살인지 뼈인지 모를 어정쩡한 부분에 건들려 찍힌 것이지요. 젤 먼저 삭제될 운명의 사진이 막상 버리려는 순간에는 노트북 바탕화면 우연이라는 폴더에 일단 옮겨지면서 생명을 연장합니다.

 

대부분이 국회에서 찍힌 사진입니다. 카메라가 켜진 상태에서 분주한 움직임 중에 눌린 것이지요. 제가 카메라를 메거나 잡는 습관과 걸음걸이에 따른 몸의 움직임에 의해 찍히게 되는 사진입니다. 머리가 의도한 사진은 아니지만, 몸이 의도했을 수 있는 사진들이지요. 훗날 본다면 나름 분주했던 2016년의 나에 대한 기록쯤으로 봐도 될 것 같습니다


 











yoonjoong

'사진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 장면으로 남은 소설 '소금'  (0) 2016.08.05
'쌍팔년도 사진'  (0) 2016.08.02
몸이 의도한 사진  (0) 2016.07.22
'무기력이 씁쓸한 위안으로'  (0) 2016.07.16
그때는 신기했고 지금은 안타깝다  (2) 2016.07.01
몰랐던 부산  (2) 2016.06.22
Posted by 나이스가이V

황교안 국무총리가 사드 배치와 관련, 주민 설득을 위해 15일 경북 성주를 찾았습니다. 주민들의 거센 저항으로 설명회는 파행됐지요. 과정이 생략된 일방적이고 전격적인 발표와 대통령 해외순방 시작 날 황급히 달려와 수습하려는 정부의 빤하고 딱한 '매뉴얼'에 화가 나더군요. 여기에 더 화가 났던 건 이를 사무실에서 TV 화면을 통해 지켜본 것이었습니다.

 

뉴스를 보는 동안 갑갑했습니다. 저는 정부가 사드 지역을 발표하던 날(13) 성주에 갔다가 다음날(14) 밤에 올라왔거든요. 총리의 전격방문이 이날 밤늦게 결정되었고 이 일정을 미처 체크하지 못해 사진부에서는 현장에 기자를 보내지 못했습니다오전 9시 넘어 기사를 통해 체크한 총리의 일정은 11시 성주였지요.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시간이었습니다.

 

총리가 화난 주민의 계란세례와 물세례를 받는 생방송 화면을 보며 , 오늘 1면 사진이구나했지요. ‘왜 어제 하루 더 성주에 머물지 못했을까?’ ‘왜 서둘러 왔을까?’ 자책이 시작됐습니다. 총리를 태운 버스가 몇 시간째 트랙터에 막혀있는 현장 사진을 페이스북에서, 통신 사진에서, 온라인 기사에서, TV화면에서 확인할 때 , 늦게라도 출발했다면...’하고 아쉬움이 들었지요. “지금이라도 가봐야 되는 것 아닌가라고 말하려 해도 3시간 이상 걸려 가는 동안 상황이 종료될 것이라는 짐작에 말을 삼켰습니다. 데스크가 나름의 판단을 했기에 따로 얘기가 없을 것이라 생각하고 말았습니다.  

 

반복되는 뉴스화면을 보며 주요현장에 저나 저희 부원이 없다는 것이 하루를 얼마나 초라하고 무기력하게 만드는 지 경험했습니다. 가슴이 답답해져 큰 한숨을 주기적으로 뱉게 되더군요. 옆자리 선배도 간혹 헛웃음과 한숨을 흘렸습니다. 사진기자와 현장은 이런 관계인 것이지요.

 

다음날(16일자) 조간신문을 보니 예상대로 모두 1면에 총리 사진을 게재했습니다. 사진은 보는 이들에 따라 달리 읽힐 것이지만, 기사 제목이나 사진 제목 등을 미뤄볼 때 같은 사진에도 신문사의 의도가 묻어나는군요. 저희 신문을 비롯해 매일신문 사진을 제공받아 게재한 신문이 많습니다. 주민의 거센 저항과 삼엄한 경호 속에 그와 같은 사진을 찍어내는 데는 판단, 의지와 함께 운이 조금 받쳐줘야 합니다. 운이라는 게 애써 저를 피해갈 리 없겠지만, ‘내가 갔다면 저런 사진을 찍어낼 수 있었을까?’하는 생각도 들게 하는 사진이었습니다. 


어제 생생했던 현장 부재의 무기력이 이 사진 한 장으로 인해 씁쓸한 위안으로 대체되고 있습니다. ㅠ


 

  

  






















yoonjoong

'사진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쌍팔년도 사진'  (0) 2016.08.02
몸이 의도한 사진  (0) 2016.07.22
'무기력이 씁쓸한 위안으로'  (0) 2016.07.16
그때는 신기했고 지금은 안타깝다  (2) 2016.07.01
몰랐던 부산  (2) 2016.06.22
유리멘탈  (2) 2016.06.20
Posted by 나이스가이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