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민 3

나 홀로 출사 '백사마을'

서울 중계동 백사마을은 서울에서 알려진 출사지입니다. 산104번지여서 백사마을이라고 불리는 달동네지요. 집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이 마을을 가끔 찾습니다. 6,70년대 모습을 간직하고 있어 골목골목을 누비며 두어 시간 머물다 집으로 돌아오면 왠지 먼 여행을 다녀온 듯 나른한 기분에 젖기도 합니다. 10년 전 인근에 이사와 이 마을을 소재로 사진다큐를 지면에 싣기도 했습니다. ‘가난에 찌든 동네, 골목골목 꿈이 익는다’라는 제목의 기사였습니다. 매년 달동네의 사계절을 기록해 언젠가 사라질 마을에 대한 작업을 해보자 다짐을 했었습니다. 집이 가까운 것은 제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작업환경이었음에도 같은 이유로 자라난 게으름 때문에 시간만 흘러 보냈습니다. 저의 계획은 실행되지 못했습니다. 미련인지 취재용..

사진이야기 2015.05.19

[포토다큐]'철거민'이라는 죄로

고민하고 발품 팔아 게재한 ‘다큐’에 애착이 더한 건 말해야 무엇 하겠습니까. 그간 장애인, 이주노동자, 동성애자 등 주로 우리 사회의 약자에 대한 얘기를 했습니다만 다큐가 결국 바라는 것은 조그만 변화입니다. 오랜 세월 익숙하고 공고했던 틀이 단숨에 깨지거나 꺾이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습니다. ‘단단한 벽에 미세한 균열을 내고, 넓은 강에 작은 돌다리라도 하나 놓고 있다’면서 감지되지 않는 변화에 그리 자위하곤 합니다. 이번엔 겨울을 앞둔 철거민을 만났습니다. 개발지역에서 만난 철거민들은 저를 보자마자 자신들의 억울한 사연을 토해 냈습니다. 목소리는 금세 젖어들었고 눈시울은 붉어졌습니다. 그리고 얘기 끝에는 엷은 미소를 지으며 덧붙였습니다. “들어줘서 고맙다. 말하고 나니 속이 좀 후련해진다..

사진다큐 2013.12.09

철거민, 손주름, 눈물

지난 2일 서울시청 앞에서 강제철거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무자비하게 철거 당하는 모습을 행위극으로 보여주던 한 철거민이 북받치는 듯 연방 눈물을 찍어댔다. 얼굴을 감싸쥔 두 손이 눈에 띄었다. 불거진 손마디, 거칠고 주름진 손이 신산한 삶을 웅변하고 있었다. 추위 속에 내쫓기는 철거민의 서러움과 한숨이 전해져 왔다. yoonjoong