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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집회'에 해당되는 글 9건

  1. 2017.03.13 달콤 씁쓸한 탄핵 (2)
  2. 2017.03.06 "뭐 찍어요?" (2)
  3. 2017.01.16 '광장 노숙'
  4. 2016.12.19 '두 장면'
  5. 2016.11.22 혹시 '우주의 기운'으로 읽었을까? (2)
  6. 2016.11.17 100만 촛불의 날에
  7. 2016.11.06 거리에 선 딸래미
  8. 2013.08.13 '영웅'
  9. 2011.11.24 물대포, 정말 차더라 (2)

헌정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이 파면됐습니다. 지난 10일 헌법재판소가 만장일치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인용했습니다. 이 역사적인 날, 저는 헌재 인근 안국동 거리에서 선고 생방송을 지켜보는 세월호 유가족들 앞에 서 있었습니다.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의 목소리가 무대 위에 설치된 화면에서 흘러나왔지만 잘 들리지는 않았습니다. 휴대폰을 통해 방송을 지켜보는 세월호 가족과 주위에 모인 시민들의 표정으로 선고 상황을 짐작했습니다.

 

처음 얼마간 환호로 시작한 선고가 탄식과 함께 무겁게 변해갔습니다. 가슴이 내려앉았습니다. 세월호 관련 선고 내용이 간간이 들려왔고 유가족들은 얼굴을 묻었습니다. 기각인가? 이어지는 선고 결정문에서는 문장마다 환호가 터졌습니다. 그 속에서 비교적 또렷하게 이 재판관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눈물짓고 얼싸안은 시민들과 세월호 희생자 가족을 보며 뭉클했습니다. 어깨를 걸고 함께 이룬다는 것은 무엇이든 감동이지요. 그게 국정농단으로 엉망이 된 나라를 바로 잡는 큰 걸음이라면 그 무게와 감동의 크기는 차원이 다른 것 아니겠습니까


 

청와대 행진을 따라갔습니다. 오가며 마주치는 사진기자 선후배들과 그간 노고를 격려했습니다. 그러던 중 동료들이 폭행을 당했다는 소식이 들렸습니다. 박사모 등 친박 단체의 탄핵 반대 집회에서 연합뉴스 동기가 누군가 내리치는 사다리에 머리를 맞았다 했습니다. 누가 다치고 누군 실려 갔다는 소식이 속속 알려졌습니다.

 

헌재가 탄핵을 인용하는 순간 박사모 등 반대 집회 참가자들의 폭력이 시작됐습니다. 마주보고 선 사진기자들은 가장 가까운 공격의 대상이었지요. 기자를 골라서 폭행을 가했다고 하니, 카메라를 든 사진기자는 명확한 공격 대상이기도 했지요. 일부는 사다리와 쇠파이프를 휘둘렀습니다. 동료기자들이 찍히고 밟히고 집단 구타를 당했습니다. 그 와중에 카메라를 훔쳐 달아나는 이도 있었답니다. 도대체 이 폭력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이 뭡니까


 

  세계일보 하상윤 기자 sns

 

이제 막 비정상 권력의 불의를 도려내는 성취를 맛보았습니다. 외신들도 일제히 수준 높은 한국의 시민의식, 평화적 시위, 민주주의의 모범에 찬사를 보냈지요. 그러나 한쪽에서는 집단 광기와 감정적 배설의 폭력 시위를 노골화하고 있습니다.


제 동료를 향한 철제사다리 폭행 영상을 수차례 봤습니다. 운 좋게 크게 다치지 않아 천만다행이지만, 이는 명백한 살인미수지요. 그 살벌한 공격은 바로 저를 향한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등골이 오싹해집니다. 언론에 항의하고 비난하는 것은 보장된 자유지만 기자를 대상으로 무차별 폭행을 가하는 것은 용납도, 용서도 되어서는 안 되지요.

 

친박 단체 사이에서 사진기자 선후배들이 폭행을 당하고 있던 바로 그 시간쯤 저는 촛불시민들 사이에서 한 참가자로부터 막대 사탕을 받았습니다. 그는 탄핵이 되었으니 달달하게 마무리 하자며 취재하는 기자들에게 일일이 사탕을 돌렸습니다. “수고했다는 말과 함께

 

 

사탕과 폭행.

간극이 커 보이는 두 단어에 사상 첫 대통령 파면을 기록하고 있는 대한민국 사진기자들의 달콤하고도 씁쓸한 현실이 들어있습니다.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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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이스가이V

회사에서 만난 타 부서 선배들이 제게 다가와 묻습니다. “다친데 없냐?”. 무슨 뜬금없는 소린가 했더니, 주말 소위 태극기 집회라 불리는 친박 단체집회에서 제가 겪은 작은 해프닝을 전해 들었던 모양입니다. 제 옆자리 이야기꾼’ S선배의 입을 거쳐 나간 것이라 짐작합니다. 두어 다리 건너간 얘기는 극적이고 긴박해지고 포장되고 과장되기도 하는 것이지요.

 

지난달 25일 촛불집회를 취재하기 위해 장비를 챙겨 회사를 나섰습니다. 가는 길에 “300만 명이 모였다고 주장하는 친박 단체 집회를 잠깐 찍고 가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내려가는 동안 태극기를 든 어르신들이 하나둘 스쳐갔습니다. 집회가 한창인 서울광장 일대는 붐볐습니다.

 

광화문광장 쪽으로 향하며 적당한 위치를 찾아 섰습니다. 무대에서는 제법 거리가 있었습니다. 카메라를 드는 순간 60대 전후쯤 보이는 아주머니가 뭐 찍어요?”하고 묻습니다. 뭐 딱히 궁금해 묻는 것은 아니었지요. “집회 사진이요” “왜 찍으세요?” “취재하는 겁니다. 경향신문 기잡니다.” 두세 명의 비슷한 연배의 아주머니들이 제 주위에 둘러섭니다. 잘 걸렸다는 듯이 말이지요.

 

 

살짝 위기감을 느낀 저는 아버지를 팔았습니다. “아버지도 만나겸 해서...” 상황 모면용 내지는 짐짓 여유를 부리는 말처럼 뱉은 겁니다. 사실 지난주 아버지께서 친구분들과 처음으로 이 집회에 참가하셨다는 것을 둘러서 듣게 되었지요. 여하튼 이날 또 나오셨다면 우연히라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있었던 터라 그런 말이 나왔던 것 같습니다.

 

이봐, 여기 가방에 노란리본 달았네.” 몸에 태극기를 지니지 않아 의심했던 저를 이제 확신에 차 몰아붙입니다. “노란리본 단 사람이 여기서 무슨 사진을 찍어?” “(앞쪽 빈 공간을 가리키며) 여기 빈 데 찍어서 몇 명 안 왔다고 쓰겠지.” 앵글지도까지 하십니다. 회사를 나서며 노트북 가방에 달린 노란리본 뱃지를 뗄까 잠시 머뭇거렸지만 그건 좀 비겁해 보였지요. 설마 했는데 그 뱃지 때문에 취재는 불가능했습니다. 그 자리에서 떼는 것도 우스운 일 아니겠습니까. 소란에 시선들이 꽂혀드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노란리본 달면 안 됩니까?”라는 말을 소극적으로 던진 채 자리를 벗어나려다, ‘도망치듯 사라지면 내 모습이 얼마나 우스울까싶어, 태연한 척 그 자리에서 카메라를 들고 사진 몇 컷 찍으며 천천히 걸어서 광화문광장으로 향했습니다. ‘자식을 키우고 손주 재롱을 볼 분들이 어떻게 노란리본을 적대할 수 있나?’ 또 큰 위협은 아니었지만, ‘만약 아버지가 거친 공격을 당하는 나를 보셨다면 어땠을까?’하는 생각도 따라붙었습니다. 물론 그날 아버지께서 그곳에 계셨는지는 지금도 모릅니다


 

제가 좋아하는 한 사진가는 뭘 찍냐?”는 물음에 태극기를 전문으로 찍는 사람이라 답 해 따뜻한 격려를 받았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빤한 집회현장에서 기자에게 뭘 찍냐?’ '왜 찍냐?'고 따져 묻고 취재를 방해하는 비정상의 겨울을 나고 있습니다.

 

그 수모를 견디며 취재하는 모든 동료 기자들에 박수를 보냅니다.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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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이스가이V

사진다큐

사진다큐 소재를 선택할 때 지금 왜 이걸 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합니다. 대게 시의적인 이슈거나 우리 사회의 만연한 문제와 그와 관련한 삶이 이유가 되지요. 이번에 지면에 실은 광화문캠핑촌다큐는 앞의 이유에다 ‘마음의 빚'이라는 사적 이유도 더해졌습니다.

 

박근혜 정부의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에 반발한 예술인들이 광화문광장에 텐트를 치고 노숙농성을 시작한 지 70일이 넘었습니다. 취재를 오가며 광장을 지날 때마다 부채감 같은 것이 달라붙었습니다. 하룻밤이라도 노숙에 동참해야겠다는 마음은 있었지만 바쁘다, 날이 춥다 등 온갖 핑계를 둘러댔지요.

 

농성 첫날부터 광장생활을 하고 있는 페친노순택 사진가의 글과 사진을 볼 때마다 속이 따끔거렸습니다. 노 작가는 지난해 11월 어느 날인가 제게 광장에서 한 번 자 보라제안하기도 했었지요.

 

그렇게 마음에 담아두었던 광화문캠핑촌을 다큐 아이템으로 발제했습니다. 취재를 전제로 하는 것이라 순수성은 다소 떨어지지만, 피하거나 미룰 수 없는 노숙 동참에 대한 의지는 굳어졌습니다. 그렇게라도 마음을 좀 보태고 싶었습니다. 누군가 굳이 추운데서 자려느냐?’는 시선을 보낼 때 추위라는 단어를 하나 골라 쓰더라도 경험하고 쓰고 싶다는 오그라드는 멘트를 준비하기도 했습니다. 입 밖에 낸 적은 없지만. 


 

이틀 밤을 텐트에서 잤습니다. 한파라더니 추웠습니다. 하지만 우려보다 추위는 덜 느껴졌습니다. 감각은 상대적이지요. 그보다 차량의 소음과 진동이 더 크게 다가왔습니다. 몸으로 온전히 받아들이면서 잠을 잤습니다. 아니 잠을 설쳤습니다. 불편한 잠자리였지만 광장에서 맞는 새벽은 개운했습니다


 

기사에 쓰지 못한 감사인사를 남겨야겠습니다. 도움이 될 거라며 소음용 귀마개를 건네준 사진가 정택용씨, 여분의 침낭이 있는 텐트를 권해주신 이웃 텐트 촌민분, 잠이 안 와 뒤척이는데 텐트 밖에서 춥지 않나?”며 챙겨주고 바람막이 비닐을 꼼꼼하게 덮어주던 노순택 선배, 또 반겨준 예술가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그 훈훈함에 추위는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따뜻한 방이나 사무실에서 문득문득 캠핑촌의 촌민들을 생각합니다.  


*광화문캠핑촌 후원 신한은행 110-467-235902 송경동



 

[광장에 들어선다...연대와 예술, 광장이 몰아낸다...분열과 검열] 경향신문 2017년 1월14일, 17면     


고되지만 즐겁습니다.”


박근혜 정부의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반발한 예술인들이 지난해 114일 시국선언 후 광화문광장에 텐트를 치고 농성에 들어간 지 두 달이 훌쩍 넘었다. 칼바람이 불던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광화문캠핑촌에서 보냈다. 예술인들과 함께 노숙했다. 세월호 추모공간에서 이어진 광장의 양쪽 가장자리를 따라 50여 동의 크고 작은 텐트들이 자리 잡았다. 캠핑촌에는 예술인들뿐 아니라 노동자, 종교인, 시민들도 촌민으로 생활하고 있다.

 

매서운 겨울 날씨도 그들을 막지 하지 못했다. 이순신 동상 뒤편에서는 예술가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블랙리스트 작성을 주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조형물을 제작했다. 붓으로 채색을 하자 흉상의 얼굴이 제법 또렷한 모습을 갖췄다. 바로 그 시간 조 장관은 국회 국정농단 청문회에서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인지했다고 실토했다. 연극인들은 광장극장 블랙텐트의 개관식을 앞두고 조명과 음향시절 등 막바지 공사에 바빴다. 새로 입촌하는 노동블랙리스트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이 예술가와 어울려 코란도차량 모형의 집을 완성해가고 있었다




광장 중앙 천막에서 지난달 문을 연 궁핍현대미술광장의 개막전시 <내가 왜>에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판화가 이윤엽씨, 사진가 노순택·정택용씨, 송경동 시인 등의 작품과 촌민들의 바람을 담아 만든 가상의 호외광장신문이 전시됐다. 광장은 주말 촛불집회 행진 대열에서 인기를 끈 광화문구치소’, ‘우리 바뀐애등 조형물과 설치미술 작품들로 채워지고 있었다





농성 첫날부터 텐트를 지키고 있는 신유아 문화연대 활동가는 캠핑촌은 예술가, 노동자, 시민 등 참가자들이 공통의 목표인 대통령 퇴진까지 다양한 목소리와 예술행동이 표현되는 열린 곳이라고 말했다. “분노가 신나고 즐겁게 표현되고 있는 공간이라고 덧붙였다.

 



분주했던 하루가 저물자 한파가 기승을 부렸다. 촌민들은 핫팩을 넣은 침낭 속에서 잠을 청했다. 추위보다 더 두려운 건 머리맡을 빠른 속도로 지나는 차량의 소음과 텐트를 뒤흔드는 진동이었다. 밤새 추위와 소음과 진동에 뒤척거렸다. 텐트 내의 식수는 물론 기자가 뱉은 날숨에 실린 습기마저 바람막이에 얼어붙었다. 그래도 촌민들의 표정은 밝았다. ‘비정상의 생활 속에서도 대통령 퇴진과 그 이후 열릴 정상화된 세상에 대한 기대와 희망 때문일 것이다.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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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이스가이V

국회풍경

지난 6일 열린 재벌 청문회의 두 장면을 남겨놓아야겠습니다. 19885공 청문회 이후 28년 만에 재벌 총수들이 대거 출석한 청문회라니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저의 주관이지만요.

 

민주당 안민석 의원이 전경련 해체에 반대하는 분 손들어보세요라는 말에 재벌 총수들이 손을 든 사진이 경향신문을 비롯해 여러 신문 1면에 실렸습니다. 사실 이 사진은 안 의원이 재차 손들 것을 요구했을 때 찍힌 것이지요. 처음 안 의원이 물었을 때 유일하게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만 손을 들었습니다. 저는 신 회장이 혼자 손 든 이 사진의 메시지에 주목했습니다. 왜냐면 기습적인 질문에 당황한 회장님들이 서로 눈치를 살피다 손을 못 들었던 것이지요. 앞뒤 두 장의 사진을 붙여썼어야 옳았다는 생각을 지나서야 합니다.


 

 

여하튼 눈치 보는 재벌 총수들. 보기 드문 모습이었습니다. 어쩌면 기업을 자손 대대로 물려주며 유지해 온 비결이 눈치였다는 것을 현장의 기자들은 '눈치' 챘습니다. 정경유착이라는 것은 권력에 대한 눈치의 산물이지요.

 

또 하나의 장면. 안 의원이 앞서 물었던 것인데요. “촛불집회에 나가 본 적 있는 분 손들어보세요.” 증인석 회장님들은 조용했습니다. 있을 거라 짐작해 물었던 것은 아니겠지요. 촛불의 목소리가 들리나, 국민의 분노를 느끼나, 하는 물음이었습니다. 총수들이 촛불을 어떻게 바라볼까 궁금했습니다. 부끄러웠을까요. 불편했을까요. 두려웠을까요. 순진한 저는 질문 순간에 누가 손이라도 들까싶어 카메라 파인더를 주시했었지요. ‘총수들이 손을 들지 못하고 있다라고 설명을 쓴 이 상징적인 사진이 총수들이 질의를 듣고 있다는 내용의 평범한 사진과 눈으로 볼 때 다르지 않아 지면에 쓰기엔 모자랐던 모양입니다.


     

회장님들은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과 관련해 청와대의 요청은 거부하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정경유착을 끊을 수 없다는 얘기지요. 그런 의지도 읽히지 않았습니다. 이날 출석한 재벌 총수 9명 중 28년 전 5공 청문회에 출석한 총수들의 자제들이 6명이었습니다. 이대로라면 훗날 또 그 자제들이 비슷한 사건에 연루돼 다시 청문회에 서겠지요. 그때 이 사진들은 어떤 이야기를 던질까요.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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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이스가이V

소 뒷걸음에 쥐 잡는경우가 있습니다.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찍은 사진이 지면에 크게 게재될 때가 그런 경우겠지요. 좀 민망합니다.

 

박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주말 네 차례에 걸쳐 거대한 촛불이 일어났습니다만 대통령은 그 분명한 민심을 외면하고 있지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두 달이 넘도록 이어지고 있습니다. 뉴스가 크고 관련 기사들이 많다보니 반복해 찍을 수밖에 없는 사진이 있습니다. 청와대가 대표적이지요. 사진기자들은 대게 세종로 거리의 붉은 신호등과 멀리 보이는 청와대를 한 앵글에 넣어 위기의 청와대같은 식으로 제목을 달아서 씁니다. 사골처럼 우려먹은 이 사진이 식상했던지 데스크는 야경사진을 해보자고 지시했습니다.

 

인근 건물에 올라 해가 지고 불 꺼진 청와대와 경내를 밝힌 가로등 불빛을 앵글에 담았습니다. ‘어둠 속 침묵하는 청와대정도의 제목을 염두에 둔 것이지요. 어둠은 금세 짙어졌고 삼각대도 없이 들고 찍는 사진엔 한계가 있었지요.

 

이만하면 됐다싶어 철수하려다가 뭔가 살짝 아쉬운 마음에 렌즈의 줌 링을 방정맞게 돌리며 셔터를 난사해 보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사진기자의 난사는 참 민망한 행위라 생각하지만 두 가지의 조건이 맞을 때 가끔 시도하는 것 같습니다. 목적한 적당한 사진을 찍었고 셔터소리가 들릴 만한 사람이 주위에 없을 때 한 번씩 후련하게 구사해 보는 겁니다. 때가 때인지라 수다스럽고 간사한 셔터소리가 화나고 갑갑한 속을 잠깐 위로해 주었지요.

 

사무실로 와 쓸 사진을 골라놓고 난 뒤 난사 컷을 들여다보았습니다. 대부분이 흔들려서 버릴 사진들 사이에 그나마 덜 흔들린 사진 두어 장을 구색 맞추려 올렸습니다. 주변의 불빛이 청와대로 흐르는 것 같은 느낌이 들더군요.


 


구색용 사진이 데스크와 편집국장의 상의 끝에 토요일자(11.19) 1면 사진으로 정해졌습니다. ‘시민들의 촛불이 청와대로 몰려가는 모습어둠 속 고립된 청와대의 느낌을 읽어낸 것이지요. 막상 1면에 배치되니 작자에게조차 천대받던 이 사진이 의미들을 뿜어냈습니다. 게다 4차 촛불집회가 열리는 광장에 무료 배포되기까지 했습니다. 시치미를 떼고 있었지만 좀 부끄러웠습니다.

 

사진은 개인적·사회적 경험으로 읽힙니다. 광장의 시민들은 이 사진을 청와대로 향하는 민심의 촛불로 읽었을 테지요. 국정농단의 주역 박 대통령과 최순실씨가 이 사진을 봤다면 어떻게 읽었을까요. 민심을 읽어내고 아파해야 하는 것이 우리의 상식이지만, 왠지 이 두 분은 ‘온 우주의 기운이 청와대로 몰려오고 있다라 해석하지 않았을까, 하는 매우 우울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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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이스가이V

100만 촛불이 일렁이던 날에 촛불 아닌 카메라를 들었습니다. 집회에 참여한 셈이지만 일이었지요. 최대 100만이 예상된다는 뉴스에 나름 마음의 준비를 했건만 그 규모는 생각 이상이었습니다. 서울광장에서 광화문광장까지 걸어가는데 1시간 반쯤 걸렸습니다. 양 어깨에 카메라를 걸고 노트북 가방을 메고 3단 사다리를 들고 인파 속에서 밀고 밀리며 다녔습니다.

 

저기쯤 담고 싶은 장면이 보여도 이동이 불가능할 땐 안달이 났습니다. 엄청난 인파에 통신이 두절되니 계획했던 시간대별 사진마감도 불가능했습니다. 광장을 벗어나야 겨우 통화와 사진전송이 가능했지만 그 이동 시간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기록적 인파 때문에 사진부에서만 4명이 투입됐는데 그 인파 때문에 일이 안 된다고 툴툴거렸습니다. 역사적 현장의 기록이라는 거룩한 사명도 지금 당장 이동의 불편함과 마감에 대한 강박 앞에 무력해져 버렸습니다


 

 

 

늘 그러하듯 지나고 생각하니, 안달해봐야 그 순간에 해결될 것도 없지요. 좀 느긋하게 현장을 느끼고 즐기듯 취재했더라도 결과는 다르지 않았을 테지요. 이건 뭐, 병이랄 수밖에 없습니다. 카메라를 드는 순간에 따라 일어나는 욕심이 현장에 있지만 현장에서 저만치 물어나 버리게 하는 것이지요.

 

회사로 돌아와 장비들을 벗어놓자 조바심은 달아납니다. 카메라를 놓고 나서야 촛불의 시간을 복기할 수 있었습니다. 가을밤을 수놓은 100만 시민의 촛불은 뭉클하고 아름다웠습니다. “내려오라외치는 사람들의 외침은 단호했습니다. 이심전심으로 나누는 참가자들의 마음이 따뜻했습니다. 그래서인지 분노해 모였지만 시민들의 표정들은 대체로 밝았습니다. 축제같은 집회가 분노를 표현하는 가장 진화된 방식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광장에서 마음 졸이던 자는 저와 집회 참가자들의 청와대 앞 진출을 두려워한 '경찰 간부' 뿐이었겠지 싶었습니다. 사다리를 밟고 선 제 옆을 지나며 경향신문 응원합니다라는 격려를 건네는 분들이 기억나 훈훈해 졌습니다. 환자가 발생해 구급차가 들어오는데 인파가 홍해처럼 갈라지던 장면도 떠올랐습니다

 

 

8년 전 광우병 촛불MB는 청와대 뒷산에서 이를 내려다보며 눈물을 흘렸다고 했습니다. 청와대에서 광장의 외침이 안 들릴 수 없고, 촛불의 물결이 안 보일 수 없지요. 박 대통령도 듣고 보았을 테지요. 하지만 광장을 가득 메운 분노의 촛불을 볼만한 장관으로 받아들이고, 하야 촉구의 행진을 흥겨운 축제로 받아들이고 있지 않을까, 하는 우울하고 씁쓸한 생각이 올라왔습니다. 대통령과 그 주변에 상식과 상상을 초월하는 어이없는 일들이 다채롭게 펼쳐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통령은 자기합리화의 귀재 Q’정신승리법을 구사하고, '우주의 기운'에 기대 유체이탈을 도모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 암울한 시대에 그나마 희망을 보는 것은 허무맹랑한 우주의 기운을 압도하는 또렷한 사람들의 기운이 광장을 가득 채우고 있기 때문이겠지요.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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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검찰에 '장'이 섰다  (0) 2016.10.31
Posted by 나이스가이V

2 딸아이는 잠이 많습니다. 토요일이면 어지간해 12시 전에 일어나는 일이 없습니다. 보통 낮 한두 시가 되어야 부스럭거리며 일어납니다. 지난 토요일 10시가 좀 넘은 시간에 눈 뜬 아이가 친구와 약속에 늦었다며 서두릅니다. 나중에 알았지만 이날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 집회에 가기 전에 친구랑 피켓을 만들기로 했다더군요. 딸래미가 주말 오전에’ ‘스스로일어나는 것은 저희 집에서는 사건입니다.

 

집회에 다녀온 아이의 손에는 현장에서 만들었다는 피켓이 들려있었습니다. 가상 한국사국정교과서 표지에 낙서한 피켓이었지요. ‘한국사글자 위에 덮어 쓴 문구가 재밌습니다. 초등학생 때 국어책에도 국어꿇어로 바꿔 써 놓았던 것을 본 기억이 났습니다. 웹툰을 많이 봐서 다소 만화적인 표현을 즐겨 씁니다.  

 

 

가부좌 틀고 생각에 잠긴 반가사유상에 박근혜 대통령을, 뭔가 지시를 하는 박정희 전 대통령 사진에 최순실을 덮어 그렸습니다. 선글라스를 머리에 얹어 쓴 최순실의 특징을 잘 잡아 표현했습니다. 손을 들어 이제 하야해라는 최순실, 앉은 채 오케이사인 보내며 언니, 알겠어라는 대통령. 대통령을 좌지우지한 최씨가 언니라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간단한 그림에 표현된 관계와 메시지가 기발하고 명확합니다.

 

뭘 알겠나?’ 싶던 딸아이의 생각과 행동의 깊이를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철없고 성질만 부릴 줄 아는 천상 중2라 생각했는데... 대견하네요. 나라가 이 지경이 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어른이자, 아빠로서 미안하기도 했습니다.

 

아침에 친구를 만나 만들었던 피켓에는 이런 나라에서 공부하기 싫다고 썼다더군요. 안 그래도 하기 싫은 공부, 확실한 핑계를 찾은 셈이지요. 이래저래 걱정입니다.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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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이스가이V

사진에세이&B컷

서울시청 외벽에 걸린 대형 걸개의 글귀가 눈에 띄었습니다. 스쳐 지나며 읽은 문구에서 조그만 위안을 얻으며 흐뭇했습니다. 때마침 신호에 걸려 차창을 내리고 사진을 한 컷 찍으려는데 벤치에 누운 지쳐 보이는 남자가 글과 함께 앵글에 들어왔습니다.

 

영웅드러누운 남자사이에는 큰 간극이 있어 보였습니다. 글귀와 남자를 번갈아 바라보며 간사하게도 바로 조금 전 위안은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대한민국 수도의 가장 상징적인 곳에 걸린 대형 현수막이 담고 있는 희망의 메시지는 도처에 널린 무기력하고 좌절적인 삶에 대한 역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도때도 없이 국민의 신뢰를 받는 검찰이 되겠다는 검찰의 말처럼 공허하기도 했습니다.

 

난세영웅이라 했으니, 너도나도 영웅이어야 할 어지러운 세상인 건가요. 거꾸로 영웅이 필요하지 않은 세상이 더 희망적이라는 말도 되는군요희망적이고자 했던 걸개의 메시지는 희망적이지 않은 것이 되어 버리는 군요. 궤변이죠? ㅎㅎ 누군가의 영웅이 되어야 하는 것도 스트레스가 될 것 같습니다.

 

서울광장은 국정원 대선 개입을 규탄하는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주말마다 모이는 곳이지요. 큼지막한 현수막이 촛불 든 시민 한명 한명에게 힘을 주는 듯 걸려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날이 더워 그런지 두서없이 주절댑니다. ^^ 이 더위 빨리 지났으면...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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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이스가이V
설마 했습니다.
설마 이리 추운날, 게다가 바람까지 불어 체감온도가 영하로 뚝 떨어진 날,
물대포를 쏠 줄은 몰랐습니다. 



23일 밤 한미FTA 비준안 강행 처리에 반발한 시민들이 촛불을 들었습니다.

이날 밤 마감은 이랬습니다. 
오랜만에 많은 시민들이 광장에 모여 그 규모를 보여주려 했지요.
서울광장이 내려보이는 곳에서 서둘러 사진전송을 했습니다. 
10여분 뒤 다시 광장을 내려다보니 참가자들이 더 늘어 있었지요.
다시 찍었습니다. 그리고 마감...'그새 또 늘었군'...다시 찍고 마감.
여하튼 어젠 그랬습니다. 



본 집회가 끝나고 광장에서 을지로와 무교동 쪽으로 빠져나가는 집회 참가자들.
날이 추워 이쯤에서 끝나겠지, 싶었습니다. 그런 바람이었습니다.
하지만 곳곳의 길목을 막아선 경찰. 이에 항의하는 시민.  
비준 무효 구호는 거세지고, 
곧 경찰의 경고방송과 함께 물대포 줄기가 밤하늘에 하얀 곡선을 그리며 집회참가자들 머리 위에 골고루 퍼졌습니다.



좌우로 넓게 뿌리다 앞쪽에서 구호를 외치는 이들에 집중적으로 또다시 넓게...



그리고 경찰투입과 연행이 반복됐습니다.

일부 참가자들은 우비에 우산을 들기도 했지만, 대부분 몸으로 그 찬물을 받아들였습니다.
저도 서너 바가지쯤 덮어썼습니다. 
방수대책을 전혀 생각지 않은 탓에 그대로 젖었습니다.
이가 딱딱딱 부딪칠 정도로 추웠던 건 차치하고,
물맞은 카메라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깝깝했습니다.
사진기자에게는 생명같은 카메라 아니겠습니까?
이런날 설마했던 물대포를 그렇게 하염없이 맞다보니, 그 물대포의 폭력성이 배가 되더군요.


이제 더 추워질 것이고 추위에 아랑곳하지 않는 물대포라면 대책을 강구해야 겠지요.
카메라와 겉옷의 방수 및 동파방지 대책을 세우고,
도로의 결빙에 대비해 스케이트라도 준비해야 할까 봅니다.


물대포에 감기는 오지 않았지만, 카메라는 맛이 갔습니다.
조금전 자식같은 카메라를 수리센터에 보냈습니다.
수리비는 어데다 청구해야 합니까?

1면에 썼던 집회 사진을 3면으로 밀어낸 비준안 찬성 국회의원 151명의 사진.
오늘 들어온 문자메시지의 절반을 격려와 칭찬으로 도배해준 충격적인 1면.
그로 위안을 받고 있는 중입니다.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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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이스가이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