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동네 3

"당신이 가난을 알아?"

제가 사는 집 가까이에 백사마을이 있습니다.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라고 불리는 곳이지요. 이사 와서 자주 다녔습니다. 끊어진 듯 연결되는 골목을 무작정 따라 걷는 게 좋았습니다. 골목이 주는 묘한 위안이 좋더군요. 미로 같은 골목을 뛰며 놀던 어릴 적 추억이 소환되곤 했습니다. 13년 전 ‘포토르포’라는 기획면에 사진과 글을 실었습니다. ‘달동네 골목골목 꿈이 익는다’는 제목으로 나간 기삽니다. 고단한 삶이 드러나는 곳이지만 골목마다 들려오는 아이들의 웃음 속에서 꿈을 읽으려했습니다. 마지막 문장은 이랬습니다. “중계동 산104번지에는 여느 해바라기보다 고개를 더 길게 빼고 있는 해바라기를 곳곳에서 볼 수 있다. ‘달’동네의 ‘해’바라기는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주민들이 심은 꿈이 아닐까.” 좀 오그라들지요..

사진다큐 2018.10.08

나 홀로 출사 '백사마을'

서울 중계동 백사마을은 서울에서 알려진 출사지입니다. 산104번지여서 백사마을이라고 불리는 달동네지요. 집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이 마을을 가끔 찾습니다. 6,70년대 모습을 간직하고 있어 골목골목을 누비며 두어 시간 머물다 집으로 돌아오면 왠지 먼 여행을 다녀온 듯 나른한 기분에 젖기도 합니다. 10년 전 인근에 이사와 이 마을을 소재로 사진다큐를 지면에 싣기도 했습니다. ‘가난에 찌든 동네, 골목골목 꿈이 익는다’라는 제목의 기사였습니다. 매년 달동네의 사계절을 기록해 언젠가 사라질 마을에 대한 작업을 해보자 다짐을 했었습니다. 집이 가까운 것은 제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작업환경이었음에도 같은 이유로 자라난 게으름 때문에 시간만 흘러 보냈습니다. 저의 계획은 실행되지 못했습니다. 미련인지 취재용..

사진이야기 2015.05.19

연탄재

집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달동네 104마을이 있습니다. 서울에서 사진 좀 찍어봤다는 이들은 한 번쯤 걸었을 곳이지요. 운동이라도 하려고 나설 때면 일부러 이 동네를 지나갑니다. 거미줄처럼 얽힌 골목이 꽤 매력이 있습니다. 막다른 골목이다 싶으면 극적으로 또다른 골목과 연결이 되지요. 7년 전 중계동으로 이사 온 뒤 수도 없이 다녔던 동네가 익숙하면서도 동시에 낯설게 느껴집니다. 오래돼서 낯선 것들이 눈을 즐겁게 합니다. 카메라가 없어서 아쉬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지요. 지난 4일 눈 많던 날, 104마을에는 골목골목마다 매캐한 연탄냄새가 떠다니고 있었지요. 연탄재를 찍었습니다. 서울 중계본동 104마을 골목에 정성껏 쟁여놓은 연탄재가 쌓인 눈 속에서 얼굴을 내밀었다. 연탄재는 폭설이 쏟아진 이날 가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